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산맥에서 온 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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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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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oul
작품등록일 :
2024.08.2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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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낚시질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 인물, 지명, 사회 등은 현실과 무관하며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을 위한 세계관 설정, 창작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DUMMY

0026. 낚시질











에일리는 이번에도 선뜻 대답을 못 했다.


“내가 매번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다시 질문을 던져야 답을 할 건가?”


변태도 잡고, 총도 쏘고, 폭탄도 빵빵 터트리고.... 오토바이 탄 킬러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눈 떴다 감으니 정리를 해 버렸고.... 이런 저런 걸 종합해 보면...


“용병···? 어, 그냥 용병은 아니고 힘이 센 용병... 일까요?”


에일리는 제임스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직업을 이야기했다.


“틀렸다.”


“에?”


제임스가 고개를 젓자, 에일리는 ‘아니, 지금까지 본 게 있는데···.’하는 표정이 됐다.


“나는 군인이었다. 지금은 은퇴했으니 퇴역병 정도가 되겠지.”


에일리는 '아···.' 하는 표정을 짓더니 별 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퇴역병이 직업이 될 수는 없으니. 일단 군인으로 하자.”


“네. 군인.”


“좋아. 그럼, 군인의 변호사는 뭘 잘해야 할까?”


“......”


에일리는 다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기업이나 마피아까지는 이래저래 떠올릴 부분이 많지만, 군인을 위한 변호에 대해선 꿈에서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게, 제가 변호사이긴 한데, 아직 실무 경험이 많은 게 아니라서···.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임스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뭘···. 잘해야 할까요?”


“싸움.”


“네?”


“군인의 변호사는 싸움을 잘해야 한다. 특히, 나처럼 위험한 군인의 변호사는 더더욱 잘 싸워야 하지.”


“그···. 그러니까. 저 보고 총을 들고···.”


“필요하다면 당연히 그래야겠지. 멍청하게 ‘나는 변호사니까.’ 이런 생각만 하고 있다가는 머리에 구멍이 날 테니까. 그래서 군인의 변호사는 죽을 지언정 그 죽음마저 패배가 아닌 승리의 밑거름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이야...'


군인을 변호하면 머리에 구멍이 난다고?

총에 맞아 죽어도 그게 승리를 위한 밑거름이어야 한다고?


상식적으로 저게 말이 되나?


그런 식으로 따지면, 기업 변호사는 노동자에게 맞아 죽을 걱정을 하면서 살아야 하고, 마피아 변호사는 암살 걱정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소리다.


“......”


에일리가 '진짜 군인 맞냐는 듯' 불신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조금 특별한 군인이라고 해 두지."


"변호인은 의뢰인의 사적 정보를 외부로 누설할 수 없게 되어있어요. 변호를 해야 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면, 변호를 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요."


에일리는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내며 '조금 특별한 군인'이 무엇인지 조금 더 설명을 해 달라고 했다.


"새벽에 내가 했던 말을 벌써 잊은 모양이지?"


".....?"


"아는 만큼 피곤하다고. 모르는 게 약이라고 했는데."


"그쪽 변호사를 하면 머리에 총알이 박혀 죽을 수도 있다면서요. 어차피 피하지 못할 총알이라면 이유라도 알고 죽겠어요. 아무것도 모른 채 멍청히 앉아 있다고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아는 게 힘이고 모르는 건 병이라고 배웠어요."


"흠."


제임스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자, 에일리는 다시 한 번 의견을 피력했다.


"저를 정말 변호사로 생각한다면, 믿음을 줘야지 않을까요? 어차피 서로 목숨을 맡긴 사인데."


"착각하지 마라. 서로 목숨을 맡긴 게 아니라, 네 목숨을 나에게 맡긴 거다. 그리고 내 변호사를 해서 머리에 총알이 날아오는 게 아니라, 이미 총알이 날아오고 있는데 그걸 피해 보겠다고 내 손을 잡은 거고."


"....."


"내 말이 틀렸나?"


애초에 서류를 전달하기 위해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겪지도 않았을 거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다. 하지만, 로펌에 버려졌다는 제임스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자신을 구렁텅이 밀어 넣고 죽을 자리로 보낼 수 있는 자들이 누구인지 에일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러쉬 패밀리의 망나니들....'


그렇게 조심히,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조심하며 살았는데, 결국은 이렇게 됐다.


만에 하나 제임스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저 무뚝뚝한 남자는 '그래?' 하면서 등을 돌릴지도 몰랐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에일리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


"나에 대해서 알게 되면 너는 2년이 아니라 최소 20년은 내 옆에 있어야 한다. 그래도 들을 건가?"


"이...이십 년이요?"


"그래. 그렇게 하겠다면 나도 이야기를 해 주겠다."


".....그건 좀."


에일리가 터무니 없는 기간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 하지."


"군인.... 조금 특별한 군인. 네.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나와 거래한 내용 기억하나?”


“생존법을 알려주는 대신, 재산의 절반을 내놓고 2년간 전담 변호사로 일을 한다.”


“재산의 절반은 아직이지만, 전담 변호사로 일하는 것은 지금부터 시작하겠다.”


“어떤 일을···.”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기 전에, 일을 잘하려면 잘 싸우는 변호사가 되어야 하고, 잘 싸우는 변호사가 되려면 생존법을 배워야겠지. 기본이 되는 규칙 몇 가지를 이야기 해 주겠다.”


제임스는 랩톱 하나를 가져오더니, 처음 보는 사이트에 접속했다.


“레딧은 알지?”


“네.”


“그것과 비슷한 사이트고 용병들 놀이터라고 보면 된다. 일반인은 알지도 못하고 알아도 루머 라인을 넘지 못하는 그런 공간. 음, 이해하기 쉽게 언더월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


“그렇게 목만 내밀지 말고 옆에 와서 봐라.”


“네, 그럼, 실례 좀···.”


에일리는 팬티가 흘러내리지 않게 꼭 부여잡고 제임스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임스는 레딧에 글 하나를 쓰기 시작했다.




* 에일리 러쉬에 대한 청부 수락자들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Wr. 한)


-많은 이들이 의뢰를 수락하고 청부금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용병이 용병 일을 하는 것에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서로 엉켜 있어선 청부 성공이 누구의 것이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앞서 달리는 자는 먼저 죽을 것이고, 뒤에서 눈치나 보던 자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겠지. 나는 이런 불합리한 결과를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거래를 제안한다.



“제안에 응하지 말고 제안을 해라.”



1. 글 등록 후, 24시간 동안, 에일리 러쉬를 죽일 수 있는 결투 신청을 받는다. 신청자는 에일리 러쉬의 현재 좌표를 받아 볼 수 있다.


-단말기 넘버 ‘X2451-A909’


2. 신청자는 선착순에 맞춰 에일리 러쉬를 죽일 기회를 획득한다.



“적이 불특정 다수라면 분열, 구분한다. 적을 늘리지 말고 아군을 늘려라.”



3. 그대들도 한 때는 군인이었고 조국과 정의를 위해 싸웠다. 나 역시 군인이었다. 비굴하게 죽느니, 명예롭게 죽길 바란다.


나는 에일리 러쉬의 대리자이자 병사이며 군인 ‘제임스 한’이다. 내가 한 때 조국을 위해 봉사했듯, 나의 의뢰인 에일리 러쉬를 위해 봉사할 것이다.


대결 방법은 신청자가 원하는 방식을 따른다. 나 제임스 한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나는 듀얼 신청자의 요청에 따라 당당히 겨룰 것이다.


결투에 승리하면 청부금 삼천만 달러의 주인이 된다.


신청자가 패배(기권)할 경우 기존 의뢰를 취소하고 에일리 러쉬에 대한 경호 의뢰를 받는다.


이에 대한 비용은 백만 달러다.


누가 됐든 이 대결을 방해하는 자는 모두의 적이다. 정식으로 승부를 겨루지 않고 쥐새끼처럼 구는 놈은 ‘천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겠다.


명예를 더럽히고 쥐새끼가 되려는 자가 있다면 얼마든지 나서라. 에일리 러쉬의 목을 갖는 순간, 네 목이 떨어질 것이다. 네 손에 삼천만 달러가 쥐어지기 전에 네 머리에 달린 천만 달러부터 걱정부터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명예를 아는 자, 전사는 떳떳하게 나서고.

남은 자는 경솔하지 말고 결과를 지켜 보라. 그리고 승자 편에 붙어라.



에일리는 제임스가 쓴 문구.


'조국을 위해 봉사했듯, 에일리 러쉬를 위해' 란 문구에 잠시 멍한 표정이 됐다.


맥락에 따라 충분히 쓰일 수도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기분이 이상하고 묘하고 간지러웠다.


제임스는 에일리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담담한 말투로 자신이 알아야 할 생존 규칙을 이야기했다.


"전장을 축소 시켜서 변수를 줄여라."



4. 신청은 하루, 대결은 삼 일간 진행이 된다.



“주어진 시간은 이롭게 쓰고 상대는 촉박하게 만들어라.”



5. 듀얼 계약서는 변호사 에일리 러쉬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작성, 공증한다. 쥐새끼에 대한 의뢰비는 글이 등록되고 1시간 이내에 '레딧'에 공탁 위임해 모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상대가 내 제안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게 증명해라."


제임스는 작성된 글을 곧바로 레딧에 올렸다. 그리고 레딧 고객 센터에 접속해 '듀얼의 명예를 더럽힌 자'에 대한 공탁금을 천만 달러를 올렸다.


퇴역 군인이라는 제임스가 무슨 돈이 있다고 천만 달러를 들먹였을까 싶었는데, 클릭 한 방에 그 큰 돈이 쭉 올라가 버렸다.


'군인이···. 이렇게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었나?'


제임스는 레딧 고객 게시판에 뭔가 적어 올리더니 빠르게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쥐새끼에 대한 사냥은 중고 장터를 통한 용병만 가능. 의뢰가 실행되든 실행되지 않든 공탁금의 10%는 레딧 운영팀에 제공.


"중고 장터는 뭔가요?"


"오리 사냥터의 경쟁 업체."


"오리 사냥터요?"


"네 목에 돈을 건 청부 업체."


"아···."


"경쟁 업체와 분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중 청부는 받지 않지만, 이런 공탁금에 있어선 거리낌이 없지. 직접 의뢰가 아닌 '특정 상황에 대한' 업무 처리만 하면 되니까."


제임스는 다시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저기 그런데···. 지금 주고받는 메시지는···."


"네 경호 비용을 버는 중이다."


".....?"


"공식 듀얼이 열리면, 전문 도박사는 물론이고 온갖 잡놈들이 다 달라붙거든."


"아···. 스포츠 경기처럼!"


"지는 순간 죽는 목숨이니, 돈을 아낄 이유가 없다. 그래서 가진 돈을 내가 이긴다에다 밀어 넣는 중이다. 듀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된다면 쥐새끼 대가리에 걸린 돈도 회수하고 네 가드 비용도 충분히 메꿀 수 있다."


에일리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제임스를 바라봤다.


꿈은 희망적으로 갖는 게 맞지만, 이러다 일이 틀어지면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단 눈빛이다.


"왜?"


"그···. 대결말인데요. 이러다가 그쪽이 죽기라도 하는 날엔."


"내가 죽으면 너도 죽겠지."


본인 죽는 건 그렇다 쳐도 에일리 자신의 목숨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는 제임스 모습에 에일리는 발끈한 표정이 됐다. 잠시 간질거리던 감정이 빠르게 식어 버렸다.


"그. 그러니까요. 왜 이런 위험한 방식을! 내 목숨이 걸린 일인데, 상의 정도는 하면서···."


"바보 같은 소릴 하는군. 지금까지 들려준 규칙은 그새 잊어 버렸나?"


"아니요. 이해는 하지만, 이건 너무 위험한 방법이잖아요."


"틀렸다. 이대로 산을 내려가면 모두를 한 번에 한꺼번에 상대를 해야 한다. 내가 나름대로 잘 싸우는 군인이라지만, 눈먼 총알은 피할 수 없고. 그런 총알이 난무하는 곳에서 너까지 지킬 방법은 더더욱 없다."


"....."


"나는 단순히 듀얼을 제안한 게 아니야. 네 머리를 노리는 놈들에겐 개싸움 할 필요 없이 깔끔하게 돈을 챙겨갈 방법을 제안했으니 거부할 이유가 없고."


에일리는 자신의 머리 뿐, 아니라 당신 머리도 노림 당하고 있지 않냐고 말을 하고 싶었다.


"나는 이를 통해 적의 숫자를 줄이고, 듀얼 신청자가 아닌 놈은 함부로 나설 수 없게 했다. 내 손에 들어온 용병을 탱커로 활용할 수 있으니, 지금처럼 불특정 다수의 눈먼 총알도 개수를 줄일 수 있다."


제임스는 에일리의 이마를 톡 짚으며 말을 이었다.


"이대로 산을 내려간다면 네 생존 확률은 0%. 하지만, 듀얼이 진행된다면 최소 50%다. 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


"그. 그렇긴 한데. 맞는 말이긴 한데···."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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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1. 절반! +24 24.09.14 7,455 20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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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3. 컴백 홈 +4 24.09.06 9,336 22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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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11. 반문하지 말라고! +15 24.09.04 9,457 2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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