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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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갸.
작품등록일 :
2024.08.22 21:22
최근연재일 :
2024.09.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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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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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불행, X

DUMMY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몸은 꼭 불덩이에 빠진 것처럼 끓어올랐고,


찬바람도 식히지 못하는 열기에 의해 뇌가 녹는 것만 같았다.


이미 웬만한 고통은 통달한 나였는데도,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의 두통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자 여러 번 의식을 잃을 뻔했는데.


꽈악.


그럴 때마다 웅이의 옷자락을 꽉 붙잡아 간신히 정신줄을 붙들었다.


‘아빠. 이번엔 꼭 구해줄게.’


다 포기했었던 나였지만,


다시 한 번 찾아온 눈앞의 기회를 붙잡고 싶었기에 더욱 세게 주먹을 쥐었다.


타앗!


“하아. 하아. 누나! 이쪽이야?!”


웅이는 날 업었음에도 가벼운 몸짓으로 담장을 빠르게 넘나들었고,


없는 길도 개척해나가며 최선을 다해주고 있었다.


“으, 응. 저 계단 위···.”


그런 웅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힘겹게 손가락을 펴 집을 가리키는 것밖에 없었고,


“웅! 꽉 잡아!”


웅이는 크게 바라는 것 없이 내 말을 순순히 따라주는데.


‘순순히는 아니었나.’


처음엔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모조리 다 무시하고 무작정 병원으로 향했었다.


하지만 내가 집으로 가야한다고 끊임없이 몸부림친 결과,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우리 집으로 향하고 있는 웅이였다.


“진짜 아버님만 뵙고 꼭 병원으로 가는 거야! 알겠지?!”

“으, 응. 그것보다···, 윽. 머리가 울리니까 큰 소리는···, 좀 그만해 줄래?”

“미, 미안. 이 계단도 금방 올라갈 테니까 좀만 참아. 하압!”


타다닥!


웅이는 단숨에 계단 위로 뛰어 올라갔고,


업혀있음에도 흔들림은 거의 못 느낄 정도였다.


날 이렇게 신경 써주는 웅이가 고마웠지만,


“하아. 하아. 이제 여기로 내려가면 돼?”

“으, 응···, 윽!”


조금의 숨 돌릴 틈도 없이 반지하의 우리 집을 가리켰다.


반지하의 계단 또한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데,


그 짧은 순간마저도 지금껏 미뤄둔 걱정들이 물밀 듯 밀려왔다.


『이번에도 아빠를 구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또 구할 때까지 무한정 죽어야 하는 거야?』


『이 아픈 몸으로 그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을까.』


덜컥덜컥.


“누나. 문이 잠겨 있는데?”

“으윽.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업힌 채 문을 두드린다.


쿵.


“아빠···.”


쿵. 쿵.


“아빠···, 으윽···, 제발···, 흐윽. 열어···, 줘. 흐으윽.”


더 이상 주먹 쥘 힘도 없었고,


소리 지를 힘도 없어 흐느낌만이 유일한 감정 표현의 수단이었는데.


쾅! 쾅! 쾅!


“아버님! 아버님! 제발! 문 좀 열어 주세요!”


문을 부술 기세로 두드리는 웅이였고,


“누나. 잠깐만. 앉아 있어.”


은은한 미소를 짓고는 살며시 나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문짝을 뽑을 기세로 힘껏 문을 당기는데.


“하압! 으으윽!”


보통 사람이라면 불가능해보였지만,


드, 드르륵!


지금까지 봐왔던 웅이라면 진짜 문짝을 뜯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뿌드득!


“흐윽. 으, 으윽···. 아, 아, 빠아···.”


벽인지 바닥인지 분관할 수 없었지만 무작정 기댔고,


희미해지는 눈앞과 더불어 곧 의식을 잃을 것만 같았는데.


『지금까지 헛수고였던 걸까.』


『여태껏 불행이 내게 소리쳤던 것처럼···』


『불행한 나에겐 내일은 없는 걸까.』


쿵!


기어코 문짝을 뜯어낸 웅이였고,


희뿌연 시야 속 우리 집 현관이 보였다.


그리고···,


“아, 아, 아빠!”


분명 희뿌연 시야였음에도 현관 앞에 서 있던 아빠만큼은 똑똑히 보였다.


그토록 원했던 아빠가 눈앞에 서 있자 어디선가 힘이 솟구쳐 올라왔고,


타앗!


아빠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


포옥.


“아빠!!!”


툭.


“으윽. 어, 어? 소윤아?”

“흐아앙! 으, 으으앙! 아빠! 아빠!!!”


내 밑으로 아빠가 깔렸지만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저 온기가 느껴지는 품속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고,


“어, 음. 소윤아? 지금 학교에 있을 시간 아니니?”

“으아앙! 흐, 흐으앙!!!”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아빠의 품속으로 더욱 파고들뿐이었다.


‘드디어 구한거야.’


‘지금까지 이 순간만을 위해 죽었었던 거야.’


활짝 열린 화장실을 보니 밧줄이 매달려 있었고,


시간 맞춰 구할 수 있었다는 안도감에 빠져,


겨우 붙들고 있던 의식의 끈은 가늘어지고야 마는데.


“소윤아! 소윤아!”

“누나!”


걱정 가득한 아빠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와 꿈이 아님을 상기시키며 의식은 끊어진다.


······.


근데 정말로,


이걸로,


『불행은 끝인 걸까.』


===


‘딩딩딩.’


“끄아아악!!!”


상체를 일으켜 세워 억지로 잠에서 깨어났다.


“하아.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내뱉으면서 몸을 더듬어보는데.


‘아프지 않아.’


두개골이 깨진 것 같던 두통도, 뱃속에 폭탄이라도 터진 것 같던 복통도 깨끗이 없어져 있었다.


그저 경미한 타박상의 욱신거림만이 전신에 느껴질 뿐이었다.


‘그럼 나 살아있던 거지?’


상황파악을 위해 주위를 둘러보았고,


‘여긴 병원?’


흰색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여럿 보이는 걸로 보아 병원으로 짐작했다.


‘그럼 내가 들었던 종소리는 환청이었던 건가.’


항상 죽음 뒤의 들렸던 첫 소리가 학교종소리였기에,


그로인해 환청이 들렸던 건가 싶었는데.


‘그것보다 아빠는···’


“소윤아.”


와락.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자 아빠를 말없이 끌어안았다.


아빠에게 닿자마자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고,


아빠의 가슴에 귀를 기울이자,


두근두근.


빠른 심장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정말 구한 게 맞구나.’


또 한 번, 안도감을 느꼈고 환청에 의해 경직된 몸은 사르르 녹아내리는데.


“흐윽! 누나!”


아빠를 끌어안고 있는 나를 웅이가 끌어안았다.


“괜찮아?! 어디 더 아픈 곳은 없고?!”


내가 아빠를 걱정했던 만큼 웅이 또한 나를 걱정해줬었고,


그 따뜻한 마음을 여과 없이 눈물로 표출하고 있었는데.


“괜찮아. 괜찮아. 웅이 덕분에 아빠를 구할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웅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감사를 표했다.


감동적인 재회를 뒤로 웅이의 흐느낌소리와는 다른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소윤아. 못난 아빠라 미안해. 아빠가 되가지고 나쁜 마음이나 먹고···, 우리 딸이 사망보험금만 있으면 좀 더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 싶었었는데···, 근데 남겨진 우리 소윤이 생각은 못하고···, 흐윽.”


그날 이후로 아빠의 눈물을 처음 보았다.


후유증에 시달리며 애써 지금까지 숨겨왔을 눈물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지 가늠조차 안됐고,


나또한 눈시울이 붉어지며 아빠를 더욱 꼭 끌어안고는 말하는데.


“아빠. 난 다 괜찮아. 지금까지 아빠가 견뎌온 고통들을 생각해보면 난 다 이해할 수 있어. 이제부터라도 힘든 일이 있으면 숨기지 말고 꼭 말해주고. ···또 나쁜 생각하기만 해. 하늘에서 엄마가 다 감시하고 있으니까···.”

“흐윽. 소윤아. 정말, 정말 미안해.”


아빠 또한 화답하듯 나를 더 따뜻이 끌어안아줬다.


“앞으로 우리 둘만이라도 꼭 행복해지자.”

“응. 그래. 소윤아. 꼭 행복해지자.”


내 불행에 맞서 싸워 처음으로 지켜 낸 소중한 아빠였고,


꼭 행복해지기를 다짐하는데.


‘둘만이라도.’ 라···.


혹시 지금이라면 둘만이 아니라 엄마도, 지수도, 선생님까지도 모두 다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다시 죽는다면 내 불행에 잡아먹힌 소중한 사람들을 구해 낼 수 있지 않을까싶었는데.


두근두근.


아빠의 심장소리가 들려온다.


일말의 가능성만을 믿고 지금까지 죽었던 내가 또 다시 죽는 것쯤은 쉬운 일이었지만,


행여 지금 껴안고 있는 아빠를 놓칠까봐 한편으론 죽는 게 두려웠다.


내 능력이 무슨 조건으로 지금의 과거로 보내줬는지도 알 수가 없는 마당에,


수많은 죽음을 겪고도 또 다시 죽기가 꺼려지는데.


만약에 죽음 뒤, 학교종소리가 들린다면···.


‘딩딩딩.’


“웅! 누나! 나까지 해서 꼭 셋이 행복해지자!”

“윽. 생각도 하기 싫어.”


웅이가 밝은 얼굴로 우리를 끌어안았는데,


하필 그 타이밍에 맞춰 속에서 생각한 말을 해버렸다.


“허억. 누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아니, 아니야. 그런 게 아니라···”


급속도로 웅이의 얼굴이 시들어져가는 게 보였고,


그런 웅이를 달래주느라 한참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


“정말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어요. 지금까지 제 의사경력, 아니. 전국 대학병원 어디를 가도 이런 케이스는 볼 수 없다고 장담드릴 수 있어요.”

“의사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도 조금 삐진 것 같은 웅이 옆으로 의사선생님하고 아빠의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처음엔 40도가 넘는 열 때문에 무조건적인 뇌손상을 걱정했었는데, 진찰을 하면 할수록 살아 있다는 게 말이 안 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어요. 당장 어디부터 개복해야할지 감도 안 잡힌 상태였고, 그 짧은 순간에 이런 회복력은···”

“누나. 진짜지. 진짜 그런 생각한 적 없던 거지.”


의사선생님의 말을 주의 깊게 듣다가 불쑥 웅이가 껴들었다.


“웅. 웅. 그렇테두. 근데 웅아. 잠깐 비켜볼래.”


웅이가 불쑥 내민 얼굴을 한 쪽으로 치워보지만,


“봐봐! 건성으로 대답하고! 역시 누나는···. 흐윽. 흐윽.”

“아. 정말! 아니라니까!”


삐진 웅이를 달래줘야 할 시간이 또 다시 시작될 것 같았는데.


“야! 거기! 찡찡 대는 것 좀 조용히 해줄래?! 참고 있으려 했는데! 더 이상은 못 들어 주겠다!”


커튼을 확 걷어 재낀 사람은 민지였다.


그리고 그 아래, 침대에 누워 있는 이성재가 흐뭇한 표정으로 자고 있었다.


“···논문에 쓸 수 있을까요? 자세한 얘기는 저 쪽에서 앉아서 하시죠. 아버님.”


의사선생님하고 아빠가 자리를 피했고,


“얘, 얘들아. 조용히 좀 해줄래?”


곁에 있던 간호사선생님이 주의를 줬다.


“하아. 더 이상은 못 듣겠네.”

“야! 김소윤! 내가 한 마디 했다고 그러는 거야?! 난 아까부터 쭉 참고 있었는데···”


어느새 내 침대 앞으로 다가온 민지였고,


“야! 넌 누군데! 우리 누나한테 아는 척이야?!”


날 감싸고도는 웅이가 이럴 때만은 피곤하게만 느껴졌다.


“얘들아! 아무리 다른 환자분들이 안 계셔도 응급실에선···”


또 다시 우리를 말리러 온 간호사선생님의 지친 얼굴이 보였고,


“···쓰레기 주제에.”

“뭐어?! 쓰레기?! 너 말 다 했어?!”


난감해하는 간호사선생님을 아랑곳 하지 않고 말싸움을 이어 나가는 애들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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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김소윤(6) 24.08.27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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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소윤(3) 24.08.24 8 0 15쪽
3 김소윤(2) 24.08.23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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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4.08.22 1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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