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미국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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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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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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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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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검의 밤(1)

DUMMY

전투력에는 절대적인 높낮음이 없다.


무슨 말이냐면, 싸워야 할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상대적인 강약이 매겨진다는 뜻이다.


가령 지금 독일의 전투력을 1이라 하자.

근데 갑자기 은하 밖 외계인이 쳐들어와서 1000쯤 되는 전투력으로 독일을 점령하려 들면? 당연히 독일은 망할 거다.

전투력이 1이든 10이든 100이든 아무 상관없다. 1000보다 낮으면 의미없는 거다.


그리고 이건 다른 나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독일의 육군력이 1인데, 프랑스의 육군력이 0.9다. 그럼 프랑스는 독일한테 지는 거다. 0.1차이라고? 그래도 낮은 건 낮은 거다. 최종적으로는 결국 질 텐데 0.1차이건 0.9차이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걸 왜 구구절절 설명하냐면······ 영국 때문이다.


지금 독일의 해군력을 1이라 하자. 그럼 영국의 해군력은 대충 10에서 20 정도 되리라.


그런데 지금부터 독일이 해군에 자원을 몰빵해서 해군력을 5 정도로 키웠다 치자. 그럼 독일은 영국을 이길 수 있을까?


정답은 당연히 No다.

1이건 5건, 10보다 낮은 이상 의미없는 짓일 테니까.


이 논리에 따르면 지금 독일은 해군을 키워봐야 아무 쓸데도 없다.

정확히는, 기존의 ‘전함을 위시한 함대결전'으로 싸우는 방식으로는 전혀 희망이 없다. 그냥 전력 자체가 너무 압도적으로 열세라서, 지휘관의 역량 따위로 커버칠 수 있는 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두 가지요. 첫째, 잠수함과 항모를 비롯한 전력을 증강시켜서 통상적인 전함 간 포격전의 틀을 벗어던지고 싸우는 것.”

“두 번째는 무엇입니까?”

“국가 기밀로 주도 중인 대형 폭탄 프로젝트가 있는데,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서 대충 떨어트려도 전단 하나를 날려버릴 수 있는 폭탄일세. 이걸 쓰는 거지.”

“···저는 들은 바가 없습니다만.”


바이마르 공화국 해군 총사령관, 에리히 레더(Erich Johann Albert Raeder)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모르는 게 당연하지. 원자폭탄 개발 계획은 정말 극비리에 진행 중인 데다 아직 제대로 시작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으니까. 그리고 이걸 내가 해군에 왜 알려줘.


다만 이렇게 말하면 그 원자폭탄은 해군 관할로 둬야 한다고 빼액댈 게 뻔한 관계로 나는 말을 돌렸다.


“아무튼, 두 번째 방법은 당장 사용할 수 없고 개발 계획도 아직 불투명하네. 그러니 첫 번째 방법이 가장 낫겠지.”

“각하. 저희의 해군력이 열세라면, 해군력이 충분한 수준에 오를 때까지는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레더는 그냥 마이페이스로 밀고 들어왔다. 아니, 39년에 개전 안 하면 언제 하려고? 프랑스군이 벨기에 국경까지 마지노선을 깔아 놓으면 그때 하게? 뚫을 자신은 있냐?


후, 죄다 지 생각밖에 안 하는 것들을 상대하자니 열이 확 뻗친다. 괴링은 그나마 내가 말하면 눈치라도 보던데, 이 융커 새끼들은 대뇌피질이 굳은데다 콧대만 더럽게 높아서 사람 말을 들을 줄을 몰랐다.


다시 한번 숙청을 결심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론 그대의 말은 정론이네. 하지만 어디 전쟁이 우릴 기다려 주던가? 당장 지난 대전쟁만 보더라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선전포고에 우리 독일 제국이 끌려가는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았나.

충분한 기술력을 쌓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충분한 자금을 쏟아부어 전함을 만들면 당연히 이기겠지. 하지만 자금은 어디서 나오고, 시간은 우릴 기다려주며, 우리가 기술을 개발하는 동안 프랑스나 영국은 놀고먹고 있을 것 같나? 그 정론은 우리가 실행할 수 없는 방법이야.”

“하지만 항공모함이나 잠수함은 결국 전함을 보조하는 용도입니다. 실질적인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전함 없이 어떻게 전쟁을 치르겠습니까?”

“항공모함으로도 충분히 전함을 격침시킬 수 있네.”

“실전에서도 가능하단 말입니까? 현재 독일에는 전함과 항모가 한 대도 없는지라 모르겠습니다만.”


갑자기 딜 넣는 것 보소. 하긴 스캐퍼플로 대양함대 자침 사건 때 죄다 용궁으로 거주지 이전해버렸으니 없을 만도 하다.

새로 건조하면 되지 않냐고? 아, 고건 우리 베르사유 조약께서 친히 엿을 날려주셨네요. 전함이나 항모 가지지 말랍니다. 염병.


이놈의 베르사유는 진짜 안 튀어나오는 데가 없다. 전함이랑 항모 뽑지 마, 전차랑 항공기 뽑지 마, 장교랑 병사 수도 제한해······.

이게 영프 괴뢰국이지 독일이냐? 역사상 패전국이 이토록 가혹한 조약을 짊어진 사례도 별로 없을 거다.


나는 적당히 레더를 달랬다.


“잠수함을 늘리면 해결되지 않겠나?”

“잠수함이 아무리 많아봤자 보조 전력일 뿐입니다. 결국 전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건 전함뿐이란 말입니다!”


레더는 속이 답답한지 목청을 높였다.


“각하, 저도 물론 항공모함이나 잠수함의 필요성에는 동의합니다. 단지 전함의 필요성이 더 높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잠수함은 적의 수송선을 잘라낼 수 있을 뿐이고, 항공모함은 대개 구축함을 비롯한 보조함들을 격침시키는 용도지 전함과 비교하면 그 공격력이 훨씬 미약합니다.

전함은 오로지 전함으로만 상대할 수 있습니다. 항공모함이 전함을 격침시킬 수 있다 한들 결국 전함의 견제와 사격 없이 폭탄을 명중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단 겁니다.”


정말 진지하게, 이 새끼를 1942년의 태평양 전쟁에 던져보고 싶다.

돈틀레스 급강하폭격기 한 대에 함선이 얼마나 터져나갔는지 알고도 여전히 항모는 전함 아래 레벨이라고 주장하려나.


그냥 과격한 방법으로 나갈까?

육군이랑 공군을 불러모아서 육해공군 통합 회의를 연 뒤에 해군을 마구 물어뜯으라고 지시하면 기쁜 마음으로 해줄 텐데.

다만 그게 끝난 뒤에는 해군 파이를 좀 떼서 육공군에게 던져줘야겠지. 결국 육군과 공군이라는 사냥개를 부려 해군을 조지는 셈이다.


물론 그 짓을 했다간 나와 해군은 진짜 원수지간이 된다. 레더뿐만이 아니라 해군 내의 모든 인사들을 적으로 돌리는 짓이니까.

전함파, 항모파, 잠수함파 등등 수많은 파벌이 있다한들 그들의 본질은 결국 해군. 해군을 통째로 두들겨패는 걸 가만 두고 볼 리가 없겠지.


그러니 레더를 어떻게든 설득해야 하는데······ 이 꽉 막힌 옛날 1차대전 시절 꼰대를 설득해야 한다 이거지. 아이고 머리야.


한참을 고민해봤지만 별다른 수는 나오지 않았다. 음흉한 정치공학으로 두들겨 패는 건 이미 패스했으니, 남은 건 하나뿐.


나는 그냥 정면돌파를 택했다.


“레더 총사령관, 결국 차후 해군의 핵심이 무엇이냐는 논해봤자 별 의미가 없소.”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함이면 어떻고 항공모함이면 어떻겠소. 둘 다 뽑을 돈이 이 나라엔 없는데.”

“지금부터라도 전함을 개발해야ㅡ”

“장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시오. 우리나라가 전쟁을 하면 어디랑 하겠소? 영국? 미국? 천만에, 가장 큰 위협은 폴란드와 프랑스 그리고 소련이오. 공교롭게도 세 나라 모두 우리와 육지를 맞대고 있군그래.”

“······.”

“폴란드야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를 공격하는 데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전차와 항공기지 해군이 아니오. 소련이야 뭐, 싸워본 적도 없으니 잘 모르겠군.”

“또 그 ‘순무의 겨울'을 보내실 작정이십니까?”

“순무의 겨울이라니. 그전에 전쟁을 끝내야지. 설마 장군은 두 번째 전쟁도 4년 가까이 질질 끌 생각이오?”


레더의 입이 딱 닫혔다.

하기야, 1차대전 동안 독일의 국력이 어떻게 소진되는지를 온몸으로 실감했을 테니 그럴만도 하다.

독일은 절대, 절대 4년이나 전쟁을 치를 수 없다. 히틀러가 독소전쟁 6년 한 거? 그거야 동서 유럽의 거의 모든 자원을 끌어다 써서 그런 거고, 독일 본토만으로 전쟁을 수행하면 2년도 못 버틴다.


그리고 레더의 머릿속엔 우리가 프랑스를 6주 만에 격파해버리고 발칸을 한 달만에 석권해버리는 그런 미래가 있을 리 없다.

그러니 자원은 당연히 독일 본토의 것만 놓고 계산하고 있을 텐데······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3년이다. 4년 이상? 어림도 없지.


결국 레더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전함을 아예 포기할 순 없습니다.”

“물론이지. 뽑을 전함만큼은 최고급으로 뽑을 수 있도록 예산을 할당해주겠소.”

“···그거면 됐습니다. 비록 해군에 나치당 인사가 별로 없다고는 하지만, 저희는 언제나 독일에 충성한단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장군과 같은 충심 가득한 자들만 있다면 독일과 독일 해군은 영원히 번영하겠지. 너무 걱정 마시오.”


적당히 립서비스를 해줬지만, 레더의 구겨진 면상은 펴질 줄을 몰랐다. 나한테 한 방 먹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도 미국마냥 돈이 무한했으면 전함이고 항모고 있는 대로 뽑아줬지. 이 나라는 항공기와 전차만 뽑아도 돈이 모자란단 말이다.


레더가 물러가고 나면 늘 그렇듯 서류업무의 시간이다.

공군은 괴링이, 전차는 육군이, 해군 재무장은··· 일단 미루고, 그 대신 잠수함 개발예산만 조금씩 줘야겠다.

지금 정식으로 해군 재무장 예산을 투입해봤자 그걸로 쓰잘데기 없는 전함 만드는 꼬라지나 보겠지. 그럴 바엔 그냥 재무장 자체를 늦추는 게 나으리라.


머릿속을 최대한 비우고 서류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누구야?”

“접니다, 총리 각하.”


흠.

룀이 갑자기 여긴 무슨 일이지?


나는 비서를 시켜 커피를 한 잔 내오도록 했다. 아직 위대한 문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여오진 못했지만 여유가 나는 대로 레시피를 작성하리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룀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각하. 현재 독일은 불안정한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불안정?


물론 불안정하긴 하다. 아직 대공황은 다 끝나지 않았고, 파펜은 보수 우파를 결집시켜 한탕을 노리고 있는데다, 힌덴부르크도 멀쩡히 살아있다.


하지만 어쨌든 내가 총리고, 장관직이나 군부도 거의 내게 우호적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지 않나. 룀이 갑자기 내 방문을 열어젖힌 이유가 되기에 저 말은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다.


그럼 실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거고.


룀은 잠시 내 표정을 살피더니 곧바로 말했다.


“각하. 독일에는 2차 혁명이 필요합니다.”

“2차 혁명?”

“군부를 모조리 통합하여 국민군으로 재편하고, 반동을 척결함으로서 완전무결한 국가사회주의를 이룩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존 우파 세력을 모조리 청소하고 재계와 대통령까지 몰아냄으로서 우리의 기치를 더욱 확고히ㅡ”


그 뒤로 룀이 뭐라뭐라 떠들었지만, 내 귀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요새 내 귀를 먹통으로 만드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을까. 이 개같은 독일이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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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72 血天狂魔
    작성일
    24.09.13 23:40
    No. 1

    히트롤이 또오 헛짓거리하네
    항모충빙의했나
    북해에서 항모온리전하면 뱅기 못날리고 뒈지는데 무슨ㅋㅋㅋㅋ
    항모주체의 전투는 바다 잔잔한 태펴양에서나 하는짓임
    아직은 전함의 시대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2 血天狂魔
    작성일
    24.09.13 23:42
    No. 2

    지크하일 빅토리아를 위해선 구축함들부터 싹 뜯어고쳐야됨
    경순이후 중대형함은 대공포 대함부포 따로분리하는것부터 고쳐야하고
    구축함은...주포 연장포하고 제대로 밀폐포탑쓰라고 하셈.
    병신같은 유럽평균트렌드따라하는건 찍어누르고 21형유보트는 저시기 기술로도 충분히 만들수있으니 갈구미 집어넣으며 하면 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hr*****
    작성일
    24.09.14 10:34
    No. 3

    진짜로융커들을장검의밤때다죽였으면독일내부가그나마전쟁때도안정을유지했겠지융커들이전쟁이질거같으니까하는게전범재판에대한면죄부를얻기위해서히틀러암살하려고했었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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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정상화(2) 24.09.08 165 9 13쪽
8 정상화(1) 24.09.06 175 9 11쪽
7 공화국 최후의 날(3) 24.09.05 172 5 10쪽
6 공화국 최후의 날(2) 24.09.04 179 8 11쪽
5 공화국 최후의 날(1) +2 24.09.03 191 10 12쪽
4 완성을 위한 노력(3) +1 24.09.02 194 7 12쪽
3 완성을 위한 노력(2) +1 24.09.01 228 8 12쪽
2 완성을 위한 노력(1) +1 24.08.30 289 9 11쪽
1 암살 +2 24.08.29 342 1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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