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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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갸.
작품등록일 :
2024.08.22 21:22
최근연재일 :
2024.09.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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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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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웅(1)

DUMMY


딩딩딩.


창문 밖을 보니 교문 앞, 불량해 보이는 다른 학교 학생들의 무리가 있었고,


저 쓰레기새끼들.


종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전학생! 어디 가는 거야?”


나를 붙잡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쟤들도 방관한 쓰레기일 뿐이야.


타닥.


계단의 난간을 넘어 빠르게 내려간다.


맘 같아선 창문으로 뛰어 내려가고 싶었지만,


한국은 못 뛰어 내리게 철창이 쳐져 있었다.


자살율 1등답네.


그런 나라에 이런 학교에서 누나가 고통 받았을 나날들을 생각하니,


치가 떨릴 정도로 화를 주체할 수 없었고,


쾅!


누나 주변의 쓰레기들을 모조리 죽여 깨끗이 청소하고 싶었다.


애꿎은 벽에 화풀이를 했더니 시멘트벽은 금이 가,


작은 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


참. 스승님이 항상 흥분하지 말라고 하셨지.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후. 하아.”


누나와 헤어지고 나서 4567일.


긴 세월 동안 생긴 쓰레기들을 3일,


아니 내일까지 모조리 청소해주겠어.


그러고 나서 누나와 다시 제대로 만나는 거야.


누나가 성인 때까지 꾹 참고 기다리자 했었지만,


4567일이나 참았는데 겨우 791일정도 일찍 만나는 것뿐이야.


다시 한 번 계단의 난간을 붙잡는데.


“야! 전준웅!”


내 옷을 잡아끌어 방해하는 녀석이 있었다.


“하아. 하아. 내가 거기 서라고 했잖아! 종례도 안하고 어딜 도망가는 거야?!”


반장이랍시고 학교를 알려주던 최세빈.


누나하고 엮이지 말라며 누나에 대해 알려준 것도 이 쓰레기였다.


“방해하지 마.”

“나도 방해하고 싶지 않거든? 근데 반장이니까 어쩔 수 없이 네 같은 문제아도 챙겨야 하는 거야! 내가 분명 김소윤하고도 엮이지···”

“누나 이름 함부로 말하지 마!”


최세빈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꺄악!”


최세빈은 힘없이 나가떨어졌고 계단 아래로 몸이 내던져졌다.


하필 그 순간,


『샐린을 좀 더 소중히 대해줘.』


스승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고,


“쯧.”


몸을 던져 최세빈을 끌어안았다.


우당탕.


“어? 안 아프네? 아! 전준웅! 괜찮아?!”


가까스로 최세빈을 안고 바닥을 등진 채 떨어질 수 있었다.


묘하게 샐린하고 닮은 최세빈 때문에 시간이 지체됐고,


한 시가 바쁜 상황에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야! 또 어디 가는 거야! 양호실부터···”


최세빈은 또 한 번 내 옷을 잡아끌려 하는데.


탓!


아까보다 약하게 최세빈의 손을 쳐냈다.


“이 이상 방해하지 마.”

“아, 아니. 난 너 다쳤을까봐···”


방금 전의 당당한 모습은 어디가고 지레 겁먹고 소심해진 최세빈.


“···쯧. 괜히 샐린을 닮아가지고.”


모질게 대한 게 마음에 걸렸지만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샐린을 생각하는 마음보다 이세라를 향한 분노가 더 컸기 때문이다.


타닥.


교문 앞, 쓰레기들을 다 정리하면···


이세라, 넌 꼭 살가죽을 분리배출해주 마.


계단 끝에 다다르고 1층의 양호실을 지나려는데.


“웅아.”


나를 친근하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누나!”


날 부른 이는 양호실 앞에 서 있던 누나였다.


반가운 마음에 다 제쳐 두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리고 누나를 껴안는다.


“지금까지 너무 보고 싶었어!”

“그래그래. 누나도 보고 싶었어.”


누나가 까치발까지 들어가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리웠던 부드러운 손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라 쌓였던 감정들이 입 밖으로 나온다.


“나, 외로웠지만 누나가 말한 대로 미국에서 정말 열심히 살았다? 가지 말라는 곳은 안가고, 스승님한테 열심히 훈련도 받고 또···”

“정말 열심히 했구나. 잘했어.”


어렸을 적 커보였던 누나였는데 지금은 품 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왜소했다.


이런 누나를 이세라, 그 쓰레기가···,


참자. 참아. 지금은 눈앞의 쓰레기를 먼저 청소해야 돼.


감격스러운 재회를 좀 더 만끽하고 싶었지만 누나를 위해 청소를 해야했다.


누나한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려는데,


“누···”

“웅아.”


품속의 누나가 날 올려다보며 말해왔다.


“어?”


오랜만에 본 누나라지만 누나의 부름에서 조금 섬뜩함이 느껴져 얼빠진 얼굴로 답했다.


누나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다시 내게 속삭이듯 말해온다.


“나 부탁이 있어. 들어줄 거지?”


누나의 손길이 내 뺨을 어루만지며 지그시 날 빤히 바라보는데,


“웅! 당연하지!”


귀를 한껏 쫑긋 세워 대답했다.


누나는 날 바라보고 있었지만 눈동자 속엔 내가 없었다.


나대신 끝을 알 수 없는 공허로 가득 차 보였다.


그런 눈빛을 보고는 누가 부탁을 거절할 수 있을까.


저 공허만 채울 수 있다면 부탁이 뭐든 다 들어 줄 수 있었다.


설령 누나가 죽으라고 해도 기꺼이 죽어 줄 수 있었다.


“저기···, 방해해서 미안한데···.”


누나의 뒤로 쭈뼛쭈뼛 다가오는 정초롱이 보였다.


누나를 찾으러 다닐 때, 옆에서 도와준다고 알짱거렸던 정초롱.


4567일 중 이제 와서 도와주는 척 한다고?


지금 와서 바뀐다 한들 네가 쓰레기인 건 달라지지 않아.


정초롱이 누나의 옷자락을 잡고 걱정에 찬 눈빛을 보낸다.


“···소윤아. 아직 환자인데 무리하면 안 돼···, 흐익.”


내가 쏘아보자 정초롱은 누나의 뒤로 숨는데.


누가 누굴 걱정하는지.


정초롱은 누나보다 더 왜소했고 한 대만 차도 쉽게 부러질 거 같았다.


그런 애가 누나를 걱정한다는 게 우스워 보이자,


“고마워. 초롱아.”


정초롱을 와락 안는 누나였다.


“헤헤. 내가 뭘~”


그걸 또 좋다고 실실 거리는 정초롱을 보자 눈살이 찌푸려진다.


내 눈치를 살피는 정초롱은 나의 시선을 계속 피하는데.


그래. 누나가 좋다면야. 재활용 쓰레기 정도로 바꿔줄게.


정초롱의 손에 이끌려 양호실로 들어가는 누나가,


“웅아. 안에서 얘기하자.”

“웅!”


내 손을 맞잡고 양호실로 이끌었다.


조금만 있다가 청소하자.


석양에 삼켜지는 누나를 보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왔지만,


따뜻한 누나의 손길이 불안감을 잊게 만들었다.


===


“이걸 순순히 따라오네. 여자 앞이라고 가오가 아주 이빠이야? 어?”


교문 앞, 쓰레기들을 따라가자 우리를 으슥한 골목으로 데려왔다.


석양도 잘 비치지 않는 어두운 골목에서, 업혀 있던 누나가 말한다.


“웅아. 이제 내려줘.”

“누나. 정말 괜찮겠어?”

“야. 시발. 내 말 씹냐?”


누나는 이런 쓰레기들을 청소하는 걸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내 등에 업혀 같이 왔는데.


아무리 부탁이라고 해도. 이게 무슨 좋은 꼴이라고 데려온 거야.


누나는 내가 있어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청소하는 게 썩 좋은 장면은 아니라 누나를 데려온 걸 후회했다.


“하. 시발. 이 새끼들 봐라. 네들은 오늘 뒤졌다.”

“내가 좋아서 온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 웅아.”

“웅. 누나가 그렇게 말하면 어쩔 수 없는데.”

“이 씨발년, 놈들이!”


아까부터 누나와 대화하는데 쫑알쫑알 시끄럽게 껴드는 쓰레기가 내게 주먹을 날렸다.


“어?”


준비동작이 크고 느린 주먹을 맞아 줄 리가 없었고,


“누나가 말하고 있잖아. 좀 닥쳐.”


큰 동작으로 인해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린 쓰레기의 품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퍽!


주먹으로 인중을 가격했다.


“끄학!”


쓰레기가 뒤로 넘어가면서 바닥에 닿기 전에,


뻑!


왼손으로 턱을 내리꽂아 확실히 끝장냈다.


“끅.”


반쯤 눈깔이 뒤집힌 채로 쓰러졌고,


이제 쓰레기 하나가 정리됐다.


“꺄아아악!!!”

“야! 괜찮아?!”


쓰러진 쓰레기 주위로 쓰레기들끼리 걱정한다.


그런 모습이 꼭 쓰레기 주변에 바퀴벌레가 꼬이는 모습 같아 역겨웠다.


이제 쓰레기는 여덟 개.


얼른 청소하고 누나랑 마라탕을 먹으러 가야겠다.


“웅아! 여기.”

“웅? 고마워.”


누나가 내게 청테이프를 건 내며 싱긋 웃었다.


난 진심으로 싸울 때 손발에 청테이프를 감아 마찰력을 높이는데.


그걸 누나가 어떻게 알았을까···.


역시! 누나도 항상 날 생각해 주고 있었던 거야!


미국에 있었을 때 한시라도 누나를 잊은 적은 없었다.


누나 또한 날 잊지 않고 있었기에 초자연적인 힘으로 마음이 통한 게 아닐까?!


“그리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저기 눈 퀭한 놈은 칼이 두 개니까 조심해.”

“웅!”

“웅아. 파이팅.”

“웅!”


누나의 응원에 들뜬 마음으로 청테이프를 뜯었다.


청테이프까지 쓸 필요는 없는 쓰레기들이었지만,


1초라도 더 빨리 청소하기 위해 청테이프를 손과 발에 감는다.


청테이프의 압박감이 옛날 향수를 불러오는데.


스승님은 잘 계실까.


쓰레기들이 하나둘 덤벼들기 시작한다.


“년, 놈들이 뭐라 떠드는 거야!!!”

“씨발! 족쳐!”


앞장 서 한껏 크게 주먹을 휘두르지만 내가 맞을 리 만무했고,


오히려 뒤에 있는 쓰레기들이 내게 접근조차 못하게 막아줬다.


“씨발! 쥐새끼마냥 피하기만 할 거냐?!”


행동거지들이 볼품없고 초라하다.


운동은 해본 적도 없어 보이고,


지금까지 떼거지로 몰려다녀 쪽수로 밀어붙이는 싸움을 해왔을 게 뻔했다.


그런데도 이런 좁은 골목에서 싸우는 걸 보니 지능 또한 낮은 쓰레기들이었다.


“하아. 준비운동도 안 되겠네.”


한숨만 나오는 실력에 더 이상의 탐색은 시간 낭비로 느껴졌다.


“뭐라는 거야! 씨발!!!”


천박하게 날아드는 주먹을 붙잡았다.


그리고 담장을 밟고 점프해 무릎으로 턱을 찍는다.


팍!


“꺽!”


쓰레기 하나 쓰러지기 무섭게 뒤에 쓰레기가 달려드는데.


“이 씨발!!!”


지능이 낮아서 그런가. 학습능력도 없네.


또 한 번 날아든 주먹을 붙잡아 팔꿈치를 반대편으로 꺾어준다.


뿌드득.


“끄으아악!!!”

“닥쳐.”


꺾인 팔꿈치를 부여잡을 틈도 없이 턱을 돌려 찬다.


퍽!


“끅.”

“셋.”


쓰러지는 쓰레기 뒤로 여섯 개의 쓰레기가 남았다.


한쪽 구석 벌벌 떠는 쓰레기가 두 개, 접이식 칼을 꺼내드는 쓰레기가 세 개.


그 뒤로 겁먹은 퀭한 눈.


“이 씨발! 태석아! 저 새끼 먼데!”

“씨발!!! 닥치고 조져!”

“이···, 씨발!!!”


쓰레기들도 계급이 있나, 퀭한 눈의 부추김에 둘이 먼저 내게 칼을 휘두른다.


휘익. 휘익.


꼴에 합을 맞춰 좁은 골목에서도 팀워크를 발휘하는데,


“쫌! 뒤져!!!”

“씨발!!!”


스승님의 손도끼에 비하면 느려터진 애들 장난감 수준이었다.


“욕 밖에 할 줄 아는 단어가 없냐?”


천박한 행동에 맞게 천박한 언행.


쓰레기의 칼날을 손으로 막는다.


두껍게 감긴 청테이프 덕분에 베이지 않았고 손가락을 꺾어 칼을 빼앗는데,


“으아악!!! 내 손가락!!!”


그 틈을 타 다른 쓰레기의 칼이 내 귀를 스친다.


“뒤져!!!”


진짜 죽일 생각이네.


쓰레기가 흥분한 채 막무가내로 칼을 휘두르는데.


휘익! 휘익!


누나가 쓰레기들을 전부 죽여도 된다했었지···,


근데 정말 죽여도 될까?


사람을 처음 죽였을 때의 감각을 난 아직도 잊지 못했고,


······.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트라우마로 남아 있지는 않았다.


그냥 그때도 쓰레기들을 청소했을 뿐이었으니까.


추억 회상도 잠시 뺏은 칼을 쓰레기의 팔꿈치 안쪽에 꽂아,


푹.


힘줄을 끊어낸다.


“끄아아악!!!”


절규하는 쓰레기가 뒤로 넘어지다 내 앞에 날아오는데,


팍!


태석이라 불린 쓰레기가 걷어 찬 것이었다.


난 날아오는 쓰레기는 뒷걸음 쳐 가볍게 피했고, 그걸 보고 쓰레기가 말한다.


“이 씨발!!! 쓰레기새끼들아! 한 명을 못 잡고 다 쳐 쓰러지고 지랄이야!”

“으흑. 내 손가락이, 내 손가락이 안 움직여.”

“끄아아악!!! 태석아!!! 119!!! 구급차!!!”


빽빽 소리를 지르는 게 듣기 싫었던 찰나,


퍽!


“꺄아아악!!!”


태석은 자신에게 기어서 다가오는 쓰레기를 발로 차 기절시켰다.


“네들도 닥쳐!!! 징징대는 꼬라지 듣기 싫으니까!!!”

“으흐흑, 응···. 오빠.”

“으읍, 내, 내 손가락. 으흑.”


한쪽 구석 웅크려 있는 쓰레기들을 보고 태석은 말했다.


태석은 뒤를 봐도 막다른 길,


골목 입구엔 사람 다섯을 쉽게 쓰러트린 괴물이 막고 있어 도망칠 궁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누나. 보지 마.”

“아. 괜찮다니까.”


피 흘리고 있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아 소윤의 눈을 가리는 준웅인데,


소윤은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기 위해 준웅의 손을 이리저리 피한다.


“하하. 이 씨발년, 놈들이···, 우리를 좆으로 보고 있어.”


태석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 때문에 자칫하면 칼을 놓칠 뻔 했다.


석양도 진 하늘은 짙은 어둠이 깔려 태석에게 더한 공포감을 줬지만,


“이 씨발!!!”


태석은 칼을 고쳐 잡고 용기를 내 준웅에게 달려들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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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전준웅(3) 24.09.03 7 0 16쪽
13 전준웅(2) 24.09.02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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