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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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渗
그림/삽화
서서히渗
작품등록일 :
2024.08.21 23:53
최근연재일 :
202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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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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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04. 꿈을 지키기 위해

DUMMY

아침에 소왕야에 의해 억지로 깨워져 뛰어온 오상궁으로부터 이곳이 황궁에서 지은 별궁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마부가 실수로 돌을 못 보고 지나쳐 마차가 흔들렸다는 말도 함께. 의원을 부르겠다는 오상궁을 말리고 아침을 먹은 뒤 소란은 일부러 소왕야에게 손바닥에 동물을 그려 맞추는 놀이를 하자고 했다.


“소왕야! 마차에서 나 이상한 행동했어요?”


“응? 몰라. 오리!”



소란이 자신의 손바닥을 내보였다.



“머릿속에서 떠올랐어요. 화살이 오빠를 죽이고 아빠를 죽이고 마차 안에 같이 있던 엄마도 죽였어요. 참새”


기능위가 잠시 멈칫했으나 소란은 눈치채지 못했다.



“아무도 안 죽었어. 아닌데? 참새? 틀렸다.”


소란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말했다.


“아······앵무새”


“맞아.”


소란이 힐끔 소왕야를 보았다. 소란이 그리는 그림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손바닥에 집중하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마차에서 나 누가 옮겼어요?”


“내가 옮겼어.”


“안 무거웠어요?”


“무거웠어”


“죄송해요”


소란의 기죽은 사과에 기능위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오상궁이 사람은 원래 무거운 거랬어. 그리고 부인은 나만 업는 거랬어. 다른 거 하자. 재미없어”


“뭐할까요?”


“음···.밖에 못나가지?”


“예”


“그럼······..숨박꼭질”



별궁 안에서 숨고 찾으면 되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한 소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는 절대 나가기 없기에요?”


“알았어. 부인이 열까지 세”



기능위는 그렇게 말하고 벌떡 일어나 뛰어 나갔다. 밖에서 기능위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나 숨바꼭질 할거야. 나보면 꼭 모른다고 해야해!!”


“예 소왕야”


“나 못본거다.”


“예 못 봤습니다”


소왕야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며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이에 소란은 숫자를 세다가 크게 웃었다. 한참을 웃은 뒤 소란은 일부러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숫자를 셌다.


***


늦은 밤까지 서재에서 책을 읽던 연왕은 집사가 서재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보고 있던 책을 든 채로 시선만 들어 집사를 보았다. 그 시선의 의미를 알아챈 집사는 바로 본론을 말했다.



“왕야 심씨 일가가 완전히 사라졌답니다.”



연 왕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 되었다.



“사라져? 도망치거나 한 게 아니라 사라졌다고? 알아보라고 시킨게 3일 전이었는데?? 그 사이에?”


“예. 세운각에서 그리 말했습니다.”



연 왕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었다.



“소왕야는 별장에서 무슨일 없었느냐?”


“예. 잘 도착했다는 오상궁의 기별을 받은뒤로 별다른 연락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소왕비 마..마에 대해 조사한 겁니다.”


“알았다 나가봐라”



집사가 서재를 나간 뒤 연 왕은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집사가 두고간 정보가 담긴 종이를 바라만 봤다.



“도를 넘어서는군 태후”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린 연왕은 종이를 봉투에서 꺼내 봤다. 그리고 연 왕의 좁혀 진 미간은 다음날 오후까지 내내 펴질 줄 몰랐다.


***



초목은 듣도보도 못한 것들로 심어져 정갈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그 사이사이 그림같이 지어진 집들과 정자는 자신이 별장이 아니라 천상의 궁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연 왕부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던 소란은 생각보다 더 크고 화려한 별장의 모습에 3일째 되는 오늘도 숨박꼭질을 하며 기능위를 찾다가 풍경에 빠져 넋이 나가 버렸다. 그러다가 소란의 눈을 끄는 꽃이 보여 소란은 한참 그 꽃을 보았다. 동그란 원형에 검은색의 씨앗 같은 것들이 있고 주위에 노란색의 작은꽃잎들이 붙어 있는 처음 보는 꽃이었다.


“이꽃은 뭐지?”


“해바라기”


“엄마야!!”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 말에 옆에서 이름이 들려오자 소란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소왕야!”


“한참 기다렸는데 찾으러 오지 않아서 왔어. 이거 먹는거다”


기능위는 꽃 가운데에 동그란 부분에 박혀 있는 검은 색의 씨앗처럼 생긴 것을 꺼내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또 한 개를 꺼내어 소란에게 내밀었다.


“먹어봐 고소해”


소란은 아기 새가 모이 먹듯이 기능위의 손가락을 입에 덥석 물어 해바라기 씨를 가져갔다. 순간 기능위의 몸이 완전히 굳고 그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으나 소란은 눈치채지 못했다.


“우와 진짜 고소해요”


“음흠 맛있지?”


“응 맛있어요”


“창랑국에서 자라는 꽃이야.”



기능위의 말에 해바라기 씨를 먹던 소란이 고개를 갸웃했다.



“창랑국에서 가져온 거에요? 왜요?”


“이곳에 20년 전에 창랑국 세자가 살았거든.”


“혹시 여기 피어 있는 꽃이 전부······”


”아니야. 한 제국의 꽃도 많아“


“전 전부 처음 보는 꽃인데요···..”



기가 죽어 작게 말하는 소란의 손을 기능위가 잡았다.


“부인 꽃구경 하자”


“예”


소란이 활짝 웃자 기능위는 소란의 이마를 톡하고 쳤다.


“어?”


“못 찾았잖아. 벌칙이다.”


“벌칙 있다는 말은 안했잖아요”



기능위가 혀를 메롱 내민 뒤 말했다.


“내 맘이야.”


기능위가 소란의 손을 잡아 끌며 앞서 걸어갔다. 소란은 못이기는 척 끌려갔다. 다 큰 성인이라면 조용히 꽃만 구경하고 끝나겠지만 꽃구경에서 시작한 두 사람은 어느새 기능위가 나무를 타고 열매를 따는 것으로 변화되어 있었다.


“소왕야 제발 조심하세요”


아슬아슬하게 기능위가 손을 뻗어 과일을 땄다.


“부인아! 이거봐라”


“예 얼른 내려오세요. 들키면 혼나요”


“응 알았어”


나무에서 내려오던 기능위는 멀리 서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는 한 여인을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높은 나무에서 그냥 뚝 떨어졌다.



“소왕야!”



놀란 소란이 비명처럼 소왕야를 불렀으나 기능위는 가볍게 땅 위에 착지 한 뒤 바람처럼 다가와 소란의 입을 막으며 빠르게 말했다.



“조용해 부인. 도망가야해. 가장 무서운 분이 오고있어”


“예? 그게 무슨 아니 소왕야 괜찮으세요?”



소란을 잡아끌며 기능위는 대답했다.



“응. 난 괜찮아. 얼른 가야해. 안 그럼 혼나”


그러나 소란과 기능위는 몇 발자국 가지도 못하고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멈춰야 했다.


“소왕야 멈추세요”


듣는 목소리 만으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기운에 의해 눌려지는 것 같은 음성이었다. 소란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개수는 많지 않았으나 금으로 만든 비녀로만 머리 장식을 한 목소리 만큼 범상치 않아 보이는 40대 여인이 스무 발자국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기능위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는 호위로 보이는 남자 두 명과 여섯 명의 시녀로 보이는 여자들이 기립해 있는 데다 소왕야가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면···..


“설마 방금 말한 무서운 사람이 본 궁을 말하는 건 아니지요?”


“헤헤 오랜만입니다. 태후마마. 무서운 분 맞잖아요. 맨날 혼만 내고······”


태후의 앞에서 거침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기능위를 보고 소란은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놀랐다. 허나 오히려 태후는 웃었다.



“그럼 그 무서운 분과 같이 차나 마시자꾸나”


“차 마시는 건 재미없는데···.”



기능위의 불평은 아주 가볍게 무시하며 태후는 얼어붙은 채로 서 있는 소란을 발견하고 말했다.



“소왕야의 처소로 가게 앞장서거라”


“예? 예 태···태후마마”



어설픈 소란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태후는 한마디 했다.



“도대체 뭐하는 아이길래···.연왕은 어찌 너 같은 아이를 위아에게 붙였느냐?”


“태후 마마 내 부인이에요”



태후는 깜짝 놀라 소왕야를 보았다.


“누구라고?”


“세 번째 부인이요. 제일 좋아요. 나하고 많이 많이 놀아줘요.”



기능위는 기쁘다는 듯이 말했으나 소란은 기능위의 말을 듣자마자 소란을 바라보는 태후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 눈빛에 서리가 머리에 서부터 발끝까지 내리는 듯한 차가움에 가까스로 서 있는 것 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네가······그 아이구나. 어찌 되었건 안내하거라. 처소로 가야 하니”


“예.”


소란은 뭣도 모르고 태후의 앞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저런······.”



“부인아! 태후 마마 앞에서 걸으면 안돼. 옆으로 와”



태후와 태후의 시녀들이 소란의 태도에 당황할 때 기능위가 뛰어가 소란을 붙잡았다.

소란은 멈춰서 아직도 상황을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기능위를 보고 태후일행을 보았다.

그리고 태후 주변의 사람들이 당황하거나 놀란 표정인 것을 보고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더 당황해 얼굴이 백지처럼 하얗게 변해갔다. 기능위가 소란을 억지로 끌고 태후에게서 한걸음 떨어진 거리에 서 있게 했다. 그제서야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눈치챈 소란은 떨리는 목소리로 온 힘을 쥐어짜 말했다.


“죄···죄송합니다.”


“부인, 송구합니다. 마마 라고 해야해.”


기능위가 황궁 예법을 알려주자 소란은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뜨고 바로 따라했다.


“송구합니다. 마마”



태후는 그런 소란은 관심도 없는 듯 쳐다보지도 않고 소왕야만 보며 말했다.



“네가 이렇게 부인을 챙기는 모습은 처음 보는 구나”


“되게 재미있어요!! 잘 놀아줘요! 뭐든지 잘만들어요. 연도 만들고요. 떡도 되게 맛있어요. 그리고···..그리고”



신나서 떠드는 기능위를 보며 태후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알았다. 가만히 놔두면 끝없이 떠들겠구나. 머무는 곳이 어디냐?”


태후의 질문에 기능위는 사방을 둘러보며 방향을 생각하는가 싶더니 소란을 보았다.


“부인 우리 방이 어디에 있지?”


“어···.그게······저쪽인 것 같은데요 소왕야”



3일동아 지내며 익숙해졌다고 꽃구경 하느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걸은 게 실수였다. 어쨌든 별장안이겠거니 마음을 놓아 버린 것이다. 소란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푹숙였다. 그런 소란의 마음도 모른 채 기능위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저쪽이래요 태후마마 헤헤 아직 방향은 안배웠어요.”



웃으며 소란의 말을 따라하는 기능위를 보며 태후는 안쓰러운 눈빛이 되었다.


“수만명의 병사를 지휘했던 녀석이 방향을 다시 배워야 하니······너희 두 사람을 구해 줄 이가 저기 오는구나. 같이가자.”



태후의 말에 고개를 드니 왕부에서 같이 온 하녀들과 하인들을 데리고 뛰다시피 걸어오는 오상궁이 보였다. 오상궁은 도착하자마자 바닥에 엎드리며 말했다.


“오신줄 모르고 배웅을 못하였나이다. 용서하옵소서. 태후마마를 뵈옵니다.”


“일어나라. 나도 소왕야가 와있는줄 모르고 몰래 왔으니 개의치 말거라. 그나저나 너희 상전 부부가 머무는 방의 위치를 모르던데 오상궁이 대신 안내해야겠다”



오상궁은 바로 태후의 옆이긴 하나 기능위와 소란이 서 있는 곳 반대편에 서더니 팔만 앞으로 뻗으며 말했다.


“모시겠나이다. 이쪽으로”


오상궁의 손의 끝은 오른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부인 저렇게 해야해”


“알겠어요.”


“나도 예전엔 저렇게 했다는 데 지금은 못하겠어. 기억이 안나. 헤헤”


태후의 옆에서 떠드는 두 사람의 소리에 오상궁은 난감한 표정으로 둘에게 눈짓을 주었으나 기능위와 소란 둘다 눈치채지 못했다.


“황실 제일의 기재가 저리되다니. 한 제국의 크나큰 손실이구나”


“소왕야 개인적인 대화는 나중에 하시지요”


태후가 간접적으로 경고를 하고 오상궁이 직접 제재를 가하자 기능위는 풀 죽은 얼굴로 입술을 삐죽 이 내밀었다. 소란은 항상 밝게 웃던 기능위가 기죽은 모습은 처음이라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태후의 뒤에 서있는 시종들이 기능위를 힐끗거리며 비웃는 것이 보였다. 순간 소란은 눈물이 날 것 같아 눈에 힘을 줘야 했다. 무시는 그녀가 가장 잘 알았다. 헌데 자신보다 높은 감히 쳐다 볼 수도 없는 신분의 기능위가 무시 당하자 자신이 당한것마냥 가슴이 아파와 소란은 기능위의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기능위가 고개를 들어 소란을 보았고 둘의 눈이 마주쳤다. 소란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껏 구경한 꽃처럼 화사하게 웃었다. 그 미소를 본 기능위의 눈이 시간이 멈춘 듯 소란을 보았다. 그리고 소란이 잡고 있는 손을 옷소매 안으로 잡아끌어 자신이 힘을 주어 꽉 잡았다. 어린아이 같지 않은 비밀스러운 행동에 소란은 기능위를 곁눈질로 보았지만 기능위는 앞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도 혼란스러워 하는 소란의 시선의 의미를 짐작하고 있다는 듯이.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기능위와 소란이 머무는 처소에 도착한 태후는 자리에 앉아 오상궁이 건네주는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탁자에 내려놓으며 불쑥 물었다.


“심..소란입니다.”


태후가 소란을 힐끔 보았다.


“위아는 황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인재였다. 헌데 전쟁에 나가 싸우다가 머리를 다쳐 의식을 잃고 왕부에서 눈을 떴는데 아이처럼 행동하고 모든 것을 잊어서 다시 배워야 했지.”


“거봐요 또 혼내잖아요. 오상궁 나 나갈래”


“소왕야”


오상궁이 기겁하며 소왕야를 불렀다가 태후가 같이 나가라고 손짓하자 바로 허리를 숙인 뒤 기능위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간 뒤 태후는 소란을 향해 평소에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아주 자세히 캐물었다. 소란은 어떤 놀이를 했는지 세세하게 답했다. 그 대답을 다 듣고 태후는 기이하게도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감히 물을 수도 티를 낼수도 없어 소란은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어린아이 같다고 해도 이런 특이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감히 쳐다 도 볼 수 없는 사람이다. 부인으로서 조금의 소홀함도 없이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너 만은 부족함 없이 살게 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태후마마”


태후는 다시 말했다.


“머리는 총명하지 않은것 같구나. 내 말의 의미를 못 알아 들으니.”


“킥킥”


‘쿵’


태후의 뒤에 서 있던 하녀들이 비웃는 소리와 함께 소란은 자신이 또 실수했다는 생각에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맞잡은 양손에 저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


“너를 보낸 심가는 황실을 능멸하여 그 죗값을 치렀다. 허나 넌 위아가 좋아하니 어리석은 꿈은 꾸지 말라는 경고만 주었는데 네가 도망치지 않았으니 후사만 잇거라. 그러면 죽는 날까지 돈 걱정은 안하고 살게해주마.”



죗값을 치렀다는 말이 그냥 벌을 받았다는 정도는 아니라는 것쯤은 소란도 알았다. 게다가 태후가 말한 경고! 외침모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 그건 태후의 경고였던 것이다. 열려 진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노을의 붉은 빛이 피처럼 보였다. 순간 사시나무처럼 온몸이 떨려와 소란은 바닥에 엎드렸다. 온몸의 핏기가 사라진 것 같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소왕야’


마음속으로 소왕야를 부르면서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썼다. 소란이 벌벌 떨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할 말을 다 했는지 태후가 일어났다.



“내 처소로 가자.”


“사···.살펴···가십시오..태후마마”


“쯧!”


덜덜 떨리는 소란의 배웅 인사가 태후는 마땅치가 않은지 혀를 차며 소란의 앞을 지나 방 밖으로 나갔다. 태후와 수족 상궁들이 나간 뒤에도 소란은 그 자리에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가 알게 된 사실이 너무 무서워서 소왕야를 마음속으로 부르는 게 전부였다.


“소왕야······”


자신도 모르게 소왕야를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부르고 있는 소란의 뒤쪽으로 문이 활짝 열리며 조그마한 빛들이 한꺼번에 방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부인아. 반딧불이다.”



기능위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소란은 고개를 들었다가 조그마한 빛들이 소란의 주위를 맴돌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너무도 신기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소란은 방금전까지 느꼈던 두려움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고 반딧불만 눈으로 쫓았다.


“아름답지?”


“예”


소란의 바로 옆에서 기능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란은 열려 있는 창문 밖으로 다시 날아가는 반딧불 들을 보다가 그것들이 다 사라지고 나서야 어둠 속에서 기능위를 바라보았다. 기능위의 머리에 자잘한 나뭇가지며 나뭇잎들이 붙어 있는 게 보였다. 소란은 손을 뻗어 붙은 것들을 하나 씩 떼었다.


“머리에 뭐가 이렇게···..”


기능위가 변명처럼 말했다.


“반딧불 잡으면서 붙었나봐.”


“그렇게 힘들게 잡았는데 왜 날아가게 놔두셨어요?”



잘 보이지 않아 뒤꿈치를 올려 기능위의 머리에 붙은 나뭇가지 하나를 떼어내는데 집중하고 있던 소란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대가 슬퍼할 것 같아 보여주려고 잡은거거든”


그 목소리였다. 낮고 부드러운 편한 목소리. 약간 높고 웅얼거리는 어눌한 목소리와는 완전히 달랐다. 연왕부에 온 첫날 욕실에서 기절하기 전에, 말을 타고 달릴 때 들은 기억이 갑자기 기적처럼 생각났다. 그리고 혼란스러워 하는 소란의 허리를 커다랗고 따뜻한 손이 감싸 안는가 싶더니 소란의 몸이 기능위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아까 날 위로해 준 보답이네”


“어..어떻게···..소왕야···..”



벌 백 마리가 머릿속에서 윙윙 울려대는 것 같은 상황에 빠진 소란의 귓가로 소왕야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꿈이야. 어린아이 같은 소왕야가 진짜고 이건 꿈이어야해. 아무도 모르는 우리 둘만의 꿈. 알았지?”


소란이 계속 가만히 있자. 소왕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대답은?”


“예······”


대답을 들은 기능위는 소란의 수혈을 살짝 짚었다. 기절하듯 쓰러지는 소란의 몸을 안아 바닥에 눕히고 머리는 자신의 팔로 받친 뒤 기능위는 벽에 기대어 앉았다. 그리고 잠든 소란의 얼굴을 달빛처럼 은은하게 바라보았다. 질리지 않는 듯 한참을 바라보다 기능위는 중얼거렸다.


“꿈에서······깨어나고 싶어졌어. 어떻게 할까? 부인”


기능위의 입술이 소란의 이마에 살짝 닿았다. 어느새 어두웠던 방안이 환한 달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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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천생연분 24.09.16 15 0 13쪽
15 15. 야황 24.09.13 19 0 15쪽
14 14. 녹검대 부활과 합방 24.09.12 16 0 17쪽
13 13. 밟힌 꼬리 24.09.11 15 0 16쪽
12 12. 흑객들 24.09.10 14 0 12쪽
11 11. 연리지처럼 24.09.09 17 0 20쪽
10 10 그들이 해야만 하는 이유(2) 24.09.06 19 0 12쪽
9 09 그들이 해야만 하는 이유(1) 24.09.05 17 0 18쪽
8 08 소란이 알고있는 것 24.09.04 18 0 18쪽
7 07 소란의 과거 24.09.03 16 0 14쪽
6 06 오해 24.09.02 18 0 18쪽
5 05 변수 24.08.30 19 0 16쪽
» 04. 꿈을 지키기 위해 24.08.28 18 0 18쪽
3 03. 소란의 비밀 24.08.26 21 0 18쪽
2 02. 시작 되었다. 24.08.23 21 0 17쪽
1 01. 붉은 신부 복 24.08.21 32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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