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가 미국을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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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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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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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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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5)

DUMMY

융커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도를 넘었다는 생각 안 드십니까?


평소에 군부를 눈팅만 하던 사람입니다만 도저히 작금의 상황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어 이렇게 말을 드립니다.

제가 알기로는 융커 여러분 똑똑하고 점잖은 분들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지금 며칠째 이러는 겁니까?

대체 언제쯤이면 만족하고 제 말을 받아들일 겁니까? 4호 전차라는 분이 여러분 부모님 원수라도 됩니까? 그게 사람을 죽였나요? 강도질을 한 흉악범입니까? 군부 청사에 혐짤이라도 걸어놨어요? 여러분에게 티끌만큼이라도 피해준 게 있냐구요.


거기까지 생각하다 멈췄다.

전차는 강도질을 못 한다는 사실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올라서······ 는 아니고, 내가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서다.


하루종일 어질어질한 말만 듣고 와서 그런가, 뇌가 아웃풋이 안 되네.


침대에 누워 몸을 들썩이고 있자니, 자연스레 며칠간 개고생한 기억들이 머리를 헤집었다.


‘3호 전차를 한 대 만들 돈이면 1호 전차를 세 대 만들 수 있습니다. 3호에 기관총이 2개 달려있고 1호 전차 3대면 기관총이 총 6개니, 3호를 한 대 뽑는 것보다 1호를 세 대 뽑으면 기관총 숫자에서 적을 압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최근 들은 말 중에서 제일 황당한 말이다.

진짜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게 독일군부 클라스? 대체 이런 정신나간 개발환경에서 어떻게 티거랑 판터가 탄생한 거지?

기관총을 쓰고 싶으면 그냥 탱켓을 만들라고 새끼들아. 내 전차에다 그딴 끔찍한 논리 들이밀지 말고······. 전차에는 포탑이 있어야 한단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금 1호전차와 2호전차 모두 개발이 사실상 완료 상태라는 점이다.


베르사유 조약을 아주 성실하게 어겨가며 만든 두 전차이니만큼 군부는 나름대로 기대 상태인 것 같았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다. 나야 뭐 저것들이 모양만··· 아니, 겉과 속 모두가 병신같은 전차라는 걸 알고 있지만, 아무튼 전차병이나 운전병 훈련 용도로는 쓸 수 있지 않겠나.


근데 이것들이 자꾸 선을 넘네?


‘1호전차와 2호전차 모두 실전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병기입니다.’

‘3호전차와 4호전차 개발까진 꽤 긴 간극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까지의 전차 공백을 메우려면 이 전차들의 양산이 필요합니다.’

‘1호전차는 약 500대, 2호 전차는 대략 그 두 배쯤 생산하면 얼추 공백을 메꿀 수 있을ㅡ’


실전을 고려? 양산을 해?

이것들이 미쳤나. 대공황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시민들의 혈세를 이딴 곳에 낭비하겠다고? 니네 진짜 소련 간첩이세요?


이 말같지도 않은 계획을 들은 나는 당연히 군부를 찾아가서 온갖 깽판을 쳤고, 그 결과.


‘1호와 2호 모두를 임시 병기로요?’

‘뭐··· 안 될 건 없습니다만, 그럼 3호와 4호 전차의 개발이 더욱 빨라져야 할 겁니다만.’

‘전차 공백은 어떻게 메꾸시려고요?’


‘있는 계획 없애려면 새 계획 내놔'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아니 전차 공백 그딴 거 없어도 된다니까? 대공황으로 피죽 떠먹을 힘도 없어진 프랑스군이 국경 건너 독일을 침공한다고? 시발 말이 되는 소리냐 이게?


영국군이든, 프랑스군이든, 미군이든 간에 지금 군축하느라 눈이 벌게져 있을 거다. 당장 대공황 때문에 사람 먹고살 돈도 없는 판국에 그 거대하고 생산성 없는 소비 집단이 얼마나 원수처럼 보이겠나.


‘군인 짬밥에서 반찬 몇 개 빼면 기업 하나를 살릴 수 있다!’


이런 말이 진지하게 나오는 시대에, 적군의 침공을 걱정한다는 게 얼마나 개소리냐고. 차라리 그 전차 공백을 이용해서 개발부에 예산을 더 투자하고 말지.


그러나 이런 내 간절한 호소에도 군부는 요지부동이었다.


‘각하, 죄송하지만 제국의 강역을 지키기 위해 전차는 꼭 필요한 병기입니다.’

‘적이 안 온다구요? 대체 뭘 믿고? 그 새끼들 루르 점령 때는 거지 아니었답니까?’

‘이미 예정된 양산 계획을 취소시키라구요? 혹시 저희 밥그릇 뺏어가려고 작정하셨습니까?’


개새끼들.

결국 모든 건 돌고 돌아 밥그릇 논리다. 이미 1호와 2호는 군부 내에서 양산이 확정되어 있었고, 이걸 바꾸려면 나도 상응하는 밥그릇을 군부에 던져줘야 했다.


문제는 내가 던져줄 게 딱히 없단 점이고.


처음에는 그냥 돈 주면 알아서 잠잠해지겠거니 하고 경제부를 찾아갔다. 군부 예산을 늘려주면 3호나 4호 전차의 개발이 빨라질 것이고, 그럼 전차 공백은 자연스레 메꿔지지 않겠는가.


그것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충분한 돈은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미치셨습니까?”


샤흐트의 두 눈에서 레이저 빔이 발사된 순간 뭔가 잘못됐단 걸 깨달았다. 아니, 언제부터 장르를 SF로 변경하셨습니까 장관님?


“각하. 지금 경제부의 모든 관료들은 어떻게든 공공사업에 할당된 자금을 모으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모은 예산을 전차 개발에 사용하시겠단 말입니까? 돈만 처먹고 생산성이라곤 전혀 없는 그 사업에?”

“······말이 좀 심하지 않나.”

“그럼 납득될 만한 계획안을 가져와주십시오. 저는 경제부 장관으로서 현재 독일의 대공황 극복을 최우선시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기 개발은 대공황 극복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업입니다. 소비재 생산은 둘째 치고 일자리 창출조차 하지 못하는 사업에 대체 왜 새로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단 말입니까?”


너덜너덜하게 두들겨 맞고 나니 뭐라 더 말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저 말 대부분이 팩트라서 더더욱 그랬다.


지금 샤흐트가 하고 있는 일을 간단히 말하자면, 돈 끌어모으기였다.


대공황을 극복하려면 일자리가 필요하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공공사업을 벌여야 한다.

공공사업을 벌이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만들어서 공공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

돈을 ‘찍어내면’ 안 된다.

돈이야 당연히 조폐기에서 찍어내면 무한대로 나온다. 하지만 그랬다간 대공황으로 박살이 난 독일 경제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추가 오함마로 내려찍는 꼴밖에 안 되겠지.


그러므로 결국 핵심은 이거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오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의 예산을 확보하고, 그걸 공공사업에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오지 않는 선’은 대체 어디일까? 100만 마르크만 찍어내면 되나? 1000만 마르크까진 괜찮으려나? 1억 마르크면 인플레이션이 오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아닌가?


정의 자체가 극도로 모호하다보니 범위도 모호해질 수밖에.


결국 샤흐트는 자기 아래의 관료들을 극한까지 갈아가며 이 두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 있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오지 않는 선을 계산하고, 그 계산에 따라 자금을 끌어모은다. 조폐기에서도 뽑고, 기업들에게도 협조를 구하고, 기존에 계획된 예산안도 어떻게든 쥐어짜가며.


그야말로 처절할 정도의 노력.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총리라는 놈이 쫄래쫄래 와선 ‘나 전차 만들고 싶은데 돈 줘 벅벅’ 하면?


돌이켜보니 총에 맞지 않은 게 용한 것 같다. 히틀러가 경제부에서 일어난 쿠데타로 실각해버리는 대체역사물 한 편 찍을 뻔했네.


결국, 그 시점에서 경제부에 협조를 구하는 건 포기했다.


그러나 기관총만 두 개 달고 있는 끔찍한 반-탱켓을 제식 전차랍시고 생산하는 건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짓거리.

샤흐트 바짓가랑이를 붙잡아서라도 예산을 더 타내고 말지, 그 꼬라지를 볼 생각은 저어언혀 없었고.


결국 나는 사재를 털었다.

‘나의 투쟁’ 인세로 번 돈을 모조리 긁어모아 군부에 투척하기로 한 것이다. 아까운 내 돈······.


하지만 그래봤자 정식 예산안을 편성하는 것보단 당연히 모자랐고.


하인츠 구데리안을 비롯한 군부 내 소장파를 끌어모아 정치적 압력까지 가하고 나서야 1, 2호 전차 양산 계획을 무마시킬 수 있었다.


언젠가 저 융커 새끼들을 모조리 갈아버리고 말리라.


.

.

.


이렇게 육군의 재무장이 외줄 위에서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한 알력싸움과 재정 속에서 진행되는 사이.


공군의 재무장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공군사관학교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관계로, 글라이더 클럽을 신설하는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아니, 딱히 평화롭진 않았다.

베르사유 조약을 불쏘시개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 나치답게, 괴링의 말은 과격하기 그지없었다.


공사는 못 짓는다. 그러니 동아리 비스무리한 걸 만들어서 그걸로 예비 파일럿을 양성하자!


네? 동아리에 왜 전투 기동이나 진형 훈련이 들어가 있냐고요? 걔네가 전투에 관심이 많은가 보죠. 암튼 내 알 바 아님.


듣고 나니 어이가 없었다.

이럴 거면 그냥 ‘경찰'을 한 3백만명 정도 뽑지 그러냐. 군대식 제복을 걸친 ‘고위 경찰'도 한 10만 명쯤 뽑아보고······.


다만 저런 방식을 쓰지 않으면 파일럿 인재를 수급할 도리가 없긴 했다. 베르사유 조약에 명백히 공군사관학교 짓지 말라고 들어가 있는데 뭐 어쩔 거야.


새 전투기 개발은 괴링이 어디선가 끌어온 자금으로 이미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저게 몰래 빼돌린 건지 아니면 정식으로 받아온 건지는 물어보지 않았다. 암튼 이 자식은 30년대까진 정상이었으니 알아서 잘 하겠지 뭐.


원 역사대로 Bf109만 잘 뽑아줘도 선방하는 거다.

42에서 43년 정도까진 넉넉히 써먹을 수 있는 나치의 효자 전투기. 항속거리는 좀 짧을지언정 프랑스나 소련에서 써먹기엔 그만한 놈이 없겠지.


Ju87, 이른바 ‘슈투카'도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었다. 원 역사에서도 개발된 육상 전용 급강하폭격기인데 이것도 상당히 괜찮은 놈이었다.

하여간 나치 놈들 전투기랑 급강하폭격기는 기가 막히게 뽑는다. 제트전투기도 제일 먼저 뽑았지 아마?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대함 능력이 많이 모자란 것 같군.”


그래.

적 전함을 두들겨 부술 수가 없다.


나치는 원 역사에서도 이 문제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영국에 비하면 독일의 해군력은 확고한 열세고, 이걸 단기간에 뒤집는 건 절대 불가능.


그럼 공군으로 해군력을 어떻게든 땜질해야 한다. 정확히는 육상에서 발진한 폭격기로 적 전함과 항모를 때려잡을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됐다. 왜? 대함 능력이 너무나도 모자라니까.


프리츠 X 같은 유도폭탄을 이용하거나, 루델 같은 사기캐를 투입해서 어찌어찌 지중해 전역을 치뤄나가긴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결국 임시방편이다. 근본적으로 공군의 대함 능력을 어느정도 길러 줘야만 해결되는 문제지.


전략폭격기? 나치에 그런 게 있었으면 영국을 진작 때려 부쉈겠지.

슈투카? 그놈은 그냥 공중 포대다. 날아다니는 포병. 전함의 함포랑 비비려면 개량에 개량을 해도 한참 모자라는 녀석인데 그걸로 전함을 어떻게 부숴.


그러니 결국 대함 전용의 새로운 항공기가 필요했다.


내 말을 들은 괴링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물론 맞는 말씀입니다만, 결국 항공기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품종을 단일화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정도껏이지. 슈투카 수백 대를 투입해서 전함 하나 잡는 꼴을 볼 게 아니라면 조금 체계가 복잡해질지언정 대함 능력이 있는 새로운 폭격기가 필요하네.”


이 부분에서 나는 완고하게 나갔고, 괴링은 즉시 오케이했다. 역시 히틀러에 대한 충성심 하나만큼은 만땅이었던 놈답달까.


공군도 얼추 해결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하나뿐.


“각하, Z 계획의 시범안이 완성되었습니다.”


해군.

전쟁 내내 없는 거나 다름없었던 병종.


이 답도 안 나오는 병종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생각하며, 나는 레더가 내민 계획안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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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정상화(2) 24.09.08 165 9 13쪽
8 정상화(1) 24.09.06 176 9 11쪽
7 공화국 최후의 날(3) 24.09.05 172 5 10쪽
6 공화국 최후의 날(2) 24.09.04 180 8 11쪽
5 공화국 최후의 날(1) +2 24.09.03 191 10 12쪽
4 완성을 위한 노력(3) +1 24.09.02 195 7 12쪽
3 완성을 위한 노력(2) +1 24.09.01 229 8 12쪽
2 완성을 위한 노력(1) +1 24.08.30 290 9 11쪽
1 암살 +2 24.08.29 344 1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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