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미국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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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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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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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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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1)

DUMMY

“보어만.”

“예.”

“내가··· 살아 있는 게 맞나?”


보어만은 뭐라 대답하는 대신 침묵을 지켰다.

아니, 대답했을 수도 있다. 내가 못 들었을 뿐.


‘부어라! 마셔라!!’

‘국가사회주의 만세! 독일이여 영원하라!!’

‘하일 히틀러! 위대한 총리 각하 만세!!’


미친놈들.

이놈들은 사람이 아니다. 이럴 거면 나치당 말고 국가알코올주의 술이들어간당으로 이름 바꾸자. 맥주랑 와인을 드럼통 단위로 쌓아놓고 처마시는 건 휴먼의 품격을 저버리는 오우거나 할법한 짓ㅡ


“우우우욱!!”

“각하! 옆으로, 옆으로 누워서 하십쇼! 목 막힙니다!!”


또 구토가 쏟아진다.

목에서 뭔가 올라오는 것을 한바탕 뱉고 나니 세상이 뱅글뱅글 돌았다. 내가 도는 건가, 지구가 도는 건가. 자전이 눈에 보이는 경지에 이르렀단 말인가?


딱 하룻밤만에 나는 히틀러가 왜 금주가였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 인간은 술이 싫었던 게 아니다. 그냥 못 마셨던 거라고.

채식주의자, 금주가, 금연자······ 내장이 일을 못하니까 당연히 고기도 못 먹고 술도 못 마시지!


잠복고환으로 모자라서 이젠 소화불량이냐. 가지가지 한다. 2차대전을 일으킨 이유가 사실 자기 내장기관에 쌓인 불만 때문 아니었을까? 몸만 멀쩡했으면 미국이나 소련 대신 고기랑 술과 싸웠을 것 같은데.


잠시 히틀러의 위장과 홀로코스트 사이의 상관관계를 고민하던 사이, 보어만이 내 몸을 붙잡아서 옆으로 돌려놓았다. 안 그래도 토사물이 목구멍 안으로 들어가고 있던 터라 퍽 고마웠다.


“고맙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담담히 말하는 보어만의 손에는 토사물이 약간 묻어 있었다. 옷이 토사물 범벅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어음··· 그··· 좀 그렇지 않나?


살짝 위를 올려다봤는데 보어만은 불만은커녕 걱정이 언뜻언뜻 비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으음, 저 걱정이 권력 동앗줄을 향한 걱정일까, 위대한 영도자를 향한 걱정일까.


다만 그런 것과 상관없이, 보어만의 저 걱정 자체는 진심으로 보였다.


원 역사에서 히틀러의 신뢰를 얻어 나치 독일을 제멋대로 주물렀다던데 이유를 알겠다. 같은 아부라도 저렇게 진정성을 담을 줄 알아야 대성하는 법이지, 암.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보어만은 보어만이다. 이 인간이 원역사에서 했던 짓들을 알고 있는데 내가 그런 권력을 주겠나. 차라리 샤흐트나 아데나워를 부르고 말지.


머리를 꾹꾹 누르며 일어서자 책상 위로 가득히 쌓인 서류가 보였다. 순간 의아해서 물었다.


“이게 다 뭔가?”

“각하께서 어제 지시하셨던 내용들입니다.”


뭔 지시를 한 거야?

서류를 하나하나 들춰보자 금세 기억이 떠올랐다.


‘제국의 각 주를 더욱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작성해서 내 책상 위에 올려두도록.’

‘돌격대(SA)의 세부조직도와 총인원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들을 문서화해 두게. 이번에 내가 그놈들 통제하느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데, 슬슬 제대로 관리 좀 해야겠어.’


제기랄.

그러니까······ 저녁에 술파티 벌이기 전에 이걸 죄다 지시해두고 갔다 이거지. 누가 보면 진짜 미친 일중독자인 줄 알겠네. 조지아산 콧수염도 이렇게 빡세게 일하진 않겠다.


스불재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내게도 변명거리는 있다. 히틀러가 그렇게 술을 못 마실 줄 알았나. 난 진짜 맥주 말고는 아무것도 안 마셨다고······.


“와인이랑 다른 것도 드셨습니다.”

“···언제?”

“아마 완전히 취하신 이후였던 것 같습니다. 괴벨스 장관이 만류했습니다만··· 음.”


보어만은 뒷말을 줄였지만 어차피 안 들어도 다 안다.

독재자가 기어이 술 좀 마시고 싶다는데 거기서 말릴 수 있는 부하직원이 어디 있겠나. 그것도 독일을 완전히 제 수중에 넣은, 십수 년의 대계가 완전한 성공으로 끝맺은 축하파티에.


결국 내 잘못이란 얘기였다. 변명하자면 맥주만 먹고도 취했던 히틀러의 몸뚱아리가 문제다만 이미 일어난 일에 왈가왈부해서 뭣하겠나.


미치겠네 진짜.


나는 결국 얼굴을 몇 번 문질러준 후 일단 옷부터 갈아입었다. 그걸 들고 나간 비서의 표정으로 볼 때 내가 그 옷을 다시 입을 일은 없을 듯했다.

샤워도 하고, 술 좀 깨게 찬물도 마시고.


그리고 작업을 시작했다.


보어만이 만류했지만 무시했다. 여기서 피곤하다고 침대에 드러눕는 순간 진짜 원본 짝부랄 되는 거다. 게으르고, 서류작업 싫어하고, 별장에서 쉬는 것 좋아했던 그 인간.


되새기다 보니 갑자기 화나네.

원본은 그랬는데 왜 나는 이래야 되냐고. ‘술 마신 다음날 아침부터 서류결재’ 같은 SSS급 퀘스트는 강철의 대원수나 하는 것 아니었어?

물론 이것도 자기변명이다. 늑대굴 지하벙커에서 아돌프 열사에게 암살당하고 싶지 않으면 열심히 해야죠. 암요. 시발. 근데 강철의 대원수도 말년에는 오줌 질질 싸면서 전신 경련으로 비참하게 뒤지지 않았나? 왜 독재자의 말로는 죄다 개판인 거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금세 서류가 넘어갔다.


그래, 힘러 같은 인간말종이나 하이드리히 같은 반골상을 믿느니 그냥 내가 다 하고 말지.


.

.

.


독일은 빠르게 변화를 맞이했다.


가장 먼저, 한스 루터 박사가 해임되고 말직으로 쫓겨났다. 그 자리는 바로 다음날 제국은행 전 총재이자 나치즘의 추종자 중 하나인 얄마르 샤흐트(Hjalmar Schacht) 박사가 차지했다.


메포-백셀 채권의 창안자이자 전간기 독일 경제 부흥의 주역이었던 경제 전문가.


샤흐트는 곧바로 시장 살리기에 돌입했고, 독일 경제는 나날이 우상향 그래프를 찍었다. 히틀러의 총애를 고려해 볼 때 그의 경제부 장관 임명은 기정사실로 보였다.


다음은 제 1차 4개년 계획.


히틀러의 총리 집권 다음날, 그러니까 아직 수권법이 제정되지 않았을 때 만들어졌던 경제 부흥 계획.


실제 만들어질 때는 ‘아무튼 우리도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라는 티를 내기 위해 만들어졌던 계획이지만, 나치당의 두 거물인 괴링과 샤흐트가 여기 달라붙으니 뭔가 뼈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4개년 계획의 핵심은 간단했다.


‘실업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과제는 실업대책이다. 실업대책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권위를 얻게 될 것이다.’


히틀러가 끊임없이 강조했던 것들.

공공사업을 통한 실업자 구제를 목표로 둔 계획이 4개년 계획이었다.


‘국민들에게 일을 주어 또다시 실업의 늪으로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고소득 계층에 1년간 재화를 쌓아주는 것보다 일반 대중에게 싼값의 파스타를 확실하게 공급하는, 아니 그것보다 일반 대중이 또다시 실업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최고위 독재자가 이렇게 공공연히 외치고 다니는데 그걸 거부할 간 큰 사람은 없었다.

자연스레 4개년 계획은 실업대책으로서 각광받았고, 아우토반과 철강공업 등등 각종 사업을 통해 실업자를 구제하는 정책이 채택되었다.


경제가 이렇게 순항하는 와중에도 정치적 혼란은 그치지 않았다.


‘우리는 당의 존속만을 바랄 뿐이오.’


아직까지 투옥되지도, 추방당하지도 않고 있던 사민당 의원들의 호소에도, 나치당 내의 여론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저들은 국가를 전복할 우려가 있으며 우리에게도 비우호적입니다.’


나치당원 프리크의 말에 많은 이들이 동조했다.

나치당이 탄생한 이래 그들과 끊임없이 대립해 왔던 좌파 세력들. 그중에서도 수장격이라 할 수 있는 사민당을 굳이 살려둬야 할까? 저들과 우리는 아예 사상이 다른데?


그러나 히틀러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강제로 모든 당을 해산해 버리면 국제사회의 시선이 어떻겠나? 빼도 박도 못할 일당독재정권이지. 하지만 명목상으로나마 다른 당을 남겨 둔다면 적어도 비호받을 여지는 있지 않겠나.’


즉, 해산하지 말고 독일의 장식품으로서 남겨 두자는 것.

의회 자체를 거대한 역사관으로 만들자는 그 제안에는 여러 가지 갑론을박이 일었지만, 결국 나치 독일은 히틀러의 독재국가다.


그가 명령하면, 아랫사람들은 따른다.

25년의 작은 반란 이래 끝없이 이어져 왔으며 나치당이 정권을 잡은 이래로는 더욱 확고해진 기조.


결국 사민당은 면책권을 받았다.


‘첫째, 당 내의 불순분자를 걸러내기 위한 나치당의 도움에 협조할 것. 둘째, 의회에서 나치당의 발의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 셋째, 당의 언론과 조직에 대해 매년 나치당의 검수를 받을 것. 세 가지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사민당을 해산하지 않겠소.’

‘···알겠습니다.’


가톨릭 중앙당, 바이에른인민당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당이 보유한 모든 권리를 박탈당하는 대가로 살려는 드린다는 조건을 요구받고, 그를 따르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는 협박메세지가 날아들었다.

거절은 선택지에 없었다. 아예 독일을 떠나 망명을 갈 게 아니라면.


다만 중앙당은 한 가지 특혜를 받았다.


‘콘라트 아데나워는 그대로 쾰른 시장에 유임될 것이오.’


중앙당 소속 관료 콘라트 아데나워의 정치 생명을 살려둔다.


미래를 아는 사람이 내린 결정.

미래 서독의 경제 부흥 기반을 다진 사람이면 충분히 기용될 만하다는 판단이었다.


‘지금의 독일에는 정치성향보단 능력이 중요하네. 어차피 우리가 경제를 살리기만 하면 지지도는 알아서 올라갈 텐데 굳이 걱정할 필요가 있나?’


나치당 내부의 의문에 대한 히틀러의 답변이었고, 아데나워는 망명이나 은둔 대신 대도시의 시장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되었다.


히틀러는 그냥 더 높은 자리에 올려서 부려먹으면 안 될까 싶었지만, 아데나워의 프로필을 보고선 포기해야만 했다.


-반나치

-반군국주의

-반국가주의


나치 이념을 향해 정면으로 쌍뻐큐를 날리기에 참으로 적절한 커리어였다.


총리는 욕심을 고이 접고, 마지막으로 남은 문제에 고개를 돌렸다.


“괴링 장관.”

“예, 각하.”


히틀러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지금 즉시 이 명단에 쓰인 과학자들을 독일로 초청하게. 만일 한 명이라도 나를 보고 싶어 한다면 즉각 내게 보고하도록.”

“이게 누구입니까?”

“독일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


괴링이 펼쳐든 쪽지에는 몇몇 학자들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폰 노이만(von Neumann)

-엔리코 페르미(Enrico Fermi)

-닐스 보어(Niels Bohr)

-······.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물리학자들의 명단.

그러나 미래인이 봤을 때 이 명단은 물리학이나 양자역학보단 조금 다른 것에 생각이 미치리라.


히틀러의 핵무기 개발이 막 첫삽을 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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