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의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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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주
작품등록일 :
2024.08.23 12:18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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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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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탈꼴찌를 향해 (1)

DUMMY

6이닝을 2실점으로 막은 맷 라이언은 초조한 눈빛으로 지켜봤다.


7회를 앞둔 현재 스코어는 3 : 2.

한 방 맞았다간 승리는 날아가니까.


아니 사실 승리 따위는 상관없었다.

오늘은 그저 이기고 싶었다.


따악!


7회 초 2사에서 애드리언 킹이 적시타를 때렸다.


-킹! 키이잉!!! 오늘도 애드리언 킹이 중요한 점수를 뽑아냅니다!!! 4 대 2! 피닉스가 한 점 더 달아납니다!!!


1루에 도착한 킹은 고길 뜯어먹는 세레머니와 함께 라이언을 가리켰다.


‘···저 뚱보가. 뭐 좋아. 잘 쳤으니까.’


라이언은 속으로 웃으며 통역에게 물었다.

근처에 갈비 잘하는 곳 있냐고.


하지만 슬러거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위기에 몰리자 입을 다문 타자들은 8회에 한 점 따라붙었다.


-따라붙습니다! 따라붙어요! 4 대 3! 슬러거즈가 턱밑까지 쫓아옵니다!!


8회 말 2사 1루.

피닉스는 고민 끝에 마무리 마종수를 투입했다.


-마종수가 올라옵니다. 아웃카운트 네 개를 잡기 위해 마종수가 올라옵니다!

-피닉스는 오늘 이겨야 합니다. 9위 돌핀스가 오늘도 이겼거든요.


긴장되는 순간.

만루 변태, 마운드의 마조히스트라 불리는 마종수답게 선두 타자는 볼넷으로 보냈다.


2사 1, 2루.

당연히 욕이 쏟아졌다.


-저, 저 개새끼가!!!

-하··· 나 뒤지면 유서에 저 새끼 이름 쓰고 뒤진다··· 진짜로.


절체절명.

안타 하나면 라이언의 승리는 물론이고 분위기도 넘어가는 가운데.


딱!


타구가 홈플레이트 뒤쪽으로 떴다.


-타구가! 타구가 뒤쪽으로! 강마루!! 마스크 벗고 전력으로 달려갑니다!!


방향은 애매했다.

그물도 아니고 상대 더그아웃.

부상 위험도 컸고, 잡기도 까다로웠으나 강마루는 망설이지 않았다.


“흡!!”


몸을 날린 강마루.

하반신이 난간에 걸치고 순간적인 충격에 몸이 꺾였으나···.


-아!! 잡았어요! 잡았습니다!! 미트에 공이 있어요! 아웃!! 강마루가 팀을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티비로 보던 팬도, 현장의 피닉스 팬들도 놀라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으아아아!!!”

“강마루! 마루야!!!”


놀란 선수들이 강마루를 부축했으나 그는 괜찮다는 말만 남긴 뒤 재빨리 돌아갔다.


-괜찮나요? 괜찮은 거 맞죠?

-···정말 대단합니다. 정말 씩씩하네요. 말 그대로 몸을 날려서 팀을 구해냈어요!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9회 초 2사 1루.

강마루가 타석에 들어서자 슬러거즈 포수 이진환은 마운드로 향했다.


-오늘 무안타지만 쉽게 봐선 안 됩니다. 한 방 있거든요. 아니다 싶으면 빼야 합니다.


강마루의 이름이 알려졌는지 슬러거즈 팬들도 쉽게 보지 않았다.

타율은 낮으나 한 방 있는 타자.

특히 클러치에서 이상할 정도로 강한 타자.


풀카운트까지 끌고 간 강마루는··· 특유의 근본 없는 스윙으로 후려갈겼다.


따아악!!!!


-이게 뭐죠?! 또 넘어갔어요! 또 넘어갔습니다!!! 이틀 연속 홈런!! 서울 피닉스가! 6 대 3으로 달아납니다!!!!


환호하는 피닉스 선수들과 팬들.

반면 슬러거즈 팬들은 독서실처럼 조용한 가운데 누군가 읊조렸다.


“강마루··· 저 새끼 뭔데 진짜.”


***


경기는 우리가 이겼다.

최종 스코어 6 : 4.


9회 말, 마 선배는 또 피닉스 팬들을 조련하며 1실점 했으나 결국엔 막아냈다.


“고생했다!”

“고생했어! 너도!”


칭찬이 쏟아지는 가운데 선배들이 놀렸다.


“와··· 너 아까 홈런 뭐냐?”

“그러니까. 스윙이 무슨. 어디서 배웠냐?”


어제 홈런도 그렇고 오늘도.

내가 봐도 스윙폼이 이상했다.


온몸을 비틀며 어떻게든 후려갈기는.

누군가에게 배우거나 의식한 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본능에 맡긴 스윙이었다.


“무근본 스윙.”

“무족보지 무족보.”

“애들 따라 하면 큰일 나겠다. 안 그래?”


무근본이나 무족보나 같은 말 아닌가?

어쨌든.


“놀릴 시간 있으면 제 걱정 좀 해주세요.”

“걱정은 무슨. 네가 그 정도로 다치겠냐.”

“그래 인마. 너 솔직히 말해. 인간이 아니라 고릴라지? 그래. 고릴라니까 그렇게 무식하게 휘두르지.”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고릴라라니. 이렇게 잘생기고 귀여운 고릴라가 어딨어요?”

“···그런 말 스스로 하면 안 부끄럽냐?”


인터뷰도 끝내고 기분 좋게 웃으며 퇴근하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맷 라이언이었다.


“맷?”

“···무슨 일?”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맷 라이언은 누구보다 빨리 퇴근했으니까.


경기장에서도 밖에서도.

통역만 어울릴 뿐 친한 선수는 없었다.

심지어 외국인 선수들과도.


무슨 일일까 모두 궁금해하는데··· 라이언은 무언가를 건넸다.


해바라기 씨 봉지였다.


“···나 주는 거야?”


끄덕.


“먹으라고?”


끄덕.


내가 봉지를 받자, 라이언은 볼일 끝났다는 듯이 그대로 사라졌다.


“······짬 처리?”

“설마. 선물이겠지. 오늘 마루 덕분에 이겼잖아.”


그러자 지나가던 배 선배가 말했다.


“라이언이 아껴 먹는 거네.”

“이거요?”

“그래. 한국에서 어렵게 구한 거라나 뭐라나. 저놈 등판할 때마다 오전부터 씹어대잖아. 루틴 지킨다고.”

“······.”


우리는 해바라기 씨를 봤다.


“그 귀한 걸 주다니.”

“뭐, 나라도 그렇겠다.”

“사랑받아서 좋겠네. 우리 고릴라님.”


선배들은 계속 놀려댔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계속.


***


다음 날 목요일.

나는 일찍 야구장으로 향했다.


한 달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임시지만 주전 포수가 됐고, 홈런도 쳤고 이젠 꽤 많은 사람이 날 알아봤다.


“오. 왔냐 강마루.”


도규철 선배였다.

초구를 사랑하는 선배답게 출근도 빨랐다.


“네 선배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활기차서 좋고. 근데 손에 그건 뭐냐?”


각종 크림에 먹을거리까지 한 보따리였다.


“선물 받았어요. 팬들한테.”

“인기 많아서 좋겠네.”

“음. 어쩔 수 없죠. 잘 생겼는데 야구도 잘하니까.”

“······넌 부끄럽단 말 몰라?”

“아닌 척하는 것보단 낫잖아요.”


얼굴을 찡그리는 선배.

선물 정리하고 팬들이 보낸 편지를 읽고 있자니 도 선배가 물었다.


“여친이 뭐라 안 했어?”

“별이요?”

“그래. 수비도 그렇고. 봤을 거 아냐.”

“걱정 많이 했어요.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백문이 불여일견.

나는 폰을 보여줬다.


-내 사랑 : 수비 굿 홈런 굿. 주말도 쳐라.


“···이게 걱정?”

“선배님은 안 보이세요? 글자와 글자 사이에 있는, 우주처럼 깊고 깊은 사랑을?”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나는 부연 설명했다.

별이는 피닉스 광팬이라고.

학교생활이 워낙 바빠 지방 원정은 힘드나 수도권은 꼭 온다고 했다.


“청춘이네 청춘. 학보사에 1학년. 남친은 1군 포수.”


별이 이야기에 열이 올라 떠드는데 누군가 소리쳤다.


“······시끄럽게 진짜. 지방방송 안 꺼?”


배 선배였다.


“배쌤? 언제 왔어요.”

“···아까부터 있었다. 아까부터.”


근데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다 죽어가고 있었다.


선배는 소파에 누워있는 애드리언 킹을 가리켰다.


“이놈이 고깃집에 강제로 끌고 갔다. 나랑 라이언 둘 다. 덕분에··· 배탈 났고.”

“······.”

“······.”


우리는 잠든 킹을 봤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이었다.


***


주중 3차전 마지막 경기.

위닝 시리즈를 확보한 우리는 고삐를 놓지 않고 달려들었다.


-내일부터 부산 원정이니까요. 만약 오늘도 이기면··· 탈꼴찌를 노릴 수 있습니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팬들은 홈런을 외쳤으나 의식하지 않았다.

삼진은 정말 싫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지금처럼.


딱!


-타구가 우익수에게! 우익수에게 갑니다!

-네, 이 정도면 충분히 들어올 수 있죠.




우익수가 공을 잡자마자 던졌으나 커트맨은 홈 송구를 포기했다.

이미 주자는 홈에 들어왔으니까.


-홈인! 9 대 5! 피닉스가 또 한 점 달아납니다!

-이야··· 강마루 선수 야구 참 똘똘하게 잘하네요.

-그 정도인가요?

-네. 방금 1사 3루였죠? 만약에 큰 거 한 방 노린다고 삼진 먹었으면 어떻게 될까요? 2사 3루죠? 캐스터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요새 3점 차는 점수도 아닙니다. 점수도.


“나이스 후라이!”

“푸라이!”


환호하는 선배들.

나는 아닌 척 으스댔다.


“아, 몇 미터만 더 갔어도 넘어갔는데.”


선배들이 타박했다.


“야 욕심 많으면 탈 난다.”

“그래 인마. 누구 씨는 무사 2, 3루에서도 못 깠는데.”

“심지어 그 형은 배탈도 났었지?”


옆에 있던 배 선배가 뭐라 했다.


“너희 진짜··· 가만 안 둔다······.”


나는 웃으며 장비를 챙겼다.


9회 말 스코어는 9 : 5.

마운드에는 필승조 변석구 선배가 올라왔다.


마종수 선배는 올라올 수 없었다.

지난주부터 계속 달렸고, 그저께랑 어제도 던졌으니까.


만약 오늘도 던지면 주말 돌핀스전은 힘들었다.


-변석구 투수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합니다. 마종수 투수가 못 올라오니까요.


나는 숫자를 확인했다.

45|50|25|30|45


평균에 이르는 포심과 확실한 위닝샷.

있으나 마나 한 써드 피처.

필승조에 어울리는 숫자였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선배는 편차가 너무 컸다.

제구도, 멘탈도.


“변 선배.”

“야이···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지?”

“변 형.”

“죽을래 진짜?”


투덜거린 선배는 한숨을 쏟아냈다.


“어쩌다 이런 놈을 콕 집었는지··· 용범이 형도 이상하다니까.”


관찰한 결과 알게 됐다.

이 형은 무게 잡고 힘주면 안 된다.

긴장하면 몸이 굳는다.


“주장님 돌아오면 저 못 볼 텐데요. 조금만 참아요.”

“야 농담이다! 농담! 스펠링이 jok···.”

“e요.”

“그래! 조케! 조케! 무슨 농담도 못 하게 해!”


나는 웃으며 돌아갔다.


팡!

따악!


선두 타자는 삼진으로 잡았고 후속 타자는 2루 땅볼로 처리.


스윕까지 아웃 하나만 남은 가운데 슬러거즈의 주장이자 중심, 홍대열이 들어섰다.


“너 야구 잘하더라?”

“감사합니다. 근데 관심은 좀···.”

“얀마. 9회에 그러면 우리도 욕먹어. 우리도. 후회 없이 싸워보자.”


팡!

파앙!

딱!!


석구 형은 좋은 공을 던졌다.

포심 로케이션도 좋았고, 주 구종인 스플리터도 좋은 곳에 들어왔다.


하지만 홍대열은 홍대열이었다.


팡!


-아! 이걸 참아냅니다! 2사 이후 볼넷! 주장 홍대열이 불씨를 살려냅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다른 투수라면 몰라도 석구 형은 지금 가야 했다.


-타이밍 잘 보네요. 변석구 투수는 지금 올라가는 게 맞습니다.


나는 석구 형에게 말했다.


지금 4점 차다.

맞아도 2점 앞선다.

제구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가자.


원론적인 답이나 형에겐 이게 맞았다.


따악!!!


초구부터 몰린 포심에 배트를 힘껏 휘두르는 타자.

높이 솟구친 타구에 모두 두 눈을 동그랗게 떴으나···.


팡!


중견수 도규철 선배는 담장에 등을 대며 잡았다.


-플라이 아웃!! 9대5 경기 끝!!! 서울 피닉스가 대구 슬러거즈를 스윕합니다!!! 무려 한 달 만에! 스윕승을 거둡니다!!!


순간 다리가 풀렸는지 풀썩 주저앉은 석구 형. 나는 재빨리 달려갔다.


“제 말대로 됐죠?”

“십년감수했다 진짜.”

“그래도 마흔밖에 안 되네요.”

“···이런 놈이 뭐가 예쁘다고.”


석구 형은 일어서서 내 등을 때렸고, 우리는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그리고 매니저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돌핀스가 호크스에게 졌다고.


“그렇다는 건···.”

“2.5게임 차다, 이거지?”


우리는 눈을 번뜩였다.

9위 부산 돌핀스와 2.5게임 차.

내일부터 이어지는 부산 3연전에서 뒤집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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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달라진 위상 (2) +4 24.09.11 3,274 105 13쪽
17 달라진 위상 (1) +5 24.09.10 3,376 103 12쪽
16 탈꼴찌를 향해 (3) +6 24.09.09 3,375 104 12쪽
15 탈꼴찌를 향해 (2) +7 24.09.08 3,505 105 11쪽
» 탈꼴찌를 향해 (1) +3 24.09.07 3,550 99 12쪽
13 늘어나는 기회 (3) +7 24.09.06 3,556 100 12쪽
12 늘어나는 기회 (2) +5 24.09.05 3,706 94 12쪽
11 늘어나는 기회 (1) +7 24.09.04 3,815 109 12쪽
10 첫 선발 출장 (3) +4 24.09.03 4,024 103 12쪽
9 첫 선발 출장 (2) +6 24.09.02 4,149 107 12쪽
8 첫 선발 출장 (1) +3 24.09.01 4,311 98 12쪽
7 갑작스러운 데뷔 (3) +4 24.08.31 4,616 101 13쪽
6 갑작스러운 데뷔 (2) +8 24.08.30 4,785 113 12쪽
5 갑작스러운 데뷔 (1) +4 24.08.29 4,867 112 12쪽
4 1군으로 (3) +3 24.08.28 5,091 115 11쪽
3 1군으로 (2) +9 24.08.27 5,444 115 12쪽
2 1군으로 (1) +5 24.08.26 6,356 123 12쪽
1 프롤로그 +7 24.08.26 7,505 12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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