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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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갸.
작품등록일 :
2024.08.22 21:22
최근연재일 :
2024.09.18 20:38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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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63

작성
24.08.2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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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프롤로그

DUMMY

화창한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한 작은 공간.


따뜻한 햇살은 물론, 한줌의 빛조차 투과하지 못하는 작은 창문은 굳게 닫혀 있다.


얼마나 오래 닫혀 있었던 걸까.


창틀엔 수북이 먼지가 쌓여 있었다.


부스럭.


작은 몸짓만으로도 먼지가 일렁이는 곳에서 겹겹이 이불을 덮어 쓴 소녀가 눈을 뜬다.


“으, 으응···. 추워.”


겹쳐진 얇은 이불들이 민둥산 마냥 봉긋하게 솟아올라 진동한다.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을 보니 늦가을의 추위 때문에 선잠을 잤나보다.


한참을 이불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소녀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선잠이라도 자서 운이 좋은 편이다.


평소 같았으면···,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어?!

-재준 아빠! 그만, 제발 애 좀 그만 패!』


『쨍그랑!』


···며칠 전 같이 술주정뱅이의 고함 소리, 무언가 깨지고 부숴 지는 소리 등등 새벽 내내 선잠조차 방해받는 게 태반이었기 때문이다.


“끄으윽···! 찌뿌둥 해.”


이불 밖으로 삐쭉 손발만 튀어나와 기지개를 펴본다.


툭.


기지개를 채 다 피지도 못하고 손발이 차가운 벽에 닿았다.


시원찮은 기지개로 아침을 맞이하는 소녀, 김소윤.


소윤은 옆에 같이 누워 있던 토끼인형을 보고 아침인사를 건 낸다.


"토순아. 좋은 아침."


색이 바래 분홍빛임을 겨우 알 수 있는 토끼 인형.


군데군데 실밥이 터져 나와 때 묻은 솜이 보인다.


“내일이 또 왔네.”


세월의 흔적이 짙은 인형은 움직일 기미가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소윤은 계속 인형에게 말을 건다.


“토순아. 오늘도 힘내볼게.”


“······.”


묵묵부답인 인형이지만 소윤에게 있어 중요한 아침루틴이었다.


소윤은 인형에게 멋쩍은 미소를 보이고는 이불 속에서 기어 나온다.


그러곤 곧장 옷장 앞에 서는데,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크고 높은 옷장.


그 옷장은 칙칙한 분위기의 이곳과 달리 한 벽면을 가득 메울 만큼 크고 고급스런 옷장이었다.


그리고 소윤이 천천히 열어 보이는 옷장 안속은 더욱 이질감이 들었다.


고등학생인 소윤과 맞지 않게 어른스러워 보이는 여성복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고, 모두 값어치가 높아 보였다.


소윤은 걸려 있는 여성복들을 끌어안고 입술을 뗀다.


“엄마도 좋은 아침.”


이젠 엄마 냄새는커녕 쾌쾌한 냄새만이 옷장을 가득 메우지만, 이것 또한 소윤에게 있어 중요한 아침루틴이었다.


옷장 구석, 대충 벗어둔 교복을 꺼낸다.


오늘은 선잠을 잤음에도 소윤의 눈엔 눈물이 글썽이는데···.


“···엣취! 옷이나 갈아입자.”


갑자기 북받쳐 오른 감정의 눈물도 늦가을의 추위는 이기지 못하나보다.


쏙 들어간 눈물을 뒤로, 추위에 쫓기듯 분주히 교복으로 갈아입고는 몇 번 긴 머리를 어루만진다.


그리고 방문의 손잡이를 돌리는 소윤.


끼이익.


밖을 나서려는데 소윤의 방보다 더 짙은 그림자가 드리운 집안이 눈에 띄었다.


찢어진 벽지와 그 사이사이 지워지지 않는 곰팡이.


바닥엔 쓰레기가 뒹굴었다.


대부분 인스턴트 음식의 잔해들과 소주병이었다. 그리고 한 쪽 구석, 잔뜩 웅크려 있는 남성이 보인다.


“아빠···. 자?”


“······.”


소윤의 아빠였다.


그의 웅크려 있는 자세는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였고,


그가 왼팔로 오른쪽 어깻죽지를 붙들고 있는 걸 자세히 보니···.


어깻죽지에 당연히 달려 있어야 할 오른팔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절단된 오른팔의 환상통 때문인지 잠결에도 연거푸 어깻죽지를 문질렀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소윤은 다시 또 눈물을 글썽인다.


그가 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소윤은 여전히 눈물이 고인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가 환상통 때문에 어깻죽지를 붙들고 있는 모습.


소윤은 적응할 수 없었다.


애써 눈물을 훔치고 그의 발밑에 있는 이불을 끌어올려 그를 덮어 주었다.


그가 생계를 위해, 소윤을 위해 희생해 온 삶.


소윤은 언제부턴가 부담감을 느꼈고 더 나아가 큰 죄책감에 시달린 지는 꽤 오래 됐다.


이 모든 불행이 전부 ‘자신’ 때문인 것 같아 결국 닭똥 같은 눈물이 그의 어깻죽지에 떨어지고야 만다.


"흐윽."


소리까지는 참으려 애썼지만 작은 흐느낌으로 새어 나왔고,


"흐암. 빨리 세수하고 학교 가야지."


황급히 화장실로 가, 흐르는 눈물을 세수하며 가려본다.


연거푸 찬물을 얻어맞으면서 아빠가 깨지 않았기를 바라는 소윤.


오늘따라 감출 수 없는 눈물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집 밖으로 나가야했다.


얼굴의 물기도 닦지 않은 채 현관으로 향한다.


억지로 신발에 발을 쑤셔 넣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잠긴 목소리를 쥐어 짜냈다.


쿵.


조금 힘을 주어야 닫히는 현관문의 소리.


소윤이 이보다 더 어렸을 적, 소윤의 아빠가 꼭두새벽부터 나가는 소리는 이보다 더 작았었다.


이때부터였을까.


그의 배려에 어렸을 적 소윤은 자는 척을 하며 부담감을 쌓아 가고 있었다.


“하아.”


무심코 깊고도 무거운 한숨이 나왔다.


한숨의 무게가 전신을 타고 내려가 발끝에 다다르자,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턱에 맺힌 물방울이 “똑”하고 한 방울 떨어지고,


이와 동시에 소윤은 털썩 주저앉는다.


“흐윽. 엄마, 그때 차라리 내가 대신 죽었으면···.”


닫힌 현관문에 기대어 새어나오는 나지막한 목소리.


눈물에 의해 흐릿해져 가는 시야 속, 소윤의 눈길을 끈 건 볕이 드는 계단이었다.


소윤은 볕을 향해 발끝을 뻗어보지만,


뻗은 발은 볕에 닿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


말없이 발끝을 끌어와 무릎을 끌어안았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 몸을 차게 식히고,


식어가는 몸의 떨림은 점차 잦아든다.


흐릿했던 시야도 점차 선명해지는 게 갑작스런 눈물엔 추위가 직빵인가 보다.


짙은 그림자와 따사로운 볕이 극명하게 나눠진 경계.


소윤은 차가운 바닥에서 한참을 그 경계면을 바라···,


짝! 짝!


보고만 있을 성격이 아니었다.


소윤은 자신의 두 뺨을 몇 번 쳐댔고,


살짝 빨개진 볼을 차가운 두 손으로 식히며 혼잣말한다.


“김소윤. 정신 차려. 네가 무슨 생각을 했던 거야.”


비록 다른 날과는 달리 유독 눈물이 많은 시작이긴 했지만,


하늘에서 보고 계실 엄마와 자신을 위해 희생해 온 아빠를 생각하며 소윤은 다시 한 번 멘탈을 다 잡아본다.


이렇게 쭈그려 있을 수는 없기에,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더 이상 체온을 뺏길 수 없기에 무릎에 손을 얹는다.


거친 표면의 시멘트 바닥은 닳고 닳은 신발의 밑창이라도 안 미끄러지게 받쳐줬고,


먼지가 일렁일 정도로 거칠게 일어나 볕이 드는 계단을 향해 나아가는 소윤이었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어제인 하루하루···, 이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특별한 소윤의 하루가 시작된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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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전준웅(3) 24.09.03 7 0 16쪽
13 전준웅(2) 24.09.02 7 0 11쪽
12 전준웅(1) 24.09.01 7 0 13쪽
11 정초롱(2) 24.08.31 8 0 13쪽
10 정초롱(1) 24.08.30 10 0 10쪽
9 내일은 없다. 24.08.29 7 0 20쪽
8 김소윤(7) 24.08.28 8 0 8쪽
7 김소윤(6) 24.08.27 12 0 11쪽
6 김소윤(5) 24.08.26 8 0 15쪽
5 김소윤(4) 24.08.25 7 0 12쪽
4 김소윤(3) 24.08.24 8 0 15쪽
3 김소윤(2) 24.08.23 10 0 12쪽
2 김소윤(1) 24.08.22 14 0 15쪽
» 프롤로그 24.08.22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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