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미국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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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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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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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을 위한 노력(3)

DUMMY

바이마르 공화국의 역사는 개판이었다.


1차대전의 참상 이후, 그 누구도 혼란한 정국에서 제대로 된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이 나라의 권력기구는 크게 대통령, 총리, 의회다. 그리고 셋 모두에게 문제가 있었다.


대통령은 선출직이다. 그러나 모든 당들이 정치깡패를 한 패거리씩 데리고 다니는 나라에서 평범한 시민들의 지지는 큰 권위를 보장하지 못했다.


총리가 되려면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대공황 이후로 정국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을뿐더러 아까 말했듯이 권위를 얻기도 힘들었다.


총리의 권력이 크지 않으니 중요해지는 건 의회다.

그런데 의회에서 주도권을 쥐고 권력을 휘두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다수당을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바이마르 공화국은 멸망할 때까지도 확실한 다수당이 나온 적 없다는 것.

다수당이 아니란 건 주도권이 없다는 뜻이고, 주도권이 없다면 그 아래의 야당들은 합심해서 여당을 물어뜯는다.

그리고 여당이 몰락하면? 서로 피 튀기는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기가 원하는 정책을 통과시키고 권력을 쥐어야 하니까.


그나마 대공황 직전에는 분위기가 좀 괜찮았다.

독일 제국군 원수 출신 대통령, 힌덴부르크는 군을 기반삼아 막대한 권력을 휘둘렀고, 경제가 조금씩 살아나니 사람들도 조금 더 이성적이고 침착하게 표를 던졌다.

20여 년에 달하는 공화국 역사상 거의 유일하게 평화로웠던 기간.


그러나 대공황이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세계 역사상 최악의 경제재해는 바이마르 공화국이라고 해서 봐주지 않았다.


“기업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습니다! 당장 긴급예산을 편성해서 기업부터 살려야ㅡ”

“은행이 무너지고 있는데 기업이 우선이라고? 네 예금은 멀쩡할 것 같아?!”

“그딴 소리 할 시간에 밖이나 봐라! 니들이 싸우는 사이에 노동자들은 굶어죽고 있단 말이다!!”


경제는 개판이 되었고, 노동자들은 빨갱이로 변했다. 자본가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파업에 시달렸고, 평범한 시민들은 거리에서 총 맞고 뒤지지 않을지를 걱정해야 했다.


골목마다 부랑아로 넘쳐났다. 돈은 휴짓조각이 되었다. 마르크화를 수레 단위로 실어가도 감자 한 포대를 살 수 없었다.


사람들의 생각은 마침내 하나로 수렴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쓰던 것보다 훨씬 더 과격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사민당? 그런 ‘중도’에 가까운 정당들이 대공황을 해결할 수 있다고? 공화정? 의회에서 의원들 싸우기 바쁜 정치체제가 서민 사는 데 신경이나 쓰겠나.


그리하여.


“독일은 끊임없이 기만당하고, 배신당하고, 좌절했습니다. 모든 기성 정치인들은 이 나라를 망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고, 마침내 그들은 대공황이란 악마를 소환해 나라를 잿더미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저는 결코 이러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며ㅡ”

“혁명! 오로지 공산주의 혁명만이 독일을 구원할 수 있으리라! 저 썩어빠진 자본주의자들은 여러분이 굶어 죽는 와중에도 돈, 오로지 더 많은 돈에 취하고 있다. 일어나라 프롤레타들이여!!”


바야흐로 공산당과 나치당이 등장했다.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양극단ㅡ 극좌와 극우의 끝판왕이 대공황의 뱃속을 가르고 나왔다. 두 정당 모두 공화정을 방해물로만 여기니, 어쩌면 그 순간 공화국의 파멸은 예정된 것.


1930년, 단숨에 의석을 20퍼센트 이상 확보한 두 정당은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극단주의 정당의 정치활동이란 무엇일까.


당연히 폭력이었다.


공산당이 주도자로 나서니 파업은 일상이 되었다. 공화국의 시스템은 그 시스템을 이루는 가장 낮은 계급들에 의해 끊임없이 무력화되었다.

나치당은 대중을 선동했다. 선거와 연설, 폭력과 전쟁. 갈색 셔츠단은 유력인사들을 두들겨패고 다른 정치깡패들과 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의 치밀한 선동 작업은 스스로를 선, 그에 대응하는 이들을 악으로 만들었다.


이 혼돈 속에서, 총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었다.


“각하, 상식적으로 빌헬름 2세가 돌아오면 사민당이나 다른 좌파 정치세력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브뤼닝 내각.


“그놈은 머리가 필요 없어. 모자니까!”

“아부 떨고, 비위 맞추고, 천박하고, 이간질이나 잘하고, 출세욕도 강하고 교활하고 낯두꺼운데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절대 위험한 일을 맡으면 안 될 사람이다.”


파펜 내각.


“나는 총리로 재임하던 57일 동안 하루에 한 번씩 57번의 배신을 당했다.”

“대통령 각하께서 저를 이렇게 배신하고도 천국에 갈 수 있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슐라이허 내각에 이르기까지.


모든 독일 내각은 개판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브뤼닝은 경제를 개판으로 만들었고, 파펜은 힌덴부르크의 비위만 맞출 줄 알았으며, 슐라이허는 아예 집권 명분이나 지지세력이랄 게 전혀 없었다.


그리고 히틀러가 등장했다.


다른 내각에 비해, 그는 한 가지 확실한 장점이 있었다.


-1932년 대통령 선거 득표율 32.8퍼센트

-1933년 총선 득표율 48퍼센트


지지.

시민들의 지지.

공화국을 이루는 기본계급의 지지.


보수 우파들은 그들의 바지사장으로 히틀러를 낙점했다. 자본가들은 히틀러가 노조를 분쇄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돌려줄 거라 믿었다. 군부는 히틀러의 ‘성의’에 감탄을 표하며 그의 집권을 지지 또는 방관했다.


좌파세력을 제외한 모두가 힘을 모았다. 히틀러는 사민당과 공산당을 적으로 낙인찍고, 그들을 적으로 돌림으로서 나머지를 아군으로 규합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마침내 1933년.


[저는 이 나라에 법과 질서를 되돌리겠다 맹세했습니다.

공산주의자들은 우리를 호시탐탐 파괴하려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무력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국가의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이 들끓는 지금 우리에게는 그 어떤 때보다 명확한 질서가 필요하며ㅡ]


1918년 이후,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던 오스트리아인 상병은 마침내 총리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그의 야욕은 그치지 않았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지.”


말했듯, 법과 질서를 되돌릴 의무가 있다. 그리고 나약해 빠진 공화정이란 체제 안에서는 결코 그런 기적을 이뤄낼 수 없다.


히틀러는 독재자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마지막 한 걸음을 준비했다. 법률을 마음대로 왜곡하고, 헌법마저 뜯어고칠 수 있는 절대적인 권한. 그 권한을 얻기 위한 단 하나의 헌법개정.


[수권법]


마지막 한 걸음이 눈앞에 있었다.


.

.

.


루즈벨트가 죽었지만 아침 해는 떠오른다.


그리고 아침 해가 떠오른다는 것은 곧 내 사무실에 무시무시한 양의 일감이 새로 쌓인다는 뜻이고.


더해 아침에 예정된 나치당 회의까지 참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권력자가 아니라 국가 공식 노예 아닌가?


베를린의 호텔로 출근한 나는 대마왕 히틀러의 사천왕들을 차례차례 만났다.


“괴링, 일은 잘돼 가고 있나?”

“물론입니다, 각하.”


괴링은 즐거워 보였다.


“더 이상 돌격대는 희생하지 않아도 됩니다. 프로이센주 관료들을 해임하고 그 자리에 돌격대 장교를 채워넣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돌격대는 공식적인 지위를 얻어 시민들을 다스리는 망치가 될 것입니다.”


프로이센주 경찰청장으로 취임하여 경찰권을 장악한 괴링은 정치깡패 돌격대를 경찰로 만드는 중이었다.


나치 돌격대는 언제나 경찰한테 먼지가 나도록 처맞아야 했지만, 그것도 여기까지. 나치의 지팡이는 민중의 지팡이로 탈바꿈하여 정적들에게 합법적인 불빠따 세례를 내리리라.


바야흐로 정치깡패가 경찰이고 경찰이 정치깡패인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말세야 말세. 물론 내가 시킨 일이기는 하지만.


다음은 괴벨스.


고개를 돌리자 그는 곧바로 자기가 하고 있는 일들을 줄줄 늘어놓기 시작했다.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잡지사 스무 개를 철폐하였습니다! 라디오 방송은 저희에게 우호적인 내용으로 가득 찼으며, 시민들은 저희가 말하는 내용만을 듣고 저희가 이야기하는 것만을 진실이라 믿을 겁니다.”

“우리는 오로지 진실만을 이야기하지. 괴벨스 자네가 사악한 자들의 선전선동을 막으니 국가는 영원히 부흥할 걸세.”

“감사합니다, 각하!”


그는 감격한 듯했다.

괴벨스의 공식적인 직위는 아직까지 없었지만, 그는 나치의 선전 쪽 업무를 맡아 막대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나치당의 돌격대와 정치적 권위들을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으니 어지간한 장관에 버금가는 권력이리라.


거기다 일처리도 잘했다.

역시 선동의 악마랄까. 내가 선전 쪽 업무에서 거의 손을 뗀 뒤에도 나치당의 지지율은 수직으로 우상향을 그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괜찮은 상황이다.

힘러는 아직까지 발탁하지 않았고, 하이드리히는 내 관심을 먹이삼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올라올 터.


이제 남은 일은 하나뿐.


나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수권법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


수권법.

독재의 기반.

의사당과 의회의 모든 권력을 무기한으로 히틀러에게 넘겨준다는 정신나간 법안.


괴링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대답했다.


“의원 수 때문입니까?”

“그렇지. 아무래도 3월 5일 선거 때 제대로 된 숫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의 적들에게 또다시 손을 벌려야 하지 않겠나.”


수권법을 통과시키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참석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개정에 동의해야 한다. 조금 유식한 말로 하면, 정족수를 채워야 했다.


그런데 나치가 그만한 의석을 확보했겠나. 이놈들은 수권법이 통과될 때까지도 3분의 2는커녕 과반수조차 확보하지 못했던 놈들이다.


그럼 수권법이 어떻게 통과될 수 있었냐 하면, 나도 모른다. 돌격대 좍 깔아놓고 협박하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 아님 지능이 유인원 수준으로 퇴화해버린 당 몇 개를 포섭했든가.


그리고 괴링은 정말······ 듣도보도 못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놓았다.


“각하께서 명령만 하신다면 공산당원 81명을 ‘불출석’ 시킬 수 있습니다.”


순간 이게 무슨 뜻인가 고민하는 사이 괴링은 다음 말까지 태연하게 이었다.


“그걸로도 모자라다면, 사민당원 몇 명의 입장을 추가로 막음으로서 의석수를 해결하겠습니다.”

“괴링 총장의 말이 맞습니다. 독일 민족의 반역자들에게 표결권을 준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어차피 그놈들은 독일을 통째로 소련에게 바치려는 놈들 아닙니까? 빨갱이 새끼들이 무슨 자격이 있다고ㅡ”


금세 웅성거리는 회의실 안.


아니, 나는 선거에서 표 많이 받아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본 건데······.


그야말로 나치스런 해결방식에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것도 잠시, 괴벨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괴링 총장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오, 너는 좀 정상인이냐?


“단순히 출석을 막고 통과시킨다면, 놈들은 표결 이후에 대중을 선동하여 수권법을 무효로 만드려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럼 괴벨스 박사의 해결책은 무엇이오?”

“간단합니다. 우리에겐 돌격대가 있지 않습니까? 당수부터 아랫것들까지 모조리 쳐 죽여버리면 놈들은 우리 발밑을 길 수밖에 없을 겁니다!”


괴벨스가 자랑스레 내놓은 의견에, 회의실 내의 인원들은 하나같이 환호했다. 심지어는 괴링도 고개를 끄덕이며 ‘박사의 의견도 나쁘지 않군’ 라고 중얼거렸다.


미치고 환장하겠네 진짜.


.

.

.


그러나 이 모든 고민은 의미없는 일이었다.


2주 뒤.


“···저, 저게 뭡니까?”


괴링의 창백한 표정은 저 멀리 보이는, 시뻘겋게 활활 타는 건물과 완벽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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