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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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갸.
작품등록일 :
2024.08.22 21:22
최근연재일 :
2024.09.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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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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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없다.

DUMMY


···딩딩딩.


“허억! 허억! 허억!”

“어, 어! 어어어!!! 쌤! 소윤이가 눈 떴어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눈을 떴다.


나 살아 있는 거야?


분명 우리 집 화장실에서 목을 매달았었는데,


어느새 석양이 드리운 양호실에 누워 있었다.


그 옆엔 눈을 반짝이는 초롱이가 보였고,


흰색 가운의 양호선생님이 내게 다가온다.


“소윤아? 괜찮니? 갑자기 무슨 땀을 이렇게 많이···”


자신의 멀쩡한 목을 더듬으면서 현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뭐지. 모든 게 다 꿈?


꿈이라기엔 생생함을 넘어 방금 진짜 있었던 일 마냥 뇌리에 깊게 박혀 있었고,


참혹했던 화장실의 내부가, 끔찍했던 아빠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아른 거렸다.


······.


알 수 없는 기현상에 넋을 놓은 시간은 수 초,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다.


“꺄악! 소윤아! 어디가!”


날 끌어안은 초롱이를 밀치고 밖으로 뛰쳐나간다.


“아빠!”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분간할 시간에 다리를 움직였다.


“끄으악! 안 돼! 안 돼!!!”


제대로 뛰지도 못할 다리로 수차례 넘어지고 구르면서 꿈이었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맨발로 운동장을 지나 교문을 지나니,


“꺄악!”

“야. 이년 맞아?”

“놔! 이거 놔!”


다른 학교의 교복을 입은 무리가 내 머리채를 붙잡았다.


발버둥 치는 나의 턱을 부여잡고 핸드폰과 나를 번갈아 보고는,


액정 속 내 사진을 보여준다.


“이거 너 맞지?”


사진 속에는 과거 내가 괴롭힘 당하다 찍힌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먼지투성이에 울고불고 애원하는데도 ‘놀이’랍시고 괴롭히는 사진.


그때의 지울 수 없는 괴롭힘은 ‘수술놀이’라고 불렀다.


찢기고 데이고 패이고···,


악몽 같은 기억에 몸이 먼저 반응해 섬뜩함을 느꼈다.


몸이 경직된 것도 잠시, 내 머리채를 잡은 놈이 웃는다.


“이런 거 몇 장만 더 찍자.”


그의 한 마디에 건장한 남학생들이 나를 에워싸 질질 끌고 가려하는데.


“으아악!!! 놔! 이거 놓으라고!!! 왁!!!”

“악! 씨발! 이 씨발년이 내 손 물었어!”

“워! 씨발. 어디를 갈려고!”


순순히 끌려갈 수는 없었다.


손을 물고 발길질을 해 끝까지 발버둥 쳤다.


“이 년 뭐냐. 맨발에다가 미친년처럼 존나 발버둥 치네.”


커다란 손이 내게 다가와 내 목덜미를 움켜잡자,


“커헉!”

“으. 더러워. 저리 치워.”


더 이상 발버둥 칠 수 없었다.


날 짐작마냥 취급하는 이 새끼들은 전준웅이 말한 다른 학교 학생들인 걸까.


이세라가 날 잡기 위해 불렀다던···.


이렇게 많다고는 말 안 했었잖아.


이 중에 가장 위험해 보이는 녀석이 내게 다가온다.


“스읍. 옛날에 그 선생 생각나네. 맛있었는데.”


미친.


입맛을 다시는 걸 보고 온 전신에 닭살이 돋았다.


“꺄아악!!! 살려주세요!!!”


저들에게 힘으론 택도 없어 비명을 꽥꽥 질러보지만,


“커헉!”

“조용히 있어라.”


큰 손이 내 목을 더욱 세게 움켜질 뿐이었다.


“이 씨발. 뭘 봐? 안 꺼져!”

“저년. 입부터 막아라.”


지나가는 사람들 중, 시선이 마주쳐도 하나같이 모두 외면했고,


평소 기대하지도 않았건만 이번 한 번만,


도망치기 위해 수초의 시간만이라도 벌어줄 사람을 간절히 원했다.


이성재, 전준웅, 아무나 다 좋으니까 제발.


담배 연기를 뻐끔뻐끔 내뱉던 여학생이 자신의 양말 한 짝을 벗어,


“으므! 읍!”

“크큭. 더러워라.”


내 입에 쑤셔 넣고 미소를 지었다.


이러고 있는 시간에도 아빠가 점점 멀어져 가는 게 느껴졌다.


소리 지를 힘도 기진맥진해 쉽게 끌려 갈 때 쯤,


아침에 들었던 경비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거기 학생! 뭐 하는 거야!!!”

“하 씨. 귀찮게 됐네.”

“신경 끄고 가셔요. 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달려온 경비 아저씨지만 그들 앞에선 한 없이 작아 보였다.


“너희들!!! 딱! 가만히 있어! 지금 경찰 부를 거니까···”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는 경비 아저씨.


퍽.


“어, 억!”

“아니. 그러니까 꺼지시라고 했잖아요.”


경비 아저씨는 턱에 주먹을 맞고 쓰러지셨다.


“으믐! 읍!!!”


쓰러진 경비 아저씨를 보자 아빠랑 겹쳐 보여 젖 먹던 힘까지 써 다시 저항해 보는데.


“야. 이 아저씨가 무슨 네 애비라도 돼?”

“읍! 으읍!!!”


초점이 풀리고 퀭한 눈으로 내 눈을 바라본다.


“그럼. 잘 봐봐.”


안 돼!


그 녀석은 서서히 일어나는 경비 아저씨에게 다가가,


“슈웃~!”


퍽!


“끄억!!!”


경비 아저씨의 머리를 발로 찼다.


“으읍! 으읍!!!”

“골~!”

“키킼. 저 미친놈.”


멀리서 봐도 피가 흐르는 게 보인다.


그런 경비 아저씨를 뒤로 이 쓰레기들은 웃고 떠드는데.


“씨발. 짭새 뜨기 전에 튀자.”

“잠만. 이년. 손발 좀 묶고.”

“내 오토바이 잘 가져와라!”


작은 몸부림을 치지만 쉽게 제압당했고,


손발이 묶인 채 난 그들에게 끌려간다.


===


“으, 읍!”

“후. 시발. 존나 무겁네.”


사람들의 발 길이 전혀 닿지 않는 재개발구역 안,


깊숙한 골목으로 끌려와 내동댕이쳐졌다.


“야. 시발. 배고프다. 빨리 끝내고 밥 쳐 먹으러 가자.”

“왜? 난 오랜만에 일감이라 좀 즐기고 싶은데. 키킼.”

“으휴. 저 변태새끼.”


바닥에 나뒹구는 내 위로 담배를 피며 잡담을 나눈 쓰레기들.


저 쓰레기들의 담배가 타들어가는 것처럼, 내 불안감 속 아빠 또한 타들어 갔다.


한 시라도 빨리 가서 지혈을, 아빠가 칼을 드는 것조차 막아야 했다.


하지만 손발이 묶여 지렁이마냥 꿈틀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제 슬슬 일하자.”

“에휴. 오빠. 빨리 끝내.”


경비 아저씨를 발로 찼던 쓰레기가 쪼그려 앉아 내 눈을 마주친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지?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다 비즈니스라 어쩔 수가 없어.”

“키킥. 또 지랄하네.”

“으, 읍. 으읍.”


퀭한 눈을 부릅뜨고 계속 이어 말하는데.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

“읍, 으읍.”

“아. 입을 막았구나. 으. 더러워라. 자. 말해봐.”

“푸허!”


입 안 깊숙이 박혀 있던 양말이 빠지자마자 애원한다.


“제발! 보내주세요! 나중에 다시···”


찰싹!


“어. 미안. 너무 시끄러워서 그만.”


목숨 구걸하듯 애원했지만 날아오는 건 싸대기였다.


““크큭. 하핫. 하하하!””


날 깔보며 비웃는 상황 속,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저 쓰레기들에게 개같이 빌고 또 빌어도 보내줄 일은 만무하기에···.


그렇지만,


“흐으윽. 제발, 제발 보내주세요···.”


아빠를 구하기 위해 계속 애원한다.


몸과 목소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려도 계속 애원했다.


“크하하!!! 야! 왜 울고 그래. 안 죽여. 안 잡아먹는다고. 아. 먹긴 할 건가? 크하하하!”

“미친 새끼. 키키킥.”

“아~ 빨리 끝내자고 오빠~”


날 감싸는 비웃음은 끊이지 않았고,


“···제발, 제발 보내주세요오···, 아빠가, 아빠가 죽어가요···”


눈물, 콧물에 의해 목소리조차 새여 나갔다.


그런 나를 퀭한 눈의 쓰레기가 빤히 쳐다본다.


“알았어. 빨리 끝내줄게.”


접이식 칼을 꺼내어 내게 들이밀었고,


“윽!”


살이 찢기고 패일지라도 이 순간만이 빨리 끝나길 바라며 두 눈을 질끈 감았고,


그의 손길이 닿자 잔뜩 경직되는데,


“괜찮아. 괜찮아. 풀어줄게.”


손발을 묶었던 노끈을 풀어주었다.


그 후, 그의 일어나라는 손짓에 난 겁을 먹은 채 서서히 일어난다.


“스읍. 벗어.”

“키키킥. 시작이다.”


입맛을 다시며 칼끝을 내게 들이 민다.


위아래 옷을 다 벗으라는 명령과 함께 그들 또한 내게 다가왔고,


저 쓰레기들의 카메라렌즈가 반짝여 나를 찍고 있단 걸 알려줬다.


아빠···


손끝이 떨리고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


“으흐윽. 흐으윽.”

“킼키킼키.”


내 울음소리는 저들의 낄낄거리는 비웃음에 묻혔고,


손끝의 떨림 하나하나가 카메라렌즈에 담겼다.


이 순간만 빨리 지나면 ‘아빠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렇지만···,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으흐윽. 흐윽.”


눈물이 앞을 가렸고 호흡은 불규칙해져 가는데.


“에이 씨. 답답하네. 야. 잡아.”

“윽! 꺄아악!!!”


여럿의 손들이 내 사지를 붙잡았다.


저항해보지만 그들에겐 오히려 유희거리였는지 더욱 낄낄거렸고,


“역시 억지로 하는 게 더 맛있지. 야. 제대로 찍어라.”

“한두 번도 아니고 나 이제 전문가야.”

“꺄악! 제발, 으흑, 내가 벗을 테니까!”


저들은 억지로 옷을 벗기려다 지퍼가 고장 나자 칼로 옷을 찢는데.


찌이익!


“우효~!”

“꺄아악!!! 그만! 흐으윽! 제발 그만!!!”

“그래! 더 소리 질러봐! 난 이 비명소리가 좋더라!”


익숙한 듯 그들의 행동은 거침없었다.


“으휴. 정말 변태야. 자긴 형을 닮아서 비명소리조차 노래로 들린다나. 저게 어떻게 잰틀한 태우오빠와 같은 핏줄인지.”

“내 말이, 저럴 때마다 진짜 태우오빠 동생이 맞는지 의심 된다니까?”


그들과 한패인 여자애들 또한 익숙한 듯 잡담을 이어나가는데.


찌익!


무의미한 저항의 끝, 속옷이 드러나자 그들은 더욱 흥분해 손놀림이 빨라진다.


이것도 꿈일까.


아빠가 죽어 있던 모습이,


유린당하는 현실이,


이 모든 게 다 꿈일까.


이왕 꿈이라면 지금보다 더,


더 훨씬 이 전부터 꿈이었으면 좋겠다.


그저 악몽에서 깨어나 엄마의 품속에서 하소연 하고 싶었다.


저들이 바지에 손을 대자 정신은 아득해지는데.


퍽!


“크헉!”


쿵.


내 다리를 붙잡고 있던 놈이 쓰러졌다.


피 흘리는 머리 옆엔 벽돌도 함께 떨어져 있었다.


“꺄아악!!!”

“이 씨발! 누구야?!”


또 다시 벽돌이 날아오고,


퍽!


내 찢어진 상의를 벗기던 놈이 쓰러진다.


골목 입구를 보자 전준웅이 서 있었고,


“이 쓰레기새끼들아!”


그의 주먹은 멀리서 봐도 보일 정도로 격하게 떨고 있었다.


“야. 이 씨발! 족쳐!”


날 붙잡고 있던 녀석들이 전준웅에게 달려드는데.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새끼들···, 내가 죽여줄게.”


전준웅은 달려드는 녀석들의 주먹을 가볍게 피한다.


휙.


“이 씨발! 좀 쳐 맞아라!”


휙. 휙.


위, 아래 고개를 까닥거리는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도 공격들을 피했고,


“야 이 씨! 붙잡아!”


두 팔 벌려 다가오는 놈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는다.


퐉!


“푸헉!”


힘없이 나가떨어지는 놈.


내 손발을 노끈으로 묶던 놈이었다.


“이 씨···”


쉴 틈 없이 빠른 움직임의 전준웅.


어느새 뒷걸음치는 놈의 면상을 부여잡고 있었다.


얼마나 힘이 강한지 악력만으로도 놈을 허공에 붕 띄었고,


“어?”


콰직!


“끄헉!”


그대로 뒤통수를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전준웅이 나타나고 몇 초나 지났을까.


벌써 바닥엔 네 명이 나뒹굴었다.


“오늘 싸그리 다 대청소해줄게.”


기세등등했던 년, 놈들은 전준웅의 한마디에 위축 돼 한 없이 작아졌고,


“뭐, 뭐해! 씨발! 빨리 족쳐!”


이 무리의 대장격인 퀭한 눈은 다른 놈들을 부추겼다.


틱.


“이, 이, 이 씨이바알!!!”

“나, 난 싸움 담당이 아닌데···. 이 씨!”


접이식 칼을 꺼내든 두 놈.


그 둘은 아까 전의 나보다 더 격하게 떠는 손으로 전준웅에게 덤벼보는데.


휘리릭.


푹. 푹.


“끄으억!”

“크억!”


놈들이 휘두르는 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전준웅의 손에 들려 있었고,


어느새 칼은 그 둘의 목에 꽂혀 있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지 바닥에 나뒹구는 녀석들.


그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밟고 짓누르고 으깨고,


“죽어. 죽어. 죽어.”

“쿠헉! 태, 태석.”


더 이상 신음하지 못하게 확실히 짓뭉개는 전준웅이었다.


피가 튀고 이빨이 뽑혀도 멈추지 않는 그의 폭력은 싸움보단 학살에 가까웠고,


몇몇은 진짜 죽었다 할 정도로 얼굴의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었다.


“···우, 웅아?”


내게 해맑게 웃던 전준웅하고 동일인물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그는 잔인했다.


“하아. 하아. 누나.”


살벌했던 눈이 내가 봤던 자상한 눈으로 바뀌는데.


“웅아! 뒤!”


전준웅의 피범벅인 모습 뒤로 또 다른 칼날이 날라들었다.


푹!


“윽.”

“죽어!”


날라든 칼날은 전준웅의 손바닥을 꿰뚫었고,


퍽!


퀭한 눈인 놈을 발로 차 거리를 넓히는 전준웅.


“이 씨발 새끼야! 너 누구야! 어?! 한태갑이 보냈냐?!”


나의 옷을 찢을 땐 언제고 잔뜩 겁에 질린 채 전준웅을 노려보는데.


“넌 곱게 못 죽어.”

“이 씨발! 지랄하지 마!”


손에 박힌 칼을 뽑아든 전준웅.


그런 전준웅에게 달려드는 녀석은 여러 번 칼에 찔린다.


푹. 푹. 푹.


“끄으으아악!!! 아아악!!!”

“일어나. 급소는 다 피했으니까.”

“이 씨발! 죽어!!!”


다른 칼을 꺼내어 전준웅에게 다시 덤벼 보아도,


뿌드득.


“끄으으아악!!!”


그의 손가락 관절들을 꺾은 뒤,


팔꿈치 관절을 바깥쪽으로 접는 전준웅이었다.


“이 씨이익바아알!!!”


울부짖는 녀석을 가만두지 않고,


뿌드득.


무릎관절을 꺾어 넘어뜨리는데.


“끄으윽!!! 내가 미···”

“닥쳐.”


벌린 입에 벽돌을 쑤셔 넣는다.


“끄으, 끄으으읍!!!”


퍽!


그리고 턱을 올려 찼고,


툭.


“태석 오빠!!!”


몸을 경련하면서 힘없이 쓰러졌다.


그를 뒤로하고 전준웅이 내게 다가온다.


“누나. 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익숙한 듯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애써 웃어 보이는 전준웅.


“누나. 잠시만.”


나에게 자신의 옷을 덮어주고는,


한 쪽 구석 찌그러져 있는 여자애들한테 다가간다.


······.


“미, 미안해. 우리가 잘못했어!”

“응! 우, 우리 이제 절대로! 다시는! 쟤 안 건드릴 테니까···, 제발 살려줘!”

“우리 여자잖아! 여자! 어? 아니면 내가 한 번···”


전준웅, 그는 바닥에 바짝 엎드려 빌고 있는 모습에 역겨움을 느꼈다.


“쓰레기에는 성별이 없어.”


퍽.


성별을 따지는 것 없이 그에겐 그저 쓰레기들로 보였다.


‘소윤이 누나’를 괴롭힌 아주 더러운 쓰레기들로 말이다.


퍽. 퍽.


누가 보면 무자비하고 잔인하다고 하겠지만,


그에게 있어 쓰레기를 치우는 일.


단순하고 더러운 청소에 불과했다.


퍽. 퍽. 퍽.


‘쓰레기는 어디에나 있구나. 이제 내가 더 열심히 청소해야지. 그래야 누나가 안전해.’


청소 후, 그는 고개를 들자,


“누나?”


쓰레기와 피범벅으로 처참한 골목에 홀로 서 있었다.


······.


그가 덮어주었던 옷은 바닥의 피로 인해 얼룩져갔다.


===


“허억. 허억.”


끌려갔던 골목을 전준웅 덕분에 빠져나와 집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에게 고맙단 말 한마디 못하고 도망치듯 나와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의 피칠갑을 한 모습을 보고 본능이 도망치라 소리 질렀다.


그래도 아빠를 구하고 꼭 고맙다할 테니까.


내가 알고 있는 전준웅 이라면 이해해 줄 거라 믿고 앞으로 계속 나아간다.


재개발구역을 지나 사람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 어떡해.”

“저거 우리 학교 체육복 아냐?”

“야. 쟤 걔잖아.”


상의가 반쯤 벗겨진 채 거지꼴로 뛰 댕기는 모습을 보고 지나가는 이들이 수군댔다.


추위와 부끄러움을 뒤로 수차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집으로 달려간다.


제발. 늦지 마.


“하아. 하아.”


집 앞에 도착하자 석양은 지고 어둠이 두껍게 깔렸다.


1초라도 더 빨리 오고 싶었던 마음이었지만,


막상 조용한 집 앞에 서 있자 행동이 조심스러워졌다.


제발.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반지하의 계단을 내려가 현관문의 손잡이를 붙잡는다.


저 번과 같이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그리고 조심히 문을 연다.


끼이익.


짙은 어둠이 깔린 집안, 아빠의 형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안 돼.”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것이 소름끼치게 고요하다.


아직 화장실 내부를 보지도 않았지만 이미 늦었단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털썩 주저앉아 기듯이 화장실로 다가간다.


내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조금만 더 강하게 저항했다면 아빠를 구할 수 있었을까.


살짝 열려 있는 화장실 문은 혹시나 하는 작은 희망을 주는데.


저 문을 열면 제발, 아빠가···


끼이익.


“아빠!!! 아빠!!!”


작은 희망조차 바랄 수 없는 참혹한 내부가 또 한 번 펼쳐졌다.


“으, 으아아앙!!! 흐윽!!! 으으아아악!!!”


피가 말라 끈적한 바닥을 네 발로 기어가 또 한 번 아빠를 끌어안는다.


아빠는 이번에도 차갑고 굳은 채 미동도 없었다.


늦었다.


아빠를 구하지 못했다.


내가 더, 더 빨리 죽지 않아서 내 불행에 잡아먹히는 거야.


자책하며 목 놓아 울부짖는다.


“끄아아악!!! 끼아아악!!!”


눈물에 시야가 흐릿했지만 천장의 밧줄은 유독 눈에 띄었고,


한 번 더 죽으면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밧줄을 붙잡는다.


무서워.


수도꼭지를 밟고 올라간다.


죽기 싫어.


확 김에 죽었던 기억이 심장을 펌프질한다.


···그래도.


다음엔 꼭 구하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한 번 밧줄에 목을 매단다.


“커헉!”


한 번 겪은 고통이라도 내 숨을 쪼여 머리를 터트릴 것만 같은 고통은 익숙지 않았다.


고통이 빨리 끝나길 바라며 눈을 감는데.


우당탕!


“안 돼!”


팟!


“커헉! 하악! 하악!”


목을 매단 나를 누군가 구해줬다.


막혔던 숨을 몰아 뱉고 내 죽음을 방해한 사람을 확인한다.


“혀, 혀, 형님! 어, 어, 어떡하죠! 그, 기, 기, 김민혁이! 주, 죽었어요!”


그는 전화통화하며 아빠에게 다가가 생사를 확인하고 있었다.


모자를 푹 눌러써도 보이는 얼굴의 심한 화상 자국, 낯이 익은 사람이었다.


누구였지.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을 보자 새끼손가락이 없었는데,


아. 누군지 떠올랐다.


옛날, 아빠 친구라고 하면서 나에게 몇 번 돈을 줬던 사람이었다.


아빠 친구가 왜 여기···


의문을 가졌지만 아빠를 구하는 것보다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한 번 죽기로 다짐하자 거침없이 다음 죽음을 준비한다.


아플까. 아프겠지.


바닥에 있는 식칼을 집어 들고 내 목에 꽂으려는 순간,


또 한 번 아빠 친구가 날 방해한다.


“하, 하, 하지 마!”

“이거 놔요!”


그는 내 양손을 붙잡아 덮쳤다.


위에서 강하게 눌러 움직일 수 없었고 아빠를 구할 수 없을까봐 거세게 저항한다.


“끄아아악!!! 이거 놓으라고요!!!”

“아, 아, 안 돼! 주, 주, 죽게 놔, 놔두면 안 된다고! 혀, 혀, 형님이!”


왜소한 체격의 남자라 쉽게 뿌리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 아빠가 죽은 채 내일이 올까봐 두려워 더 소리를 지르고 온몸을 비튼다.


“끼야아아아악!!!”


온 집안에 비명소리가 가득 찬 순간,


“누나!”


내 비명에 답하듯 전준웅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망설임 없이 집 안으로 뛰어 들어와,


퍽!


“끄헉!”


날 누르던 아빠 친구를 힘껏 걷어찼다.


그리고 좀 전과 같이 흥분한 눈으로 그를 계속 짓뭉갰다.


“또! 쓰레기가! 죽어! 죽어! 죽어!”


피칠갑의 전준웅은 다시 한 번 피로 덧대어져 갔다.


오해로 인해 죽어가는 아빠 친구를 뒤로, 다시 식칼을 들었다.


전준웅을 말리기보다 없던 일로,


아빠를 구하기 위해 또 죽을 준비를 한다.


“하아. 하아. 합!”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목에 칼을 꽂아 넣는다.


푹.


“어? 누나!!!”


목을 매단 것보다 빠르게 죽어갔다.


칼이 목을 뚫는 고통은 그 어떤 고통보다 아팠지만,


피가 빠르게 빠져 나가면서 금방 무감각해졌다.


“누나!!! 정신 차려!!!”

“끄으으, 으으으.”


전준웅. 미안해.


전준웅이 날 끌어안은 모습을 끝으로 눈이 감겼고,


또 한 번 죽음을 맞이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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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세라(1) 24.09.06 10 0 11쪽
16 이성재(2) 24.09.05 9 0 11쪽
15 이성재(1) 24.09.04 7 0 11쪽
14 전준웅(3) 24.09.03 7 0 16쪽
13 전준웅(2) 24.09.02 7 0 11쪽
12 전준웅(1) 24.09.01 6 0 13쪽
11 정초롱(2) 24.08.31 8 0 13쪽
10 정초롱(1) 24.08.30 9 0 10쪽
» 내일은 없다. 24.08.29 7 0 20쪽
8 김소윤(7) 24.08.28 7 0 8쪽
7 김소윤(6) 24.08.27 12 0 11쪽
6 김소윤(5) 24.08.26 7 0 15쪽
5 김소윤(4) 24.08.25 7 0 12쪽
4 김소윤(3) 24.08.24 8 0 15쪽
3 김소윤(2) 24.08.23 10 0 12쪽
2 김소윤(1) 24.08.22 14 0 15쪽
1 프롤로그 24.08.22 15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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