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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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갸.
작품등록일 :
2024.08.22 21:22
최근연재일 :
2024.09.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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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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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라(3)

DUMMY


“···그래서 처음엔 이 능력이 축복인 줄 알았어.”

“씨발!!! 닥쳐! 닥치라고! 다 죽여 버릴 거야!!!”


날 내려다보는 김소윤.


내가 있어야 할 곳에는 저년이 있었고,


저년이 있어야할 곳에는 왜 내가 깔려 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가운 밑바닥에서 저년의 눈깔을 직시하는 것만 해도 분해 죽을 것 같았지만,


변태석과 똘마니들이 내 팔다리를 붙들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씨발!!! 놔! 놓으라고! 끄아악!!!”


평소 악몽에 시달리듯이 이것 또한 꿈인가 싶어 소리를 꽥꽥 질러 보았지만,


“씨발! 어딜 만지는 거야!!!”


더러운 손길이 내 살갗을 스칠 때마다 이게 현실임을 자각시켜 줬다.


“그, 근데 정말 해도 되는 거 맞아?”

“시발. 또 얻어터지기 싫으면 손이나 움직여.”

“씨발! 꺼져! 꺼지라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그들은 더욱 세게 움켜질 뿐이었고,


“시발. 그냥 해. 잘 모르겠지만 쟤가 다 책임진다잖아.”

“그래. 맞아. 이건 그냥 평소의 비즈니스인거야.”

"히히. 맞는 말이야. 단순히 오늘의 일감이 운 좋게 이세라일 뿐인 거야. 봐봐. 태석이는 벌써 스위치 켜졌잖아.”


하나같이 퉁퉁 부은 눈탱이로 내 몸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들이었다.


“시발! 보지 마! 보지 말라고!!!”

“앙칼진 년이네. 그럼, 앙칼진 세라는 어떤 비명을 지를까? 스읍.”

“시이바알!!!”


그중 변태석은 입맛을 다시며 바삐 손을 움직이는데.


왜 내가 이 꼴 인거지?


변태석이 김소윤을 잡았다 길래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왔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김소윤의 눈깔을 뽑아버릴 생각에 들뜬 기분이었었고,


드디어 내일은 푹 잘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불과 몇 십분 전까지 만해도 희망찬 내일이었었는데···,


분명 그랬었는데···.


찌이익!


“꺄악!!! 씨발!!! 그만! 제발 그만!!!”

“이 싸가지 없는 년도 이런 소리를 낼 줄 아네.”

“그래! 세라야! 좀 더, 더 크게!”


노출된 살갗으로 추위를 느꼈고,


그 위로 더러운 손길조차 느껴졌다.


내 몸을 탐하는 수많은 손들로 인해 온몸은 빠르게 더럽혀져 갔고,


이윽고 깨끗한 부위는 찾아보기 힘들어진 순간,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데.


“···이 능력은 불행이었던 걸까. 세라야.”


김소윤의 듣기 싫은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필름이 뚝 끊기듯 의식을 잃고 만다.


===


퍽!


뭔 소리지.


둔탁한 마찰음에 정신을 차리는데.


퍽! 퍽!


그것보다 너무 추워. 살려줘.


살아생전 느껴보지 못한 추위와 고통이 정신을 더욱 또렷하게 해줬고,


삐용삐용.


“끄윽. 여기야···, 여기라고···.”


구급차 소리에 힘겹게 눈을 떠보는데.


툭.


“꺄아악!!!”


바로 눈앞에 변태석의 얼굴이 곤두박질쳐졌다.


눈도 채 감지 못하고 피떡이 된 얼굴.


그리고 차가운 바닥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내 몸둥아리가 보였다.


······.


“시이이바아알!!!”


팍!


“죽어!”


팍! 팍!


“죽어! 죽어! 죽어!!!”


변태석의 머리를 있는 힘껏 계속 내려쳤다.


팍! 팍! 팍!


의식을 잃었음에도 겁탈 당한 현실을 부정하듯 끊임없이 내려쳤고,


불끈 쥔 주먹의 인조손톱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주먹을 멈추는데.


“흐윽. 시발. 끄흐윽. 흐으윽.”


눈물, 콧물이 봇물 터진 듯 끝없이 흘러넘쳤다.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하는지 억울···


퍽!


“끄악!!!”

“세라야. 억울해할 시간은 없~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한 게 있는데 억울해 하는 것도 웃기잖아. 응?”


피로 물든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려 한 순간,


김소윤의 발길질이 날라들어 왔다.


그 여파에 난 맥없이 바닥을 나뒹굴었고,


“누나. 이세라도 청소해 둘까.”


김소윤의 다리 사이로 전준웅이 보이는데.


툭.


그는 쓰레기 다루듯 잡고 있던 머리채를 바닥에 내던졌고,


“아니야. 내가 마무리 지을게.”


김소윤의 말 한마디에 바닥의 머리통을 짓누르는 전준웅이었다.


“으, 우웨엑.”


그의 잔인함에 속을 게워낼 수밖에 없었다.


“윽. 또 토했네. 더러워.”


그리고 김소윤의 경멸어린 시선이 나의 몸을 이곳저곳 훑어 봐 모욕감을 줬지만,


공포심에 의해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나약한 사냥감 마냥 온 신경이 포식자를 향해 곤두서 있을 뿐이었다.


쿵.


김소윤의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북치듯 크게 울리는데.


쿵.


“세라야. 추워? 그래도 난 물은 안 뿌렸잖아. 그 정도면 따뜻한 편이야.”


쿵.


“오, 오지 마···.”


난 추위에 벌벌 떠는 건지.


쿵.


눈앞의 두려움에 떠는 건지.


쿵.


피로 얼룩진 전신은 사정없이 떨릴 뿐이었고,


“세라야. 아까 어디까지 얘기했었더라.”

“가, 가까이 오지 말라고!”


점점 다가오는 김소윤을 향해 흙을 뿌리고 돌을 던지는데.


휘익.


“어이쿠. 또 맞을 뻔 했네. 근데 이제 안 던지는 게 좋을 걸? 맞으면 세라만 손해니까.”


예상이라도 한 듯 고개를 돌려 돌을 피하는 김소윤.


그리고 여유롭게 다시 말을 이어나가는데.


“···내가 요즘엔 조금만 수틀려도 금방 다시 시작해버리거든. 그러면 세라가 또 겁탈당할 텐데. 기억 못한다 해도 똑같은 건 싫잖아? 응?”


쿵!


이윽고 김소윤은 코앞까지 다가왔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난 필사적으로 차가운 바닥을 기어 도망친다.


“풉. 세라가 기는 꼴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다니···, 깐!”


팍!


“끄윽!”


축구공 차듯 한 발길질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고,


“좀 더! 꿈틀대봐! 이제 놀이는 시작이니까!”


팍!


“커헉!”


벌레처럼 꿈틀될 때마다 발길질은 계속 이어졌다.


팍! 팍! 팍!


“슈웃!”


퐉!


턱이 돌아간 순간, 눈앞이 하얘지며 머리를 지탱하던 목에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털썩.


머리를 바닥에 곤두박질쳤고,


머리 아래로는 차갑던 바닥의 냉기조차 느껴지지 않는데.


“그럼 내 능력에 대해 어디까지 말했었더라. 흐음···. 그냥 첨부터 다시 말할까?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내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혼자 신나서 떠드는 김소윤이었다.


===


“어이. 세라야. 듣고 있어? 왜 꿈틀대지도 않아.”


툭툭.


전라의 이세라를 아무리 건드려 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데.


“에이 씨. 벌써 끝났네. 능력이 있다면 뭐할지 대답이나 좀 하고 가지. 이번에 들으면 10번 채우는 건데.”


이세라를 밟고 서서 땅을 안 밟기 위해 균형을 잡던 중, 웅이가 말한다.


“누나···. 누나가 말한 계획을 계속 생각해 봤는데. 생각할수록 이건 아닌 것 같아. 일단 우리 집에 가서···”


언제나처럼 날 말리려 드는 웅이었고,


“에휴. 이번에도 딱히 다른 계획은 없나보네.”


웅이의 실망스러운 말을 끝으로 오늘을 끝내려고 한다.


치익.


꿀꺽꿀꺽.


“캬아! 이제 맛있게 만드는 건 수준급이구만.”

“누나. 뭘 먹은···, 설마···, 안 돼!”


타앗!


웅이가 덥석 날 끌어안고는,


“토해! 누나! 제발 토해줘!”


토하라고 내 입에 손가락을 쑤셔 넣는데.


“쿨럭!”


탁!


“에이 씨! 웅아! 네 손가락은 두꺼워서 아프단 말이야! 손가락 좀 넣지 말자! 응?!”

“어, 어! 안 돼! 누나!”


웅이의 손가락을 거부하자마자 피를 한바가지 토해냈고,


웅이는 걱정에 찬 얼굴로 날 끌어안았다.


“우, 우웨엑. 그래도 고통은 없으니까, 웅아. 너무 걱정하지 마.”


이미 늦었단 걸, 웅이 또한 아는 걸까.


또 한 번 피를 토해냈음에도 날 품 안에서 놓지 않는 웅이였다.


“흐윽. 누나. 가지 마. 제발.”

“웅아. 뚝. 심장소리 좀 듣게 그만 울어.”


웅이의 가슴팍에 귀를 가져다 댔고,


이제 불규칙한 심장음을 끝으로 오늘 하루를 끝마치려고 하는데.


삐용삐용.


“아이 씨. 이번엔 여기까지 들리네.”


가끔 들려오는 불청객소리가 섞여 들려와 썩 만족스런 오늘은 아니게 됐다.


===


하아. 이제 웅이도 다른 계획은 생각 못하는 것 같고.


앞으로 10초 단위로 죽어봐야 하나.


······.


『그냥 이대로 진짜 죽었으면 좋겠는데···.』


아니지. 아니야.


아빠를 구해야지.


아빠가 나를 위해 어떤 희생을 해 왔는지, 벌써 그걸 잊은 거야?


지금까지 내 불행에 희생당해 온 사람들을 다 잊어버린 거냐고?


약한 소리 하지 말자. 김소윤.


편하게 죽는 법도 알고 있고 죽는 것도 이제 무섭지 않잖아.


1초 단위가 되더라도 그때까지 죽어보는 거야.


그것도 안 되면 0.5···, 0.1···,


······.


『그만 끝내고 싶어.』


야! 김소윤!


그래. 기분전환을 해보자.


반복되는 오늘이 지겨워서 나약해진 걸 수도 있어.


이번엔 선행을 해보자.


차에 치일 뻔 했던 최세빈을 어쩌다 구했던 것처럼 위선을 떨어 보는 거야.


어떤 위선을 떨어볼까.


공장지대 화재라도 막아볼까.


뉴스에서 크게 홍보도 해줬었잖아.


왜 불이 났었다고 했었지.


······.


화재의 원인을 인재라고 했던 기억을 끝으로,


반복되는 오늘이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데.


『이제 그만 불행을 끝내고 싶어.』


『내일을 시작하고 싶어.』


===


‘딩딩딩.’


어? 왜 종소리가 안 들리지?


쾅!


왜 몸은 또 뜨거운 거야.


쾅! 쾅!


결국, 나쁜 짓을 많이 해서 지옥에 왔나.


이세라도 왔겠지. 나 혼자 지옥이면 억울한데.


“소윤이 누나!”


잠깐, 지옥? 설마···, 이제 와서야.


쾅! 쾅! 쾅!


다 포기했었는데,


콰지직! 쾅!


내 불행에 결국 꺾였었는데.


“누, 누나!”


내 불행은 내가 불행을 끝내는 걸 가만두지 않았고,


새로운 오늘을,


새로운 불행을 안겨줄 뿐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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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전준웅(2) 24.09.02 7 0 11쪽
12 전준웅(1) 24.09.01 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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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정초롱(1) 24.08.30 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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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김소윤(6) 24.08.27 1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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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김소윤(4) 24.08.25 7 0 12쪽
4 김소윤(3) 24.08.24 8 0 15쪽
3 김소윤(2) 24.08.23 10 0 12쪽
2 김소윤(1) 24.08.22 14 0 15쪽
1 프롤로그 24.08.22 1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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