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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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갸.
작품등록일 :
2024.08.22 21:22
최근연재일 :
2024.09.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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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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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웅(2)

DUMMY



“별거 없었네.”

“크으윽. 너 씨발···, 내가 누군지 알고···”


바닥에 기고 있는 쓰레기를 내려다봤더니 쓰레기가 움찔움찔 반응했다.


다른 쓰레기들과 달리 꽥꽥 소리 지르는 게 뭐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기본기도 없고 체력도 안 되는 허접이었다.


“넌 이제 뒤졌어. 울 아빠가 경찰서장···.”

“그래서 어쩌라고.”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쓰레기의 손을 뿌리치고 손가락을 밟아 짓눌러준다.


“으아악!”

“쓰레기야. 아깝다고 오해하지 마. 누나가 부탁해서 봐준 거니까. 누나만 아니었으면 네 옆에처럼···”

“이이익!!! 씨발!!!”


친절히 누나의 배려를 알려주는데 감사할 줄도 모르고 일어나려고 기를 쓴다.


하지만 무릎인대를 끊어 놔서 쉽게는 못 일어날 것이었고,


평생 휠체어 신세겠지만, 딱히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이런 쓰레기는 미국에도 널렸었어.


나불나불 입만 산 쓰레기 옆으로 누나가 다가왔다.


“누나. 못 일어나게 만들었어도 혹시 모르니까 가까이는 가지 마.”

“한두 번도 아니고 걱정하지 마. 웅아.”


누나가 손에 칼을 들어 보이며 싱긋 웃었다.


어렸을 적 날 끌어안고 웃어보이던 누나랑 겹쳐 보였고,


누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날 사랑해주는 것 같아 기뻤다.


“누나. 저 구석에 있는 건 어떻게 할까?”


구석에서 벌벌 떠는 쓰레기들을 가리켜 말했다.


“청소해줘.”

“웅! 알았어.”


쓰레기들에게 다가간다.


“미, 미안해! 우리가 잘못했어!!!”

“씨발! 남자가 쫌! 그만 질질 짜고 어떻게든 해봐!”

“나, 나, 난 싸움 담당이 아니라고 찌, 찍새일 뿐인데, 왜, 왜, 왜···.”


청테이프를 감은 손의 주먹을 고쳐 쥐고 청소를 시작한다.


퍽.


“꺄아악!!!”


청소하는 장면을 누가 보면 거부감이 들겠지만,


그날 이후로 쓰레기들에겐 티끌만큼의 죄책감도, 죄악감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강한 증오에 하루빨리 쓰레기들을 박멸하고 싶었다.


아!


뒤늦게 누나도 청소하는 날 무서워할까봐 걱정됐는데,


“자. 태석아. 여기까지 기어오면 찌르는 거 멈춰줄게.”

“끄아아악!!! 씨발!!!”

“으. 시끄러. 소리만 지르지 말고 팔을 움직여. 나 벗길 때만큼은 빨랐었잖아.”

“씨발!!! 뭔 개소리야!!!”


쓰레기를 푹푹 찌르며 웃는 누나를 보니 걱정보다 묘한 질투를 느낀다.


치.


쓰레기한테 저렇게 밝게 웃어주다니···,


쓰레기 주제에 복에 겨운 줄 알아야 돼.


푹푹.


어느새 달빛이 드리운 골목, 쓰레기의 비명은 점차 사그라져 갔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눈앞의 쓰레기는 이제 하나 남았고,


“으으, 끄으윽.”


그 마지막 쓰레기도 나지막한 신음을 끝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후. 이래도 스트레스가 안 풀리네. 역시 직빵으로 풀 수 있는 건 이세라 밖에 없나.”


누나가 쓰레기의 바지주머니를 뒤지며 말했다.


찾는 게 있는 것처럼 이리저리 뒤지는데.


“누나! 내가 다음엔 꼭 이세라를 청소해 놓을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누나가 이세라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하는 것 같아 누나의 걱정을 덜어줄려고 했다.


“어. 그래. 잠깐만···. 찾았다!”


누나는 관심사가 아닌지 건성으로 대답하고 쓰레기의 뒷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태석이가 이번엔 뒷주머니에 넣어 놨네. 스읍, 하아. 무슨 상관관계가 있으려나.”

“어? 누나. 담배 펴?”


누나는 자연스럽게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어. 웅아. 이거만한 게 또 없긴 한데. 쓰읍, 하아. 그래도 넌 이런 거 피우지 마라.”

“어, 웅···.”


어렸을 적 누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미국에 가면 대마초든 마약이든 무조건 접하게 된다고···,


치. 나한테는 담배도 피지 말라고 했으면서, 누나는 피잖아.


누나의 내로남불에 무심코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어? 웅아. 왜 삐졌어? 아. 패딩에 담배냄새 밸까봐 그래?”


누나는 내가 입혀준 패딩을 벗으려 했다.


“치. 아니야. 기억도 못하면서.”

“에이. 또 그런다. 누나는 웅이처럼 천재가 아니잖아. 이해해줘야지.”


누나는 패딩의 지퍼를 내리다말고 입에 담배를 물며 날 끌어안았다.


누나의 포옹에 튀어나온 입술이 도로 들어갔다.


“웅아. 또 부탁할 게 있어.”

“웅! 아무거나 말만 해!”


난 언제 삐졌냐는 듯 신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스읍, 후우. 웅아. 조금만 여기 누워 있어 줄래?”


발로 쓰레기의 손목을 돌려, 차고 있던 시계를 확인한 누나가 내게 말했다.


영문 모를 부탁이었지만,


“웅!”


바로 바닥에 누워 누나를 쳐다본다.


순간 누나의 치마속이 보여 얼른 고개를 돌렸고,


“웅아. 고마워. 곧 이세라가 오는데 잠시 기절한 척 좀 해줘.”

“어···, 우, 웅.”


누나의 얼굴을 보기 민망해 애써 시선을 돌린 채 대답했다.


흰색···, 이었지?


평생 잊으면 안 될 장면이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이세라, 안녕?”


틱!


누나는 담배꽁초를 어느새 나타난 이세라에게 던졌다.


“이 씨발!!! 개씨발 좆같은 걸레창녀새끼가!!!”

“그새 수식어가 또 늘었네.”


담배꽁초가 이세라의 옷에 자국을 남겼고 이세라는 욕을 퍼부었다.


발끈해서 일어날 뻔했지만 누나의 부탁대로 계속 기절한 척 하는데.


이세라는 다짜고짜 누나에게 달려들었다.


짝!


“어?”


누나가 맞을 뻔 했으면 바로 일어나려고한 찰나, 누나가 이세라의 뺨을 후려쳤다.


이세라가 벙쪄 있는 것도 잠시 누나는 반대 쪽 뺨도 똑같이 후린다.


짝!


“이 씨발!”


퍽!


이세라가 다시 덤비려 하자 누나는 이세라의 명치를 걷어찼고,


“커헉!”

“세라야. 어때. 이번에도 아프지? 그래도 오랜만에 스트레스 풀러 온 거야. 처음엔 매번 오다가···”

“이 씨발! 뭐라는···”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는 이세라를,


팍!


걷어차 이세라가 넘어진다.


쿵.


“커헉! 이, 이 씨발!!! 존나 아프···”

“닥쳐.”

“끅!”


누나가 쓰러진 이세라를 걷어차려 하자 이세라는 잔뜩 몸을 웅크리는데.


“으?”

“세라야. 누가 맞을 준비하래.”


퍽!


“끄헉!”


누나는 멈칫한 후, 체중을 실어 이세라의 복부를 찼다.


그리고 계속 웅크린 이세라를 차고 밟고 짓누른다.


탁! 팍! 푹! 퍽!


“커끄억!”


콩벌레 마냥 잔뜩 웅크린 이세라가 짧은 신음을 연거푸 뱉었다.


누나는 머리를 흩날리며 있는 힘을 다하는데.


“하아. 하아. 괴롭히는 것도 체력이 돼야 하는구나. 리스펙한다. 세라야.”


얼마 못가 누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는 머리를 쓸어 올렸고,


달빛에 비치는 누나의 미소에 또 한 번 반하게 됐다.


“끄으흐억. 씨발. 너, 너 죽일 거야.”


이세라는 격분한 표정으로 한껏 얼굴을 찡그렸다.


“후우. 그 못생긴 얼굴을 보니까 이제야 좀 스트레스가 풀리네.”


누나는 쭈그려 앉아 이세라에게 속삭이는데.


“······처럼 꼴좋다. 푸하하!!!”

“이 씨발!!! 개씨바아아아알!!!”


누나의 속삼임을 듣고 이세라는 더욱 격분해 목이 찢어지게 짖었다.


“그래! 그래! 그거야! 더 짖어봐!!!”


팍! 팍!


누나···,


너무 멋있어!


짧은 싸움이었지만 웬만한 쓰레기들은 누나가 이길 것 같았다.


수학도 싸움도 외모도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누나.


단점이 없는 육각형의 완벽한 누나였다.


그런 완벽한 누나가 이세라를 밟다 말고 내게 다가온다.


완벽한 누나에 또 한 번 반해 내 심장은 요동치는데,


누나를 향한 내 마음이 들킬까봐 쑥스러워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어!”


이세라가 바닥에 있던 칼을 들고 누나의 뒤로 뛰어온다.


“죽어!!!”


이세라는 있는 힘껏 누나의 뒤통수를 향해 칼을 휘둘렀고,


푹!


내가 가까스로 손바닥을 뻗어 이세라의 칼을 받아냈다.


청테이프를 감은 오른손이 관통되긴 했지만,


누나를 지킬 수만 있다면 손이고 발이고 다 자를 각오가 돼 있었다.


퍽!


이세라를 발로 차 누나에게서 떨어뜨렸다.


“누나! 괜찮아?!”


누나의 허리를 감싸 안고 누나의 안부를 물었다.


“웅아. 미안해.”


쪽.


누나는 내게 뭐가 미안한지 내 뺨에 입을 맞추는데.


“어, 어?! 으, 응?! 엉? 웅?!”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받은 볼 뽀뽀.


내 언어능력을 상실케 했다.


“쪼금이지만 죄책감을 덜려고 그랬어. 미안. 히히.”


누나의 눈웃음에 온몸에 신경이 고장 난 듯 했다.


분명 칼이 오른손을 꿰뚫었는데 하나도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나의 입술을 계속 바라봤고.


누나는 자신의 와이셔츠를 찢더니,


“누나! 뭐하는 거야! 난 아직 거기까지의 마음의 준비가!”

“뭐래. 가만히 있어봐.”


내 오른손에 박힌 칼을 뽑고,


“윽!”


찢어진 와이셔츠로 손을 감아줬다.


그리고 청테이프로 몇 번 더 손을 감았다.


“웅아. 쫌만 참아. 이번에는 금방 끝내줄 테니까.”


무슨 소린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웅!”이라고 밝게 대답했다.


누나는 내 손에서 뽑은 칼을 들고 이세라에게 다가간다.


“세라야. 고마워. 항상 개새끼로 남아줘서, 네 덕분에 일말의 죄책감조차 가질 필요가 없어졌어.”

“끄윽!!! 씨발!!! 개씨발!!!”

“어. 그래. 일어나지마. 어차피 누워 있어야 돼.”


갓 태어난 송아지 마냥 비틀대 똑바로 일어나지 못하는 이세라.


누나는 칼끝을 검지로 톡톡 친다.


“세라야. 우리 놀이할까?”

“이 씨발년아!!!”


이세라는 “놀이”라는 단어에 반응하듯 눈을 치켜떴다.


“처음은 미용실놀이야.”

“이 씨발!!! 뒷감당 가능해?!”

“그 다음은 수술놀이고.”


충혈 된 눈을 보고 있자니 긴가민가한 한국 속담이 떠오른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였나?


당장 물것처럼 짖어대지만 누나가 다가갈수록 뒷걸음치는 이세라였고,


누나의 한마디, 한마디에 뒷걸음질은 빨라져 갔다.


“이 씨발! 내가 넌 꼭···”


퍽!


“끄악!”


골목 입구까지 다다른 이세라를 누나가 발로 차 쓰러트렸다.


이세라가 넘어지며 핸드폰이 저 멀리 날아갔고,


“자. 이제 놀이시작이야.”

“꺼져!!! 꺼지라고!!!”


육지의 물고기마냥 팔딱였다.


그런 이세라의 발목을 짓뭉개는 누나.


누나가 말한 ‘놀이’의 시작이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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