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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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갸.
작품등록일 :
2024.08.22 21:22
최근연재일 :
2024.09.18 20:38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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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0,863

작성
24.08.3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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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정초롱(1)

DUMMY


딩딩딩.


학교 종소리에 고개를 들자 소윤이가 거친 숨을 내쉬며 일어나는데.


“하아. 하아.”

“어, 어! 어어어!!! 쌤! 소윤이가 눈 떴어요!”


다급히 양호선생님을 찾아 불렀다.


“윽, 좀 더 편하게는 못 죽나.”

“어? 뭐라고 했어?”

“아니야.”


소윤이는 자신의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짧게 신음했다.


소윤이의 들릴 듯 말 듯 한 혼잣말이 당최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소윤이가 눈을 뜬 것만으로도 안도한 순간이었다.


다행이다. 나 때문에 그런 일을 겪었는데···,


잘못되기라도 했으면···


소윤이가 나 때문에 다친 걸 생각하자 울컥하고 목이 메여 행동이 앞섰다.


덥석 소윤이의 손을 잡아 미안하다고 말을 하려는데.


“내가 미안···”

“흐음. 하. 초롱이 냄새.”

“어! 간지러워!”


소윤이가 나를 덥석 안고 냄새를 맡았다.


소윤이의 숨결이 뒷목에 닿자 간지러워 몸이 부르르 떨렸다.


“꺅.”


뭐야. 왜 갑자기 안기는 거지?


소윤이를 오늘 처음 봤지만 들리는 소문으로 알고 있었다.


나와 같은 괴롭힘을 받고 연쇄살인마의 자식으로 말이다.


사람도 죽여 봤대서 첫 만남 때 말도 걸기 무서웠었는데,


“흐음. 좋은 냄새.”


지금은 안겨 있는 소윤이에게 알 수 없는 친근감이 느껴졌다.


갑자기 안긴 소윤이를 나 또한 안아줬고,


“소윤아! 먼 땀을 이렇게 많이 흘렸어!”

“괜찮아. 괜찮아.”


잠깐의 포옹만으로도 소윤이의 등줄기가 땀으로 축축한 게 느껴졌다.


소윤이가 아직 열이 있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려는 순간,


양호선생님이 먼저 소윤이의 이마를 짚었다.


“열은 없는데, 소윤아. 정말 괜찮니?"

“네! 괜찮아요!”


소윤이는 걱정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병원은 가봐야···”

“매번 감사합니다!”


양호선생님도 꼭 껴안는 소윤이.


“어? 소윤아?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스읍. 하. 선생님도 냄새가 좋아요.”

“음? 그래? 고맙다?”


양호선생님은 당황하면서도 소윤이의 포옹을 받아주셨다.


소윤이는 애정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런 애인 줄도 모르고···, 이세라가 무서워 갖다 바친 꼴이라니···.


자신 또한 괴롭힘을 받는 입장이면서 소윤이가 얼마나 아플지 예상 못 했을까···.


내 자신이 미워진다.


미안한 감정이 북받쳐 올라와 나또한 소윤이를 끌어안았고,


“어? 얘들아?”


양호선생님은 당황한 기색을 내면서도 우리를 껴안아 주셨다.


아. 오랜만이네.


사람의 품속이 이렇게 따뜻하단 걸 잊고 지냈었다.


===


노을이 지는 하굣길을 소윤이랑 단 둘이 걸어간다.


소윤이는 발목이 불편해 절뚝거려 내가 발걸음 속도를 맞춰야 했고,


부은 발목을 보자 또 자책하게 되는데.


내가 이세라한테 데려가지만 않았어도···,


괜히 나 때문에···.


자책하지 말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줬던 소윤이.


차라리 미워하고 원망해줬다면 죄책감이 덜 하지 않았을까···.


자기혐오를 하면서도 소윤이가 머리를 쓰다듬어 줬던 게 떠오른다.


너무나 부드러웠지.


대화가 한층 더 즐거워 졌다.


“···119 신고했다고 혼내는 게 말이 되는···, 소윤아?”


소윤이를 부축하면서 소윤이가 자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는데.


내가 너무 재미없게 말했나.


소윤이는 지루한 듯 크게 하품한다.


“하암. 우리 마라탕 먹으러 갈까? 꿔바로우랑 같이?”

“좋···, 아. 미안. 안 돼···.”


친구랑 먹는 음식에 설레 즉답했지만.


에휴.


아침에 상납금 내느라 돈 없었지···.


설렜던 마음이 빠르게 식어 어깨에 힘이 빠졌다.


기운 빠진 내 모습이 살짝 웃겼는지 소윤이가 미소를 머금었다.


“초롱아. 아침에 웬 보라색 머리가 상납금 내라고 협박했지?”

“어? 어떻게 알았어?”

“흐음. 말해도 모를 거야. 빨리 마라탕이나 먹으러 가자. 내가 사줄게.”


내 손을 잡아끌어 아픈 다리로 앞장서 나간다.


소윤이의 뒷모습에서 왜 인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헤헤. 마라탕 맛있겠다.


금세 잊고 친구랑 먹을 마라탕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초롱아. 천천히.”

“어! 미안! 친구랑 먹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오늘 처음 만난 사이에 “친구”란 말이 조금 어색할 법도 하지만,


들뜬 맘에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


“마라탕! 마라탕!”

“시간은 충분하다니까.”


죄책감 들었던 것도 잊은 채 배시시 웃어 보인다.


소윤이도 흐뭇한 미소로 발걸음을 재촉했고,


평소라면 우울감에 빠졌을 거리였지만 오늘만은 아니었다.


마치 희망찬 내일이라도 올 것처럼 오늘은 노을마저 따뜻했다.


===


“음식 나왔습니다.”

“꺅! 마라탕! 맛있겠다!”

“와. 진짜 마라탕은 언제 봐도 맛있어 보이네.”


마라탕이 나오자 우리 둘은 감탄사를 남발했다.


“소윤이는 마라탕 자주 먹어?”


소윤이에게 앞치마를 건 내며 물어봤다.


“자주? 흐음. 이걸 자주 먹는다고 해야 하나. 매일 먹는다고 해야 하나. 앞치마는 됐어. 항상 앞치마 안 한 곳에만 튀더라.”


소윤이는 앞치마를 거절하고 능수능란하게 먹을 준비를 한다.


마라탕을 접시에 먹기 좋게 담고 꿔바로우도 한 입 크기로 자른다.


“우와. 부럽다.”


매일 먹는 마라탕이 부러워 소윤이를 부러움의 눈빛으로 보는데,


순간 소윤이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게 느껴졌다.


아. 내가 잘못 말했나봐.


마라탕 싫어하나.


그러기엔 양고기도 많이 넣어야 맛있다면서 신나게 재료 담았었는데···,


내가 어디서 말실수를 한거지.


오만가지생각이 들 때 쯤 소윤이가 접시를 주며 말한다.


“초롱이 푸주 좋아하잖아. 많이 먹어.”

“어? 고마워.”


건 내 받은 접시엔 양고기와 푸주가 한 가득이었다.


소윤이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싱긋 웃고 마라탕을 먹는다.


내가 언제 푸주 좋아한다 했었더라···.


잡생각은 하면서도 젓가락에 손이 간다.


그리고 부들부들한 푸주를 한 입 먹으니,


“으음~ 맛있엉.”


오만가지걱정은 잡념이 되어 사라졌다.


“으이구. 귀여워 죽겠어.”


내가 당연히 흘릴 걸 아는지 휴지를 가져다 대주는 소윤이.


그런 소윤이를 두고 먹기 바쁜 나.


마라탕은 게 눈 감추듯 사라져 갔다.


즐거운 식사는 시간 가는 줄 몰랐고 대화도 막힘없이 흘러갔다.


“···거기서 남주가···”

“브레이크 댄스 추는 장면!”

“맞아! 맞아! 그게 멋있었잖아!”


소윤이하고의 대화는 즐거웠다.


취미생활도 같았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했다.


아니, 꼭 내 생각을 읽는 것 마냥 한발 빠르게 맞장구쳤다.


그만큼 나하고 잘 통한다는 거겠지?


소윤이가 오랜 친구인 것 같았고,


오랜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세라 때문에 고등학교 내내 친구가 없을 줄 알았는데,


나도 드디어 친구가 생기는 구나. 헤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올해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야무지게 마지막 한 입을 먹으니 소윤이가 시계를 확인했다.


“소윤아. 무슨 급한 일 있어?”

“아니야. 급한 일 없어.”


마라탕 먹는 와중에도 중간 중간 시간을 확인하던데,


내가 바쁜 사람의 시간을 뺏었나보다.


“캬. 다 먹었다! 이제 가자! 내가 내일 꼭 돈 갚을게!”


소윤이가 급한 일이 있는데도 말하기 힘들어 하는 것 같아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려하는데.


“초롱아. 사실 나 돈 없어.”

“어?”


입가를 닦으며 여유롭게 말하는 소윤이었다.


그럼 우리 무전취식 한거야?

어떡하지? 엄마한테 전화해야하나.

엄마가 용돈 받은 거 어떻게 했냐고 그러시면 뭐라고 말해야지?

혹시 사장님이 설거지 많이 하면 봐주시지 않을까? 경찰에 신고하시려나?


떨리는 눈동자에 소윤이를 넋 놓아 보고 말한다.


“···소윤아. 여긴 내가 책임질게. 급한 일 먼저 가.”


책임질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급해 보이는 소윤이를 먼저 보내려고 한다.


악역은 나 하나만으로도 족하니까.


비장한 각오를 다짐하고,


사뭇 진지한 얼굴로 소윤이를 바라보자.


“풉! 푸하하하. 역시 초롱이야. 너무 착해.”

“웅? 왜?”

“푸하하. 초롱이 반응이 매번 달라서 재밌다니까. 초롱아. 미안해. 사실 나 돈 있어.”


배꼽 빠지게 웃는 소윤이가 신발 한 짝을 벗었다.


그러곤 깔창을 들어 올려 돈을 꺼내 보인다.


“아! 진짜!”

“하하. 미안. 미안.”


소윤이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조금 격한 스킨십이라 소윤이가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그럼 초롱아. 탕후루도?”

“좋아!”


소윤이도 날 친구로 생각해주는 것 같았다.


소윤이가 카운터에서 돈을 내밀며 말하는데.


“잘 먹었습니다.”

“그···, 카드 없을까?”


사장님이 소윤이가 돈을 꺼내는 장면을 보셨나보다.


“네! 없어요!”

“어, 그래.”


소윤이의 미소에 사장님이 떨떠름하게 돈을 받아 계산했다.


똥이 묻어 있어도 돈은 돈이라던데.


어? 이거 누가 말했었더라.


“초롱아. 여기 엘베 온다.”

“어! 가!”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우린 엘리베이터를 탔다.


“오늘 운이 진짜 좋은 거 같아! 신호등부터해가지고 전부 우리한테 딱딱 맞춰 놓은 느낌이야!”

“하. 하하하.”

“웅? 또 왜 웃어!”

“하하. 별거 아니야.”

“또 왜엥!”


속을 알 수 없는 소윤이지만 정말 착한 친구인 것 같았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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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김소윤(3) 24.08.24 8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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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소윤(1) 24.08.22 14 0 15쪽
1 프롤로그 24.08.22 1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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