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미국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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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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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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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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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검의 밤(2)

DUMMY

나치당의 정치깡패, 돌격대(SA).

그들이 모인 한 집회에서 룀이 연설하고 있었다.


“국민 누구나 반드시 도래해야 하는 2차 혁명에 대해 말하고 있다. 1차 혁명으로 끝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제는 반동을 척결해야 한다. 혁명은 어디서도 멈춰서는 안 된다.”


룀의 연설은 투박했지만 동시에 강렬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저 기운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굳건한 신념이 있어야 하지.


문제는 나는 그 신념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고.


연설 직후, 나와 룀은 총리 관저에서 한바탕 언쟁을 벌였다.


“안 돼.”

“어째서입니까?!”

“그걸 몰라서 묻나? 자네가 말하는 대로라면 우리는 군부 세력과 사실상 전쟁 상태에 들어가야 하네.”

“돌격대가 있지 않습니까! 300만 돌격대원들에게 총 한 자루씩만 쥐어줘도 우리는 저 낡아빠진 귀족들을 척결하고 새로운 시대, 국가사회주의의 시대를 열 수 있습니다!”


그 국가사회주의의 시대가 뭔지 좀 궁금하긴 하다.

사회주의, 민족주의, 군국주의, 보수주의 등등이 죄다 짬뽕된 이 어썸한 사상의 시대라. 혹시 거기선 빨갱이가 군복 입고 독일 민족의 영광을 외치나? 상상만 해도 어지럽네.


물론 룀의 머릿속에 그런 게 들어있을 리 없다.

저놈 머릿속에는 그냥 지금 세상 못살겠으니 다 갈아엎자는 투의 마인드밖에 없을 테니까. 국가사회주의 이념부터가 그냥 히틀러가 정권 잡아보려고 무솔리니 파시즘 카피해서 만든 건데 뭐 복잡한 국가경영론 같은 게 있겠나.


하지만 뒷말은 틀리지 않았다.


“300만?”

“그렇습니다. 당수께서 총리직에 오른 뒤로 돌격대에 가입하는 인원이 나날이 불어났습니다.”


300만.

10만 명밖에 안 되는 군부 따위는 가뿐히 씹어먹고도 남을 숫자.

군부에 전차와 기관총이 있다한들 이만한 수적 열세는 극복하기 힘들다. 내가 손을 좀 써서 군부 내의 ‘배신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더더욱.


룀의 주장은 간단했다.


“돌격대를 인민군으로 재편하고, 기존 군부 중 저희에게 충성하는 이들은 흡수하고 나머지는 처형해야 합니다. 또한 경찰의 업무와 권한도 돌격대가 대체할 수 있습니다!”


돌격대를 독일 유일의 무력조직으로 만들어달라. 그리고 군부도 우리한테 내놓고.


돌격대 손에 군대가 들어가버리면 전현직 장성들은 죄다 총살이나 은퇴 둘 중 하나의 운명을 맞이하겠지. 룀도 그렇고 돌격대 내부 여론 자체가 기존 귀족 계급들을 혐오하는 분위기인데 과연 군부를 멀쩡히 냅둘까.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돌격대가 군대를 대체한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던 군사적 지식들은 어떻게 되지?”


융커가 아무리 꼴뵈기 싫은 놈들이라 한들······ 그놈들이 현재 독일에서 가장 군사적으로 뛰어난 집단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군부 자체가 거의 융커로만 채워져 있는데 그 외에 군사적인 집단이 존재하겠나. 준군사조직 돌격대가 실제 군부보다 전문성을 갖출 순 없으니 결국 군부를 숙청한다는 건 군대 자체를 숙청한다는 뜻이 된다.


군대를 숙청하고 나면 새로운 군대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재무장만 해도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데 군대 그 자체를 새로 쌓아올린다고? 차라리 날 죽여라, 죽여.


더 문제는 권력이다.


군부가 숙청당하고 나면, 새 군부의 수장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

기존 융커 숙청의 일등공신이자, 나치당 내에서 무력과 관련된 분야를 전담하고 있던 사람이 하겠지.


그렇다.

룀이다.


안 그래도 300만 돌격대의 무력을 손에 쥐고 있는 놈이 이제 전차와 기관총, 그리고 잘 훈련된 군인까지 손에 넣는다?

이 새끼가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는단 보장이 어디에 있냐고. 차라리 구데리안이나 롬멜한테 맡기고 말지 룀은··· 이 새끼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결국 그날의 논쟁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파했다.

나는 군부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없었고, 룀은 바로 그걸 원했으니.


.

.

.


“룀은 믿을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을 캐치한 건지, 괴링은 대뜸 그런 말을 했다.


“당장 군부가 격렬히 반발하고 있으며, 독일 국민들조차 그들을 좋게 보지 않고 있습니다.”

“괴링 장관의 말이 맞습니다. 사민당 같은 역적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외교관과 일반 시민들까지 두들겨 패는 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지난번에 돌격대가 지나친 공포감을 조성하지만 않았더라도 나치당 단독으로 3분의 2를 달성했을 겁니다.”

“이참에 룀을 완전히 밀어내야 합니다. 그는 이미 당과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힘러를 비롯한 괴링에게 찬성하는 파벌들까지 이런저런 말을 쏟아냈다.


확실히 돌격대가 민심을 잃은 건 맞는 모양이었다.

군부야 뭐, 돌격대가 군부를 완전히 해체해버리겠다고 주장하니 반발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나치당 내 고위 인사들까지 이러는 걸 보면··· 룀은 절대 정치적으로 유능한 인간이 아니란 사실만 깨닫게 된다.


그럼 군사적으로는 유능하냐 하면··· 돌격대들이 죄다 제 꼴리는 대로 마구 부수고 파괴하고 다니는 걸 보면 조직 장악력도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은데.

전술적이나 전략적 역량 같은 건 모르겠지만, 그놈이 과연 만슈타인이나 구데리안과 비빌 수 있을까? 세계 명장 순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2차대전 최고의 장군들과?


절대 무리지.


그럼 그냥 숙청해버리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러나저러나 지금 당장은 돌격대가 내 수하다.

내 수하를 내 손으로 숙청해버리는 모양새가 되면 굉장히 좋지 않다.

단순히 충성도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나치당이 보유한 무력집단은 하이드리히의 게슈타포, 힘러의 친위대, 룀의 돌격대 정도인데, 이중 가장 거대하고 오래된 건 돌격대다.


그 돌격대가 사라진다면? 이제 막 태동한 친위대와 게슈타포가 과연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돌고 돌아 딜레마가 한가득이다.

이래서 히틀러도 돌격대 숙청을 34년까지 미룬 거겠지.


힌덴부르크가 죽어서, 대통령직을 본인이 승계하는 데 군부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히틀러는 영원히 룀을 숙청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됐다면 돌격대와 군부가 하루종일 싸우다가 결국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돌격대가 군부를 잡아먹었겠지.


전자면 히틀러 사망, 후자면 독일군이 개병신으로 전락해서 프랑스도 못 조지게 되었으리라.

원 역사 나치의 패악질을 생각해보면 인류적으로는 이게 더 나은 방향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지금 내가 히틀러라는 거다. 둘 중 뭐가 되든간에 나는 대가리에 총알 삽입술을 시술받아야 하겠지.


골치 아프구만.


나는 탁자를 몇 번 두들긴 뒤 말했다.


“국방군 내의 여론은?”

“친 국가사회주의적 파벌과 그렇지 않은 파벌 모두 룀을 죽이고 싶어 합니다.”


하이드리히의 직설적인 말이었다.

사실 너무 당연한 말이라서 물어볼 필요도 없긴 했다. 그 블롬베르크나 라이헤나우조차 슬슬 돌격대를 좀 견제해야 하지 않겠냐며 내게 의사를 전해올 정도였는데, 반나치 파벌이야 입에 거품을 물고 날뛰지 않으면 다행이리라.


다음 타자는 힘러였다.


“각하. 룀이 에드문트 하이네스라는 인간을 돌격대 고위직에 임명했다고 합니다. 이 자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듣지 않아도 알 것 같군.”


에드문트 하이네스.

하이드리히한테 들었지. 룀의 남자 애인이라고.


그런 인간이 할 일이 정상적이겠나.


힘러가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돌격대 내의 어린 미소년들을 룀에게 상납한다고 합니다.”


음, 이건 좀 심하긴 하구만.


“이런 인사 명령을 총리 각하께 보고하지도 않고 저지르는 시점에서 돌격대는 이미 룀의 사유조직이나 다름없습니다! 대체 돌격대의 존재 이유가 뭡니까? 룀 그 역겨운 자식이 자기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한 기관?”


힘러는 씨근덕대며 룀과 돌격대를 성토했다. 거기 정치적인 이유도 좀 껴있는 것 같긴 한데, 근거 자체는 맞는말이라서 뭐라 하기도 애매했다.


다음은 괴링의 차례.


“여기 룀이 그동안 받아먹은 뇌물 목록입니다.”


괴링이 서류를 탁자 위에 올려놓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중에서도 힘러는 얼굴이 험악하게 구겨져 있었다.


“더럽게도 많이 해처먹었군. 미친 새끼.”


다른 놈이 그러면 이해했을 텐데, 힘러가 저렇게 욕하니 뭔가 웃겼다. 저놈도 부정부패 하면 어디 빠질 놈이 아니니까.


다만 내 생각보다 룀이 해먹은 규모가 컸다.

아마 룀이 직접적으로 해먹은 것뿐만 아니라 그 아랫놈들이 룀의 권세를 빌려 해먹은 것들까지 다 포함한 수치 같은데······.


뭐, 어차피 숙청 명분 쌓는건데 살짝 과장하는 정도는 괜찮겠지.


정치계 고위직을 조지기에 뇌물수수만한 명분이 또 어디 있겠나. 가장 직접적으로 국익을 훼손하는 방법 중의 하나니까.


이 기나긴 룀 조지기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다시 돌아온 하이드리히의 차례였다.


“룀은 명백히 사회주의적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말이 나오자마자 곳곳에서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살짝 놀랐으니 그럴만도 했다.


사회주의라.


사민당이랑 공산당이 가지고 있던 그 이념 말이지. 역적질로 몰기 딱 좋은 건수가 걸렸는데?


하이드리히는 자기가 들고 있던 서류들을 하나씩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룀은 돌격대 회의 내내 ‘사회주의적(Sozialistische)’, ‘노동자(Arbeiter)’등의 말을 사용하였으며, 자본주의를 반대하고 산업의 국유화를 주장했습니다.”

“이건 반역입니다!”

“각하, 지금 기업인들을 버린다면 저희는 경제성장은커녕 대공황을 더더욱 키운 머저리로 역사에 남게 될 겁니다!”

“또한, 돌격대의 출신 성분도 문제입니다. 게슈타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돌격대 대다수는 하층 노동계급 출신이며, 전직 공산주의자들의 비중 또한 상당하다고 합니다.”


하이드리히가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나치당원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마침내 성토가 정점에 다다르자, 괴링이 이 모든 의견을 하나로 압축해서 내게 말했다.


“룀을 처형하셔야 합니다.”

“······.”

“룀이 그토록 울부짖는 ‘2차 혁명’이 독일에 일어난다면 그건 분명 사회주의 혁명일 겁니다. 이미 룀은 용납될 수 있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습니다. 놈은 군부뿐만 아니라 평범한 독일인들과 자본가들에게까지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놈을 계속해서 데리고 간다면 돌격대뿐만 아니라 당마저 그 존속과 가치를 위협받게 될 겁니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고민했다.


“각하, 부디 결단을.”


물론 정이라던가 하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만난 지 1년도 안 됐는데 그런 걸 따지겠나.


생각해야 하는 건, 돌격대 숙청의 정치적 여파와 그 뒷수습.


당장 돌격대 300만 명을 전부 죽일 순 없으니, 돌격대를 해산하면 그들은 그대로 베를린에 눌러앉은 알거지가 되겠지. 그 경제적 여파라던가.


남은 돌격대 인원을 재편성하고 제대로 된 준군사조직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힘러한테 너 먹어라 하고 전부 넘겨줄 건지.


돌격대를 숙청함으로서 얻을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말했다.


“힘러.”

“예! 총리 각하.”

“지금부터 살생부를 작성하게. 돌격대의 고위 간부 중 살릴 자들과 죽일 자를 구분해서 보고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샤흐트, 지금부터 벌일 공공사업에 전 돌격대 출신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보게. 돌격대라는 간판이 사라지면 그들은 단순한 경범죄자······ 그러니까 깡패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네. 적당한 호구지책을 마련해주면 그런 일을 막을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총리 각하.”


숙청의 기반은 마련해두되, 당장 죽이지는 않는다.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건이 있으니.


“각하, 힌덴부르크 대통령의 병세가 더욱 악화되었단 소식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머지않아 찾아왔다.


대통령.

총리가 아닌, 총통이 될 기회.


장검의 밤이 머지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2 血天狂魔
    작성일
    24.09.14 20:08
    No. 1

    힘러가 부정부패했다는건 헛소문아닌지?
    그인간 지 부모가 관용차쓴것도 다 지 급료에서 공제할정도로 깐깐한인간인데 ㅋㅋ
    괴링이나 보어만,괴벨스쪽이 부정부패로 말이 많다면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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