회귀한 마왕은 아카데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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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제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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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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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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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로 가자(3)

DUMMY

배부르게 먹고 닭 다리 10개와 옥수수수프, 물을 들고 돌아왔을 때, 블레이크는 어색하게 뺨을 긁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사납게 그를 쳐다보는 시선이 얼굴을 간지럽혔기 때문이다.


“누구시죠.”


바넬이 갈라진 목소리로 매섭게 말했다. 그 말에 블레이크는 태연하게 받아주었다.


“당신을 구한 사람이죠.”


뭘 당연한 것을 묻느냐는 듯 말하자, 한 마리의 맹수 같았던 바넬의 기세가 아주 조금 누그러졌다.


“...음, 우선 물을 마시겠어요?”


블레이크의 말에 입이 퍼석한 것을 느낀 바넬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아니요. 누구나 그렇게 했을 거예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무나 하지 못할 일입니다.”


수십의 암살자 앞에 들려 드는 것이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다면, 기사도 용병도 이 세상에 필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도 드물었고.


바넬은 그리 말하고 싶었으나,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만큼 멍청한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입을 다물었다.


바넬은 블레이크가 준비해 온 옥수수수프와 물을 먹으며 그에게 물었다.


“암살자들은 어찌 되었나요?”

“산 자는 없습니다.”

“.. 그렇군요. 늦었지만, 보상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바넬이 자연스럽게 블레이크의 정보를 캐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블레이크가 반기는 일이었다.


‘그래! 이 상태로 돌아가서 황태자에게 내 이름을 전해!’


블레이크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블레이크 샤먼입니다.”“그렇군요. 샤먼영식. 저는 바넬 데비온이라고 합니다. 데비온경이라 불러주십시오.”

“...그러죠. 데비온경.”


블레이크는 한 박자 늦게 대답을 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바넬 데비온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생각난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생에 황태자 옆에서 모든 일을 방해하던 하딘 데비온, 유텐 데비온.


그 둘의 아버지라는 사실에 새삼 블레이크는 참 가족끼리 닮았다고 생각했다.


“아. 참 혹시 어디로 가십니까?”


블레이크가 먼저 운을 뗐다. 그가 노리는 수는 하나였다. 자신의 행선지가 황태자와 같다는 것을 알리는 것.


“저는 피아센트로 아카데미로 갑니다.”


블레이크의 말에 이번에는 샤먼이 한발 늦게 대답했다.


“아. 그렇군요.”

“예. 데비온경께서 깨어나셨으니, 내일 오전 중 출발 예정인데 혹시 데비온경께서 가시는 길이 겹치신다면 같이 갈까요?”


바넬의 입을 다문채, 아무 말 못 하자 블레이크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 결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일 12시까지 오른쪽 방에 오셔서 말씀해 주세요.”

“..아. 네 그러죠.”


일부로 하루의 시간을 줬다. 그니깐 어서 황태자한테 가! 말해! 내가 간다고!


블레이크의 시커먼 속내를 모르는 바넬만이 고민에 사로잡혔다.


블레이크는 고민하는 그를 두고 방을 나섰다.

뇌물로 닭 다리를 주고, 그사이 몰래 군청의 기사단 표식을 떨어트린 채로.



***



오랜만에 침대에서 푹 자니 살 것 같았다. 그 덕에 출발까지 한 시간도 안 남았지만, 씻을 시간만 있으면 장땡이었다.

블레이크는 바로 욕실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노크 소리가 들렸다. 그는 냉큼 몸을 돌려, 아무런 경계심 없이 문을 활짝 열었다. 누가 올지 예상되었으니깐.


“블레이크경 좋은 점...심이 아닌,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예. 푹 잤습니다.”


아직 잠옷 차림인 블레이크를 보고 바넬이 급히 말을 돌렸다. 블레이크는 아주 상큼하게 대답하고 그 뒤에 있는 3명의 남자를 모르는 체하고 바넬에게 말했다.


“같이 가실지 정하셨습니까?”

“예. 제가 일행이 있는데 괜찮으십니까?”

“함께 가면 좋죠.”


블레이크가 상냥하게 웃으며 드디어 뒤로 시선을 돌렸다. 키가 큰 사내들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그들이 누구인지 예측은 가능했다.


‘하딘 데비온과 유텐 데이온이군.’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가운데 있는 자신보다 조금 더 키 큰 남자가 황태자일 것이다.


“이분이 일행들이군요. 제가 차림이 미흡해서, 혹시 기다려 주시면 옷을 갈아입고 나와도 되겠습니까?”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양처럼 조심스레 말했다. 바넬은 그 물음에 고민하더니 다른 의견을 제시해 주었다.


“그럼 이 앞에 그랑이라는 식당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점심을 함께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주 좋아요.”


내가 웃으며 대답하고, 천천히 12시까지 나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나는 팔짝팔짝 뛰면서 주먹을 허공에 휘둘렀다.


‘찾았다. 황태자!’


아카데미에 가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았다. 웃음이 절로 튀어나왔다.


“흐으응~”


무엇인지도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욕실로 들어갔다. 귀한 사람인데 깔끔하게 하고 만나야지!


블레이크가 흥얼거리며, 준비하고 있을 때, 다른 쪽에서는 진지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바넬이 짐짓 긴장해서 말했다. 바넬은 블레이크가 마음에 들었다. 우선 자신을 살릴 정도의 능력이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황태자를 치유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니깐.


하지만 이 일행에서 명백한 상관은 황태자였다. 모든 결정권은 그가 들고 있었다. 그의 결정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바넬은 어제저녁을 생각했다.


-“..바..넬?”

-“아버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하는 황태자와 힘차게 자신을 부르며 다가오는 유딘, 그 뒤에서 눈을 몇 번이나 부비는 하딘. 문득 그들을 보자 바넬은 자신이 많은 죄를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살아.. 살아.. 있어구나.. 살아 있었어...”


멍하게 읊조리는 황태자를 안아 달래고, 제 아들들도 토닥인 바넬은 바로 블레이크에 대해 보고 했다.

사실 샤먼가는 황실에서 관리하는 가문 중 하나였기에 블레이크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장남이?”

-“예. 오기 직전, 들은 정보상으로는 아마 가출을 한 것이 아닐지 싶습니다.”

-“가출이라..”


블레이크가 가문에서 외면받는다는 것을 황태자도 잘 알고 있었다. 샤먼의 가주는 둘째 아들을 물고 빨면서 블레이크는 단 한 번도 언급한 적 없었고, 모임에 데려온 적도 없었다.


-“아카데미는 확실히 가출하기 좋지.”

-“예 기숙사는 물론, 방학에도 지낼 수 있고. 졸업만 한다면 바로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깐요.”


황태자는 고심하다 말했다.


-“만나보고 결정해야겠다.”


그렇게 성사된 만남이었다. 바넬은 황태자를 봤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그걸 왜 가지고 있지..?”


황태자는 봤다. 블레이크의 귀에 걸린 ‘그’ 귀고리를.

황실에서는 세이렌의 능력을 다루기 위해 특별히 교육되고, 그 특별한 역사와 그들에게 해로운 마도구를 공부한다. 그리고 책 속에서만 보던 마도구를 실제로 봤다.


-“이 보석은 초대 샤먼가의 가주가 만든 마도구로 세이렌의 능력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마도구 입니다.”


그래. 그 아주 중요한 마도구가 왜 하필 샤먼가의 장남이 차고 있는 것일까.

아니, 샤먼가의 것이니 샤먼가의 사람이 차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걸 왜 우대받는 차남이 아니라 장남이 차고 있냐고.


“...바넬,”


황태자는 바넬을 봤다. 아직 상처가 심했다. 그는 전력 보강을 위해서는 블레이크가 필요한 사실을 잘 알았다.


“샤먼영식과 합류하지. 하지만, 명을 내릴 일이 있다.”

“하명 하십시오.”

“블레이크 샤먼의 모든 정보. 아카데미에 내가 도착하면 바로 알아본 후 보고해줘.”

“예. 전하.”


황태자는 명을 내리고 시계를 봤다. 시계의 초침은 흐르고 흘러 두 초침이 곧바로 설려고 했다.


“가지.”

“예.”


그렇게 황태자가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신중하게 식당으로 향했을 때, 블레이크는.


“와 이거 맛있네.”


황태자 앞에서 게걸스럽게 먹을 수 없으니, 미리 배를 채우고 있었다.



***



그랑은 꽤 비싼 식당이었다. 비싼 식당들은 특징이 있었다. 배가 안 부른다는 것이다. 물론 블레이크는 원래 대식가이기 때문에 어딜 가도 배가 안차지만, 고급으로 갈수록 더 음식량이 줄어서 늘 배고팠다.


오늘도 길거리 노점상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고 어느 정도 배를 채운 후,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랑은 확실히 고급 식당이었다.


그건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을 봐도 알 수 있었다.


하나의 흐트러짐 없는 차림과 눈치 있는 행동.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

조용하게 이야기 나누는 고급스러운 옷차림의 사람들.


‘귀족들이 올법한 곳이네.’


얌전히 평가하고 있을때, 종업원이 다가왔다. 종업원의 눈빛은 상냥함 혹은 친절과 거리가 멀었다. 블레이크는 자신의 옷차림을 생각했다.


깔끔하다고 하나, 마탑에서 급히 산 로브를 뒤집어쓴 어려 보이는 남자.


‘무시하기 딱 좋은 대상이네.’


그리고 종업원은 조금 성의 없는 태도로 말했다.


“여기는 꽤 비싼 식당입니다. 인당 7골드의 고급스러운 음식만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예약은 하셨습니까?”

“일행이 있습니다. 아마 이름은 바넬일겁니다.”

“잠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종업원은 예약한 사람을 찾는 듯했지만, 바넬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는지 약간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바넬이란 성함으로는 예약자를 찾을 수 없습니다.”


존대하고 있지만, 이렇게 기분 나쁘게 들릴 수 있다니. 저것도 재능이었다.


저 종업원을 어떻게 족칠지 생각할 무렵, 뒤에서 음성이 들렸다.


“데빈으로 예약되어 있습니다.”


익숙한 음성에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아는 무리가 있었다. 황태자 무리였다.


“데빈이시군요.”


종업원이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데빈은 명단에서 봤나 보다.


“모시겠습니다.”

“가요. 영식.”


바넬이 상냥하게 말했다. 그 말에 블레이크는 종종 황태자의 일행 뒤를 따라 입장했다.

자리는 가장 구석진 곳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좋은 곳이었다. 다른 자리들과 멀어서 우리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고, 적절한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곳.


“좋은 자리를 예약하셨네요.”

“언제든 그렇게 할 수 있죠.”


하긴. 황태자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릴 수 없어 군청의 기사단 표식을 쓰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황실기사단의 표식은 가지고 있을 터. 그것이면 이런 식당쯤이야 길거리 노점상 취급할 수 있었다.


물과 식기를 가져다주는 직원에게 알레르기가 없다는 것을 전달하고, 본격적 대화가 시작되었다.


“우선 여행하기에 앞서서 먼저 저희의 소개를 해드려야 하겠군요.”


바넬이 은밀하게 군청의 기사단 표식을 내밀었다.

모든 귀족이라면 아니, 모든 제국민이라면 적어도 황제 직속 기사단인 태양기사단과 군청의 기사단, 황실의 기사단쯤은 알고 있었다.


나는 짐짓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이미 알고 계셨습니까?”


연기는 하지 말아야겠네.


“적어도 범상치 않은 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 많은 암살자를 죽인 분이 모시는 분인데 적어도 고위 귀족 어쩌면, 황실 혹은 타국 왕실의 사람이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그렇군요.”


바넬은 다시 주섬주섬 기사단의 표식을 넣었다. 그리고 입을 다물었다. 종업원이 음식을 가져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아뮤즈 부쉬부터 드리겠습니다.”


토마토와 새우로 이루어진, 두세 입 거리의 아뮤즈 부쉬가 나왔다.

앞으로 음식에 앞서서 입맛을 돋우기 위해 아뮤즈 부쉬가 나올 정도면 여기의 음식은 꽤 격식 있는 음식을 터,


‘맛있겠네.’


아까 먹은 음식들은 언제 다 소화되었는지 우선 저걸 입에 털어 넣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황태자의 일행들은 음식에 눈길도 안 주고, 말을 시작했다.


“저희는 피아센트로 아카데미에 갈려고 합니다.”


예.. 그러시겠죠.. 근데 먹고 하면 안 될까?


작가의말

음.. 월요일에는 오후 4시에 와볼께요. 주말에도 시간 되면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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