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미국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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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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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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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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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정상화(3)

DUMMY

“절대 안 됩니다!”


더글러스 맥아더(Dougals MacArthur) 육군참모총장은 목에 핏대가 서도록 고함쳤다.


“이미 대공황을 거치면서 육군 예산은 반의 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한데 그걸 또 줄이겠다는 말입니까?”


부들부들 떨리는 손. 이를 악물며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러나 가너 대통령은 그를 보면서도 태연하게 차를 마실 뿐이었다.


“어쩌겠소. 이 나라 국민들이 그것을 원하는데.”

“국민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알도록 깨우치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 아닙니까?!”


하딩 행정부, 쿨리지 행정부, 후버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호경기, 불경기에 상관없이 군부는 늘 홀대받아 왔다.


돈이 없으니 장교 고용을 유지할 수 없다. 고용 유지조차 못 하는데 무기 유지는 어떻게 할까?


소총은 막대기가 되고, 전차는 고철로 전락했다. 항공기는 폐처분되어 엔진, 강철, 콕핏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뜯겨 나갔다.


맥아더는 25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가너는 비웃음과 웃음 사이에 미묘하게 걸친 표정으로 말했다.


“ ‘국민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알도록 해야 한다’ 라. 마치 저 독일에 나타난 독재자나 할 법한 말이구려.”

“그게 무슨ㅡ”

“국민들이 굶어 죽고 있소. 비유가 아니라 진짜 굶어 죽고 있다고.”


갑자기 변하는 말에 맥아더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가너는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국민들은 자동차의 엔진과 외벽을 뜯어내고 그 앞에 말을 묶어서 몰고 있소. 왜? 엔진을 굴릴 기름 살 돈이 없으니까. 도시의 시민들은 고기 대신 이상한 걸 섞어서 고기처럼 만든 괴상한 음식을 먹고 있소. 왜? 고기를 살 돈이 없으니까.”

“······.”


미국 역사상 최악의 경제재해. 대공황.

나라 전체에 돈이 없는데, 군부에 집행할 예산이 어디 있을까?


“제발 정신 좀 차리시오. 이 나라는 군대에 투자할 돈이 없소. 대공황은 월가의 투자자들만 죽인 게 아니오. 나라 전체, 그리고 세계의 무역과 경제 흐름에 칼을 쑤셔넣고 빙빙 돌린 거라고.”

“그리고 군부도 죽였지요.”

“총장.”


가너가 경고했지만, 이미 맥아더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지난 대전쟁 때, 유럽에 종군한 수많은 장교들과 부사관들, 실전 경력을 쌓은 귀중한 병력들이 생겼습니다. 지금 그들이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군복 벗었습니다. 후버 그 개자식이 벌인 짓거리에 피로 쌓은 교훈이 전부 사라져버린 겁니다!”


교리의 증발.

실전 경험의 증발.

전쟁을 통해 축적된 모든 교훈의 증발.


분노가 응축된 목소리로 맥아더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쏟아냈다.


노병 한 명이 퇴역할 때마다 경험이 사라진다. 영관과 장성 하나가 퇴역할 때마다 교훈이 사라진다.


대전쟁을 겪은 군인이 하나 줄어들수록 미군은 대전쟁 이전으로 퇴화해간다. 그 끔찍한 전쟁의 강을 건넌 이상 결코 돌아올 수 없는데, 군부는 억지로 돌아오려다 시대의 흐름에 빠져 익사하고 있었다.


그 결과.

군은 약화되었다.


아니, 약해진 수준이 아니다. 이건 숫제 1800년대 수준이었다. 이 좁아터진 아메리카 땅 안에서 저들끼리 시시적거리며 놀던 때 수준.


가너는 비웃는 표정을 짓더니, 어디 더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맥아더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봤건 안 봤건 무시할 생각이었다.


그는 글자 하나하나에 힘을 줘가며 말했다.


“대공황 이후로 무기 개발 사업에 배정된 예산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아니, 관심도 없을 테니 제가 말하죠. 나무로 된 시제품 두 대 만들 정도입니다. 죽어가는 병기국에 대해선 생각이나 해보셨습니까?”

“흠.”

“저 유럽과 미국에선 지금도 전차를 개발하고 항공기를 개량하고, 끊임없는 모의 훈련으로 교리를 손보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그렇게 개발하기는커녕!”


쾅!


맥아더의 주먹이 탁자를 거세게 내리쳤다. 아픔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분노를 해소하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미 있는 것도 전부 잃어버리고 있잖아! 그 망할 쌍좆대가리 전차랑 병신 항공기만 만들고! 이대로 전쟁 나면 당신이 소총 들고 싸울 거냐고!”


절규에 가까운 고함소리.


가너는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대체 쿨리지나 후버는 어떻게 이딴 인간을 데리고 일한 거지? 돈 없다고 비명 지르는 다른 부서들은 보이지도 않나?


아, 그러고 보면 이놈이 아서 맥아더의 아들이었지. 남부의 권리를 총칼로 짓밟은 주제에 그게 제 아비의 업적이라도 되는 것마냥 거들먹거리던 놈.


재수 없고 자기 잘못 모르는 것도 이쯤 되면 유전이겠군.

맥아더를 ‘인간의 언어를 모르는 놈'으로 머릿속 인명록에 적어놓은 가너는 차근차근 설명에 나섰다.


“자, 육군참모총장. 미합중국을 침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갑자기 느릿해진 목소리에 맥아더가 인상을 구겼다. 이 개자식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물론 가너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연히 배가 필요하겠지. 설마 자네는 유럽이나 일본의 군대가 바다를 걸어서 건너올 수 있으리라고 믿는 건 아니겠지?”

“누굴 대통령으로 아십니까?”


가너의 표정에 미세하게 금이 갔지만, 그는 이내 예의 부드러운 미소를 되찾고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태평양과 대서양을 수호할 수 있을 정도의 해군이 있다면 육군이 전투를 벌일 일은 없지 않겠나.”


런던 해군 군축조약.

항모나 전함뿐만 아니라 보조함의 배수량까지 엄격히 제한한 조약. 영국, 미국, 일본을 비롯해 세계의 해군 강국들이 전부 조약에 가입해 있었다.


그 조약이 유지되는 한, 누구도 합중국의 본토를 침공해 들어올 수는 없다. 가너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맥아더는 날이 선 목소리로 대꾸했다.


“유럽에서 또 전쟁이 터진다면 어찌하시렵니까?”


유럽에서 전쟁을 벌인다면, 당연히 육군이 있어야 한다. 유럽의 전쟁이 오로지 해전만으로 벌어질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가너는 태연히 말했다.


“그야 그냥 보고 있는 거지.”

“미치셨습니까?”

“내 정신은 멀쩡하다네, 총장. 윌슨 그 이상주의자가 얼마나 많은 합중국 시민들을 우리와 아무 관계 없는 전쟁터로 밀어넣었나. 이제 그 미친 짓거리를 더 이상 할 필요는 없어.”


허.

맥아더는 멍한 표정으로 얼굴을 양손으로 부볐다. 방금 제가 들은 게 맞는지 의심하는 표정이었다.


합중국과 아무 관계 없는 전쟁터? 수백만 명이 죽고 다친 전쟁을 그렇게 폄훼하는 놈이 이 나라의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다고?


미쳤군.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맥아더의 한탄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너는 말을 이었다.


“우리가 대체 왜 유럽의 전쟁에 개입해야 하지? 이미 흘린 피와 앞으로 흘릴 피밖에 없을 지옥에 왜 그와 전혀 무관한 합중국이 끼어들어야 하나?”

“자유와 정의를 기치로 내건 합중국의 대통령께서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군요.”

“내기하겠나? 지금 저 워싱턴 D.C.의 시민 천 명을 모아놓고 자유와 정의를 위해 우리 집 아빠와 아들이 희생되어도 괜찮은지 찬반 투표 한 번 하는 걸로.”


속에 뭔가 걸린 듯 답답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놈의 고립주의, 불개입주의! 지금 이놈은 자기가 19세기 사람인 줄 아는 건가?


그러나 가너는 숫제 열정이 돌아온 듯한 표정으로 말을 잇고 있었다.


“아메리카는 축복 받은 땅일세. 이곳에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원이 있다고. 그런데 고작 그런 기치를 위해 전쟁을 한다? 합중국 시민들의 목숨을 땔감 삼아 태워야 할 기치란 게 대체 뭐지?”

“우리는 필리핀의 아들들에게 민주주의와 자유를 돌려줘야 하며, 저 유럽에 암운이 드리웠을 때 다시 정의의 횃불을 들고 찾아갈 의무가 있습니다.”

“횃불이라, 흠. 그거 참 멋지구려. 합중국의 아들들 시체와 피로 유럽을 덮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야 한단 말인가?”

“그래야만 한다면, 마땅히.”


가너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대체 이 미친 전쟁광이 무슨 헛소리를 늘어놓는 거지? 합중국의 아들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집에 돌아오도록 만들겠다고 공공연히 선언하는 건가?


반면 맥아더는 가너가 무슨 깡으로 이런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저 유럽에 다시 한번 전제적이고 야만적인 독재 정권이 세워지고, 러시아에선 빨갱이들이 준동하며 공산주의 폭동을 일으키는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데 자랑스런 조국 미합중국이 그걸 방관하겠다고? 구세계의 자유와 정의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워지고 있는데도 그냥 눈 감고 귀 막고 있겠다고?


분노를 터트리고 싶었지만, 이미 어느 정도 돌아온 맥아더의 이성은 그래봤자 아무 쓸모도 없을 것임을 깨달았다.

가너의 말이 대부분 개소리일지언정, 국민들이 더 이상 군대에 돈을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는단 말은 사실이리라.


의회와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따를 의무가 있다. 지금 그들은 의무를 행하는 것이다.


맥아더는 깊이 한숨을 내쉬더니, 나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통령 각하와 의회가 결정했다면, 군은 따를 뿐입니다.”

“고맙소.”

“고마울 것 없습니다. 군을 약화시키는 것이 당신의 권리라면, 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나의 권리니까.”


퇴임 선언이었다.


가너가 뭐라 말하려 했지만, 맥아더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제가 당신을 볼 일은 없을 것 같군요.”


터벅거리는 소리, 쾅 하고 뭔가가 닫히는 소리.


가너는 그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조용히 눈을 감고 손끝에 걸려있던 시가를 입에 물었다.


.

.

.


“···그랬다라.”


포드 모터 컴퍼니의 수장, 헨리 포드(Henry Ford)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맥아더가 대통령과 말싸움을 벌였니 마니는 중요한 게 아니다. 군부의 예산이 앞으로 팍 줄어들리란 게 중요한 거지. 그가 제아무리 언론플레이에 능하다 한들 없는 돈을 어떻게 뽑아내겠나.


포드사가 깔아둔 전차 생산 라인들. 지난 대전쟁 이후 항공기 사업에도 손을 뻗어 만들어뒀던 항공기 개발부. 둘 모두가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쓸모 없는 것으로 전락했다.

병기국에서 나무로 된 전차 모형이나 뽑고 있는 판에, 과연 그들이 만든 전차나 항공기를 미군이 사들일 수 있을까?


수요 없는 공급. 지금 그들이 개발한 기술과 무기는 정확히 그 말이 어울리는 상태였다.



“군납은 물 건너갔군그래.”


포드는 자조적으로 웃더니 비서에게 손짓했다.

이내 세계지도가 그의 눈앞에 죽 펼쳐졌다.


미군이 그의 물건을 사들일 수 없다면 다른 나라의 군을 개척해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개 각 나라에는 그 나라의 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큰손들이 있고, 이들은 정치계 그리고 군부의 무수한 연줄을 바탕으로 경쟁자의 진입을 틀어막곤 했다.


자유시장경제에는 어긋나지만, 뭐 들키지만 않으면 그만 아닌가. 포드 그 자신 또한 군부에 알음알음 몇 푼을 건네가며 연줄을 확보한 훌륭한 기업인일진대.


“다만 지금은 좀 짜증나는군.”


포드는 담배를 꼬나물며 눈살을 찌푸렸다.


대량의 무기를 구매할 정도로 수요가 있어야 하며.

미리 자리잡은 기업이 없어서 포드 모터 컴퍼니가 파고들 틈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당장 적자만 내고 있는 두 사업부니, 기왕이면 한번에 많이 사서 재정난도 좀 해소해주면 좋겠는데.


세상에 그런 편한 나라가 있을 턱이 없잖은가.

어디 군대 개발이 금지당했다가 이제 막 시작한 강대국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잠깐, 무기 개발 금지?


“······있었군.”


포드는 헛웃음을 지으며 지도를 보았다.

그의 눈은 유럽, 개중에서도 중부 유럽에 떡하니 자리잡은 강대국을 쳐다보고 있었다.


“비서.”

“예.”

“독일에 포드제 무기를 팔 수 있겠나?”

“이전이라면 어려웠겠습니다만······ 최근 무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상황일 테니 불가능하진 않을 겁니다.”

“좋아, 아주 좋아.”


히틀러라 했던가?

재무장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니, 당연히 무기가 많이 필요하겠지.


소총이나 기관총은 물론이고, 최신 무기라 할 수 있는 전차나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포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독일에 무기 판매 의사를 전달해 봐. 거기 독재자한테 기름칠도 좀 해보고, 기술 이전도 가능하다고 옵션도 달아주고.”


베르사유 조약 이후 무기 개발의 맥이 끊겨버린 독일이라면 분명 받아들이리라.

그쪽은 재무장을 수월하게 진행해서 좋고, 이쪽은 돈 많이 벌어서 좋고. 이런 것이 사업가 정신 아니겠는가?


다만 포드가 착각한 게 있었다면.


“저희 제너럴모터스는 독일 자동차 산업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우린 그냥 들어가긴 좀 그렇고, BMW랑 합작해서 유럽시장에 진출하는 건?”

“이게파르벤 쪽이랑 합작하면 독일 화학약품 시장에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포드만 한 게 아니었다는 점.


“망할 놈들.”


결국 독일만 노난 셈이었다.

파는 놈은 여럿인데, 살 사람이 하나뿐이니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72 血天狂魔
    작성일
    24.09.10 12:18
    No. 1

    그런데 사실 포드가 독일에서 다른데보다 우월한게 인맥아닌지?
    초기 나치당 지금지원해주고 사상지원까지해줘서 나치당 고위층들이 헨리포드온다하면 국가원수의전으로 해주고남을텐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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