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미국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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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풀
작품등록일 :
2024.08.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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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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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DUMMY


가슴팍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루즈벨트는 멍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분명 고통이 느껴져야 할진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환하게 밝혀진 등불 사이로 한 줄기 어둠이 가로질렀다.


의식이 깜빡였던 것 같다.


그 생각과 동시에 루즈벨트는 휘청거리며 넘어졌다. 주위를 둘러싼 경호원들이 급하게 달려온다.


경악.

비명.

혼돈.


그들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검은 옷을 걸친 사람들이 그를 감싸고 무어라 떠든다. 그를 안심시키려는 것 같기도 했고 주변의 차량을 호출하는 것 같기도 했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울컥, 하고 핏물이 올라온다.

루즈벨트는 그것을 뱉어 버리고는 힘겹게 중얼거렸다.


“···누구지?”


뉴딜에 반감을 가진 정치인? 미치광이 공산주의자? 그를 빨갱이라며 매도했던 맨해튼의 기업가들?


“각하, 안정을ㅡ”


쿨럭.

두 번째 핏물이 터져 나왔다. 폐를 꿰뚫린 것이 틀림없었다. 루즈벨트는 입가를 닦으며 피식 웃었다.


“하, 이거 내 우표 컬렉션을 완성하지도 못하고 가는구려.”

“각하!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내 몸상태는 내가 잘 알아. 쓸데없는 짓 그만두게.”


경호원들 사이에 시선을 집중하니, 낡은 권총을 치켜들고 고함치는 난쟁이 하나가 보였다.


정치인의 살수라면 저리 허술하지 않을 것이요, 기업가의 살수여도 마찬가지다.


미치광이 하나의 저격에 대통령 당선인이 목숨을 잃다니. 18세기에나 유행했을 법한 싸구려 농담 아닌가. 기왕이면 좀더 세련된 방식으로 가고 싶었건만.


곧 그것마저도 가려지며, 루즈벨트는 본인의 눈에 실핏줄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세상이 암전되기 시작한다.


무어라 말을 뱉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목구멍에 핏물이 가득 차올라 성대가 울리지 않는다.


거리의 등불이 하나둘 꺼진다.


너무나 일찍 죽는 시대의 거인을 추모하듯, 길가의 가로등과 건물마저 그 고개를 숙였다.


‘아니.’


일어나야 한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뉴딜을 성공시키고, 대공황의 수렁에 빠진 합중국을 위기에서 구해내야 한다. 무책임하게 죽음으로서 그 사명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각하! 각ㅡ!!”


그 순간, 루즈벨트는 피로 얼룩진 눈을 떴다.

등불이 빛을 밝힌 밤하늘은 너무나 몽환적으로, 또 아름답게 보였다.


별들이 반짝였고, 인간이 자아낸 빛들이 이리저리 요동치며 그를 어딘가로 인도했다.


홀린 듯 걸었다. 어쩌면 이미 걷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상만사가 그가 걷고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그는 그렇게 기약 없는 머나먼 여행을 떠났다.


그가 도착할 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미합중국을 벗어났다는 것만큼은 명백했다.


경호원들의 눈에, 루즈벨트는 이미 눈을 감고 있었다. 어느샌가 차량이 그를 데려갔지만, 그 자리의 모두는 직감했다.

더 이상 쾌활한 목소리로 국정을 논하던 이는 없을 것이라고. 그 대신 관 속에 들어간 초라한 시신이 그 자리를 메우리라고.


.

.

.


다음날.

프랭클린 델러노 루즈벨트의 암살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리고 베를린.


“······뭐?”


쨍그랑!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리의 손에서 찻잔이 미끄러졌다.


그는 너무나도 당황한 듯했다.


마치, 그게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란 걸 알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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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정상화(3) +1 24.09.09 155 8 13쪽
9 정상화(2) 24.09.08 165 9 13쪽
8 정상화(1) 24.09.06 175 9 11쪽
7 공화국 최후의 날(3) 24.09.05 172 5 10쪽
6 공화국 최후의 날(2) 24.09.04 179 8 11쪽
5 공화국 최후의 날(1) +2 24.09.03 191 10 12쪽
4 완성을 위한 노력(3) +1 24.09.02 194 7 12쪽
3 완성을 위한 노력(2) +1 24.09.01 228 8 12쪽
2 완성을 위한 노력(1) +1 24.08.30 289 9 11쪽
» 암살 +2 24.08.29 343 1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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