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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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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渗
작품등록일 :
2024.08.2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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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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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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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09 그들이 해야만 하는 이유(1)

DUMMY

[툰카족 용병들 공격. 전원 사살. 소왕야와 관계없음. 녹검대 12조 조장 전부 도착. 은령대 열명 도착 당분간 미령 그들과 같이 소왕비 보호 ]


연 왕은 확인한 쪽지를 촛불에 태웠다. 탄 종이 조각 하나가 날려 연 왕의 옷 위로 떨어졌다. 그때 문이 열리며 집사가 들어왔다.


“전하 형부시랑이 뵙기를 청합니다”


종이 조각을 치우던 연 왕의 손짓이 멈추고 집사를 보았다.


“누구라고?”


“형부시랑 고림소 대인입니다. 전하”


“소왕비 일은 내가 처리하겠다 이미 말했는데?”


“소왕비 마마의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음·········모셔라”


의아해 하면서도 어쨌건 고위 관리를 마냥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 연 왕은 만남을 허락했다. 곧 소왕야 부부가 별장으로 가기 전에 만났던 형부시랑이 공손한 자세로 들어왔다.


“형부시랑 고림소가 전하를 알현합니다.”


“예를 거두게. 무슨 일로 왔는가?”


연 왕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고림소는 소매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연 왕에게 건냈다. 종이를 받아 펼쳐 본 연 왕은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림소를 보았다.


“이게···.뭔가?”


“저의 집 담벼락을 그린 겁니다.”


수수께끼 맞추기 놀이도 아니고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 고림소의 태도가 답답하여 연 왕은 종이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냥 속 시원히 다 말해주면 안되겠나? 이걸 왜 나한테 보여 주는지 짐작도 못하겠네”


연 왕의 말에 고림소가 아주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그림을 꺼냈던 반대 쪽 소매에서 꽤 두툼한 종이 묶음을 꺼냈다. 그걸 받아 펼친 연 왕이 놀라 고림소를 보았으나 그는 종이 묶음을 보라는 듯 그것을 손으로 가리켰다. 연 왕은 종이 묶음 맨 위에 있던 만냥짜리 전표 여러 장을 옆에 놓고 그 밑의 종이를 보았다가 엄청 놀라 손으로 그 종이를 가렸다.


“이걸···.이게 도대체···..왜 나에게 보여주는가?”


“2년 전부터 5품 이상의 관리의 집 재산을 훔치는 도둑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을 흑객이라고 부르는데 관부는 1년 전에야 그들의 존재를 알게됐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인물이라는 것과 남자라는 것만 알아냈을 뿐 무공 실력이 뛰어나 단 한 명도 잡지를 못했습니다.”



고림소의 말에 연 왕은 1년 전에 일어났던 기이하게 생각했던 한가지 일을 떠올렸다.


“1년 전에 전 형부 시랑 왕조연대인이 관모를 내려놓고 낙향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예.”


연 왕은 어떻게된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도둑이 훔친 재산이 그들이 정상적으로 모은 재산이 아니었군”


고림소가 주먹을 있는 힘껏 쥐었다. 분노 억울함 그 모든 것이 섞인 눈빛으로 고림소는 연 왕을 보았다.


“맞습니다. 뇌물이었습니다. 왕 대인께서는 그걸 그대로 폐하께 고했고 도둑맞은 자들이 합심해서 흑객을 왕 대인의 사사로운 무사로 만들어 버려 왕 대인을 낙향하게 만든겁니다.”


“그럼 이것들은 뭔가? 그들이 부정한 뇌물을 받았다는 이 증거들은?”


연 왕은 전표와 같이 있던 종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흑객이 한달 전에 제 집으로 몰래 들어와 이 증거를 줬습니다. 비리를 저지른 관리들이 주고받은 전표와 같이요. 그때 비가 와 신발 자국 일부가 남았고 저희 집 담벼락에 남아 그린 겁니다. ”


고림소의 말에 연 왕이 다시 한번 종이를 보았다.


“이게 신발 자국 이라고? 특이하군.”


고림소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중요한 말을 하기 위해서 였다. 이 말을 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연 왕과 독대를 한 것이었다.


“3년 전에 소왕야께서 창랑국과 싸우던 중 사막을 지날 때 신발이 닳아 버린 친위대에게 직접 만들어 하사하신 신발의 바닥이 그 모양입니다.”



연 왕은 짐작할 수 없는 표정이 되어 들고 있던 종이를 내려놓았다.


“그러니까 지금 바보가 되어 버린 아들이 그 흑객이라는 자 들을 지휘하고 있다 이말인가?”


“아닙니다. 전하. 그 신발 현재는 상인들 이나 표사들 그리고 병사들까지 신고 다니는 것을 압니다.”


연 왕은 고림소를 봤다.


“그것도 아니라면 한가지 밖에 없는데?”



연 왕의 말에 고림소는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전하······”


“고대인”


고림소가 말을 하기 전에 연 왕이 먼저 그를 불렀다.


“예.”


“흑객을 만났다고 했는데 그자가 뭐라고 했길래 나한테 왔는지 궁금하군.”



고림소는 고개를 들어 무엄하게도 연 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관리들의 비리를 공개할 용기가 없다면 모든 증거를 친왕전하께 넘기라더군요.”


“25년전에. 선 황제가 모든 형제들을 몰살 시켰을 때 난 혼자 도망쳤고 끝까지 내 옆을 지켜 준 녹검대의 수장과 결혼하겠다고 내 형님께 말해서 권위를 포기하는 댓가로 목숨을 구걸했지. 그리고 13년 전에 태후가 자신의 아들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황위 계승자를 모조리 죽일 때 난 아들을 지키기 위해 녹검대를 해산 시켜서 개인 무사가 없는 유일한 왕야가 됐어. 그것도 모자라 7년 전에는 아들을 전쟁터로 자진해서 보내서 바보로 만들었지. 덕분에 지금까지도 자라왕야라고 놀림 받고 있네. 그런데 뭘 보고 나한테 지켜달라고 하는거지? 그것도···..”


연 왕은 덮었던 관리들의 비리의 증거인 종이를 눈으로 훑으며 말했다.


“대충 봐도 다 태후의 수족인 관리들인데 말이야”


“스스로 버릴 줄 아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연 왕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지금껏 가벼운 듯 본심을 내비치지 않던 그의 눈빛이 처음으로 본심을 드러낸 듯 했다. 고림소는 긴장했는지 숨도 쉴 틈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저도 버리면서 여기까지 왔기에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압니다. 허나 전하께는 버림으로서 언제든 다시 얻을 실 수 있다는 게 소신과 다를 뿐이지요 저는 13년전에 전쟁터에 있던 저를 챙겨 주셨던 제······..배 다른 형님을 버렸습니다.”


“누군가?”


고림소는 쉽게 말을 꺼내기가 힘들어 잠시 침묵했다.


“제 부모님은 실제로는 외삼촌입니다. 제 친부는 안공태, 형님은 안재호입니다.”


연 왕의 손에 들려있던 그림이 바닥으로 팔랑거리며 떨어졌다. 연 왕의 모든 생각과 몸이 나무토막 마냥 딱딱하게 굳어졌다. 안재호. 그가 녹검대를 포기했기에 지켜주지 못한 소왕야 기능위의 정혼녀 부친 이름이었다.


***


비밀리에 연 왕을 만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고림소는 긴장이 풀렸는지 피곤함이 몰려들어 옷도 갈아입지 않고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관모는 벗어 탁자 위에 놓아두고 양 손으로 얼굴을 쓸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박에 가까운 심정으로 꺼낸 말이었다. 친 왕에겐 죽어도 건네 줄 수가 없었다. 친 왕은 태후의 친 둘째 아들로 현 황제의 친 동생이었다. 이제 성인이 된 18살로 이미 혼인은 했으나 그에게 넘기라는 건 태후에게 넘긴다는 말과 같았기에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어 고민하다가 소 왕비 일로 연왕부에 갔을 때 결심했다. 황실에서 의무적으로 보내 주는 은령대 소수의 인원 만으로 그는 왕부를 가장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연 왕은 알았다 라고 만 했으나 고림소는 큰 짐을 반은 내려놓은 것 같아 안도했다. 눈을 감고 긴장했던 몸을 풀려는 지 가만히 앉아 있는 고림소의 앞에 흑의를 입고 얼굴을 검은 색의 천이 달린 모자로 가린 사내가 소리도 없이 앉았다.


그는 고림소가 눈을 뜰 때까지 기다려 주려는 듯 공격할 의도가 없음을 보이려고 두 팔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채 가만히 있었다. 고림소는 눈을 감았다가 열까지 셌을까 싶은 순간에 바로 떴다. 그리고 눈 앞에 앉아 있는 얼굴을 가리는 천을 단 검은 모자를 쓰고 있는 자를 보고 정말로 놀랐는지 의자째로 뒤로 물러났다.


“누···누구냐?”


“날 만나고 싶다고 청했다던데? 한달전에”


“그대가 흑객의 우두머리 맞소?”


“정확히 말하면 우두머리는 아니요. 우린 각자 알아서 움직이거든. 다만 내가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아 만나러 온 것 뿐이오”



고림소는 의심의 눈빛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말했다.


“그렇게 완벽하게 관병들은 물론 형부 수사관들까지 따돌려놓고 우두머리가 없다? 그걸 믿으라는 건가?”


흑객이 어깨를 으쓱했다.


“대인께서 이 비리를 공개적으로 조사하겠다 하시면 우두머리가 되어드리죠.”


고림소가 낮게 으르렁 대듯 말했다.


“감히···지금 날 놀리는 건가?”


“사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희는 한 사람의 복수를 위해 모인 것 뿐이라서요.”


“복수···라고? 뇌물을 훔쳐 굶주려 죽어가던 백성 들을 구하고 관리의 비리를 증거 할 자료를 모은 것이 단지 복수 때문이라는 거냐?”


“예.”


“···..내가 이것을 친 왕에게 준다면?”


흑객의 얼굴은 검은 천으로 가려졌으나 고림소는 그가 웃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십시오.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시게 될겁니다. 그리고 형부시랑께서는 관모를 벗으셔야 할겁니다. 저희를 잡지 못한 책임으로 말이죠”


이번엔 고림소가 기가 막혀 웃었다.


“아주 당당하군”


“도둑 주제에 말이죠”


“내가 지금 널 잡는다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림소의 손이 짐승의 발톱처럼 휘어 흑객의 손목을 잡기 위해 뻗었다. 흑객은 앉은 자세 그대로 손으로 탁자를 밀어 몸을 뒤로 뺐다. 고림소는 흑객을 잡으려고 뻗은 손을 그대로 탁자를 짚고 두 다리를 들어 탁자 위로 올려찼다. 흑객이 한쪽 팔을 들어 날아오는 고림소의 발을 막고 바로 손목을 회전하여 고림소의 발목을 잡더니 뒷걸음질치며 잡아당겼다. 고림소는 탁자를 짚고 있던 손의 손바닥을 쳐서 자신의 몸을 오히려 흑객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자연적으로 쭉 뻗어있던 다리가 무릎을 굽히게 되었고 이에 고림소는 흑객의 손에 잡히지 않은 다른 발로 흑객의 가슴을 노리고 굽혔던 무릎을 폈다. 흑객은 잡고 있던 고림소의 발을 놓으며 자신의 가슴을 노리고 다가오는 발을 쳐냈다. 그리고 왼쪽 발을 회전시켜 몸을 옆으로 피한 뒤 그대로 문을 박차고 몸을 밖으로 날렸다.


“이런!”


고림소는 재빨리 흑객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가 그대로 멈췄다. 똑같은 차림새의 흑객 8명이 서 있었던 것이다. 그중 가운데에 서 있는 자가 말했다.


“대인은 대인의 일을 하십시오. 그러면 저희가 알아서 돕겠습니다. 이 정도면 성의를 보인 거라 생각합니다만.”


완전 당했다 라고 고림소는 생각했다. 확실히 2년간 관부의 눈을 피한 자 들 다웠다. 정말 만만치 가 않았다.


“날이 밝는 데로 바로 시행하지”


8명의 흑객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그들은 빠르게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고림소 집의 담을 넘었다.


****


오상궁은 뛰다 시피 걸었다. 이젠 아니, 3년전 머리가 다친 채로 소왕야 기능위가 왕부로 돌아왔을 때 이후로는 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또 뛰고 있었다.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하는 이른 시간에 그녀는 연 왕에게 받은 쪽지를 손에 쥔 채로 뛰었다.


“소왕야 소 왕비 오상궁입니다.”


소왕야의 처소에 도착한 오상궁은 소 왕비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문을 열었다. 놀란 토끼 눈이 되어 벌떡 일어나 앉아 있는 소란과 소란의 옆에서 아직 꿈나라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소왕야가 보였다.


“소왕비 마마 송구합니다. 왕야께서 급히 왕부로 돌아오라 명하셨습니다. 최대한 빨리 소왕야와 같이 나오십시오. 떠날 준비는 다 끝마쳤습니다.”


“예? 벌써요? 아 저기···..”


오상궁의 말에 소란은 잠자고 있는 소왕야를 보고 잠시 멈칫했으나 곧 그의 몸을 살짝 흔들었다.


“응···.응?.....왜?”


“부왕께서···..왕부로 지금 오랍니다. 일어 나야해요”



잠이 덜 깬 눈으로 기능위는 소란을 보았다가 뒤늦게 오상궁을 발견하고 몸을 일으켰다.


“뭐야?“


“소왕야 일어나셔야 합니다.. 잠은 마차에서 주무십시오.”


오상궁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녀 둘이 대야와 물수건을 각각 한 개 씩 들고 들어왔다. 물수건으로 얼굴을 씻고 옷을 갈아 입은 뒤 바로 마차를 탔다. 마차가 출발하는 순간 소란은 기능위를 보았다.


“더 주무세요. 한시진 전에 들어오셨잖아요”


소란의 말에 피곤 해서 눈을 감고 있던 기능위는 눈을 뜨지 않고 말했다.


“깨어 있었던건가?”


꿈이라고 말한 뒤에야 들었던 기능위의 본래 목소리였다. 피곤해서 본래의 목소리가 나왔나 생각하며 소란은 둘러댔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기척에 민감해서 깼어요···.”


“안자고 있었군.”


거짓말 한게 들통나자 소란은 어떻게 알았나 싶어 기능위를 바라보려 던 순간 커다란 손이 소란의 머리에 닿더니 살짝 끌어당겼다.


“자.”


짧은 단 한마디에 기능위의 품에서 소란은 눈을 감았다. 그가 조용히 방을 나가는 기척에 잠을 깼고 그가 사라지는 순간 아무렇지도 않았던 곳이 그가 옆에 없다는 이유로 침실이 너무 넓었고 부엉이 소리, 바람 소리가 너무 커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서늘한 바람과 함께 그가 돌아오고 그의 온기가 옆에서 느껴 진 순간 소란은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바로 지금처럼.


“부인······부인 일어나봐”


익숙하고 친근한 목소리가 부드러운 미풍처럼 정신을 일깨웠다. 소란은 눈을 뜨고 고개를 들었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기능위와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깊은 산속의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시냇물 같은 눈동자가 보였다. 그 눈은 별보다 더 예쁘게 반짝이고 있었다.


“예쁘다···..”


소란을 바라보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슬쩍 고개를 돌렸다. 옆으로 돌린 기능위의 귀가 빨개져 있었다. 뒤늦게 소란은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몸을 일으켰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뒤이어 수습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몰라 눈동자가 무한한 방황을 시작하며 동시에 얼굴이 화끈 거려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는데 소란의 귓가로 기능위의 살짝 갈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부인 마차를 좀 멈추라 명해줬으면 하는데···.”


“아···아예···머···.멈춰라!”


너무도 당황해 기능위가 말 한대로 명하기는 했지만 막상 마차가 멈추자 소란은 기능위를 보았다.


“왜 멈추는 데요?”


“창문···..흠흠···.창문 좀 열어주겠소?”


자신의 질문에 답변 대신 또 다시 요구하는 기능위의 말대로 소란은 창문을 열었다.


“공부상서 고침강 대인은 강의 범람을 막는 담을 보수하는 목재를 질이 낮은 목재로 대체하고 그 차액을 빼돌린 증거가 있으니 어서 나와 형부에서 조사를 받으시오!!!”


소란은 이른 아침의 고요함을 깨는 우렁찬 목소리에 놀라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성에서는 이렇게 조사를 해요?”


“·········아니. 부인 우선 마차 출발하라 하시오”


기능위는 이번에도 소란의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다른 말을 했다. 이에 소란은 입술을 살짝 삐죽이 내민 뒤에 그대로 밖을 향해 말했다. 마차가 움직이는 동안에도 그 목소리는 똑 같은 말을 크게 외치고 있었다. 똑같은 말이 소란의 귓가에 두 번 정도 더 들렸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부인···...”


소란이 기능위를 돌아 보기도 전에 그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나와 같이 계속 꿈을 꾸겠소?”


소란은 생각하지도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꿈을 꾸는 게 좋은 의미는 아니라는 것쯤은 부인도 눈치 챘을텐데 바로 승낙해도 괜찮겠소?”


“꿈을 꾸든 깨어있든 부군의 옆에 있는 게 부인의 도리라는 것쯤은 저도 알아요”


기능위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팔을 벌렸다. 소란이 강아지처럼 그 팔 안으로 뛰어들었다.


“왕부에 도착하면 부모님께 그동안 왜 바보 흉내를 냈는지 말할 생각이오. 같이 갑시다”


소란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능위의 낮게 울리는 웃음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마차가 멈추고 왕부에 도착했다는 전갈에 가능위와 소란은 마차에서 내렸다. 왕부로 들어서자마자 왕야와 왕비가 초조한 기색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위아!!”


왕비가 먼저 기능위를 보고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한 발자국 떨어진 뒤쪽에서 왕야가 왕비를 따라 기능위에게 다가왔다. 부모님이 다가오는 것을 본 기능위는 자신도 모르게 소란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본래 몇 년이 걸리든 안전하게 가려고 했었다. 더 이상 부모님께 마음고생 시키지 않기 위해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해 도성으로 돌아오기로 한 날 결정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어제 자신이 깼다. 자신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낼지 예측은 힘들었다. 다만 자신은 이 손을 놓기 싫어 불효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오상궁!”


“······예?”


기능위가 자신을 불렀다는 걸 뒤늦게 인식한 오상궁이 처음으로 멍청한 소리를 냈다.


“녹검대 전원이 도착하는 즉시 대기하고 은령대는 부왕의 처소에 출입을 막아라”


기능위에게 다가오던 왕야와 왕비의 걸음이 중간에 멈췄고 오상궁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기능위를 바라보았다. 기능위가 왕야와 왕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들이 기억하던 3년전의 소왕야의 모습 그대로 그는 서 있었다. 소란의 손을 여전히 잡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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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 야황 24.09.13 19 0 15쪽
14 14. 녹검대 부활과 합방 24.09.12 16 0 17쪽
13 13. 밟힌 꼬리 24.09.11 15 0 16쪽
12 12. 흑객들 24.09.10 14 0 12쪽
11 11. 연리지처럼 24.09.09 16 0 20쪽
10 10 그들이 해야만 하는 이유(2) 24.09.06 18 0 12쪽
» 09 그들이 해야만 하는 이유(1) 24.09.05 16 0 18쪽
8 08 소란이 알고있는 것 24.09.04 17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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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5 변수 24.08.30 19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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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3. 소란의 비밀 24.08.26 20 0 18쪽
2 02. 시작 되었다. 24.08.23 2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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