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마왕은 아카데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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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제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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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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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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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로 가자(4)

DUMMY

“그래서 말입니다... 영식?”


입에 고기를 욱여넣던 포크 질을 잠시 멈췄다.

너무 게걸스럽게 먹었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나 그릇이 너무 넓어졌어.’


마나 증폭제의 효과로 마나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커졌지만, 몸이 비축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적이었다. 그러니 몸이 시도 때도 없이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원하는 것이었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으로 곧 몸이 비축할 수 있는 에너지가 늘어날 것이니, 계속 이렇게 게걸스럽게 먹어대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라면 지금이 그 게걸스러운 시기란 말이지.


“많이 배가 고프신 모양이군요.”


바넬이 언젠가 제 어머니가 지었던 표정을 지으며 웃어주었다. 고개가 아주 자연스럽게 끄덕여졌다.


“조금요.”

“그러면 우선 식사하고, 페티푸르를 드실 때 더 이야기 나누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바넬의 물음은 나를 향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상관인 황태자를 보며 물었는데 그 물음은 주군을 향한 물음보다 마치 자식을 향한 부모의 물음과 같았다.


“그러지.”


황태자의 말에 나는 마음 놓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물론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라든가 과한 몸 쏠림 혹은 불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일단 잘 보여야 한다는 사실은 잊지 않았으니깐.


바넬이 슬며시 건네주는 고기들과 추가로 시킨 음식까지 싹 먹은 후, 페티푸르로 나온 간단한 다과와 차를 마시며, 나머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카데미 근처 숙소를 잡지 않았다면, 내 별장에 머무는 것이 어떻겠나?”


예상외의 말에 두 눈을 끔벅거렸다.

암살 위협을 그렇게 받으면서 본 지 얼마 안 된 영식을 별장에 초대하다니, 조심성이 없는 것일까? 당연히 그를 호위하는 자들이 반대하리라 생각했지만, 다른 반응이 나왔다.


“괜찮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영식?”


바넬의 말에 다른 호위들을 보자 딱히 불만을 표하거나 반대하는 자는 없었다.


‘숙소를 안 잡은 것은 맞는데..’


만약 내가 숙소에 있을 때, 암살자가 찾아오면 내 책임으로 번지는 것이 아닐지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가 잘하면 되겠지.’


마나 증폭제를 먹었을 때, 죽을 그것처럼 아프기는 했지만 죽지는 않았으니 그 방법을 통해서 뭐든 할 수 있겠지라는 자만감에 고개를 움직였다.


“그리 해주신다면 저야 좋죠.”


그렇게 아카데미 시험 후, 묵을 숙소가 정해졌다.



***



“그럼 출발할까요?”


당연하겠지만, 우리는 마탑을 이용한 포탈로 갈 수 없었다.

마탑의 상부, 주축을 담당하는 자들은 대체로 중립적인 성향을 지녔지만, 그 아랫사람들은 꽤 속물적인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황태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부류지.’


마법을 쓰는 속물적인 사람.

그들에게 자기 발로 가는 머저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말 혹은 마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는데.


“여기 온순한 말을 빌려왔습니다.”


역시 황실 기사단 표식이 있으니, 말을 빌릴 수 있었다. 나는 바넬이 데려온 갈색 말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순한 녀석이네요. 이 아이를 데리고 아카데미까지 가나요?”

“네, 아카데미 외곽 지역 상단에 맡겨두기로 했습니다.”


그 말에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말을 빌리는 것은 확실한 신분이 있어야 가능했고, 그 말을 멀리까지 데려가는 것은 더한 신뢰가 있어야 했다.


‘황실이 나서면 다 된다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걸까.’


말에 가볍게 올라타며 생각하자, 바넬이 다정하게 말했다.


“혹시 힘드시면 언제든 쉬자고 말씀해 주세요.”

“네, 감사해요. 바넬경.”


바넬은 마치 어린 자식을 챙기는 것처럼 황태자와 나를 챙겼다. 정작 그의 자식들은 알아서 준비를 척척해서 이미 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자, 그런 출발해 볼까요?”


진짜 애 다루듯 챙기는구나..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든 것은 기분 탓일 것이다.


그리고 그 기분은 현실이 되었다.


“샤먼영식. 분명 힘들면 말하라고 했을 텐데요.”

“아니, 괜찮은...”

“근육통이 왔으면 최소한 말씀이라도 해주셔야죠! 영식의 나이가 지금 몇 살인지 아시나요? 어린 나이에 이리 무리하면...”


그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잔소리라는 것을 아카데미 가는 내내 들었다.



***



말을 타는 것은 꽤나 고된 일이었다.

편히 탈 수 있다고 착각하겠지만, 허벅지와 허리에 힘이 들어가고, 팔은 고삐를 잡아야 했기에 전신이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귀가 더 아팠기에 하루빨리 아카데미에 도착하기를 바랐고, 그 바람대로 아카데미에 도착했다.


피아센트로 아카데미.

대마법사인 피아와 최강의 검사라 불린 센트로가 천마 대전을 종결시키고, 훗날에 다시 닥칠 위험을 대비하여 만든 아카데미이자, 그 어떤 권력도 통하지 않는 자유 중립 구역.


‘제국에 속해 있지만, 제국의 통치를 받지 않는 구역이지.’


거대한 영지만한 아카데미 부지는 외곽지역과 중심 지역으로 나누어진다.


외곽지역에는 상점가가 형성되어 있으며, 신분이 확실한 자들은 이곳으로 이주해서 살 수 있었다. 거의 하나의 영지처럼 구성된 외곽지역과 반대로 중심 지역은 진짜 아카데미가 있는 곳이다.


학교의 본관과 수많은 별관, 기숙사와 연구실, 교직원을 위한 숙소와 거대한 무도회장 등이 있는 곳으로 이곳은 아카데미 학생증이 있어야 출입 가능했으며, 아카데미 내 물건들을 반출하는 것도 심사받아야 했다.


그리고 이 시즌이 되면, 그 중심 지역에는 많은 인파가 몰린다.


“줄이 기네요.”


아카데미 접수를 위한 인파가 말이다.


아카데미 입학 접수는 매해, 마지막 달에 받는다. 그 후, 약 2개월간 시험이 시작되고, 3월에 정식으로 입학하게 된다.


길게 늘어선 줄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아카데미는 신분을 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서류 접수는 금방 하겠지만, 사람이 많아서인지 줄이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해가 하늘에서 가장 높게 떠 있을 시간에 줄을 섰는데 이미 하늘은 주홍빛으로 변해 있었다.


“줄이 쉽게 줄지 않네요. 오늘은 접수가 어려울 수 있겠어요. 내일 이른 아침에 다시 올까요?”


내가 말하니, 바넬은 고개를 저었다.


“아카데미는 서류 접수는 밤낮 구분 없이 이루어집니다.”

“밤에도 서류 신청을 받는다는 말인가요?”

“네.”


그 말에 아침의 줄을 떠올렸다. 아무리 받아도 받아도 줄지 않는 줄이었구나. 새삼 아카데미의 대단함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제국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의 모든 나라의 제법 한다는 사람들이 모조리 몰려드니깐.


“경계해야겠군요.”


블레이크의 말에 바넬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카데미 부지 안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멍청이 없을 겁니다.”


그의 말이 단번에 이해되었다.

지금도 저 하늘에서 두둥실 떠다니는 감시 골렘들과 은은하게 느껴지는 결계 수식들.


“아카데미가 황실의 간섭을 받지 않는 이유는 받을 이유가 없어서이기도 하죠.”


하딘의 말에 자연스럽게 그 황실을 이어받을 자를 보았다. 표정으로 감정을 읽어내리기 어려웠다. 하지만, 황태자도 이 아카데미의 완전무결함에 감탄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나중에 우리 영지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 볼까.’


슬쩍 옆에 있는 수식을 건드려 볼까? 생각하다 괜히 터트리면 주변에 피해가 된다는 사실에 생각을 접고, 얌전히 줄을 섰다.


그래도 쉬는 시간 없이 운영되는 것이 효과는 있는지 통이 틀쯤, 우리는 접수증 볼 수 있었다.


[아카데미 접수증

이름: 블레이크

나이: 12살.

지원 학부(이중 접수 가능): 마법 학부, 검술 학부

주소(통지서 받을 주소지를 적어주세요.): ]


아주 간단한 양식이었다.

우선 쓸 수 있는 것은 모두 쓰고, 주소는 황태자의 별장으로 해야 했으니, 그가 쓴 것을 보고 따라 쓰기로 했다. 그리고 겸사겸사 그가 지원한 학부도 보았다.


‘검술 학부네.’


예상대로였다.

마법 학부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황태자가 검술 학부를 선택할 것 같아서 일부로 이중 선택을 했는데 아니었으면 다시 썼을 것이다.


황태자의 접수증을 보고 주소를 옮겨쓰고는 접수증을 제출했다.


“여기. 통지서입니다. 시험 일정과 장소가 나와 있으니, 반드시 읽어주시고 시험번호 여기 있습니다.”


그 말에 나는 숫자가 적힌 동그란 패를 받아들였다.


[4-4444]


뭔가 바꾸고 싶은 패을 울며 겨자 먹기로 챙기고 줄에서 이탈했다.


하루 종일 줄을 섰지만, 보초를 서는 것은 호위들이 돌아가면서 했기에 사실상 황태자와 나는 충분히 잠을 잤다. 하지만 길에서 잠을 잔 덕인지 몸의 피로는 그대로였다.


“시험 일정은 다음 주부터니, 준비는 모래부터 하고, 오늘은 별장에 가서 쉬는 게 어떻겠나?”


황태자의 말이 달가웠다.


“네. 전하.”


기껍게 받아들이니, 곧바로 말머리를 돌려 별장으로 향했다.

별장은 외곽지역에 있었고, 아카데미와 30분 정도 거리의 아주 가까운 곳이었다.


‘다 최고급이군.’


황족이 머무는 곳이니 당연히 건물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최고급으로 채워져 있었다. 아카데미와 가까운 이 땅도 엄청난 금싸라기 땅일 것이다. 근데 그곳에 고작 별장을 짓는다니 황족들의 돈지랄이 엄청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세이렌이라서 아카데미 입학도 안했으면서.’


세이렌이란 종족 특성 때문에 들킬지 봐 황족들은 황궁을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지금 같은 예외가 있기는 했지만.


정중한 사용인의 도움으로 큰 방을 배정받은 블레이크는 대충 씻은 후, 푹신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졸리네.”


분명 잠은 충분히 잤는데 잠이 계속 왔다.

이것도 몸이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서인가? 잠이 와서 그런지 머리가 안 돌아가서 자세히 모르겠다.


블레이크는 우선 잠잔 후, 생각하기로 했고 늦은 저녁이 되도록 블레이크는 깨어나지 않았다.



***



블레이크가 맘 편하게 휴식을 보내는 동안 황태자는 미리 준비된 서류를 들었다.


“블레이크 샤먼에 대한 정보는 이게 다라고?”


황태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넬은 일을 잘하는 자였다. 그가 해온 모든 일은 성공이 되었고, 그가 모아온 모든 정보는 정답에 가까웠다.


“예, 저도 조사하면서 의아했지만, 이게 전부입니다.”


블레이크 샤먼.

샤먼가의 천대받는 장남이자, 샤먼가의 충성하는 자들이 진정 모시고 싶어 하는 자.

쓰레기 같은 아비에게 태어난 단 하나의 단비 같은 영민한 영식.


‘하지만. 평가가 그리 높지는 않은데.’


장차 먼 미래에 기대되는 사람이라고 표기는 되어 있지만, 사실상 딱히 별 볼 일 없는 자였다. 그런 자가 암살자를 모조리 죽이고, 바넬을 구한다? 그리고 그 귀고리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말이 안 돼. 뭔가 숨기는 게 있을 텐데..”


황태자는 끝 없이 서류를 훑다가 손가락으로 책상을 툭툭 쳤다.


“.. 뭔가 이상해. 조사 영역을 넓혀. 블레이크의 모친까지 조사해 와.”

“예.”


블레이크의 모친, 흔하디흔한 귀족가 영애라고 되어 있는자.

그녀라도 파보면 무언가 나오지 않을까?


“,,하.. 도대체 뭐야..”


황태자의 경계심은 나날이 높아져 갔다. 그걸 방 안에서 자는 블레이크만 몰랐다.


작가의말

내일은 오후 6시에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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