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의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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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주
작품등록일 :
2024.08.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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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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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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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위를 향해 (2)

DUMMY

8위 인천 파이터즈와는 두 경기.

그리고 오늘 이기면 한 경기 차.


전반기 종료까지 일주일밖에 안 남았으나 충분히 뒤집을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8위부터 6위까지는 촘촘하거든요. 만약에 8위로 전반기를 끝낸다? 그럼 후반기에 더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런 말도 들었다.

어차피 6위여도 가을야구 못하는 건 같지 않냐고. 차라리 꼴찌로 전체 1번이라도 데려오는 게 낫지 않냐고.


아니다.

지고 싶은 사람 따윈 아무도 없다.


말이 안 되는 건 알지만, 모든 경기에서 이기고 싶었다.

적어도 내가 배운 야구는 그랬다.


“선배님들, 잘 부탁드립니다!!”

“오!!”

“그래! 가자!!”


동조하는 선배들.

나는 오늘 선발 백준범 선배와 사인을 교환했다.


1구 135.4 싱커 파울

2구 133.6 싱커 볼

3구 134.1 싱커 파울


-3구 모두 같습니다. 바깥쪽 일변도에 모두 싱커죠?

-좌타자니까 이게 맞죠. 임상원 선수는 어제 홈런도 때렸으니까 몸쪽은 위험합니다. 특히 백준범 선수는 언더핸드니까요.


문제는 다음 공이다.

선배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은 싱커, 슬라이더, 체인지업.


언더핸드 특성상 반대 손 타자에게 약하다. 몸쪽 싱커는 말할 것도 없고 슬라이더도 풀렸다간 바로 장타.


여기서는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흔드는 게 정답이나··· 내 생각은 달랐다.


딱!

유격수 정면으로 향하는 땅볼.


황금민 선배는 바운드를 맞춘 뒤 1루로 송구했다.


-아웃! 임상원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납니다!!

-이야··· 4구 연속 싱커를 던지네요. 그것도 같은 코스로만.

-의도했을까요?

-네. 포수 위치는 그대로니까요. 투수 공도 좋았고, 볼배합도 좋았습니다.


4구 연속 같은 공을 던졌는데도 아웃.

자신감이 붙었는지 백준범 선배는 크게 외쳤다.


“원 아웃이다! 원 아웃!!”


2번 타자는 우투우타 김민관.

좌타자보단 선택지가 많다.


싱커도 좋고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더는 말할 것도 없다.

약속한 대로 손가락을 움직이자 선배는 고갤 끄덕였다.


팡!

파앙!

딱!!


연거푸 바깥쪽 슬라이더에 원 볼 투 스트라이크. 타자의 배트는 계속 나왔고, 벨런스는 자연스레 바깥쪽으로 쏠렸다.


-다음은 몸쪽 아닐까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타자 대비해야 해요.


휙!

따악.


힘없는 소리와 함께 1루로 향하는 타구.

바깥쪽 체인지업이었다.


-하하. 저희 둘 다 틀렸네요. 어쨌든 연속 땅볼 아웃입니다! 연속 땅볼! 어떻게 보십니까?

-호흡 좋네요. 흐름도 좋고. 방금 예측은 틀렸지만 하나 말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지금 흐름이면 3이닝은 물론이고 그 이상도 버틸 수 있다고 봅니다. 목표보다 더 크게요.


***


3회가 끝났는데도 3피안타 무실점.


계획대로 게임이 풀려서 좋았는지 백준범 선배는 상기되어 있었다.


“후! 나 오늘 어때?! 멋지지! 어?!”


평소와 다른 모습에 배쌤이 농담했다.


“평소엔 마당쇠를 자처하더니. 노예가 그래도 되냐? 엉?”

“형도 진짜! 노예도 살다 보면 어! 캐리어도 먹을 수 있고! 비아그라도 먹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이 새끼 맛 갔네.”


이대로 만담을 지켜보는 것도 좋으나 아직 경기 초반.

나는 백 선배한테 다가갔다.


“선배님.”

“그래! 우리 마루!”

“지금 공 정말 좋아요. 싱커랑 체인지업 둘 다. 더 흥분하지 말고, 딱 이대로만 가요. 이대로만.”

“더도 말고 이대로?”

“네.”

“···오케이. 알아들었다.”


언더핸드는 길게 던지기 힘들다.

체력 소모는 말할 것도 없고 타순 한 바퀴만 돌아도 공략당하기 쉽다.


그래서 선발 땜빵으로 나와도 3, 4이닝이 한계였으나 오늘은 5이닝도 가능해 보였다.


선배에게 힘주고 경기 분위기를 가져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건 역시 선취점이었다.


따아악!!


-강마루!! 강마루의 타구가 저 멀리!! 저 멀리!! 사라집니다!! 홈런!!! 오늘 선취점의 주인공은 서울 피닉스의!! 강마루입니다!!!!


“우와······.”

“······저걸 넘겨?”

“미친. 저게 무슨 신인이야.”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백 선배가 1년 만의 5이닝 무실점에 성공한 뒤, 5회 말 2사 1, 2루.


투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날아온 바깥쪽 높은 포심을 아무 생각 없이 후려쳤다.


“흐럇!!”


따아아악!!!


기합과 함께 저 멀리 뻗은 타구는 한참을 날아가더니.


탱!


하는 소리와 함께 폴대를 맞고 안쪽에 떨어졌다. 생애 첫 연타석 홈런이었다.


-와!! 이게 뭐죠! 이게 뭐죠!!! 강마루!! 또 넘겼습니다! 또 넘겼어요!! 4 대 0!! 서울 피닉스가 또 앞서갑니다!!


“야이 개빠가 새끼야!! 저놈한테 높은 공 던지지 말라고!!”

“씨발 학습 능력이란 게 없냐?! 대가린 장식이냐고!!!!”


음. 이러면 안 되는데 홈런 치고 욕 듣는 게 너무 즐겁다.

마종수 선배가 이해되면서도 왠지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이스 배팅!!”


3루 코치님과 크게 하이파이브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자 다들 잔뜩 흥분한 채 뭐라 했다.


최고봉은 역시 본인 임무를 200% 다한 백준범 선배였다.


“크흑··· 우리 마루가··· 이 형을 위해···.”

“음. 선배님 다 좋은데.”

“?”

“카메라 돌아가고 있거든요. 구단 유튜브에 올라와도 괜찮아요?”


놀란 선배는 눈가를 쓱쓱 닦은 뒤 도망쳤고 우린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어쨌든.

의자에 앉자 선배들이 한 명씩 주먹을 내밀었다.


좋은 타격이었다. 멋졌다. 최고였다.

그런 가운데 우리 팀 주포 애드리언 킹도 다가왔다.


“갈비?”

“노우. 하나 궁금해서.”

“?”

“방금 볼, 노려쳤나?”

“음? 아니 전혀. 전에도 말했잖아. 나 그런 거 없다고. 노려칠 줄 알았으면 타율이 이러겠어?”


그렇다.

2할 초반에 그치는 타율과 5할을 넘기는 장타율. 나도 3-4-5의 예쁜 슬래시라인을 찍고 싶었으나 탐내지 않았다.


‘넌 이대로가 좋다.’

‘그래. 시즌 중에 크게 건드는 거 아냐.’

‘지금도 잘하고 있잖아. 안 그래?’


“본능?”

“어. 그냥 날아오니까 힘껏.”

“···흠. 엄청나군. 이 정도면.”

“이 정도면?”


내 반응에 킹은 웃으며 넘겼다.


“이 뒤는 다음에. 시즌 끝나면 보자고.”


뭐지 진짜. 시즌 끝나고?

좋은 거라도 주려고 저러나.


어쨌든 내 홈런이 기폭제가 됐을까.

안타와 장타가 연이어 터졌다.


딱!

따악!!


7회 말이 끝나고 스코어는 무려 13 : 1

선배들은 한두 명씩 빠졌고 감독님도 나를 부르셨다.


“마루야 고생했다. 이제 쉬어라.”


***


8회 초에 점수 차는 12점.

아무리 타고투저라 해도 쉽게 뒤집을 점수는 아니었다.


팬들도 슬슬 긴장을 풀고 기자들도 기사 작성을 대략 끝낼 때쯤.

피닉스 주장 하용범은 그라운드로 향했다.


-남은 2이닝은 하용범에게 맡깁니다.

-포수는 체력 소모가 심하니까요. 강마루 선수가 계속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점수 차는 크나 하용범은 방심하지 않았다. 늘 그랬듯이 차분하게 경기에 임했다.


딱!


스핀을 먹어 묘하게 구르는 타구.

하용범은 마스크를 벗은 뒤 재빨리 송구했다.


-아웃! 아웃입니다!! 침착하게 이닝을 마무리하는 하용범!

-이야, 역시 하용범 선수네요! 보통 저 상황이면 조금 더 지켜볼 법한데··· 바로 판단한 거죠. 이대로면 산다고.


“주장님 감사합니다.”

“음.”


고개를 끄덕인 하용범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 발을 풀었다.

재발하진 않았으나 족저근막염 특성상 완치란 없었으니까. 틈날 때마다 풀어줘야 했다.


-이제 남은 정규 이닝은 하나입니다.

-네. 양 팀의 노림수는 간단하죠? 피닉스는 이대로 끝나길 바라고, 파이터즈는 한 점이라도 내길 바랄 겁니다. 다음 경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야구는 야구였다.

몸 맞는 볼에 빗맞은 안타가 연속 두 개.


무사 만루의 기회를 맞이한 파이터즈는 장타가 터졌고, 단숨에 3이란 숫자가 올라갔다.



“김 코치.”

“네.”

“지금 움직이는 게 맞겠지?”

“이미 정하지 않으셨습니까.”

“농담도 못 해. 농담도.”


조덕출은 고개를 돌려 라인업 카드를 확인했다.


점수 차는 9점에 무사 3루.

주자와 아웃카운트를 바꾼다 치면 1사에 8점 차.


마무리는 아니고 필승조도 아니다.

그렇다고 경험 없는 신인을 올리기에도 그렇다.


이럴 때는 역시 황도윤이 제격이었다.


-좌완 황도윤이 올라옵니다.

-평균자책점 4.83으로 좋은 편은 아니나 궂은일을 도맡고 있습니다. 주로 원포인트 릴리프로 등판하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올라오죠.

-그렇습니다. 지난 5월 콜업후 계속 뛰고 있죠?


하용범은 할 말을 정했다.

3루 주자는 줘라.

중요한 건 아웃카운트다.

맞더라도 볼넷은 안 된다. 주자가 쌓이느니 홈런 한 방이 낫다.


그렇게 말하려고 하는데.


“포심 위주로 던져도 될까요?”

“···왜지?”

“저쪽은 기다릴 테니까요. 차라리 맞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웃도 나오겠죠.”


하용범은 속으로 놀랐다.

황도윤은 이런 투수가 아니었다.


구위는 좋으나 자기 공을 못 믿는 샌님.

이런저런 이유가 떠올랐으나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강마루가 뭐라 했나.”

“타박은 아니지만요.”

“음. 알았다.”


딱!


외야로 향한 타구.

3루 주자는 들어왔고 점수 차는 8점.

주자가 없어지자 황도윤은 망설이지 않고 공을 던졌다.


제구가 좋은 편은 아니라 빠질 때도 있었으나 피하진 않았다.


딱!


안타를 맞았으나 황도윤은 내야 플라이와 땅볼로 경기를 끝냈다.


-경기 끝!! 서울 피닉스가 인천 파이터즈를 스윕합니다!!! 이제 피닉스와 파이터즈의 게임 차는 단 한 경기입니다!!


***


피닉스 팬들에겐 황홀한 밤이었다.


13 : 5의 대승

8위 파이터즈와 한 경기 차.

그리고 강마루의 첫 연타석 홈런까지.


승리에 취한 피닉스 팬들이 돌아가고 있을 때, 하용범은 배선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선배님.”

“엉? 왜요. 주장님.”

“혹시 제 방식이 잘못됐습니까?”


배선호는 깜짝 놀랐다.

하용범이 자아비판을?


“어디 아프십니까?”

“농담 아닙니다.”

“···음. 잠시만.”


주위를 둘러본 배선호는 표정을 바꿨다.


“이유는?”

“투수들이 달라져서요. 정확히는 마인드가 좋아졌습니다.”

“요약하자면 투수들이 너보다 강마루를 더 좋아한다 그런 뜻이지?”

“···정확하십니다.”


배선호는 숨을 골랐다.


“주장 아니 용범아.”

“네.”

“너 무서운 거 맞아. 투수들이 겁내는 것도 사실이고. 근데··· 그게 틀린 거냐? 다른 거 아냐? 너도 알지? 마루 저놈 라이언이랑 대놓고 싸운 거. 그래서 자기 편 만든 거. 그거 누구한테 배웠겠냐? 너 말고 없지 않냐?”


그래도 하용범은 믿지 않았고, 배선호는 되물었다.


“너 오늘 마루 인터뷰 봤어?”

“아뇨. 아직.”

“자. 봐봐.”


배선호는 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오늘 호투요? 물론 선배님이 잘 던져서 그렇습니다. 아뇨. 아닙니다. 저는 포수인데요. 던지는 건 투수 아닙니까. 다만.’


강마루는 말을 이었다.


‘주장님한테 배운 것도 큽니다. 항상 말씀하셨거든요. 볼배합에 정답은 없다. 물론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인데··· 주장님은 계속 알려주셨어요. 본인 사례를 들면서.’


매일 있었던 미팅은 편안하지는 않았다.

사담이나 잡담 없이 오로지 야구만 다루었다.


하지만 강마루는 확실히 말했다.

그 시간 덕에 지금의 강마루가 있다고.


‘스승과 제자라고 봐도 될까요?’

‘네.’

‘언제쯤 하산할까요?’


그러자 강마루는 웃었다.


‘한참 멀었어요. 할 수만 있다면··· 평생 배우고 싶습니다.’


“자. 이래도 네가 틀렸냐?”

“······.”

“국대 포수라는 놈이 아직도 그래? 뭐, 그래서 야구가 재밌지만. 난 간다.”


떠나는 배선호.

하용범은 걸으며 계속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피자집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쯤이면 구단 숙소에 들어갔을 터.


저번에 강마루가 뭘 맛있게 먹었더라.

하용범은 기억을 되짚으며 가게로 들어갔다.


“사장님. 죄송하지만 지금 배달됩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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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달라진 위상 (2) +4 24.09.11 3,229 10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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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탈꼴찌를 향해 (2) +7 24.09.08 3,468 104 11쪽
14 탈꼴찌를 향해 (1) +3 24.09.07 3,510 97 12쪽
13 늘어나는 기회 (3) +7 24.09.06 3,511 98 12쪽
12 늘어나는 기회 (2) +5 24.09.05 3,666 92 12쪽
11 늘어나는 기회 (1) +7 24.09.04 3,778 107 12쪽
10 첫 선발 출장 (3) +4 24.09.03 3,984 101 12쪽
9 첫 선발 출장 (2) +6 24.09.02 4,113 105 12쪽
8 첫 선발 출장 (1) +3 24.09.01 4,273 96 12쪽
7 갑작스러운 데뷔 (3) +4 24.08.31 4,576 99 13쪽
6 갑작스러운 데뷔 (2) +8 24.08.30 4,748 111 12쪽
5 갑작스러운 데뷔 (1) +4 24.08.29 4,828 1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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