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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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갸.
작품등록일 :
2024.08.22 21:22
최근연재일 :
2024.09.1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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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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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재(2)

DUMMY


“···소윤아. 정말 여기가 맞아?”

“응. 맞아. 매번 채찍만 주면 양심에 찔리니까 주는 선물이야.”


우리의 목적지는 오래된 재개발구역,


별의별 불량인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이 주위는 경찰조차 꺼려해 무법지대와 다름없는 곳이기에 내가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어제도 어디 싸울 놈 없나 이 골목 근처를 배회하던 참이었는데···,


이런 광경은 보지 못했었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들처럼 맥없이 쓰러져 있는 다른 학교 학생들.


하나같이 피투성이인 채로 움찔 대는데,


끔찍하네.


안쪽으로 갈수록 더욱 처참했다.


누구는 얼굴의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었고,


골목 끝을 보자 짙은 그림자가 보였다.


이 광경의 장본인인가 싶어 부러움의 눈초리로 보고 있었을 때,


업혀 있던 소윤이가 말한다.


“웅아.”


소윤이는 서 있던 사람을 부른 것 같았고,


그 사람은 반갑게 소윤이를 맞이한다.


“어! 누···”

“이 씨발! 김소윤! 개씨발년아!!!”


짙은 그림자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찢어질듯 한 고음을 듣고 이세라임을 알았다.


“닥쳐.”

“크윽!”


서 있던 사람이 툭 발로 차 이세라를 조용히 시켰다.


그런 행동을 보자 소윤이는 등에서 내려 천천히 다가가는데.


“웅아. 내가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망가트리면 안 돼.”

“웅! 누나! 그것보다 정말 보고 싶었어!”


한달음에 달려와 소윤이를 끌어안는 이는 전준웅.


그는 전학 온 첫 날부터 거하게 사고를 쳐,


학교에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나중에 꼭 한 번 싸워보고 싶었던 상대가 날 째려보는데.


“넌 누구냐.”

“······.”


쌀쌀맞은 인사에 말문이 막혔다.


평소처럼 착하게 대할까 싶었지만,


“그럼 넌 누군데?”


나중의 싸움을 위해 첫 인상부터 적대심을 드러냈다.


내 말을 듣고 소윤이를 등 뒤로 숨기는 전준웅.


잔뜩 경계하고 있나보다.


뜻하지 않은 신경전이 이어지고,


혹여나 싸움이 벌어질까 기대하는데.


그때 소윤이가 껴들었다.


“웅아. 이쪽은 이성재고, ···넌 설명할 필요”

“윽! 씨발! 네들은 도대체 뭔데!!!”


이세라가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고함을 지르는데.


“씨발! 한태갑! 흑(黑)급이든 백(白)급이든 싹 다 데리고 이쪽으로 와! 안 오면 비자금 파일 다 뿌려 버릴 거야! 씨발!!!”


외침이 끝난 뒤, 핸드폰을 집어던지는 이세라.


핸드폰은 소윤이를 향했고,


그걸 가볍게 막아내는 전준웅이었다.


바로 눈앞까지 날라 왔음에도 눈 한번 깜짝 안한 소윤이.


그녀는 이세라를 흥미롭게 보며 나지막하게 말하는데.


“흐음. 재밌네. 이번에 처음 보인 행동도 하고···, 그럼 저번하고 다른 점이 뭐가 있었지.”


턱을 어루만지며 골똘히 생각하는 걸 보자 의문이 들었다.


설마 진짜 미래에서 왔나?


여기 올 때도 내가 택시를 탔기에 이세라가 차에 치였다했었고,


조금만 다르게 행동해도 미래가 확확 바뀐다며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고···.


나또한 생각에 잠기려 할 때 이세라가 존재감을 내뿜는다.


“이 씨발년놈들아!!! 대체 저 살인자년이 뭐가 좋다고 지랄이야!!! ···좆같은 씨발새끼들!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 네들은 오늘 다 뒤진 줄 알아! 곧 있으면···”

“누나. 조용히 시킬까?”


이세라를 벌레 보듯 경멸하는 전준웅이 말했다.


생각에 빠졌던 소윤이가 핸드폰을 보고는 말하는데.


“응? 아니야. 누나가 할게. 아. 맞다. 성재야. 아까 말한 선물이 웅이야.”

“어? 선물이라고?”


소윤이가 말한 선물의 뜻을 이해 못하고 있을 때,


“웅아. 성재를 죽여줘.”

“어? 뭐라고 소윤···”


소윤이의 부드러워 보이는 입술에서 다소 잔인한 말이 나왔다.


그리고 소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준웅의 주먹이 날라드는데.


휘익!


내 턱을 노리는 주먹을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고,


연이어 턱을 향해 날아오는 그의 팔꿈치와 발차기는 도저히 피할 수 없어,


고개를 위아래로 꺾어 겨우 빗겨 맞았다.


“크흑!”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일단 거리를 벌렸고,


“역시 네도 쓰레기였어.”


전준웅이 날 죽일 듯 노려본다.


혹시 이게 선물?


전준웅의 군더더기 없던 깔끔한 연계 공격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히히. 최고야!”

“둘 다 파이팅.”


양손을 쥐며 응원하는 소윤.


그러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이세라에게 다가간다.


“흐응~ 흥~ 흥~”


팍!


“쓰레기새끼야! 누나 보지 마!”

“그래! 한 번 재밌게 싸워 보자!”


소윤이를 향한 감사인사는 내일로 미뤄야겠다.


===


“하아. 하아. 너 뭐하는 놈이냐.”

“하아! 그럼 너는 뭐하는 놈인데?!”


서로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 탐색전을 벌였고,


지금까지 싸웠던 어떤 이들보다 강자임을 느꼈다.


그리고 이렇게 흥분되는 싸움은 그때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데.


“쓰레기는 알 필요 없어.”


타닥!


탐색전은 끝났는지 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전준웅.


그는 무게중심을 낮춰 내게 달려들었고,


팔 다리를 붙잡으려는 빠른 손놀림에 거리를 벌릴 수밖에 없었다.


타앗!


“쓰레기라니! 말이 너무 심하네! 그래도 지금까지 나름 착하게 살았는데!”


관절을 잡아채려는 전준웅의 싸움 스타일.


처음 보는 그의 움직임에 위화감이 들었고,


궁금증에 한 발짝 더 물러나 전준웅에게 말해본다.


“너 싸움을 어디서 배웠냐.”

“알아서 뭐하게.”


팍!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돌아오는 건 주먹뿐.


잠깐의 대화조차 허락하지 않는 녀석이었다.


“뭐, 나도 딱히 대화를 즐기지는 않아!”


전준웅의 빠른 움직임에 맞춰 나또한 더욱 흥분하기 시작하는데.


근데 왜 자꾸 사부님이 생각 나냐.


흥 깨지게.


『이런 기술을 쓰는 놈을 만나면 반드시 도망쳐라.』


사부님이 누누이 강조하셨던 말이다.


전준웅의 관절기로 나를 개 패듯 팼던 사부님.


사부님은 전준웅을 알고 있었던 걸까.


“집중 안 해?”


전준웅은 잠깐의 빈틈을 파고들어 내 왼팔을 붙잡았다.


아차.


한순간의 실수로 오래 즐길 수 있던 싸움이 끝날까 두려웠는데,


뿌득.


전준웅에게 왼 팔이 뒤로 꺾이기 일보 직전,


먼저 왼 어깨를 탈골시켰다.


탈골 시킨 덕분에 팔이 뒤로 꺾여도 쉽게 뒤돌 수 있었고,


내 팔을 붙잡고 있던 전준웅의 얼굴에 주먹을 꽂는다.


퍽!


“끄윽!”


서로 한 발자국씩 물러난다.


나는 빠졌던 팔을 다시 끼고 전준웅은 터진 코피를 닦는다.


가동범위가 안 나와서 힘이 약했나.


내 주먹이 약해 졌나 내심 실망했다.


서로 마주보고 잠시 소강상태일 때,


전준웅이 먼저 말을 걸어온다.


“너 스승님을 알아?”

“스승님? 사부님은 아는데.”


서로 자기 말만 하는 게 무슨 대화인가 싶었지만,


“사부님”이라 부른 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다.


서로 몽타주 그리듯이 대화할 사이도 아니기에,


전준웅 또한 대화는 원치 않는 것 같았다.


탁!


전준웅이 내 오른팔을 노리고 덤벼든다.


“히히! 정말 최고야!”


입 꼬리가 내려가지 않아 오랫동안 즐기고 싶었다.


===


“흐응~ 흥~ 흥~”


소윤이의 콧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이세라의 힘 빠진 절규가 들려오는데.


“끄으윽. 너 이 씨발. 그 노래를 어떻게 아는 거야···. 너 우리 언니랑 무슨 사이였어. 씨발.”

“흥~ 흥~ 그러게 무슨 사이였을 까나?”


바닥에 엎어져 있는 이세라를 소윤이가 깔고 앉아 있었고,


소윤이는 피 묻은 칼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쿨럭쿨럭! 씨, 씨발!”


피를 토해 자신의 셔츠를 보다 더 짙은 적색으로 물들이는 이세라.


소윤이는 계속해서 콧노래를 이어갔고,


핸드폰을 유심히 보다 이세라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드디어 찾았다! 세라야 이것 좀 봐봐.”


잡은 머리채를 들어 올려 휴대폰을 이세라한테 보여주는데.


“이 씨, 씨발년아···!!!”


휴대폰을 본 이세라는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내 울부짖었다.


짐승과 같은 소리에 소윤이는 희죽 거리는데.


“히히. 여기 네 언니가 지금 네 모습하고 완전 똑같네. 역시 피는 못 속이나봐.”

“이 씨발! 죽어! 죽어! 죽어!!! 내가 꼭 너는 가장 끔찍하게···”


푹.


“커헉!”

“그래그래. 이 짓도 슬슬 지겨우니까. 다음엔 꼭 좀 죽여줘봐.”


소윤이가 이세라의 입에 칼을 쑤셔 넣고 태연하게 말했다.


어?


살인을 목격한 순간,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었지만 소윤이의 이름을 부른다.


“소, 소윤아···.”


민지가 봤을 광경이 이랬을까.


싸움에서 첫 쾌락을 느꼈던 때,


민지가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던 게 생각났다.


그때 민지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난 교도소에 있었을까.


짧은 과거 회상 뒤, 소윤이에게서 동질감을 느끼던 찰나,


“히히.”


입 꼬리가 올라간 소윤이가 꼽은 칼을 이리저리 헤집고 있었다.


그로인해 이세라는 짧은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른 후, 이윽고 조용해졌다.


소윤이가 내 쪽을 향해 걸어온다.


“성재야. 재밌었어?”

“······.”


소윤이와 시선을 마주치는데,


대답할 힘조차 없어 순순히 죽어줘야 했다.


평소 유언을 생각하지 못한 걸 후회하고 있었을 때,


내 옆에 나란히 쓰러져 있던 전준웅이 꾸물꾸물 움직여 말한다.


“누, 누나. 위험해.”

“괜찮아. 웅아.”


소윤이는 내 위를 폴짝 뛰어 넘어 전준웅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이번에도 고마워. 이제 쉬어도 돼.”


소윤이는 부드러워 보이는 손길로 전준웅의 눈을 스르르 감겨줬다.


그러고선 다시 내 눈을 바라보고 말한다.


“선물 어땠어? 재밌었지?”


왜 대답에 집착하는 걸까.


이제 눈꺼풀마저 무겁게 느껴지고,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데···.


그래도 인생 최고의 싸움이었어.


소윤이에게 고마움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야가 어두워지고 즐거웠던 싸움이 머릿속에서 무한히 재생됐다.


우위를 가리기 힘들었던 싸움.


다음이 있다면 또 하고 싶었다.


“웃는 걸 보니 재밌었나 보네. 다음에 또 시켜줄게.”


소윤이의 알 수 없는 소리를 계속 듣는다.


“흐음. 이세라가 부른 한태갑 애들 보고 싶기는 한데. 시간이 애매하네.”


치익.


탄산이 빠지는 소리도 함께 들렸고.


“캬아. 이번엔 맛있게 잘 만들었네. 이성재도 이제 어느 정도 강한지 알겠고 더 과거로 돌아가도 대처가···”


엉뚱한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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