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의 미친놈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량주
작품등록일 :
2024.08.23 12:18
최근연재일 :
2024.09.19 08:2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9,497
추천수 :
2,683
글자수 :
137,240

작성
24.09.18 08:20
조회
2,251
추천
101
글자
12쪽

8위를 향해 (1)

DUMMY

라이언이 완투승을 달성한 그 날밤.

쉽사리 잠을 자지 못했다.


프로에서 투수와 처음으로 합작한 완투승이라서? 그것도 있으나 더 큰 건 숫자였다.


55|60|50|55|60

60|60|50|55|60


55였던 포심이 60으로 상승.

경기 후반부 구속은 떨어졌으나 구위는 여전했고, 결국 완투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주환이 형 체인지업도 올랐으나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 형 성격상 본심을 말할 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라이언은 은연중에 뱉어냈다.

첫 완투승이 기쁜지 욕설을 섞으며.


‘그 새끼 생각하면서 던졌다! 대가리 날리려면 포심이 최고잖아! 안 그래?!’


그러니까 심경의 변화나 멘탈에 따라 수치가 오를 수 있단 뜻이었다. 당연히 훈련이나 연습을 통해서도 올라가겠지.


‘그렇다면···.’


나는 미래를 그렸다.

라이언이나 주환이 형 말고도 우리 팀엔 좋은 자질을 가진 투수들이 많다.


계속 그들의 신임을 얻고 숫자에 맞춰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면 어떻게 될까?


답은 하나.

서울 피닉스는 투수 왕국이 될 수 있다.

그것도 내 손에 의해.


‘빨리 내년 봄 됐으면 좋겠다···.’


달력을 봤으나 아직은 멀었다.

내년 스프링캠프까지는 남은 시간은 대략 7개월. 그 전에 해야 할 일도 많았다.


첫 번째는 주전 자리 유지.

두 번째는 투수들 신뢰 얻기.

세 번째는 팀 성적이었다.


막말로 꼴찌로 끝났다 치자.

모 기업이 없는 우리 팀 특성상 투자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없는 살림은 더 쪼그라들 거고.


반면 꼴찌가 아니라 8위··· 아니, 가을야구가 보이는 6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면?


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선수들 사기가 올라갈 것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 가을야구도 갈 수 있고 더 높은 곳도 노릴 수 있다고.


그럼 나도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

누구보다도 빨리.


***


다음날 고척돔.

라커룸에 들어간 피닉스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이게 뭐야? 피자?”

“이야. 종류별로 다 있네. 잘 됐다.”


당연히 누가 샀는지 궁금해했다.


“이거 배 쌤이 샀어?”

“나 돈 없다니까.”

“그럼··· 설마.”

“어. 그 설마가 설마다. 라이언이 샀대.”


다들 깜짝 놀랐다.

자기밖에 모르는 라이언이 피자를 샀다고?


아무리 프로 첫 완투승을 했다지만 믿어지지 않았다.


“우리 주전 포수님이 얘기했단다.”

“마루가?”

“어. 저기 오네 물어봐.”


그러자 강마루는 태연히 답했다.


“갈궜어요.”

“······갈궜다고?”

“네. 욕먹기 싫으면 얌전히 사라고 했죠. 혼자 힘으로 완투승한 거 아니잖아요.”


선배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물었다.


“안 무서웠냐?”

“전혀요. 잘못한 것도 없잖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

“덩치도 제가 더 크잖아요. 힘은 자신 있어요.”


그러자 배선호가 웃었다.


“크크크. 역시 우리 포수는 다르다니까. 자, 이제 먹자! 피자 식으면 맛없다!”

“형이 산 것도 아니면서 그러지 마요.”

“그래. 따지고 보면 마루가 산 거잖아.”

“아오 망할 놈들이 진짜!”


다들 웃는 가운데 누군가 들어왔다.

주장 하용범이었다.


“강마루 있나.”

“네! 있습니다!”

“따라오도록. ···잠깐.”


하용범은 테이블에 쌓인 피자를 봤다.


“먹었나?”

“아뇨. 아직. 나중에 먹어도 됩니다!”


하용범은 강마루의 말을 무시한 뒤 피자를 한 판 들었다.


“선배님. 들고 갑니다.”

“어? 어어.”


한 손에는 피자를 한 손에는 강마루를 든 하용범은 라커룸 밖으로 사라졌다.


“······형.”

“묻지 마. 나도 혼란스러우니까.”


아무리 하용범이라도 뭐라 할 줄 알았다.

10년 넘게 지켰던 자리를 새파란 신인에게 빼앗긴 셈이니까.


하지만 하용범은 여전히 하용범이었다.

매사 침착하고 엄격했으며 진지했다.


그 모습에 내심 안심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마루는 어디서든 이쁨받으니까.’


굳이 말하지는 않았으나 베테랑 배선호의 눈에 보였다.

소주환부터 시작해 마종수, 변석구, 황도윤, 백준범에 이번엔 맷 라이언까지.


투수들은 강마루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었다.

배선호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잘하는 신인이어도 이곳은 프로.

나태해지거나 선을 넘으면 한 번 머리 깨려고 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올스타전 추천 선수도.’


조덕출 감독을 통해 얼핏 들었다.

카이저스 황동진 감독이 우리 팀 추천 선수로 강마루를 뽑았다고.


서울 카이저스와 같은 팀인 탓에 팬 투표 선발은 어려웠으나 감독 추천이면 올스타전에 갈 수 있었다.


‘데뷔 첫해부터 주전에 올스타전에 이대로면 신인왕도···.’


배선호는 순간 욕심이 생겼다.

코치나 팬이 아니라 같은 선수로서 지켜보고 싶었다.


강마루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


파이터즈와의 2차전 선발은 새로운 외국인 투수 로날드 덕이었다.


이름만 들으면 욕조에 오리배를 띄울 것 같았으나 인상은 험악했다. 맷 라이언이 동네 고딩으로 보일 정도로.


‘우리 스카우트팀 취향은 깡패인가.’

‘벤클 밀릴 일은 없겠네.’


하지만 말을 나눠보니 정반대였다.


“한국 좋더라.”

“아, 그래?”

“응. 다들 친절해서 좋아. 대답도 잘하시고.”


음. 그 얼굴을 보면 조폭이라도 친절해지지 않을까. 어쨌든 성격은 유해 보여서 좋았다.


투수로서 어울리는지는 둘째치고.


-로날드 덕은 오늘이 KBO 데뷔전이죠?

-그렇습니다. 좌완 투수로서 구속보다는 다양한 구종과 특유의 디셉션이 특징입니다. 일단 데뷔전인 만큼 조덕출 감독은 5이닝만 보겠다고 했습니다.


미팅도 했고, 자료도 봤다.

그리고 덕이 마운드에 오르자 집중했다.


45|60|55|50|55

포심은 좀 떨어졌으나 슬라이더가 좋았고 써클 체인지업도 리그 평균 이상.


주환이 형이나 라이언보다는 전체적으로 살짝 낮으나 급하게 계약한 것치고는 좋았다.


문제는 적응력이었다.

덕은 아시아 야구가 처음.

게다가 KBO는 프로 리그 중 유일하게 ABS를 도입했다.


‘일단 상대도 나도 처음이니까.’


팡!

파앙!


초구는 146.7의 포심 볼

2구는 145.3의 포심 스트라이크.


외국인치고 구속은 느리나 확실히 디셉션이 좋았다. 좌완인데다 팔도 길어서 릴리즈 포인트가 생소했다.


‘타자는 어떨까.’


나는 선두타자 임상원을 봤다.

투수도 좌투수고 타자도 좌타자.

정석적이긴 하나 여기선 슬라이더다.


휘릭!

팡!


채찍처럼 튀어나온 공이 날카롭게 꺾이며 들어왔다.


-슬라이더 좋네요! 투 스트라이크!

-로날드 덕은 저 슬라이더 때문에 데려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적응하는 데 시간 좀 걸리겠어요.


좋아.

데뷔전 첫 타자인데도 슬라이더가 잘 들어왔다. 카운트도 좋으니까 하나 더 요구해도 될 터.


하지만 덕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바깥쪽 포심? 서클체인지업도, 커터도 아니었다.


덕이 뭘 원하나 싶었는데 몸쪽 포심이었다.

구종 중 제일 떨어지는데 포심?


거절할까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데뷔전이니까. 지금은 투수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그 결과.


따아악!!


-아!! 넘어갔습니다!!! 임상원의 타구가 우측 담장을 넘깁니다! 1 대 0! 벼락같은 스윙으로 담장을 넘깁니다!!


2번 타자 김민관은 삼진을 잡았으나 3번 마이크 디포트도 마찬가지였다.


투 스트라이크에서 슬라이더나 써클체인지업을 요구했으나 또 몸쪽 포심.


따아악!!!


-또 넘어갔습니다! 또! 1회부터 파이터즈 타선이 불을 뿜습니다! 2대 0! 경기 초반, 파이터즈가 유리하게 앞서갑니다!!


주먹을 불끈 쥔 채 루를 도는 타자.

하지만 로날드 덕은 방긋 웃으며 구경하고 있었다.


“저 새끼 관광 왔냐?!”

“야!! 네가 맞았다고! 네가!!!”


음. 1이닝이지만 뭐가 문제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


“똥고집?”

“네. 몸쪽 포심을 너무 고집해요.”


경기는 다행히 이겼다.

난타전 끝에 8 : 5로 승리.


선발로 나온 로날드 덕은 5이닝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고, 인터뷰에서 험악한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코리아 최고. 싸랑해요~’


평균자책점은 5.4로 높았으나 데뷔전인 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았다. 어쨌든 5이닝은 채웠으니까.


문제는 실점 내용이었다.

3실점 모두 솔로 홈런이었다.

그것도 전부 다 포심 패스트볼.


“음. 뜬공 투수는 아니지?”


황도윤 선배 질문에 데이터를 떠올렸다.


“네. 마이너 시절 자료를 찾아봤는데 아니에요. 포심 비율이 높은 것도 아니고요.”


슬라이더가 제일 높고 포심, 서클 체인지업, 커터는 비슷했다.

그런데 투 스트라이크만 되면 포심 비율이 확 올라갔다.


뻔히 아는데도 함정에 빠지는 꼴이라니.

당연히 바꾸거나 설득해야 하나 선배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음. 이해 안 되는 건 아냐.”

“···그래요?”

“어. 너도 알잖아. 투수라면 포기하기 싫은 부분이 있단 거.”


나는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그때는 그냥 시키는 대로만 했으니까.


“선배는 없어요?”

“당연히 있지.”

“그럼 왜 말 안 했어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네가 콕 집은 게 맞았거든.”


나는 폼 한 번 잡아봤다.


“역시. 천재는 다르죠?”

“흐흐. 그래 맞아. 우리 주전 포수님이 누구신데.”


선배와 헤어진 뒤 고민했다.

외국인 선발은 무조건 자리 잡아야 했다.


소주환-맷 라이언-로날드 덕으로 이어지는 상위 선발만 견고하면 8위를 넘어 그 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 터.


문제는 설득 방식이었다.

주환이 형은 동조했고 황 선배는 이끌었으며 라이언은 전력으로 부딪쳤다.


덕에겐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SNS도 뒤지고 통역사분이나 주변 이야기도 들어야 했다.


뭐, 기조는 벌써 잡아놨지만.


***


다음 날.

KBO는 올스타전 명단을 발표했다.


[뜨거운 여름밤을 빛낼 50인의 별들이 대전으로 모인다! 올스타전 명단 발표!]

[서울 카이저스, 광주 호크스 최다 8명 승선!]

[서울 피닉스! 소주환, 애드리언 킹, 강마루 세 명 합류! 모두 감독 추천으로 승선!]


기사가 발표되자 축하 연락이 쏟아졌다.

부모님, 친구, 지인, 친척, 찬솔이 형까지.


가장 기분 좋은 건 역시 우리 별이였다.


별이 : 축하해

별이 : 뭐? 선물은 없냐고?

별이 : 음··· 좋아. 잘했으니까 누나가 머리 쓰다듬어 줄게


동갑인데 그게 뭐냐고 따지려다가 말았다.

우리 별이님 말씀은 다 옳으시니까.


“애인님?”


고개를 드니 초구철 선배와 배쌤이었다.


“네. 보여드려요?”

“아니 됐거든. 배 아파 죽으라고? 어쨌든 축하한다. 기분은 어때?”

“음······ 사실 정말로 아무렇지 않아요. 저 같은 천재에겐 당연한 일이라.”

“이 새끼 연기는 꽝이네 꽝.”


선배들은 내 등을 후려쳤고 우리는 웃으며 그라운드로 향했다.


근데.


“······저건 뭐야?”


※경] 강마루의 올스타전 승선을 축하합니다! 개포 래미안 121동 주민 일동 [축※


[개포동의 자랑 강마루! 자랑스럽다! - 산과 자연을 사랑하는 구룡산 산악회 모임]


“······산악회? 주민 일동?”

“······날짜 착각한 거 아니지?”

“···오늘 오전에 발표했잖아. 언제 준비하셨대? 미리?”


내 말이.

무언가 잘못 본 거 같아서 눈을 비비는데 더 이상한 게 들어왔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 너의 영원한 라이벌, 부산 돌핀스 라지훈]


“······쟤도 제정신 아니네.”

“···청춘이네 청춘.”

“사랑받네 우리 포수님.”


아니 그딴 사랑은 필요 없거든요. 진짜로.

저걸 불태울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주장님이 미팅을 주도했다.


분위기를 잡은 주장님은 으르렁거렸다.


“오늘 이기면 8위와 한 게임 차. 그럼 전반기 안에 뒤집을 수 있다. 알고 있지?”

“네!”

“집중하자.”

“알겠습니다!”


그리고 주장님은 날 쳐다보셨다.


“강마루.”

“네! 주장님!”

“네가 선창해라.”

“······알겠습니다!”


나는 숨을 고른 뒤 크게 외쳤다.


“피닉스으으!!!”

“파이티이잉!!!!”


우리는 그라운드로 향했다.

파이터즈를 잡고 8위를 탈환하기 위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홈플레이트의 미친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했습니다. 24.08.27 258 0 -
공지 연재 시간은 매일 오전 8시 20분입니다. 24.08.23 2,344 0 -
26 8위를 향해 (2) NEW +8 17시간 전 1,661 98 12쪽
» 8위를 향해 (1) +6 24.09.18 2,252 101 12쪽
24 주전 포수 (4) +5 24.09.17 2,527 106 12쪽
23 주전 포수 (3) +7 24.09.16 2,766 98 12쪽
22 주전 포수 (2) +4 24.09.15 2,771 87 12쪽
21 주전 포수 (1) +4 24.09.14 2,880 90 12쪽
20 달라진 위상 (4) +5 24.09.13 2,911 105 12쪽
19 달라진 위상 (3) +7 24.09.12 3,098 98 11쪽
18 달라진 위상 (2) +4 24.09.11 3,231 104 13쪽
17 달라진 위상 (1) +5 24.09.10 3,340 102 12쪽
16 탈꼴찌를 향해 (3) +6 24.09.09 3,340 103 12쪽
15 탈꼴찌를 향해 (2) +7 24.09.08 3,470 104 11쪽
14 탈꼴찌를 향해 (1) +3 24.09.07 3,512 97 12쪽
13 늘어나는 기회 (3) +7 24.09.06 3,513 98 12쪽
12 늘어나는 기회 (2) +5 24.09.05 3,668 92 12쪽
11 늘어나는 기회 (1) +7 24.09.04 3,780 107 12쪽
10 첫 선발 출장 (3) +4 24.09.03 3,988 101 12쪽
9 첫 선발 출장 (2) +6 24.09.02 4,114 105 12쪽
8 첫 선발 출장 (1) +3 24.09.01 4,275 96 12쪽
7 갑작스러운 데뷔 (3) +4 24.08.31 4,577 99 13쪽
6 갑작스러운 데뷔 (2) +8 24.08.30 4,749 111 12쪽
5 갑작스러운 데뷔 (1) +4 24.08.29 4,829 110 12쪽
4 1군으로 (3) +3 24.08.28 5,050 113 11쪽
3 1군으로 (2) +9 24.08.27 5,400 113 12쪽
2 1군으로 (1) +5 24.08.26 6,314 121 12쪽
1 프롤로그 +7 24.08.26 7,462 124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