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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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갸.
작품등록일 :
2024.08.22 21:22
최근연재일 :
2024.09.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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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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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라(1)

DUMMY


내가 변태석, 그 더러운 새끼한테까지 연락하게 만들어?


씨발. 김소윤.


넌 꼭 죽여 달라고 애원하게 해주마.


불만이 가득 담긴 발걸음으로 변태석에게 향하고 있었다.


변태석에겐 김소윤, 전준웅 그 년놈들 중 하나라도 확실히 죽여 놓으라했는데,


벌써 전준웅을 반 죽여 놨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소윤, 그년이 잡혔다면 좋았겠지만.


그년 주위부터 하나씩 족쳐 목을 조여 가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았다.


그런 의미로 가는 길에 정초롱, 이년을 만나다니 난 역시 운이 좋다.


“씨발! 빨리 못 걸어?!”

“흐윽. 미, 미안해. 세라야···.”


정초롱의 머리채를 잡아끌었다.


정초롱의 흐느낌에 지나치는 사람들이 흘깃 보지만,


그 누구도 내 앞길을 막는 이는 없었다.


이게 옳게 된 내 인생이야.


탄탄대로의 내 인생을 누가 감히 막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었고,


맘에 안 드는 건 모든 짓밟을 수 있었다.


···분명 그래왔었는데 김소윤, 그년을 만나고부터 불행이 시작됐다.


여느 때처럼 심심풀이에 불과했던 김소윤.


어딜 가나 하나쯤은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불과했었는데,


언젠가부터 그년의 두 눈이 신경 쓰였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겨 신경 쓰이는 만큼 짓밟았고,


그년을 짓밟을수록 불쾌감은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커져만 갔다.


이윽고 잊고 지내던 언니가 떠올랐을 때,


그년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루빨리 죽였어야 했어.


내가 그년 때문에 잠을 못 잔 게···,


하루, 이틀···, 아니, 벌써 5일 째인가.


하지만 잠 못 드는 밤은 오늘로써 끝이야.


전준웅, 정초롱 이 새끼들 먼저 죽이고,


내일 김소윤만 죽인다면,


내일부터는 푹 잘 수 있어.


이제까지 비싼 한태갑의 용병들을 썼던 게 후회됐다.


그리고 후회와 함께 그 늙다리년이 했던 말이 떠오르는데.


『세라야. 무슨 일이 있어서 그렇게 돈을 많이 쓴 거야. 지금 아빠가 더 이상은 못 참겠다고 단단히 화가 나셨어. 아무리 언니 때문에···』


“개씨발!!!”

“꺄악!”


정초롱의 머리채를 강하게 휘어잡고는 내동댕이쳤다.


힘없이 쓰러진 정초롱은 힘겹게 다시 일어서려 했고 난 다시 발로 차 넘어뜨린다.


퍽!


정초롱이 길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을 보고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최소한 김소윤이 살려 달라 애원하며 내 신발을 핥지 않는 이상,


내 화는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화가 많아진 것도, 아빠가 화난 것도,


꼴사납게 학교에서 도망친 것도, 수준 떨어지는 변태석에게 연락한 것도!


전부 다 김소윤 때문이다.


이제 김소윤의 눈깔을 뽑아 죽여야 끝나는 지경까지 와있던 나였다.


===


“끄으윽···.”


땅거미가 짙게 깔린 골목길에 다다르자 나지막한 신음소리가 들렸다.


수준은 더러워도 일처리는 기가 막히게 해 걱정하지 말라던 얘기가 진짜였나 보다.


겁도 없이 날 집어 찼던 전준웅이 살려 달라 비는 꼬라지를 생각하니,


입 꼬리가 절로 씰룩돼 발걸음이 빨라진다.


옛날, 이 주변에서 언니가 처음 발견됐던 게 떠올라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꿀꺽!”


좀만 참으면 돼.


좀만 참으면 더 이상 불안에 떠는 내일은 없는 거야.


발걸음은 멈출 수 없었다.


“꺄악!”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정초롱이 시끄럽게 비명을 질렀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모퉁이를 돌자마자 펼쳐진 광경은 살려 달라 애원하는 전준웅이 아니었다.


변태석을 깔고 앉아 나를 노려보는 전준웅이었던 것이다.


“이 씨발!”


습관적으로 나온 욕을 하고 난 빠르게 머리를 굴려본다.


쓰러진 변태석 주위로 나머지 떨거지들도 피떡이었고, 남녀 가리지 않았다.


이 모든 게 전준웅이 벌인 짓이라면,


저놈은 나또한 똑같이 피떡으로 만들 게 뻔했다.


씨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망치는 것 말곤 방법이 없었다.


전준웅이 일어나려 무릎에 손을 가져다 댄 순간,


“꺄악!”


옆에 있던 정초롱을 전준웅 쪽으로 힘차게 밀었다.


그러고 난 뒤,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을 움직였다.


“씨발! 씨발! 씨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건 치욕스러웠고 내 인생에 있어서는 안됐다.


땅을 힘껏 차 나아가는 절박한 발걸음 또한 내 인생에 있어서는 안됐는데.


“김소윤 이 씨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김소윤을 짓밟을수록 내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났을 때?


김소윤의 과거를 전해 듣고도 짓밟는 걸 멈추지 않았을 때?


애초에 김소윤을 만났던 것부터가 잘못이었을 걸까?


탁.


씨발. 씨발. 씨발.


생각이 많았던 탓일까.


피로가 누적돼서 였을까.


내리막길을 뛰던 도중 신발이 한 짝 벗겨졌다.


허공에 몸이 붕 떠올랐고,


투다다닥.


내리막길 끝까지 굴러 떨어졌다.


“끄으윽···. 씨발!!!”


다 죽여 버릴 거다.


김소윤하고 연루됐던 모든 사람들을 다 죽여 버릴 거다.


뒤늦게 쫓아오는 전준웅이 보였고,


난 일어나 다시 달리지만 또 넘어졌다.


터억!


발목을 다쳤는지 똑바로 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난 앞만 보고 달리고 또 달렸다.


핸드폰을 꺼내 한태갑한테 전화한다.


뚜루르. 뚝.


『뭐야?』

“이 씨발! 내가 비자금파일 퍼뜨리기 전에 당장 흑(黑)급, 백(白)급 따지지 말고 이쪽으로 다 보내!”

『뭐라고? 네가 드디어 미쳐···』


내가 죽더라도 씨발년놈들과 같이 죽기 위해 마지막 수단을 꺼냈는데.


어?


끼이이익!!!


팍!


옆에서 빠른 속도로의 택시가 내 옆구리를 치었다.


또 한 번 몸이 붕 떠올랐고, 내 몸은 저 멀리 날아간다.


투욱. 투우욱. 툭.


바닥에 여러 번 곤두박질 쳐졌고,


뼈마디 사이사이에 사무치는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피로 얼룩진 시야 속에서 단말마의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고,


빠르게 의식이 흐려져 간다.


탁!


“꺄악! 그니까 아저씨! 제가 앞에 보고 운전하라고 했잖아요!”

“학생들이 떠드니까 그런 거 아니야! 그것보다 어른한테···”

“어?! 쟤 이세라 아니냐?”


내 인생의 마지막이 차가운 아스팔트 위란 게 너무 억울했다.


씨발. 김소윤. 김소윤···


꺼져가는 생명이었지만 죽기 전까지 김소윤을 향한 분노만큼은 활활 타올랐다.


===


“준비, 땅!”

“으어어! 으억!”

“으익! 으우이익!!!”

“흐윽. 흐으윽.”


내가 보고 있는 광경이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갔다.


김소윤의 한마디에 짐승같이 기는 꼴이 정말 현실일까?


저 골목 끝, 물병을 마시기 위해 서로 물고 뜯고 하는 광경이 진짜 현실인건가?


아킬레스건이 끊겨 벌레마냥 꿈틀되는 게 진정 현실이라고?


현실일리가 없다.


고문 받던 변태석이 저 물병을 마신 뒤, 편안하게 죽는 걸 내가 부러워한다고?


내가 바닥을 기며 김소윤을 올려다보는 게 현실일 리가 없지.


아주 끔찍한 악몽인거야.


내가 오랜만에 잤기에 꾸는···


“으어어! 으어어!!!”


손을 보자 손가락 몇 마디가 없었다.


그리고 끔찍했던 기억들이 또 한 번 날 괴롭히는데.


손발톱은 기본으로 뽑았던 고문들과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


그리고 언어능력까지 상실케 만든 지속적인 충격.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했던 나 자신.


죽음이라 생각했던 기절만으론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었다.


“세라야. 파이팅. 그러다 편하게 못 죽겠다.”


고개를 들자 김소윤이 두 팔 벌려 흔드는 꼴이 보였다.


난 애벌레가 기어가듯이 김소윤에게 향한다.


짐승과 같은 부르짖음 소리를 냈고,


피와 오물이 입에 들어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김소윤만을 향해 기고 또 기었다.


드디어 김소윤의 발밑까지 다다랐고,


김소운은 깔깔 웃어대는데.


“하하. 세라야. 우리가 애벌레 놀이했던 거 기억난다. 넌 기억나니? 그때 비가 엄청 왔었잖아. 그래서 진흙이 계속 입에 들어가서 얼마나 숨쉬기가 힘들던지. 근데 너 말마따나 오랜 시간이 지나니까 다 추억이네.”


그때라도 죽였어야 했는데.


김소윤이 방심했을 때, 지금이 악몽을 깰 절호의 찬스였다.


김소윤의 발목을 있는 힘껏 물기 위해 입을 크게 벌리는데.


“크하악!”


김소윤의 발목에 몇 없는 내 이빨이 박히려는 순간,


팍!


전준웅이 내 머리를 걷어찼다.


“끅.”

“안 돼! 웅아! 내가 건들지 말라고 했지!”


잔불로나마 남아있던 이성이 끊기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게 느껴진다.


아. 드디어 악몽에서 깨는구나.


땅과 하늘이 위아래 분간 없이 시시각각 바뀌어 가다 ‘뚝.’하고 암전 돼,


더 이상 보이는 건 없었다.


“에이 씨. 끝났네.”

“누나. 이제 그만하자. 더 이상은 우리 아빠라고 해도 막기 힘들 것 같아.”

“물려고 했던 건 처음이라 끝까지 보려고 했었는데.”

“여긴 내가 어떻게든 청소해볼 테니까. 누나는···”

“웅아. 눈 감아 봐. 그리고 절대로 눈뜨면 안 돼.”


소리 또한 먹먹해져 가던 때, 그토록 원하던 청량한 소리가 들린다.


치익!


“캬아. 다음엔 포도 맛으로 만들어야지.”

“어? 누나!”


우당탕.


“왜! 왜! 내가 다 수습할 수 있었는데!”

“웅아. 눈 뜨지 말라니까.”


탁. 탁.


“누나! 토해! 토···”


===


···푹!


“쿠울럭! 커억!”


푹!


김소윤.


푹! 푹!


김소윤. 김소윤!


푹! 푹! 푹!


김소윤! 김소윤! 김소윤!!!


처음 느껴보는 찢기고, 패이고, 뚫리는 끔찍한 고통이었다.


온몸의 피가 수많은 구멍을 통해 순식간에 빠져나갔고,


그 이후론 찌르는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그 구멍들 사이로 김소윤을 향한 분노만이 가득 채워져,


들끓는 고통에 잠깐 시달려야 했다.


“하아. 하아. 도대체 뭐가! 뭐가 문제인거야!!!”


푹!


난 차가운 바닥에 누워 김소윤을 올려다보는데,


아직도 내 가슴팍을 쑤시고 있는 김소윤이었다.


“씨발! 이제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돌연 울분에 차 찢어질듯 한 소리를 질렀고,


김소윤의 눈물이 뺨을 타 내려와 내 가슴팍에 떨어졌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성대가 찢어져 소리는 못 냈고,


내가 울어도 모자랄 판에 김소윤은 한동안 서럽게 울었다.


푹! 푹! 푹!


내 심장에 연거푸 칼을 꽂으면서.


······.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청각만이 내 유일한 감각기관이었다.


다음 생엔 내가 김소윤을 꼭, 아주, 매우, 잔인하게,


죽여 달라 애원할 때까지 끔찍하게 죽여주고 말테다.


의미 없는 다짐을 뒤로,


듣기 싫은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온다.


“흐윽. 세라야. 딱 3번만 더 이렇게 죽자.”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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