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미국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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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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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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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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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2)

DUMMY

낙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

윤리적인 문제는 제외하고, 실제 효율에 어긋나는 짓을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말하기 힘들 정도지만, 그중 몇 가지 굵직한 걸 말하자면 유대인 문제라 할 수 있겠다.


이 시기 반유대주의는 나치뿐만이 아니라 전 유럽에 만연한 사상이었다.

당장 스탈린도 유대인 싫어했고 프랑스도 싫어했고 영국도 싫어했고 폴란드도 싫어했고 미국 빼고는 죄다 싫어했다.

사실 미국도 싫어했을 것 같다. 싫어하는 사람보다 별생각 없는 사람이 더 많았을 뿐이지.


기존 식민 열강 중에서 유대인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는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면죄부를 받았다. 어째서?


‘우린 학살 공장은 안 돌렸는데?’


저거지.

우리도 유대인 핍박한 건 맞지만 암튼 수용소 짓고 거기로 밀어처넣진 않았다. 그러니 우린 독일보단 낫다!


그리고 실제로도 나았다.


홀로코스트.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한 나치 독일의 인종말살계획.


저 병신 같은 학살에 쓰인 자원이 얼마일까. 유대인들에게 죄다 다윗의 별 붙이고 수용소 짓고 가스 살포할 돈과 행정력이면 얼마나 더 많은 전차를 뽑았을까?

도의적인 문제를 떠나 이 미친 학살은 전쟁 중인 국가에서 떠올릴 만한 발상은 아니지 않은가. 총력전이 유대인 잡아 죽이기 총력전이었냐고.


때문에 내가 총리로 취임하자마자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려 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으음···.”


근데 시작부터 반응이 이러면 곤란한데.


헤스(Rudolf Heß)는 한참을 고민했다.


“각하께서 하고자 한다면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그리고 한다는 말이 이 꼬라지다.

저 말 속에 ‘암만 봐도 누구나 반대할 것 같은뎁쇼’가 들어있단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내가 머저리는 아니다.


아니, 유대인 박해 좀 어떻게 해보자는 게 그렇게 큰일인가?


큰일 맞긴 하네.

히틀러, 괴링, 괴벨스, 힘러까지 죄다 극렬한 반유대주의자에 홀로코스트 적극 찬성파다. 한데 갑자기 히틀러가 유대인보고 ‘하하 우린 친구친구’하면 부랄이 쏙 들어갈 정도로 놀라겠지.

낙지가 망한 건 역시 이유가 있다. 국익에 하등 쓸모없는 짓거리를 이토록 열심히 했으니 안 망하고 배기겠나.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독하게 마음먹는다면 당장 거리에 나가서 ‘여러분! 유대인도 우리 가족이고 친구입니다! 서로서로 화목하게 지내자구요!’ 라고 못 할 건 없다.

근데 그랬다간 당수 자리 박탈당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그 자리에서 돌격대에게 처맞아 죽지 않으면 다행이리라.


헤스는 그나마 ‘친유대적인’··· 아니, 말이 좀 웃기긴 한데, 나치당은 평범한 반유대주의 정도만 되어도 친유대파로 취급당하는 세상이다. 헤스의 유대인에 대한 인식은 평범한 독일인과 다를 바 없으니 당 내에선 친유대로 불러줘도 무방하리라.


그런 헤스마저도 저렇게 말한다는 건··· 내가 진짜 친유대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순간 밑놈들이 죄다 내 모가지를 물어뜯고 싶어서 지랄할 거란 얘긴데.


나는 결국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헤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물론 오늘 얘기는 입 다물라고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여간 세상에 쉬운 일 없다.


.

.

.


유대인 문제로 골치 썩이는 동안에도 세상은 굴러간다.


미국은 백악관 대변인의 성명 발표로 뉴딜 정책의 대폭 축소, 혹은 폐지를 예고했다. 노동자들과 소수민족은 별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지만 미합‘중국’이 어디 인종 화합에 신경이나 쓰는 나라였던가.


더해 가너는 나치나 히틀러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는 듯 보였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자고만 쓰여 있을 뿐 일반적인 외교적 수사 이외의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나쁘지 않은 일이다. 당장 미국이랑 엮여봤자 배상금 독촉이나 듣지 좋을 게 없으니까.


영국과 프랑스는 내 집권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듯, 다른 당들의 숨통을 붙여놓는다 해도 독재정권 꼬라지를 전부 감출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진실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그런 거 신경쓰면 국제외교 못 하지. 내가 공화국 간판 달고 있는 이상 저들은 날 공화국 취급해줄 수밖에 없다. 독재정권 타도 어쩌구 하면서 전쟁 벌일 게 아니라면야.


이탈리아는 겉으로는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대사관이 축하 전보도 보내왔고, 무솔리니(Benito Andrea Amilcare Mussolini)의 친필 서한도 곁들여져 있었다.


무솔리니. 로마 진군을 통해 이탈리아에 세계 최초의 파시즘 국가를 설립한 인간. 히틀러가 그 로마 진군 따라해서 맥주홀 폭동 일으켰다가 빵에 갔었지.

즉 히틀러의 선배격 파시스트인 셈인데··· 문제는 그 나라가 이탈리아다. 불쌍하네.


다만 편지의 내용은 좀······ 그랬다.

전체적으로 ‘세계의 두 번째 파시즘 정권’수립을 축하하는 내용이었는데, 맥락으로 미루어보나 정치적 함의로 추측해보나 이건 암만 봐도 자길 대빵으로 모시라는 은근한 요청? 협박? 에 가까웠다.


설마 이 새끼들, 소련을 꿈꾸는 건가?

공산주의자들이 ‘사상의 조국’어쩌고 하는 것처럼, 이제 전 세계의 파시스트들은 로마의 령도를 따라야 한다 그거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서한은 무시하는 게 좋겠군. 답장은 의례적인 감사 인사로만 채워서 보내시오.”

“예, 각하.”


퍽 가소로운 일이었다.

지들이 진짜 소련만큼 세면 모를까, 2차대전도 그렇고 그 전에도 온갖 추태란 추태는 다 부린 놈들이 이런 말을 하다니.

하기야 아직 안 부리긴 했지. 곧 부릴 테지만.


파스타와 개구리, 홍차 다음은 뭘까 했는데.


폴란드였다.


다만 이쪽은 내게 직접 뭔가를 보낸 건 아니다. 국민감정이 적당히 나빠야 뭐라 하고 말고가 있지, 독일이 폴란드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긴다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데 뭐하러 서신 같은 걸 보내겠나.


폴란드 소식을 전해준 건 샤흐트였다.


“아니, 장관이 갑자기 무슨 일이오?”


독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경제부 장관에 임명된 샤흐트는 곧바로 내게 독대를 청했다.


“폴란드?”

“그렇습니다, 각하. 지금 시행되는 관세 조치는 폴란드에게도 타격이지만 저희 독일에게도 썩 좋은 일은 아닙니다.”


그거야 나도 알지.

독일-폴란드 무역 전쟁. 대충 20년대에 시작했으니 만으로 십 년 가까이 되어가는 유구한 폴란드 줘패기 정책 아닌가. 총칼 대신 경제로 빼앗긴 땅을 되찾아오고자 하는 독일의 욕심에서 출발한 전쟁.


한데 내 생각보다 독일 쪽의 피해도 만만찮은 모양이었다.


무역 전쟁은 기본적으로 서로의 수출품에 관세, 즉 세금을 어마어마하게 매기며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양쪽 모두 피해를 입게 되는데, 누가 서로에게 더 많이 물건을 파느냐에 따라 입는 피해가 다르다.


가령 폴란드가 강철을 1kg에 1000원에 판다 치자. 그리고 이 강철을 주로 독일에 팔아먹는다 치고.


원래는 무관세였으니 폴란드산 강철 1kg은 독일 내에서도 그대로 1000원에 팔렸다. 싼값이다. 기업가들이 비싼 강철을 쓸 이유가 없으니 당연히 폴란드산 강철을 사들였을 테고, 폴란드는 쏠쏠히 이득을 거뒀겠지.


그런데 갑자기 독일이 폴란드산 강철의 관세를 50%로 높였다. 그럼 독일에선 1500원에 팔리게 되는 셈이다. 기존 1000원에 관세 500원 더해서 1500원.

엄청나게 비싸졌다. 기업가들이 과연 이 강철을 살까? 기존 1000원은 아니어도 1200원, 1300원 정도면 살 수 있는 곳이 널려 있을 텐데?


결국 독일에게 강철 팔아먹던 폴란드는 지랄 나는 거다. 하루아침에 자기네 강철이 안 팔리니 강철 캐내던 회사가 줄도산하고 실업자는 터져 나오겠지. 독일이 폴란드를 향해 총알을 한 발 쏜 셈이다.


이러면 폴란드는 과연 독일제 물품을 사들일까? 이렇게 거하게 엿을 먹었으면 되돌려주는 것이 당연지사.

폴란드 또한 독일산 상품의 관세를 높게 책정하게 되고, 그럼 독일 물건은 폴란드에서 팔리지 않는다. 이 일련의 사태가 바로 무역전쟁이다.


요약하면 서로 니네 물건 안 사겠다고 으르렁거리는 짓.


이게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결국 독일산 물건은 폴란드 말고도 어찌어찌 팔아먹을 곳이 있었고 폴란드는 당장 독일에게 팔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것들이 많았으니 폴란드 측의 피해가 컸으니까.


그러나 대공황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대공황 폭탄을 처맞은 각국은 자국 상품 보호를 위해 관세장벽을 높여버렸고, 독일의 수출은 치명타를 입었다. 당장 우리 물건 사주는 곳들이 전부 ‘안 사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럼 뭐 어쩌겠나. 폴란드한테라도 팔아먹어야지.

그리고 폴란드의 관세 장벽을 낮추려면 먼저 우리가 폴란드산 물품의 관세를 낮춰주어야 한다.


이게 샤흐트 교수님의 <폴란드와 독일 간 관세 장벽이 대공황을 직격타로 맞은 독일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가> 논문 발표였다. 그걸 줄이고 줄인 것.


듣고 나니 머릿속이 깔끔해졌다.


“최대한 빨리 폴란드와의 협상에 나서는 게 좋겠군.”

“그렇습니다.”


이 정신나간 전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

대체 어떤 미친놈들이 무역품에 관세를 200프로씩 매기냐고. 니들이 흥선대원군이냐? 땅 뺏어간 오랑캐의 물산은 꺼져라 뭐 그런 건가.


“물론 저도 현 독일의 대폴란드 정책은 지지합니다만··· 총리 각하께서 진정으로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것보다 나은 방책이 없을 겁니다.”


샤흐트는 자기 입으로 이런 말을 꺼내는 게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보아하니 저도 폴란드를 줘패고 싶긴 한데 그것보단 독일 경제가 우선이라 이거지.


그 마음가짐 아주 좋다. 더군다나 나는 폴란드 줘패기에도 별 관심 없으니 좋음이 두 배다. 경제부 장관 맡기길 잘했네.


나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곧바로 폴란드와 교섭을 개시했다.


그들도 급했던 모양인지 제안이 오가기 무섭게 요구사항이 정리되었다.


-우리 서로서로 관세 좀 낮추는 게 어때?

-그 김에 자유 무역 협정도 좀 맺고.

-기왕이면 서로 불안하니까 불가침조약도 좀 맺고.


관세를 낮추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괴링도 당장 폴란드가 불구대천의 원수인 건 맞지만 독일 경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괴링 저놈 원 역사에서도 저랬나 모르겠다. 철강공업이랑 공공사업을 맡겨서 그런가, 요새 경제안이 좀 트인 것같이 구는데 제법 괜찮은 일이었다.


다만 그 아래부터는 반발이 좀 있었다.


“불가침조약은 안 됩니다!”

“독일이 빼앗긴 땅을 모조리 돌려받기 전에는 불가침조약은커녕 무역 협정도 맺을 수 없습니다!”

“총리 각하, 여기서 우리가 폴란드에게 굴복하는 모양새가 되면 앞으로 단치히, 회랑, 실레시아는 결코 돌려받을 수 없을 겁니다. 그냥 이대로 계속하는 편이ㅡ”


앵무새마냥 쫑알대는 놈들을 보고 있자니 회한이 들끓는다. 정작 괴링이나 하이드리히 같은 애들은 가만있는데 저 새끼들이 왜 단체로 지랄이여.


물론 내가 눈짓하기 무섭게 샤흐트가 나서서 정리했다.


“여기 관세 정책으로 인해 독일이 입은 피해를 정리한 통계가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ㅡ”


엄밀히 따지면 독폴 무역 전쟁 관련건은 외무부 장관 노이라트와 경제부 장관 샤흐트가 처리할 일이지 웬 나치당원들이 끼어들 일이 아니니까.


물론 나치에게 그런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게 서로의 영역을 잘 지켜주는 놈들이었으면 주데텐란트나 단치히를 탐하지도 않았겠지. 죄다 내 꺼는 내 꺼, 니 것도 내 꺼라는 마인드를 탑재한 놈들이니 바랄 것만 바라도록 하자.


아무튼 무역 전쟁은 샤흐트의 말대로 결론났다.


다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는데.


“각하. 폴란드를 자비롭게 용서하신 것은 괜찮으나, 국민들이 좋지 않게 볼 우려가 있습니다.”


괴벨스가 말한 대로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폴란드와 독일의 국민감정은 최악. 그런데 우리가 먼저 폴란드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게 알려지면··· 별로 좋지는 않겠지.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

“예?”

“이제 무역 전쟁도 끝났으니 독일 경기는 활황을 맞이하겠지. 그럼 자연스럽게 이 일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우리의 위대한 타협이 되지 않겠나. 정 안 되면 괴벨스 박사 그대가 선전해서 그렇게 만들면 될 일이고.”


‘무역전쟁이 끝난다 -> 지지율이 떨어진다 -> 경제가 살아난다 -> 지지율이 더 크게 올라간다.’


경제가 살아나면 지지율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 손해라고는 없는 기적의 거래.


이게 윈-윈이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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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화(2) 24.09.08 166 9 13쪽
8 정상화(1) 24.09.06 176 9 11쪽
7 공화국 최후의 날(3) 24.09.05 172 5 10쪽
6 공화국 최후의 날(2) 24.09.04 180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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