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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渗
그림/삽화
서서히渗
작품등록일 :
2024.08.2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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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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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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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03. 소란의 비밀

DUMMY

바닥에 떨어진 찻잔에 차가 새어 나왔는데 차의 물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도 본적이 없어도 그게 독 연기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소란은 숨도 쉬지 못할정도로 얼어있다가 연 왕비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오상궁 소왕야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게”


“예 마마. 소왕야. 당과 가 있는데 저와 주방에 가실래요?”


“당과? 좋아 얼른 가자”



오상궁이 소왕야를 데리고 나간 뒤 소란은 덜덜 떨리는 손을 꽉 맞잡으며 연 왕 부부를 보았다. 뭐라고 질문해야 할지 그녀는 이미 머리가 하얗게 되어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공포로 가득한 눈빛으로 연 왕 부부가 먼저 뭐라 말을 하기만 기다렸다. 그런 그녀의 눈빛을 알아채고 연 왕비가 말했다.


“저 차는 누가 마시려 한거냐?”


“제가······제가 마시는 겁니다.”


“감히 왕부내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혹시 이상한 일은 없었느냐?”



소란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 무조건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잘 생각해보거라. 몇 일전이 아니어도 된다. 특이한 무언가를 봤거나 받은 적 없느냐?”


온몸이 얼음을 삼킨 것처럼 덜덜 떨리고 두려웠지만 소란은 왕비의 봤냐는 질문에 문득 기억이 떠올라 입술을 움직였다.


“저.저기···.종이!! 어머님이 보내 주신 새 옷에 글자가 써져 있는 종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보내주신거 맞죠?”


소란의 말에 연 왕비가 더 놀란 표정으로 소란을 보았다.


“아니 난 종이 같은 거 보낸 적이 없다. 그거 어디 있느냐?”



사태를 바로 파악한 연 왕비의 말에 사시나무 떨 듯 떨리는 몸으로 소란은 힘겹게 움직여 3일 전에 입었던 옷을 찾아 가지고 왔다. 잠들기 전에는 아침에 물어봐야지 생각하고 일어나자마자 말을 탈 생각에 잊어버려서 어쩌다 보니 숨겨놓게된 옷 소매에서 종이를 찾아 꺼내어 왕야에게 보였다. 그 종이에 씌여진 글귀를 본 두 사람의 얼굴이 굳은 것을 본 소란은 불안해 하면서도 물었다. 자신의 목숨과 관계된 일이라 알고 싶었다.


“뭐라고 썼습니까?”


“죽고 싶지 않으면 왕부를 떠나라는 내용이다”



확연히 보일 정도로 소란이 온 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왕비가 소란의 손을 꽉 잡아주며 말했다.


“혹시 너에게 이런 짓을 할 사람 있느냐?”


왕비의 질문에 소란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바닥으로 뿌려졌다. 하녀 주제에 소 왕비로 행복하게 지내서 떠나라고 하는가 싶었다. 너 한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왕부를 나가기 싫었다. 소왕야의 곁을 떠나기 싫어서 였다. 허나 자신이 떠나지 않으면······..


“제가···제가 떠나지 않으면 소왕야도···위험해질까요?”


소란의 질문에 왕야 부부의 시선이 마주쳤다. 처음 겪는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라 무서워 떨면서도 소왕야의 신변을 먼저 걱정할 줄은 생각 못했던 것이다.


“그건······”


연 왕비가 뭐라고 말을 하려 던 순간 문이 활짝 열리며 양손에 당과를 든 소왕야가 들어왔다.


“부인!!”


소란의 앞에 선 소왕야는 소란이 울고 있는 것을 보고 제 손에 들린 당과를 보더니 한 개를 불쑥 내밀었다.


“먹어. 그리고 울지마”


“흐흑!!”


혼인 첫날 기능위가 했던 행동을 똑같이 하자 소란은 크게 울음을 터트리며 당과를 집었다. 그리고 한입 깨물어 먹었다. 고소하고 달디단 맛이 입안에 확 퍼졌다. 소란은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눈물 범벅인 얼굴로 웃었다.


“맛있어요!!”



착각이었을까. 한순간 소왕야가 넋이 나간 듯 소란을 보았다. 그러나 곧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응 당과는 맛있어”


“너한테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게하마. 그리고 이런 일을 한 자는 기필코 찾아낼 테니 안심하거라.”



기능위와 소란을 바라보다 나온 연왕야의 말에 소란은 급히 눈물을 닦았다.



“감사합니다. 부왕”


“당분간 밖에 나가지 말고 왕부에만 있거라.”


“예. 모비”



연 왕은 소왕야의 처소 문을 나가자 마자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말했다.


“하녀들 입단속 시키고 주방에서 일하는 자들 전부 조사해라.”


“예 왕야”


집사가 급히 자리를 뜨자 왕야는 오상궁을 봤다.


“소왕비 은령대는?”


“3일정도 더 걸릴 듯 합니다.”


“소왕야의 처소에 호위 무사를 배로 늘려라”


“예. 왕야”


연왕은 명령을 다 내린 뒤 무섭게 굳은 얼굴로 왕비와 같이 처소로 향했다.

그리고 처소에 도착하자마자 왕비가 하녀들과 하인들을 다 내보냈다.


“국경지대에 제가 직접 가볼까요?”


저승에서 올라온 야차처럼 무섭게 굳어있던 연왕이 왕비의 말에도 대답없이 한참을 서 있기만 했다. 그의 등을 바라보며 그것이 연왕이 스스로를 다스리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안 왕비는 입을 닫았다. 사실 그녀도 속이 말이 아니긴 했다. 지금 당장 검을 들고 황궁으로 쳐들어가 이 모든일의 원흉을 베고 싶었다. 그래서 아들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왕비라는 지위가 그녀가 함부로 움직이는 것을 막고 있었다. 호흡을 몇번 하더니 침착함을 되찾은 연왕은 몸을 돌려 왕비를 봤다.


“왕비”


“예”


“위아와 며느리를 황실 별장으로 잠시 보냅시다.”


순간 왕비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요. 준비할께요.”


“국경지대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우선 보류합시다. 위아를 위협하는 자가 누군지 안 이상 위아와 며느리를 보호하는게 우선이오”



“알았어요”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눈 연왕 부부는 서로를 향해 신뢰어린 미소를 보였다.


왕부는 왕부였다.

소란은 왕부가 일을 처리하는 것에 있어 이것이 왕부의 격이구나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데 왕부는 조용했다. 소란이 대단하다고 느낀 것은 하녀나 하인들이 며칠 아무일 없이 사라졌다가 나타났는데 그때 모든 조사가 끝난 것이다. 그리고 소왕야와 놀 때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는데 나중에 오상궁에게서 평범한 소란에게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인기척을 내라는 왕야의 명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그녀는 또 한번 놀랐다. 그 전까지는 한번도 느낀 적이 없었는데 비밀 무사의 인기척이 왕부 곳곳에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런 곳에서 움직인 첩자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잠깐 했지만 그건 곧 기우였다는 것이 소란의 독살 시도가 있은지 5일만에 밝혀졌다.


“종이를 넣은 자를 찾았다.”


왕야 부부와 저녁을 먹는 시간에 왕야가 갑자기 꺼낸 말에 소란은 소왕야를 힐끔 보았다. 그가 말을 알아듣고 놀랄까 봐서 였다. 다행히 기능위는 먹는 데에 정신이 팔려 세 사람의 대화에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누구에요?”


“침구방의 외침모다.”


“외···.침모요?”


“왕야께서 유랑민들중에 바느질 솜씨가 좋은 사람이 있으면 먹고 살라고 바느질을 맡기라고 해서 대여섯 명 정도에게 일을 맡기고 있다. 그중 자수 솜씨가 탁월하게 뛰어난 참모가 있었는데 고향에서 돌아오자마자 네 옷의 자수를 맡겼더니 그런 짓을 했구나”


“그분은···.왜 저를??”


“침모는 형부에 넘겼다. 혼자 서는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어 명령을 내린 자를 찾기 위해 외부에서 드나드는 자 들을 형부가 조사할 것이다. 그래서 왕부가 어수선해 질 것 같으니 황실 별장에 잠시 가있거라. 위아와 같이”


“몇일동안 있으면 되나요?”


“그냥 놀러 갔다 생각하고 쉬다 오거라. 몇일 정도···..그리고 오상궁이 같이 갈거다.”


“예 부왕”


“무슨 일이 생기거든 오상궁에게 말하거라.”



그날 저녁 연왕의 말을 듣고 나서 밤 사이 별장으로 가기 위한 준비가 끝났다. 너무나도 빠른 처리에 놀랄 시간도 없이 다음날 아침 소란은 일어나자마자 소왕야와 같이 마차에 올랐다.


“갔다 올게. 잘있어”


하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 소왕야는 다른 곳으로 간다는 사실에 들떴는지 마차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며 노래까지 불렀다. 그 모습에 소란은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도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때 마차 창문 너머로 엎드려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왕부 앞에 쭉 늘어서 있던 상가의 주인들과 일하는 자들 그리고 상가에 물건을 사러왔던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들의 힐끔거리는 시선은 어린아이처럼 소리 지르는 소왕야가 타고 있는 마차를 향해 있었다. 흉측한 소문을 달고 다니는 소왕야를 꺼림칙해 하는 시선이었다. 자신도 시집오기 전에는 마차 밖에 있는 저들의 시선과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 소란은 소왕야를 불렀다.


“소왕야.”


“응”


“소왕야가 제일 좋아요. 제일 소중해요”


기능위의 검은 눈동자가 소란의 눈과 마주쳤다. 순간 소란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잊어버렸다. 또 다시 심장이 튀어 나올 것 처럼 두근거려 소란은 시선을 피해 마차의 창문을 보며 더듬거리듯 말했다.


“제가 매일 그···그러니까 놀아줄께요.”


“알았어. 이거 끼고나서.”


기능위의 대답에 소란은 기능위를 보았다. 어느새 그는 두 개의 고리를 끼우는 것에 몰두하고 있었다. 말을 타는 법을 가르쳐 준 소왕야를 위해 소란이 집사에게 부탁해서 만든 새로운 놀이기구였다. 기능위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끼웠다”


“어? 진짜다. 우와 소왕야 한시진 도 안돼서 끼웠어요! 대단해요”


소란은 진짜 놀라서 소왕야를 보았다.



“우리 고향에서는 이틀이 제일 빠른 시간이었는데······”


“그래? 나 똑똑하지?”


“맞아요. 소왕야는 똑똑해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속은 창피해 죽을 지경이었지만 소왕야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말하길 잘했다고 소란은 생각했다.


****


마차는 드디어 불편한 시선으로 가득한 도성을 벗어나 산길로 들어섰는지 약간씩 덜컹 거리기 시작했다. 때에 맞춰 마부가 조용히 말했다.


“소왕비 마마 산길로 들어섰습니다. 마차가 약간 움직일 테니 소왕야께서 다치지 않게 해주십시오”



“알았네. 걱정 말고 조심히 마차를 몰게나”



마부의 경고에 소란은 놀게 없어져서 심심한지 좁은 마차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기능위의 손을 꼬옥 잡았다.



“소왕야 우리 맞추기 놀이 할래요?”


“그게 뭔데?”



소왕야가 자리에 똑바로 앉자 소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손바닥에 동물을 그리고 어떤 동물인지 맞추는 거에요“


“할래”



둘은 서로의 손바닥에 동물을 그렸다.


“개구리”


“토끼”


“새”


“귀뚜라미?”


“틀렸어요”


기능위가 틀리자 심술이 난 듯 내민 손바닥을 흔들었다.


“다시 그려봐. 다시”


소란은 자신보다 더 큰 기능위의 손바닥 위에 다시 그렸다. 한껏 모아진 기능위의 눈썹이 매우 진지했다.


“몸이 길어요. 녹색이고요”


“알았다. 메뚜기다!”


“맞았어요”


기능위가 맞추자 소란도 기뻐하며 잡고 있던 기능위의 손을 놓았다. 그때였다. 말의 울부짖는 소리와 동시에 마차가 심하게 요동쳤다.


“꺄아악!”


소란은 기능위의 손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기에 약간 불안정한 자세로 있었고 이에 마차가 흔들리자 발이 마차 바닥에서 붕 떠오르며 소란은 자신의 몸이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지는 것을 느꼈다. 아프겠다 라고 생각한 순간 커다란 손이 그녀의 등을 안아 위로 끌어당겼다. 곧바로 소란은 기능위의 품에 안겼다.


‘히히히힝’


“마차를 보호하라”


‘퍼퍼퍼퍽!’



기능위의 품에 안긴 채 소란은 마차 밖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숨을 크게 들이켰다.


“부인!”


그때 기능위가 자신을 부르자 소란은 급히 기능위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기능위의 입을 막은 손이 덜덜 떨렸다.


“쉿! 왕야···..저들이 찾아내면 지는 거예요”


“저들? 아무도 없···읍”



기능위가 자신의 입을 막은 손을 떼고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으나 소란은 듣지 못하는 듯 다급히 기능위의 입을 다시 막은 채 자신의 몸으로 기능위의 몸을 마차의 문으로부터 가렸다. 마차의 문이 열려 누군가 공격하면 자신이 방패가 되기 위해서 였다.


‘으악!!‘


‘퍽! 퍼벅!’


‘쳐라!’


‘마차를 호위하라!!’


비명 소리가 난무하고 마차에 화살이 꽂히는 소리가 들리자 무서움에 소란은 눈을 꼬옥 감았다. 그런 소란의 모습은 식은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있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기능위의 입을 막았던 손도 내려가 덜덜 떨리며 기능위의 팔을 꽉 잡았다. 그로 인해 기능위는 팔에서 통증을 느껴 눈살을 살짝 찌푸렸으나 심상치 않은 소란의 모습에 그녀를 다급히 불렀다.


“부인! 부인!”


“제발 조용해 마차 문이 열리면···.”



극한의 공포가 머리를 잠식했다. 소란의 머릿속으로 어떤 광경이 불쑥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어린 소란은 마차 안에서 여인의 손을 꼬옥 잡고 있었다. 마차의 작은 창문 밖에는 아버지와 오빠가 말을 탄 채 보호하듯 옆에서 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커다란 화살이 오빠의 목을 꿰뚫었다. 비명 소리가 난무하고 소란은 누군가의 품에 꽉 안겼다. 소란은 알 수 있었다. 공격해온다. 자신을 감싼 자는 죽을 것이다. 도망쳐야 한다. 마차 안에 있으면 위험하기에 품을 벗어나기 위해 소란은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자신의 몸을 안은 자는 더욱더 힘을 주어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죽을거다. 수많은 화살에 맞아 죽을거다. 소란은 알고 있기에 자신의 몸을 안은 그녀를 소리쳐 불렀다.


“엄마!!”


기절한 소란의 몸을 있는 힘껏 안고 있던 자는 기능위였다. 기능위는 복잡한 눈빛으로 소란을 보다 몸부림 치느라 땀에 젖어 얼굴에 붙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러운 손길로 떼어주었다.


“내 어린 부인이 심상치 않은 비밀을 가지고 있었네······.”


성인 남자의 부드러운 눈빛으로 기절한 소란을 바라보던 기능위의 눈빛이 한순간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처럼 변했다. 그때 마차 문이 열리고 오상궁이 들어서자 기능위는 놀란 것처럼 크게 소리쳤다.


“오상궁. 부인이 죽었다”


오상궁은 급히 마차 안으로 들어와 소란의 코에 다가 손을 댔다. 숨 쉬는 게 느껴지자 오상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순간 소왕야의 말을 받아들였을 정도로 마차 밖에까지 들렸던 소란의 비명 소리가 심상치 않기는 했기 떄문이었다. 오상궁은 기절하다 라는 의미를 아직 모를 거라 생각해 간단하게 소왕야가 알아들을 쉬운 말로 해주었다.


“소왕야 죽은 게 아닙니다. 자는 거에요.”


“자? 그럼 나도 잘래”


“예. 다 끝났으니 푹 주무세요”


“응.”


기능위는 소란의 손을 잡더니 마차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던 오상궁은 소왕야의 수면을 방해할까 봐 마차 밖으로 나왔다. 마차 밖에는 병사들이 서 있었는데 기습한 도적도, 도적과 싸운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호위를 담당하는 무사, 장언이 오상궁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다치셨습니까?”


“괜찮네. 바퀴에 걸린 돌을 치웠으면 어서 출발하지”


“오상궁 비명 소리가 들렸는데요”


“걱정말게나.”


오상궁의 단호한 목소리에 무사는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어 고개를 숙였다.


“마부는 왕부로 돌아가면 그때 벌을 주겠습니다.”


“그냥 두게. 녹봉이나 감하고 장 무사는 수하들 입 단속 하게. 마부가 돌을 못 보고 마차를 흔들리게 한 건 잘못했으나 그일로 소 왕비께서 비명을 지른 것을 아랫것들이 알게 되면 입방아에 오를 테니..”


“알겠습니다. 상궁께서도 마차에 오르시지요. 출발하겠습니다.”


소왕야 부부가 탄 마차를 따르고 있는 조금 더 작은 마차에 오상궁이 오르자 마차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나아갔다.


***


소란은 눈을 뜬 순간 여기가 어디인지 생각했다.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마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는데 왜 이곳에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오른쪽이 불편해 움직이다가 자신의 오른손이 따뜻한 누군가 의 손에 잡혀 있다는 걸 알았다. 첫날 기절한 뒤 자신이 필사적으로 손을 잡았다며 그 이후 잠들 때마다 잡았던 습관적으로 익숙해진 손이었다.

그때 창문 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해의 붉은 빛이 침대를 비추었다. 소왕야 거처에 있는 침대보다 더 크고 화려했다. 침대 휘장에 달려 있는 보석들이 빛에 비쳐 반짝였다. 멍하니 보석들을 바라보는 동안 해는 완전히 떠서 침실이 있는 방을 햇빛으로 가득 채웠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햇빛 속에서 소왕야가 편안하게 자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오늘도 눈 뜨자마자 소왕야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그때 기능위가 눈을 살짝 떴다.


“괜찮나?”


낮고도 깊은 울림이 있는 저음의 목소리였다. 원래 그 음성이 본인의 것인 듯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목소리는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 소란은 소왕야를 빤히 보았다. 소왕야의 눈이 잠에 들깬 듯 흐릿해져 있었다. 그 눈빛이 점점 또렷하게 변한 순간 소왕야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소리쳤다.


“오상궁!!! 부인깼다. 오상궁!!!”


소왕야는 소란의 몸을 타 넘어 밖으로 뛰어가며 계속 오상궁을 불렀다. 그리고 소란은 깨어나자마자 들었던 소왕야의 남자 다운 목소리를 어디서 들은 건지 쿵쾅거리는 심장을 다잡으며 생각하느라 오상궁이 들어올 때까지 멍하니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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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야황 24.09.13 19 0 15쪽
14 14. 녹검대 부활과 합방 24.09.12 16 0 17쪽
13 13. 밟힌 꼬리 24.09.11 15 0 16쪽
12 12. 흑객들 24.09.10 14 0 12쪽
11 11. 연리지처럼 24.09.09 16 0 20쪽
10 10 그들이 해야만 하는 이유(2) 24.09.06 19 0 12쪽
9 09 그들이 해야만 하는 이유(1) 24.09.05 17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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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6 오해 24.09.02 18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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