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의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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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주
작품등록일 :
2024.08.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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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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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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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꼴찌를 향해 (3)

DUMMY

따아악!!!


전광판에 꽂히는 대형 홈런.

벼락같은 선제 솔로포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강마루!! 강마루!!!

-네가 최고다!! 최고!!!


더그아웃에 들어가니 다들 뭐라 했다.


“메가 고릴라포.”

“유인원.”

“너 배트에 뭐 넣었지?”


나는 반박했다.


“경기중입니다. 경기중.”

“지랄. 투수도 아니면서.”

“욕 들었더니 현기증이···.”

“하, 이놈 봐라 진짜.”


홈런을 날렸으나 아직 경기는 2회 초.

당연히 안심할 수 없었다.


부웅!


내게 홈런을 맞았으나 라지훈은 빠르게 주자들을 삭제했다.

삼진 아니면 플라이로.


주환이 형도 마찬가지였다.

구위는 분명 라지훈보다 떨어졌으나 제구와 볼 배합으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라지훈의 숫자는 어떻게 될까.

일단 우리 팀 선발 중엔 주환이 형이 제일 높았고 다음은 맷 라이언이었다.


불펜 중에는 당연히 마무리 마 선배였고.


상대 투수도 볼 수 있으면 공략에 좋을 텐데··· 흥미가 샘솟았으나 경기에 집중했다.


잡념은 사치다.

나는 포수니까.


***


팡!


-경기 종료! 서울 피닉스 1 대 0 승리! 이제 두 팀의 게임 차는, 1.5게임까지 줄어듭니다!!!


“우오오오!!”

“이겼다!! 오늘도!!!”


선배들이 방방 뛰는 가운데 마종수 선배가 다가왔다.


“와··· 뒤지는 줄. 한 10kg은 빠졌겠다.”


동감이었다.

사직 원정에서 1 : 0 승리.

게다가 지면 탈꼴찌도 요원해지는 상황.


당연히 평소보다 힘들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선배답지 않아서 이겼어요.”

“···욕이냐 칭찬이냐?”

“사랑이죠. 사랑.”

“그놈의 사랑은 네 애인한테 하고.”


우리는 멀리까지 와주신 팬들 앞에 도열 했다.


“자, 하나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갤 숙이자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분명 우리 팀 팬 숫자는 적었다.

원정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홈에서도 확실히 이기지 못했다.


근데 무슨 상관일까.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마음이었다.

나도 나지만, 팬들을 위해 이기고 싶었다.


-사랑한다! 얘들아!!

-너희가 최고다! 최고!! 멋지다!!!

-가자!! 피닉스!!!


우리는 손을 흔들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각자 일정대로 움직이고 밖으로 나서는데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라지훈이었다.


“라이벌! 내가 준 선물은 어때? 첫 사직 원정이니까 홈런 하나 줬는데.”


지적할 게 너무 많았으나 대꾸하고 싶지도 않았다.


“···야.”

“왜? 감동했다고?”

“제발 그놈의 라 어쩌고 좀 안 하면 안 되냐?”


하지만 라지훈은 거절했다.


“생일도 같고 한 명은 투수! 한 명은 포수! 물론 중간에 배신 때려서 포지션 바꿨지만··· 어쨌든 전체 1, 2번으로 나란히 프로에 입성! 이게 라이벌 아니면 뭔데?”

“···됐다. 됐어. 상대하면 나만 바보지.”


적당히 무시하는데 주환이 형이 나타났다.


“뭐하냐. 너희. 이 밤에.”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오늘 돌핀스 선발로 뛴···.”

“아아. 그만. 밤엔 좀 조용히 하자.”


빠르게 라지훈을 제압하는 형.

오늘따라 고마웠다.


“흠. 어쨌든 약속대로 갈까.”

“저 실례지만 두 분은 이제 어디로.”

“국밥에 소주 때리려.”

“저도 따라가도 되겠습니까.”

“마음대로. 근데 너 술 좀 마시냐?”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야 상관없으나 이 원숭이는 다른 팀인데.


“잘 못 하지만 선배님이 주신다면···.”

“아니. 마시지 말라고. 오늘 던졌잖아. 회복이 얼마나 중요한데.”


우리는 의아해했다.

본인도 던졌으면서 왜 이놈에게만.


의도를 알아챘는지 형은 웃었다.


“얀마. 그런 건 나 같은 못된 어른이 하는 거야. 너희는 따라 하지 마. 알겠냐?”


***


부산 돌핀스와의 2차전.

게임 차는 1.5게임.


만약 오늘도 이기고 내일도 이기면 뒤집을 수 있다.


슬러거즈전 스윕에 돌핀스전도 스윕.

우리 팀 전력을 고려하면 6연승은 쉬운 일이 아니나 있는 힘껏 부딪쳤다.


목표가 눈에 들어왔으니까.


5회 말 스코어는 2 : 5로 뒤처진 상황.

오늘 선발 데니 파머는 5회도 못 채우고 내려갔다.


-피닉스는 고민 많이 될 겁니다. 파머 선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렇습니다. 공만 빠르면 뭐 합니까. 영점이 안 잡히는데.


데니 파머는 전형적인 제구 안 잡히는 파이어볼러였다.

컨디션 좋은 날엔 가운데로 욱여넣어도 먹혔으나, 안 되는 날은 오늘처럼 망했다.


65|45|40|20|40


포심 구위는 리그 최상위권이나 제구는 리그 최악.

다른 구종이면 몰라도 제구 20이라니··· 처음 보는 숫자였다.


어쨌든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일단 여기서 막아야 한다.


아직 기회는 충분하니까.


“위기네. 위기야.”


베테랑 투수, 백준범 선배였다.

싱커와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는 언더핸드.


선발 땜빵, 롱릴리프, 추격조까지.

이른바 우리 팀 마당쇠였다.


“선배 괜찮으세요?”

“아니 전혀. 별 수 있냐. 주인이 부르면 달려와야지.”


백 선배는 늘 그랬다.

본인을 노예라며 그저 불러주기만 해도 고맙다고 했다.


“뭐 어쨌든 무당님. 오늘은 어때?”

“무당이요?”

“그래. 소문 파다해. 너 족집게처럼 잡는다며?”


과연.

투수들은 그런 식으로 날 보고 있구나.


숫자에 관해선 누구한테도 말할 생각 없는데 잘 됐다.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40|35|50|30|45


“체인지업이요. 그걸로 가죠.”

“···나 싱커, 슬라이더 던지는 거 몰라?”

“알죠. 근데 오늘은 체인지업이 좋지 않았나요?”


그 말에 백 선배는 웃었다.


“···진짜 사실이네. 좋아! 부탁하마!”


나는 자리로 돌아갔다.


5회 말 1사 1, 3루.

3점 뒤처진 상황.


만약 막으면 기회가 생기나, 한 방 맞으면 넘어갈 수 있었다.


타순은 5, 6번에 둘 다 우타자.

그래서 감독님은 백 선배를 올렸다.


딱!

따악!


망설이지 않고 휘두르는 타자.

그럴 만했다. 플라이만 쳐도 3루 주자는 들어오니까.


다행히 파울이라 카운트는 우리에게 유리했으나···.


따악!


타자는 계속 커트했다.

일부러 바깥쪽으로 슬라이더 던지고 땅볼을 유도했으나 연속 파울.


백 선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카운트는 투수가 유리한데 표정만 봐선 타자가 유리해 보이죠?


나는 체인지업 사인을 냈다.


딱!


높이 뜬 타구.

다행히 내야였고 3루 주자는 꼼짝할 수 없었다.


-아웃! 아웃입니다! 정말 귀중한 아웃카운트를 얻었습니다! 이제 투아웃, 한 명만 더 막으면 됩니다!!

-이야··· 여기서 체인지업이라니. 강마루 선수 과감하네요.


한 명만 더 막으면 위기에서 탈출.

그래서 흥분했을까.


백 선배의 초구 싱커는 손에서 빠졌다.


퍽!


-아! 맞았어요! 몸에 맞았어요! 초구 싱커가 손에서 빠졌습니다!!


엉덩이에 맞은 탓에 퇴장은 아니었으나 선배는 눈을 질끈 감았다.


2사 만루. 이른 타이밍이긴 하나 돌핀스는 좌타자를 대타로 내세웠다.


-바꿔줘야죠. 언더핸드고, 백준범 선수는 좌타자에게 약하니까요.


투수 코치님이 올라오고, 나도 마운드로 향했다.


“···미안하다.”


바로 사과하는 선배.

교체를 직감했는지 표정엔 힘이 없었다.


이대로 선배를 보내야 할까.

아니다. 내 생각은 아니다.

좌타자라도 이겨낼 수 있었다.


난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건 안다.

도망치는 건 정답이 아니다.

백 선배는 좋은 체인지업을 가졌으니까.


“코치님.”

“강마루? 왜?”

“교체인가요?”

“확정은 아니다. 일단 보려고.”

“그럼··· 한 타자만 더 던지게 하면 안 될까요?”


그 말에 선배도, 코치님도 깜짝 놀랐다.


“···근거는.”

“체인지업이요. 먹힙니다.”


코치님은 고갤 돌렸다.


“준범이 네 생각은 어때?”

“······.”

“백준범.”

“···아, 네. 죄송합니다.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코치님은 감독님에게 신호를 보냈고, 감독님은 내 얼굴을 보더니 고갤 끄덕이셨다.


“선배님. 초구부터 가죠. 체인지업.”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수는 용기를 줘야 하니까.


***


부산 돌핀스 팬들은 의아해했다.

2사 만루, 좌타자가 올라왔는데도 백준범을 그대로 밀고 갔으니까.


-아직 5회잖아. 너무 빨라.

-그래도. 좌타에 약했고 방금 싱커도 손에서 빠졌잖아.


하지만 피닉스의 판단은 옳았다.

5회를 막은 백준범은 6회에도 올라와 세 타자로 막고 점수 차를 지켰다.


그러자 피닉스 타선은 불을 뿜었다.

안타안타안타.

볼넷볼넷볼넷.


7회 초 동점에 성공한 피닉스는 기어코 9회 초에 역전, 게임 차를 0.5게임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야이 개새끼들아!! 해체 좀 해라! 해체 좀!! 그걸 못 막냐?!”

“······와 진짜 좆됐다 우리.”


돌핀스 팬들이 절규하는 가운데 일요일.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경기 양상은 어제와 같았다.


피닉스 선발은 일찍 내려가고 부산 돌핀스가 5회 말까지 7 : 3으로 앞서는 상황.


마당쇠 백준범은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갔다.


“어제와 똑같네. 점수 차만 빼고.”

“그래봤자 넉 점인데요.”

“자신감 넘치네. 믿으라고?”

“네. 어제처럼요.”

“···좋아. 오늘도 체인지업?”

“네. 근데 조금 섞죠. 돌핀스도 어제 경기 참고했을 테니까.”


슬라이더만 줄곧 던지다가 체인지업.

체인지업만 던지다가 싱커로 땅볼.


백준범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위기 상황에서 탈출했다.


“으아아!!”


-포효하네요! 백준범 선수!

-그럴 만하죠. 발판을 마련했으니까. 피닉스, 아직 해볼 만합니다!


딱!

따악!

팡!!


찬스는 있었으나 결국 무득점.

피닉스는 조금씩 따라갔다.


-돌핀스는 안 좋아요. 안 좋습니다. 야구는 말이죠. 기회 있을 때 못 뽑히면 뒤집힙니다. 돌핀스는 다 쏟아부어야 해요!


9회 초 스코어는 7 : 6.

2사 1루에 강마루가 들어서자 돌핀스는 마무리 투수 진현배를 올렸다.


-올려야죠. 이런 상황에서 강마루 선수는··· 그 누구보다 무섭습니다.


어젠 5타석 4타수 1안타 1볼넷

오늘은 4타수 무안타


이틀 동안 8타수 1안타 타율 0.125

하지만 돌핀스 팬들은 긴장했고, 피닉스 팬들은 기대했다.


그런 가운데.


“······너희 뭐하냐?”


코치는 결국 못 참고 물었다.

도규철, 황도윤, 백준범은 고개를 숙인 채 팔을 뻗고 있었다.


마치 신에게 바치는 기도 같았다.


“정확히 보셨어요. 경기 말 마루는··· 신이니까.”

“코치님도 같이 하실래요?”

“······.”


아니 도규철 저놈이 그러는 건 그렇다 쳐도 황도윤이랑 백준범이?


야구가 정신 건강에 나쁜 건 알지만 저 얌전한 애들이 저럴 줄은.


하지만 나무라지 않았다.

다들 알고 있었으니까.

이때 강마루는··· 한 건 한다는 걸.


1구 148.8 포심 파울

2구 134.7 슬라이더 볼

3구 150.3 포심 파울

4구 150.5 포심 파울


“아 미치겠다···.”

“제발제발제발제발.”


안타와 아웃

홈런과 삼진 콜이 어지러이 사직 구장을 채우는 가운데···.


따아아악!!!!


특유의 무근본 스윙과 함께 강마루의 타구가 부산 밤하늘을 갈랐다.

경기를 뒤집는 역전 투런이었다.


배트를 던진 뒤 더그아웃을 보며 씩 웃는 강마루.


다들 한마디씩 했다.


“인정. 저 새끼 신이다.”

“야 어쩌냐. 나 마루한테 반했는데.”

“애인 있잖아.”

“세컨은 없을 거 아냐.”

“···미친 새끼.”


피닉스 팬들이 미친 듯이 웃고 환호하는 가운데.


‘강마루는··· 무조건 APBC 데려간다.’


관중석의 어떤 남자가 웃었다.

국가대표팀 전력강화위원, 장규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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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달라진 위상 (2) +4 24.09.11 3,227 104 13쪽
17 달라진 위상 (1) +5 24.09.10 3,336 102 12쪽
» 탈꼴찌를 향해 (3) +6 24.09.09 3,337 103 12쪽
15 탈꼴찌를 향해 (2) +7 24.09.08 3,465 104 11쪽
14 탈꼴찌를 향해 (1) +3 24.09.07 3,508 97 12쪽
13 늘어나는 기회 (3) +7 24.09.06 3,509 98 12쪽
12 늘어나는 기회 (2) +5 24.09.05 3,664 92 12쪽
11 늘어나는 기회 (1) +7 24.09.04 3,776 107 12쪽
10 첫 선발 출장 (3) +4 24.09.03 3,982 101 12쪽
9 첫 선발 출장 (2) +6 24.09.02 4,108 105 12쪽
8 첫 선발 출장 (1) +3 24.09.01 4,269 96 12쪽
7 갑작스러운 데뷔 (3) +4 24.08.31 4,573 99 13쪽
6 갑작스러운 데뷔 (2) +8 24.08.30 4,745 111 12쪽
5 갑작스러운 데뷔 (1) +4 24.08.29 4,827 110 12쪽
4 1군으로 (3) +3 24.08.28 5,047 1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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