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마왕은 아카데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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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제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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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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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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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 입학했다(3)

DUMMY

기숙사 방은 방이라고 지칭하기에는 조금 어색할 정도로 넓었다.


우선 들어가면 보이는 넓은 거실과 3개의 방.


중간에 있는 가장 큰 방은 테라스가 있는 것으로 보면 침실로 쓰면 될 것 같았고, 다른 두 방 중 하나는 주방이 있었다.


아카데미에서는 24시간 식당을 운영 중이지만, 기숙사 안에서도 간단한 조리를 해 먹을 수 있도록 설비가 되어 있었다.


남는 방은 적당히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면 되는 것이고, 문제라고 한다면.


“흐음...”


가구가 하나도 없다. 기본적인 침대를 비롯한 소파, 탁상 등등의 모든 가구들이 없었다.


아카데미에서 돈 아끼자고 지원을 안 하는 것은 아닐 테고, 이건 무슨 다른 의도가 있었다. 한창 방을 둘러보고 있을 때, 방에 소리가 울렸다.


“아- 아- 모두 들리십니까?”


방에 울리는 소리에 천장을 쳐다보자, 거실 천장 한가운데 작은 구슬이 있었다. 저기서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아카데미 입학을 하신 모든 신입생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뻔한 인사말.


“그러면 지금부터 기숙사 배정 전, 시험을 보겠습니다.”


뻔하지 않은 말.


철컥-


그 소리에 자연스럽게 내 눈은 문으로 향했다. 문고리에 희미한 방어막이 있었다.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습니다. 방에서 무사히 빠져나오시면 됩니다.”


눈이 잘게 떨렸다. 뭔 개소리인가.


“자 그럼. 지금부터 시작.”


헛웃음이 나왔다.


“참고로 점수에 따라 더 좋은 방을 선점하실 수 있습니다.”


몸이 반사적으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문고리에 있는 수식을 본 순간 참 이 아카데미의 삶이 순탄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세계에는 순리가 존재한다.


이 말은 어느 학문에서나 공통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리고 마법을 배우는 이라면 다른 구절도 배운다.


‘그 순리는 마나로 이루어지며, 오직 마법만이 그 순리를 바꾸고 행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


세계에는 순리가 존재하고, 그 순리는 마나의 힘으로 뒤틀 수 있다. 하지만 세계는 저울과 같은 법. 무언가를 뒤틀어 바꾸려면 대가를 지불해야해 했다.


그게 마나고, 정식력이며, 마법사들의 능력이었다.


능력이 한 하는 선에서 이 세계의 규칙을 뒤트는 것.


그것을 우리는 마법이라 부른다.


하지만 강대한 규칙을 뒤틀려면, 상당히 많은 힘이 소모된다. 그렇기에 그 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든 방법이 마법 주문이자 마법진 혹은 술식이라고 부른다.


“하...”


고작 갓 입학한 학생에게 이런 술식을 보여주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곳이다. 이곳은.


“이쪽을 건들면 날아가겠는걸.”


단순해 보이지만, 그것만 보고 건들다가는 사지 멀쩡하게 나가기는 그른 술식을 보면 답도 없었다. 문득 방송에서 말한 ‘무사히’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블레이크는 그 술식을 해지할까, 하다가 금세 손을 물렸다,


술식이 까다로워 파훼하는 것도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고 파훼하는 것에서도 마나가 상당히 많이 들 것이다. 그에게는 치명적인 페널티가 하나 있었다.


‘아직은 안돼..’


사실 아직도 속이 메스꺼웠다. 다리에 힘을 풀면 주저앉아 버릴 것 같았으며, 조금이라도 방심한다면 마나 폭풍에 휘말려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나 증폭제...’


결국 그날 다 마시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마셨다. 그 여파가 아직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 그는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을 뿐, 실상 가지런히 정리된 뒷 머리에서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었다.


“후우...”


마나를 쓰면 안 된다.

잘못하다가 죽을 수 있었다. 분명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고 했지?


블레이크는 한쪽 벽을 쓰다듬었다. 단단해 보이는 벽.


‘어떤 방식이든..’


그래. 어떤 방식이든 이 방을 나가면 될 일이었다.



그 시각.


방에 갇힌 황태자는 체면을 다 내려둔 것처럼 바닥에 털썩 앉아서 턱을 괴고 있었다.


‘어쩌지.’


그가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빠졌다.


‘정석대로 풀고 나가야 하나.’


황태자는 저 문고리에 걸린 술식을 보자마자 알았다. 참으로 간악한 자가 만든 것이 틀림없다고.

반드시 한 번쯤을 골탕 먹이겠다는 의지를 그득그득 담은 술식을 풀다 보면 반드시 그 의지에 걸리게 될 것이다.


물론, 아카데미에서 사망자가 나오는 것은 모두가 원하지 않은 결말이기 때문에 고작해야 전치 몇 주 나오고 말 것이다.

하지만, 황태자는 저런 장난질에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황태자는 황궁에서 엘리트 코스를 순차적으로 밟아온 자였다. 그런 자에게 걱정은 단 하나다.


‘첫 수업을 놓치고 싶지 않은데.’


그리 생각하며 황태자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쩔 수 없지.”


그래. 어떤 방식이든 탈출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 시각 다른 방.


검은 머리카락의 짐승 같은 황금 눈을 가진 자가 서슬 퍼런 눈으로 검을 들었다.



***



보통 기숙사 방 배정 시험은 그들이 기숙사로 가기 전 간단한 시험을 봐서 정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교장과 학장이 그 방식을 바꿔버렸다. 그에 따른 추가 업무는 모두 교사들의 것이었다.


“ㅋ..커피..커피..”

“ㄱ..각성제! 거기 각성제가져와!”

“으아아아! 퇴사아아아!”

“그냥 신입생이 다 뒤지면 될 텐데...”


입학식부터 꾸준히 된 야근.

아예 방으로 돌아가지 못한지는 1주일. 교사들은 죄다 미쳐있었다. 그런 교사들의 눈을 피해 학생들마저 한참 웅크렸다.


“하하하하하하!”


연금술 학부의 교수인 웨니든 이 번쩍 병을 들어 올렸다.


“어? 기숙사마다 이걸 다 부워 버리는 건 어떠세요?”


그녀는 미치광이처럼 깔깔깔 웃으며 말했다.


“기숙사가 사라지면 이딴 시험 따위 사라져도 되잖아요? 안 그래요? 응? 안 그러냐고!”

“웨니든 교수. 그거 내려두세요.”


경제학부 교수인 파비안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나보다 더 일이 많습니까? 미치는 건 나라고요.”


웨니든은 파비안 옆에 놓은 서류 탑을 보다 입을 다물었다.


“기숙사 부수면 그걸 고치는데 또 어떤 서류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하.”


파비안의 체념 된 말에 그의 옆에 있던 검술 학부 교수인 에드윈이 어깨를 토닥였다.


“힘내게.”

“힘내야 할 분은 저분이죠.”


파비안은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숨을 쉬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조용히 뻗은 이가 있었다. 그녀는 마법 학부 교수인 카이라였다.


“이번 시험 끝나고 마법 학부는 더 고생해야 할 텐데요...”


파비안에 말에 키이라의 입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나왔다.


“주..ㅈ..주경...ㅈㄱ...”


파비안은 그 소리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다른 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가장 불쌍한 분은 저분이죠.”


그곳에는 사감 말코스가 눈을 까뒤집은 채, 서류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경이로울 수준이었다.


“교장선생님께 가볼까..?”

“말코이가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래...”


에드윈은 얌전히 착석해서 검 대신 팬을 들고 열심히 서류에 사인을 했다.


이 시험의 최대 피해자는 그들이었다.


문제라면.


쾅-

콰아앙-

콰드르륵-

쿠웅-


아름다운 폭발음이 들릴때마다 교수들의 눈에서 눈물이 좔좔 흘렀다.


아직 피해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



마나를 쓸 수 없는 이가 이 방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벽을 부수면 된다. 참 간단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마나 없이 부수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리 챙겨와서 다행이네.”


공격 마법이 담긴 스크롤을 쓴다면 쉽게 성공할 수 있을 터.


‘역시 준비성이 철저해.’


흐뭇하게 웃으며 스크롤을 찢었다.


콰아앙-


탈출 성공.


자 그러면..


쾅-


“블레이크. 미리 나와 있었나?”


블레이크는 저 멀리 날아간 벽이었던 조각을 보며 생각했다.


‘다른 방법을 썼어야 했나?’


아무래도 이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



갑자기 변경된 시험에 예산 및 기타 서류를 준비하는 것은 교수들이 해야 했다. 모든 교수가 총동원되어서 서류를 급하게 막고 있는 상황에 이번 시험 채점까지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 시험은 부득이하게 교수들의 인력 부족으로 학생회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점수를 기록하는 것에.


허공에 둥실둥실 떠 있는 사람들은 천천히 기숙사마다 점수를 기록해 가기 시작했다.


“S 기숙사 전원 탈출 완료.”

“벌써? 역시 S답다.”

“이번에도 거기면 별로 재미없는데. 다른 기숙사는 멀었어?”

“A는 곧 끝날 것 같은데.. 두명이 문제란 말이야. 이놈들 여기가 아니라 S로 가야 할 것 같은데.”

“아니 잠깐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B기숙사 부상자 발생! 빨리 치료대 불러!”

“야! 거기가 아니잖아!”


수십 명의 학생들이 기숙사를 두고 이곳저곳에서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훌륭하게 돌아가는 개판을 보던 학생회 회장이 아련한 듯 허공을 보며 말했다.


“이번에도 바쁠 것 같단 말이야...”

“선배 깝치지마요.”

“물러서거라 악아. 물러서거라 악아!”

“말이 씨가 되면 선배 씨처럼 분해해 버릴 거예요.”


학생회의 임원들이 각자 살기 어린 말을 학생회 회장에서 말했다. 회장은 이 상황을 웃프게 지켜보았다.


분명 이들은 훌륭한 성적으로 입학했고, 아주 우수한 인성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아카데미 학생회는 사실상 노예ㅎ.. 아니, 골칫덩이라 처리반.. 아니, 쓰잘대기 없는.. 아니, 무어 튼. 잘 숨겨진 그런 부분을 알게 된 후로 저런 인성을 지니게 되었다.


아니, 저런 인성이 없으면 이 학생회에서 버티지 못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회장은 그들을 보며 말했다.


“이번 신입생들을 학장님과 교장선생님께서 기대한다는데.”

“휴학 신청이 오늘까지죠?”

“저 썼어요.”

“빨리 처리해주세요.”


냅다 품속에서 종이를 건네는 그들을 보며 학생회 회장은 말했다.


“어제까지였단다.”

“시간 되돌리기의 마법. 그런 거 그런 거 없어?”

“있으면 여기 오기 전에 했겠지!”“빌어먹을.”


그래. 그래. 학생회 회장은 서로 멱살 잡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기쁘게 웃었다.


“훌륭하게 학생회의 일원이 되었구나.”


학생회에서 살아남기 제1원칙.


일단 미친놈들이 보이면 멱살부터 잡고 주먹부터 날려서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어라. 그것이 회장이 이 빌어먹을 학생회를 하면서 얻은 깨달음이었다.


“회장님! A기숙사 미쳤다니깐요?”

“아니. 치료대 언제와. 회장님! 신입생 죽을 것 같은데요?”

“죽으면 묻어야 해. 괜히 일 커지면 우리가...”


그 말에 학생회 회장이 소리쳤다.


“어딜 묻어! 이 새끼야! 긴급 치료대 어디갔어! 당장 연락해!”

“예!”

“아니 저거 왜 저딴 식으로 살지?”

“죽고 싶은거보지.”

“카이라 교수님은 왜 저딴 술식을 만들어서어어어!”

“학장님이 이번에 다들 너무 쉽게 풀면 교수님에게 일을 2배로 주기로 했데.”

“아. 그건 인정.”


뭘 인정하는데..

니들이 뭘 하는데...


학생회 회장은 어쩐지 꽤나 힘든 1년이 되리라 생각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 3학년 애들 임무 끝나고 복귀 많이 하는 것 같던데.”

“뭐? 야. 나 여기 찔러줘. 그냥 드러눕게.”

“5학년도 온다고 하던데.”


마지막의 말에 학생회 회장은 자신의 옆구리를 가리켰다.


“나도 찔러주라.”


미쳐있는 아카데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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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아카데미에 입학하자(5) 24.09.09 13 0 12쪽
15 아카데미에 입학하자(4) 24.09.06 16 0 11쪽
14 아카데미에 입학하자(3) 24.09.05 18 0 12쪽
13 아카데미에 입학하자(2) 24.09.04 17 0 11쪽
12 아카데미에 입학하자(1) 24.09.03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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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노예경매(2) 24.08.27 18 0 12쪽
6 노예경매(1) 24.08.26 18 0 12쪽
5 납치를 당한다(2) 24.08.23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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