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의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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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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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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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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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꼴찌를 향해 (2)

DUMMY

슬러거즈 파크부터 부산 원정 숙소까지는 약 한 시간 반.


오랜만의 스윕에 신나게 떠드는데 배 선배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마루는 사직 처음이지?”

“네.”


관중으론 몰라도 선수는 처음이었다.


“달라요?”

“당연히. 예를 들어 그놈의 견제 있잖아.”


투수가 견제할 때마다 듣는 ‘마!’였다.


“그라운드에서 들으면 말이지, 순간 온몸이 짜릿해. 마치 감전된 것처럼.”


그 말을 들은 도규철 선배가 히죽거렸다.


“돌핀스, 가고 싶어요?”

“지랄. 한 번 피닉스는 영원한 피닉스다.”

“언젠 은퇴하고 싶으시다면서.”

“진짜 너는 조지고 은퇴한다. 조지고.”


선배들이 투덕거리는데 시선이 쏠렸다.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였다.


-이제 시즌 3분의 1이 지나갔습니다. 조금씩 신인왕 레이스 윤곽도 보이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네 명의 후보를 띄웠다.


라지훈 19세 투수 부산 돌핀스

김인별 19세 투수 대전 스타즈

조민혁 22세 투수 서울 카이저스

강마루 19세 포수 서울 피닉스


“오오 우리 막내가 벌써?”

“출세했네. 우리 마루.”

“당연히 올라가야지. 고릴란데.”


네? 뭐라고요?


-나머지 세 선수는 알겠는데 강마루 선수는 이르지 않나요?

-아닙니다. 최근 피닉스 승률 좋죠? 원투 펀치 호투, 주포 애드리언 킹의 활약도 있으나··· 저는 강마루 선수를 수훈 선수로 꼽고 있습니다.


연이은 결승타와 장타력.

클러치 상황의 타점 본능.

무엇보다 포수로서 기본기까지.


-국대 포수 하용범이 빠졌는데도 훌륭하게 안방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것도 19살 신인 포수가요. 솔직히 선배들이 보면 얼마나 예쁘겠습니까.


순간 조용해지는 버스.

난 알아챘다. 다들 공감하고 있단 걸.


왠지··· 기분 좋았다.


-알겠습니다. 제일 앞서는 건 라지훈 선수죠?

-그렇습니다. 선발로 8경기에서 41.2이닝 4승 3패 3.78··· 사실상 돌핀스의 토종 1선발입니다. 토종 1선발.


자료 화면이 떴다.

140 중후반의 구위 좋은 포심과 낙차 큰 커브. 피홈런도 많았고 아직 미숙한 점도 보였으나.


“씩씩하게 잘 던져.”

“그렇죠? 공도 좋더라고요.”


홈런 맞아도 인상 찌푸리는 일 없이 씩씩하게 피칭.

좋은 투수는 맞으나 난 얼굴을 찌푸렸다.


“강마루 왜 그래? 쟤한테 맞았어?”

“고릴라가 무슨. 채무 관계?”

“사랑의 라이벌?”


아우 정말 못 하는 말이 없어.


“아뇨 그런 건 전혀 아니고요.”

“그럼.”

“보시면 알아요.”


말이 끝나자마자 인터뷰 화면이 떴다.


-라지훈 선수! 내일 피닉스와의 1차전 등판 예정인데··· 기분이 어떻습니까.

-라이벌을 만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라이벌이요?

-네. 강마루 선수요. 1군에서 만나기로 약속했거든요. 무조건 삼진 잡겠습니다.


이래서 저놈이 싫었다.

그런 말 한 적도 없는데 무슨 라이벌이며 약속.


그러자 선배들이 웃었다.


“똑같네.”

“네? 저런 놈이랑요?”

“첫 인터뷰에 여친 공개한 게 누구더라.”

“그거랑은 전혀 다른데요.”

“뭐가 달라. 똑같지. 드라마 적당히 찍어라. 영감님들 운다.”


선배들은 뭐가 재밌는지 계속 놀렸다.


***


“안녕하십니까! 오늘 등판하는 선발 투수, 라지훈입니다!”


피닉스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상대 팀 선수나 신인의 인사야 늘 있던 일이지만 당일 선발이?


배선호가 답했다.


“어, 그래 반갑다. 와줘서 고마운데··· 괜찮아?”


그러자 돌핀스 베테랑 포수 표강철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다. 뜯어말렸는데 루틴 어쩌구 하는 바람에.”

“미안은 무슨. 우리 팀에도 비슷한 놈 있어서 괜찮아.”


라지훈은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


“혹시, 강마루 어딨는지 알 수 있습니까?”

“몰라. 투수랑 회의 중일걸?”

“···크윽. 그 녀석 내가 올 줄 알고.”

“······아니 걔도 포수거든 일단.”

“만나면 전해주십쇼! 오늘은 제가 이긴다고!”

“너 사람 말 안 듣지?”


폭풍 같은 인사가 끝나고 라지훈은 그라운드로 향했다.


“저놈 때문에 골치 아프다.”

“왜 귀여운데. 야구도 잘하잖아.”

“그러니까 참았지. 그러니까.”


표강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고. 너무 달려들지 마라.”

“싫은데. 우리도 9위 공기 좀 마시자.”


동갑내기 친구는 선전을 다짐하며 헤어졌다.


***


1회 초.

라지훈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제멋대로고 시끄럽고 자기밖에 모르는 놈이지만 공은 분명 좋았다.


팡!

파앙!


도규철 선배가 가까스로 초구를 참아냈으나 카운트는 순식간에 투 스트라이크.


포심 아니면 커브

라지훈은 투 피치에 가까운 투수여서 확률이 높았으나 아웃이었다.


-3구 삼진! 라지훈이 선두 타자 도규철을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포심 구위가 좋으니까 커브가 살 수밖에 없어요! 지금도 말이죠!


아마 때도 붙어봐서 아는데, 라지훈이라는 투수는 어찌 보면 단순했다.


포심과 커브를 자신 있게 던져서 투 스트.

그리고 포심과 커브를 자신 있게 던져서 삼진 아니면 플라이 아웃.


뜬공 투수답게 뜬금없는 홈런도 많았으나 망설이거나 피하지 않았다.


그냥 적인 걸 떠나 속 시원했다.


따악!


-타구가! 타구가 담장으로! 잡혔습니다! 아쉬워하는 애드리언 킹! 쓰리아웃! 라지훈이 1회 초를 세 타자로 끝냅니다!!


부산 팬들이 소리쳤다.


-그래! 그렇지!! 저게 투수다! 투수!

-훈아!!! 우리는 너만 믿는다!!!

-라지훈! 라지훈!! 라지훈!!!


고막이 울릴 정도로 시끄러웠으나 오늘 선발 주환이 형은 관심 없어 보였다.


“대연동에 쌍둥이돼지국밥집이라고 잘하는 데 있거든. 콜?”

“그 정도예요?”

“그래. 내장 수육 대자 하나 시키고 살얼음 낀 소주랑 곁들여봐. 그냥 천국이라니까.”


웃겼다.

등판 앞두고 이게 무슨.


남들이 들으면 뭐라 했겠지만··· 그냥 주환이 형한테는 이게 맞았다.


“6회까지 던지면요.”

“칭찬 좀 해줬더니 건방지게 진짜.”


내 머리를 툭 친 주환이 형은 제일 먼 곳에 초구를 꽂았다.


-스트라잌! 132.1의 포크볼이 가장 먼 곳에 꽂힙니다!

-초구부터 저 코스에 던지는 투수, 정말 몇 없을 겁니다.


팡!

파앙!


2구는 또 포크였고 3구는 살짝 빠진 투심.

고개를 끄덕인 주환이 형은··· 체인지업을 던졌다.


-헛스윙! 삼진!! 소주환도 라지훈처럼 선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1구, 2구 제일 먼 코스의 포크볼.

3구는 시야 넓히는 용도의 빠지는 투심

그리고 4구는··· 역으로 존에서 가라앉는 체인지업.


설렁설렁.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손가락을 흔들었으나 주환이 형은 정말 좋은 투수였다.


나도 던져봤으니까 안다.

생각대로 던질 수 있는 수 있는 투수가··· 얼마나 대단한지.


따악!


2번 이규성의 안타.

잘 던졌으나 타자가 잘 치면 어쩔 수 없다.


1사 1루.

3번 이안 켄트가 있기에 도루할 확률은 낮으나 주환이 형은 계속 견제했다.


“마! 마!! 마!!!”


쏟아지는 견제 응원.

과연. 듣던 대로 고막이 울렸다.


관중이 3분의 1밖에 없는데도 이 정도인데 만원 관중이면 어떨까.

괜히 듣고 싶었다.


-이규성이 뛸 의사가 없는데도 계속하네요.

-이건 주자가 목적이 아닙니다. 타자가 목적이에요. 이안 켄트 최근 페이스 좋거든요.


내 눈에도 보였다.

주환이 형의 목적이 뭔지.


별다른 말은 없었으나··· 타자는 조금씩 초조해했다.


‘좋아. 그럼 나도.’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나는 일어서서 손짓했다.

생각지도 못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는 주환이 형.


왠지 한 방 먹인 거 같아 기분 좋았다.


휙!


팔을 휘두르는 형.

빠르지도 않았고 좌타자인 켄트에게는 위험한 코스였으나 우리 의도대로 됐다.


딱!


역회전으로 꺾인 투심을 밀어친 타자.

타구는 빨랐으나 코스는 3루수 정면이었다.


-5, 4! 3!! 병살! 병살입니다! 위기에서 탈출하는 피닉스! 병살로 1사 1루에서 탈출합니다!!!


“퍽!!”


기분이 안 좋은지 소리치는 켄트.

나는 속으로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위원님.

-네.

-저번 등판 때도 느꼈는데, 소주환 선수와 강마루 선수 잘 어울리지 않습니까?

-하하.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호흡이 잘 맞아요. 찰떡궁합입니다. 정말.


주환이 형이 물었다.


“너 왜 일어섰냐?”

“별건 아니고요.”

“?”

“종아리가 간지러워서요.”

“···너도 참 별나다, 별나.”


주환이 형은 웃으며 내 등을 쳤다.


***


2회 초 1사. 스코어는 0 : 0.

5번 강마루가 들어서자 피닉스 팬들은 목소릴 높였다.


-날려버려 날려버려 강!마!루!

-홈런! 홈런! 강마루!!


우렁찬 응원에 중계진이 답했다.


-장타력 좋거든요. 걸리면 터집니다.

-그렇습니다. 규정 타석은 아니나 장타율은 애드리언 킹에 이어 팀 내 2위입니다. 팀 내 2위.


포수 표강철은 마운드에 올라갔다.

주자는 없었으나 한 번 끊어야 했다.


“훈아.”

“네! 형님!”

“너도 알지만, 쉽게 들어가지 마라.”

“네! 형님!”


무언가 이상했다.


“···일 더 하기 일은?”

“네! 형님!”

“······.”


미치겠다 진짜.

무슨 애도 아니고 1군에서 친구 만났다고.


아니, 애 맞았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2번이긴 하나 고작 19살 꼬맹이.


이럴 땐 던지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게 맞았다. 라지훈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니까.


팡!

따악!


1구는 들어왔고 2구는 파울.

둘 다 포심이었는데 타이밍은 안 맞았다.


흥분했으나 공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아니, 오늘 공 중에 제일 좋았다.


사인을 보내자 고개를 끄덕이는 라지훈.


팡!


커브가 잘 떨어졌으나 강마루는 배트를 내지 않았다.


-강마루 선수가 정말 좋은 점이 뭐냐면요, 삼진이 없어요. 삼진이.


분명 좋은 공인데도 무반응.

아마추어 때 계속 붙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감이 좋은 걸까.




-또 한 번 참아냅니다! 볼이에요!

-강마루 선수, 집중력 좋네요!


투 스트라이크 투 볼.

표강철은 고민했다. 포심? 커브?


라지훈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던질 줄 아나 아직 1군에서 던질 공은 아니었다.


이럴 때일수록 확실한 공을 던져야 했다.


‘높게··· 좀 더 높게.’


표강철은 조용히 일어섰다.

풀카운트를 각오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내보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표본은 적으나 강마루가 장타나 홈런을 때리면 피닉스는 높은 확률로 이겼으니까.


휙!


라지훈이 입술을 꽉 물고 던졌다.

미트에 안 들어왔으나 알았다.

공 좋다, 잘 쳐 봐야 플라이다.


하지만.


따아아악!!!!


강마루는 벼락같이 후려갈겼다.


라지훈은 몸을 돌렸고, 표강철은 마스크를 벗었으며 외야수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늘 높이, 대포알처럼 날아간 타구는.


텅!


사직 전광판에 맞고 떨어졌다.

모두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대형 홈런이었다.


-우와아아!! 이거 뭐죠!! 대형 홈런입니다!! 대형 홈런!!! 사직 전광판을 맞추는, 엄청난 홈런이 나왔습니다!!!!


표강철은 재빨리 라지훈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좋은 공을 던졌는데도 전광판에 꽂히는 대형 홈런.


“훈아! 괜찮···.”


표강철은 말을 잇지 못했다.

라지훈은 웃고 있었다.


짧은 시간 어울렸으나 표강철은 안다.

이건 라지훈이 타자에게 건네는 최고의 찬사였다.


‘···40홈런 포수라. 호들갑 떨 만하군.’


강마루를 보며 표강철은 생각했다.

말도 안 되는 괴물 신인이 나타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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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달라진 위상 (2) +4 24.09.11 3,229 10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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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탈꼴찌를 향해 (3) +6 24.09.09 3,339 103 12쪽
» 탈꼴찌를 향해 (2) +7 24.09.08 3,468 104 11쪽
14 탈꼴찌를 향해 (1) +3 24.09.07 3,509 97 12쪽
13 늘어나는 기회 (3) +7 24.09.06 3,511 98 12쪽
12 늘어나는 기회 (2) +5 24.09.05 3,666 92 12쪽
11 늘어나는 기회 (1) +7 24.09.04 3,778 107 12쪽
10 첫 선발 출장 (3) +4 24.09.03 3,984 101 12쪽
9 첫 선발 출장 (2) +6 24.09.02 4,111 105 12쪽
8 첫 선발 출장 (1) +3 24.09.01 4,273 96 12쪽
7 갑작스러운 데뷔 (3) +4 24.08.31 4,575 99 13쪽
6 갑작스러운 데뷔 (2) +8 24.08.30 4,748 111 12쪽
5 갑작스러운 데뷔 (1) +4 24.08.29 4,828 110 12쪽
4 1군으로 (3) +3 24.08.28 5,049 113 11쪽
3 1군으로 (2) +9 24.08.27 5,399 113 12쪽
2 1군으로 (1) +5 24.08.26 6,312 121 12쪽
1 프롤로그 +7 24.08.26 7,459 12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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