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없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핵갸.
작품등록일 :
2024.08.22 21:22
최근연재일 :
2024.09.18 20:38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56
추천수 :
0
글자수 :
110,863

작성
24.08.31 19:03
조회
7
추천
0
글자
13쪽

정초롱(2)

DUMMY


우리는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거리를 걷는다.


“으엑.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맛없어.”

“거봐. 내가 후회한다 했잖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신발도 탕후루하면 맛있다던데 이건 너무 맛없잖아. 우웩.”


오이 탕후루를 손에 든 채 살짝 헛구역질했다.


먹는 걸로 장난치면 안 되기에 다시 한 입 베어 물어보는데.


“웩! 못 먹겠다!”

“하하. 그래도 오이 중에 내가 제일 맛있는 거 골라 준거야.”

“제일 맛없는 게 아니고?!”


진열장의 오이의 설탕막이 그렇게 윤기나 보였었는데,


맛없는 걸 알자 급격하게 볼품없어져 갔다.


“너튜브에서는 분명 맛있다고 했는데. 히잉.”


역시 인터넷은 믿을 게 못 된단 걸 다시 한 번 깨달은 순간이다.


음식을 남기면 천 벌 받기에 억지로 입에 넣고 사탕처럼 녹여 먹는다.


“흠냠냠.”

“내가 밖에서 그러지 말라고 했지.”

“으웡웡?”

“에휴. 아니다. 이거 먹어.”


소윤이가 자신의 딸기 탕후루를 들이미는데.


“쩝. 왜? 소윤이 먹어.”


말은 사양을 해도 딸기 탕후루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 탕후루 싫어해.”

“치. 거짓말.”


세상에 탕후루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나.


더군다나 마라탕을 좋아하는 여고생이라면 더욱 싫어 할리가 없었다.


“나 때문에 안 먹···”

“됐고, 먹어.”

“으읍!”


내가 입을 벌린 틈을 타 딸기를 집어넣었다.


염치없이 얻어먹기만 할 순 없었는데,


“흐음~ 맛있당.”


설탕코팅이 사르르 녹으면서 딸기의 과즙이 입 안 가득 터지는 게 거부할 수 없는 맛이었다.


“으이구. 귀여워.”


소윤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내 뒷머리까지 쓸어 만졌다.


짧게 올려 친 뒷머리가 부끄러워 소윤이의 손을 거부했고,


“히잉. 하지 마.”

“응. 미안.”


조심스레 손을 내리는 소윤이.


소윤이의 눈을 마주치자 미용놀이랍시고 괴롭힘 당한 기억이 떠올랐다.


이세라가 내 머리채를 붙잡고 숭덩숭덩 머리카락을 잘랐던 기억.


하염없이 울었었고 뭉텅이로 떨어지는 머리카락들을 그저 지켜만 봐야했다.


그 날카로워 보이던 가위가 내 손에 들렸다면···


······.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실행도 하지 못할 복수지만 생각조차 피하게 된다.


증오하는 이세라와 같은 인간이 되고 싶지 않기에,


내가 복수하지 않더라도 이세라는 언젠가 천벌을 받을 거라 믿기에,


오늘을 버티고 버텨 내일을 기약한다.


간혹 현실이 ‘이세라가 천벌 받을 내일은 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폭력은 폭력일 뿐이야.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조금 우울해진 게 티가 났을까.


소윤이가 조심스레 말을 걸어온다.


“저기 초롱···”

“앗! 그러고 보니까 어···, 음. 저기! 고양이!”


애써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하는데,


“안속아. 내가 한두 번 속는 것도 아니고.”


소윤이는 거짓말하지 말라며 내 볼 살을 쭈욱 잡아당겼다.


“아, 앗! 히잉. 아프다고오.”


볼 살을 잡아 어루만지는 중,


소윤이가 다소 진지한 얼굴로 말을 건다.


“초롱아. 초롱이는 이세라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복수하고 싶어?”

“어?”

“말 그대로야. 복수 하고 싶어?”


재차 소윤이가 물어봤다.


물음은 마음 속 깊은 곳, 복수를 원하는 자신을 끄집어내는 것 같았고,


‘언제까지 당하고만 살 거야?’


···폭력은 나쁜 거야.


‘그럼, 이세라가 죽이려고 해도 가만히 있을 거야?’


······.


내적으로 수많은 질문이 오갔다.


항상 복수는 나쁜 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소윤이가 물어보니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


툭.


손에 있는 딸기가 바닥에 떨어졌는지도 모르고 대답한다.


“복수···, 하고 싶지 않아.”

“아니야. 초롱아. 다시 생각해봐. 이세라가 네한테 한 짓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니까.”


소윤이는 내 어깨를 붙들고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맞고 밟히고 찢기고 데였던 끔찍한 일들을···, 그냥 넘어가겠다고? 복수할 기회가 있어도?”

“···응. 그래도 복수하기 싫어. 소윤아.”


불안한지 몸을 떠는 소윤이를 껴안는다.


“복수하면 이세라랑 똑같아질 뿐이잖아. 그치? 이세라는 무조건 천벌 받을 내일이 올 거니까···, 그니까···, 우리가 좀만 더···”


착한 척하는 것 같고 재수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소윤이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소윤이는 잠자코 듣다가,


“하아. 그래? 역시 초롱이는 너무 착해.”


끌어안은 채 내 뒷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다음엔 붙임머리 하러 가자.”

“응! 그럼 다음 주에 내가 용돈 받으면···”

“하. 그래그래. 다음 주가 온다면 다음 주에 가자.”

“응?”

“아냐. 아냐.”


의아한 표정으로 소윤이를 보자 소윤이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소윤이가 얼버무리는 게 느껴졌지만 딱히 더 캐묻지는 않았고,


가로등의 불빛이 깜빡이다 꺼지는 걸 보았다.


===


“소윤아. 어디 가는 거야.”

“조금만 더 가면 돼.”


어둠이 드리운 거리를 달빛에 의존한 채 걷는다.


소윤이가 보여줄게 있다며 따라오라 한 게 십여 분,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재개발구역에 들어와 있었다.


“소윤아. 나 무서워. 이제 그만 돌아가자.”

“진짜 조금 남았어.”


소윤이에게 바짝 붙어 몇 분 더 걷고 있는데.


“자. 다 왔어.”


도착한 곳은 으슥한 골목길 앞, 어두워 잘 보이지도 않았다.


“소윤아···. 뭘 보여줄게 있다고 여기를···”

“이제 곧 이야. 들어가자.”


달빛도 구름에 가려져 짙은 어둠이 골목길을 집어 삼켰다.


그래도 무언가 보이는지 그 안을 응시하는 소윤이었고,


“초롱아. 내가 복수할 거냐고 물어봤었잖아.”

“웅. 안한다고 했었잖아. 그것보다 소윤아. 그만 돌아가자. 나 무서워.”


내 손을 잡은 채 골목길 안으로 들어간다.


“초롱이가 그동안 너무 억압당해서 솔직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어.”

“소윤아. 진짜 그만 돌아가자.”


소윤이의 옷자락까지 잡아끌면서 돌아가자 연거푸 말하지만 소윤이는 끝까지 걸어 나갔다.


“그래서 눈앞에 직접 복수할 기회가 있다면 다를까 싶어서 이번에도 데려와 봤어.”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빨리 돌아가자.


뜻 모를 소리에 공포감은 더욱 증폭 돼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자. 초롱아. 다시 한 번 물을게.”


소윤이는 어둠 속 우두커니 서서 나에게 아까와 같은 질문을 한다.


“이세라한테 복수하고 싶어?”


소윤이의 머리부터 달빛이 비치기 시작했고,


이윽고 골목을 비춘다.


어두웠던 골목길이 점차 보이기 시작하는데.


“꺄악!!!”


바닥에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모두 의식이 없는 것 같았고,


피투성이에다가 팔다리 관절이 반대로 꺾여있는 사람도 있었다.


유독 한사람이 심하게 다쳤는데 얼굴은 뭉개졌고,


흰색 와이셔츠가 흰색임을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피가···


“우, 우웩!!!”


시각을 통해 피비린내가 더욱 코끝을 찔러 구역질이 나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소윤이가 이런 데를 데리고 올 리가 없잖아. 응?


아니면 꿈? 지독한 악몽인거야?


“우웨엑!”


연거푸 헛구역질을 해 먹은 것을 모두 게워냈다.


“초롱아. 괜찮아? 이번엔 조금 더 힘들어 하는 것 같네.”


토하느라 땅을 짚은 나의 등을 다독여 주는 소윤이.


소윤이는 이 상황이 아무렇지 않은 거야?


연신 헛구역질이 올라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 입가를 닦아주는 소윤이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작게 혼잣말한다.


“흐음. 다음엔 이세라만 빼올까.”

“소윤아. 도대체 무슨···”


골목길을 들어서면서부터 소윤이의 말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이해하지 못한 내가 잘못된 것처럼 소윤이의 행동거지들이 자연스러웠다.


“내가 놀라게 해서 미안해. 다름이 아니고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소윤이의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응시하는데,


“꺄아악!!!”


이세라가 쓰러져 있었다.


이세라가 쓰러져 있는 걸 개의치 않고 소윤이는 말한다.


“그래도 이세라는 기절만한 정도라 아직 복수할 수 있어.”


소윤이는 바닥에 있던 접이식 칼을 들고 내게 쥐여 준다.


“내가 초롱이의 복수를 도와줄게. 우리 같이 복수하자.”


피로 얼룩진 칼이 내 손을 물들이자 온 몸이 사정없이 떨렸다.


그런 나를 다정한 미소로 빤히 바라보는 소윤인데.


“안 돼!”


툭.


소윤이가 건 내준 칼을 바닥에 던졌다.


바닥을 짚어 쪼그려 앉는 소윤이.


계속 말을 이어나간다.


“흐음. 초롱아. 그럼 처음은 살살 하자. 입학식 때 뺨 맞은 거부터 복수할래? 아니면 미용실 놀이부터 하는 거 어때?”


소름끼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소윤이가 칼을 다시 주웠다.


흙먼지 털 듯 피 묻은 손을 옷으로 닦는 소윤이.


그런 모습이 내가 알고 있는 착한 소윤이가 맞는지 의심이 갔다.


아니.


애초에 하루밖에 안 본 사이에 소윤이가 착한지 어떤지 알 수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알 수 없는 상황 속,


내가 느끼는 감정조차 의구심이 들려고 할 때,


“으, 으윽.”


이세라의 흐느낌 소리가 들려왔다.


소윤이는 칼을 들어 이세라에게 다가갔고,


본능적으로 소윤이를 말려야 한다 생각했다.


“어, 어! 안 돼! 소윤아!”

“아직 더 자.”


퍽!


“끄윽.”


소윤이가 이세라의 턱을 걷어찼고 이세라는 다시 쓰러졌다.


“제발! 소윤아! 정신 차려! 이러면 너도 이세라랑 똑같아 질뿐이야!”


소윤이의 뒤를 끌어안으며 부족한 말주변으로 말려보는데.


“지금 복수하면 너도 똑같은 나쁜 사람일 뿐이야!!! 약한 사람을 괴롭힐 뿐이라고!!!”


쉽게 뿌리칠 수도 있었을 텐데 소윤이는 내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역시 이번에도 초롱이는 착하네.”

“소윤이도 착하잖아? 응? 그러니까 칼부터 내려놓고···”


내 말을 이해해 준걸까.


소윤이가 뒤돌아 나를 직시했다.


“초롱아. 난 나쁜 사람인 가봐.”

“어? 아니야! 소윤이가 얼마나 착한데!”


소윤이가 착한지 나쁜지 알 수 없었을 뿐더러 이제 어떤 사람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저 지금 이 상황을 넘기기 위해 소윤이를 말려야 했는데.


탓!


소윤이가 나를 밀쳤다.


그대로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고는,


“앗!”


하고 짧게 신음한다.


“안 돼!”

“미안. 난 이세라를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어느새 쓰러진 이세라에게 다가간 소윤이가 칼을 들이밀었다.


“제발!!! 소윤아! 너도 무섭잖아! 칼 내려 놔!!!”


소윤이의 떨리는 손이 두려움이라 생각해 아직 말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내 예상은 어림도 없었다.


이세라를 향한 증오가 얼마나 큰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세라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지금 쓰러져 있는 애들로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냐고!”

“무슨···”

“알 턱이 없지. 이 쓰레기들이 너를 억지로 벗기고 때리고 우롱하고 희롱하고······, 끅···. 그래서 난 이세라를 절대 용서할 수 없어.”


푹.


“안 돼!!!”


이세라의 목에 칼을 꽂았다.


“끄허어어억!!! 끄르으얽어억!!!”

“짧지만 이게 가장 고통스럽더라고.”


이세라의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분수가 소윤이를 적셔간다.


“끄으으륵얽!!! 크커허어우얽억!!!”

“이세라. 다음엔 어떻게 죽여줄까.”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몸부림치는 이세라의 귀에 소윤이가 속삭이는데.


“소윤아!!! 왜!!! 왜 그런 거야!!!”


이세라에게 다가가 목을 압박한다.


너튜브에서 본 응급처치가 떠올라 행동만 앞선 채 피는 끝없이 흘러나왔고,


삐용삐용.


저 멀리 사이렌 소리가 들려와 119 신고를 생각해낸다.


“미안해. 초롱아. 이세라까지 살리려 하는 너에게 너무 가혹했지. 이 짓도 다음부턴 안 그럴게.”

“무슨 소리야!!! 장난 그만치고!!! 빨리 119!!! 119! 신고해!!!”

“끄허우렁얽억! 끄허억···.”

“이세라! 이세라!!!”


피에 젖어 가는 난 이세라의 꺼져가는 생명을 살릴 수 없었다.


“초롱아. 미안. 이제 끝내줄게.”


어느새 담벼락 위에 서 있는 소윤이가 말했다.


“뭐하는 거야!!! 제발!!! 내려와!!!”


내 머리로는 따라가기 힘든 끔찍한 광경 속,


공포에 목이 메여 성대가 찢어지는 것만 같았고,


“안녕.”

“소윤아!!!”


담벼락 뒤로 소윤이가 넘어간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되는 건데!!! 으아아악!!!”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쿵!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일은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또 다른 불행, X 24.09.18 2 0 11쪽
19 이세라(3) 24.09.15 3 0 10쪽
18 이세라(2) 24.09.08 7 0 14쪽
17 이세라(1) 24.09.06 10 0 11쪽
16 이성재(2) 24.09.05 9 0 11쪽
15 이성재(1) 24.09.04 7 0 11쪽
14 전준웅(3) 24.09.03 7 0 16쪽
13 전준웅(2) 24.09.02 7 0 11쪽
12 전준웅(1) 24.09.01 6 0 13쪽
» 정초롱(2) 24.08.31 8 0 13쪽
10 정초롱(1) 24.08.30 9 0 10쪽
9 내일은 없다. 24.08.29 6 0 20쪽
8 김소윤(7) 24.08.28 6 0 8쪽
7 김소윤(6) 24.08.27 11 0 11쪽
6 김소윤(5) 24.08.26 7 0 15쪽
5 김소윤(4) 24.08.25 7 0 12쪽
4 김소윤(3) 24.08.24 8 0 15쪽
3 김소윤(2) 24.08.23 10 0 12쪽
2 김소윤(1) 24.08.22 13 0 15쪽
1 프롤로그 24.08.22 14 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