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물이 아니에요 꼬마가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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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성
작품등록일 :
2024.08.2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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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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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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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라인가

DUMMY

“카인 도련님 아침입니다.”


집사장 한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장차 공작가를 이끌어갈 작은 도련님은 어찌나 자유분방하며 사고뭉치인지 좀처럼 말을 들어주지 않으신다.


가주께서 오늘은 반드시 같이 식사를 할것이라 엄히 말하셨는데도 태평하게 잠이나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골이 아파왔다.


“도련님? 하아··· 아닙니다.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도련님을 흔들어 깨운다면 고래고래 저택이 떠나가도록 악을 지르실테니 다른방법을 찾아야했다.


‘검술훈련도중 다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변명이 좋겠군.’


마침 도련님에겐 어저께 안주인님이 아끼시던 화분을 깨먹을때 손에 생긴 긴 자상이 있으니 이걸 이용한다면 가주께서도 크게 야단치지 않으실것이다.


“식사는 제때 하셔야 합니다 도련님. 샬렛에게 식사 준비를 따로 시킬터이니 일어나시면 꼭 드셔야합니다.”


한스가 돌아서 나가려는 찰나 작은 가주의 침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밥만 먹으면 돼요?”

“깨어있으셨군요 도련님.”

“지금 나가야하나요?”

“삼십분정도 여유시간이 있습니다. 준비를 도와드릴 자를 부르겠습니다.”

“아! 아니에요. 혼자 준비하고 나갈게요.”


한스의 두 눈이 커졌다.


무슨 바람이라도 분건가?

배가 고프셨던건가?


마땅히 보필할 자를 불러야 하지만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려선 안된다.

아침식사를 하신다면 환영할일이다.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한스가 침실에서 나가자 카인은 이불을 부시럭거리더니 부리나케 달려가 전신거울 앞에 섰다.


“허.”


고개를 이리 절리고 저리 돌려봐도 확실하다.


‘카인 도련님이라고?’


이리저리 전신거울 앞에서 몸을 움직여보던 카인의 표정이 점점 썩어들어갔다.


카인의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간다.


이현수는 어제까지만 해도 소설을 읽고 잠에 들었다.

그의 하루 루틴중 하나였다.


1000화가 넘게 연재된 아카데미물 웹소설 「아카데미 검술천재」


주인공 라파엘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빌런이자 제국의 가장 위험한 인물.

몰락한 가문의 마지막 후예 카인.


“도련님, 준비가 더 필요하십니까? 지금이라도 사람을 부를까요?”

“아! 지금 나갈께요!”


카인의 몸에 빙의한 이현수는 혼란스러웠지만 내심 기대감도 부풀어 올랐다.

이현수로의 삶은 지루했었다.

이게 꿈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현실감이 있다면···.


‘여긴 소설속 세상인거야.’


작은 가주의 침실문이 강하게 열렸다.

카인은 뛰쳐나갔다.


“도련님! 격식은 갖추셔야죠!”

“괜찮아요.”


집사장 한스의 한숨쉬는 소리가 들렸지만 카인은 빠르게 계단을 내달렸다.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선 아침이라곤 생각지 못할 만큼 호화로운 음식들이 식탁에 깔려있었고 시중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카인은 단번에 식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했고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았는지 뇌에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말을 뱉어버렸다.


“와 미쳤네··· 이게 아침이야? 다 먹으면 배 터질거같은데.”


카인을 뒤따라온 한스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머리를 싸맸다.


눈앞이 깜깜해지는 순간이였다.


“우리 아드님이 배가 많이 고팠나봐요?”


카인의 어머니 메리 카를라인.

카인을 내려보던 남편의 오른팔을 잡은 채 카인을 향해 환하게 웃어보인다.


귀여운 아들이 잠옷바람으로 뛰쳐나와 멀뚱멀뚱 서서 음식을 품평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귀여웠지만 그이는 엄한 편이니 카인은 분명 혼이 날 것이다.


“아직 애니까요. 지금이 아니면 이런 모습을 언제 보겠어요?”

“카인. 어머니께선 그렇다시구나.”


카를라인 공작가의 가주 길버트 카를라인.


반항기가 온 사고뭉치 아들이 걱정스럽기만 했지만 그럴수록 엄히 혼내야 했다.

하지만 투정이나 부릴 줄 알았던 아들의 입 밖에서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어머님, 격식없는 모습을 보여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어머! 어머님이라니! 우리 아드님이 사과를 다 하네요?”


메리의 환한 웃음이 더욱 더 환해진다.


“아버님, 식사자리에 늦어 죄송합니다.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다음부턴 이런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알았으면 됐다.”


길버트는 혼낼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달라진 아들의 모습에 괜한 의심이 들었다.


길버트는 집사장 한스에게 손짓하더니 그에게만 들리도록 조용히 말했다.


“카인이 또 무슨짓이라도 한건가?”

“사실··· 안주인님께서 아끼시던 화분 하나를 깨먹으셨습니다.”

“그런건 일상적인 일이잖나?”

“그밖에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길버트는 아들이 부쩍 어른스러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기는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하루 아침에 아들의 심정이 달라질만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걸까?


“앉아서 먹거라.”

“네! 식사 맛있게 하십쇼!”


카인의 말이 끝나자 메리는 박장대소 하며 웃는다.


이런 떠들썩한 식사자리는 올년들어 처음이였고

달라진 아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우면서도 너무나 귀여웠다.


“오빠가 많이 배고팠나봐요.”

“세실리아! 형님은 소가주님이라고 불러야돼. 안그럼 엄청 화내신다고.”


차남 세인과 막내딸 세실리아.

심심하면 해꼬지를 해대는 카인을 내심 두려워했지만 오늘은 카인의 기분이 좋아보였다.


정작 카인의 귀엔 들리지도 않았지만.


와구와구 쩝쩝-


의자에 앉은 카인은 걸신들린듯 식탁앞의 음식들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소금간을 해서 구운 닭고기 요리. 깊은 풍미가 있는 달콤하고 감칠맛 있는 스프.

신선하고 품질좋은 고기를 세심하게 구워낸 스테이크. 각종 과일과 빵들.


시중들과 가족들의 시선따윈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런 음식을 먹을 기회는 쉽사리 안와.’


몇일 굶은 사람처럼 격식없게 그릇까지 핥아대면서 카인은 정말 맛있게도 아침밥을 먹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참 복스럽게도 먹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음식을 헤치우던 카인의 입에선 모두가 놀랄만한 소리가 나왔다.


“아직 더 들어가는데 더 없어요?”

“아드님이 아침식사를 하러 온데는 다 이유가 있었군요? 배가 부른데 이것도 먹어주시겠나요?”

“아! 어머님 감사합니다. 진짜 엄청 맛있네요.”


메리는 음식을 건네주고선 카인의 머리를 쓰다듬고 식당에서 일어났고

길버트는 집사장 한스에게 손짓한 뒤 둘만의 대화를 나눴다.


“저··· 형님 제 것도.”

“고마워! 이거 진짜 맛있다 그지?”

“네 정말 맛있습니다!”


카인은 이게 꿈이라면 마음껏 누리자고 생각했다.


내가 악역이고 곧 이 가문이 멸족하더라도 무슨 상관인가?

음식은 눈앞에 있고 이렇게나 맛이 있는데.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밥! 더!”


카인의 말에 뒤의 시중들은 서로 눈짓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얼마나 걸려요?”

“죄송합니다! 빵은 바로 가능합니다.”

“와. 감사합니다!”


카인의 존댓말에 시종들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카를라인 가문의 시종은 모두 최상급 교육을 받은 노련한 자들.

카인의 시선에서는 다들 작은 미소를 띄웠다.


“작은 가주님 어제 식사 안하셨어?”

“항상 한끼만 드시잖아.”

“그래도 안드시는 것 보단 낫네. 기분도 좋아보이시고.”


카인의 식사는 이후 30분이 넘게 이어졌다.


어째서 이렇게 많은 음식이 들어갈 수 있는지 카인 본인도 몰랐다.

그래서 더더욱 꿈이라고 굳게 믿었다.


***


카를라인 저택의 서재.


길버트의 표정에 근심이 가득했다.


“한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카인이 식탐의 저주라도 걸린겐가?”

“걱정되신다면 신관을 부르겠습니다.”

“소문이 나지 않도록 부탁함세.”

“가주님의 뜻대로.”


길버트는 사람보는 눈이 뛰어났다.


카를라인 일족은 대대로 이어진 제국의 그림자이자 보이지 않게 제국의 어두운 일을 처리하는 해결사 집안.


겉으론 황제의 직속비서이자 대법관의 직무를 수행중인 길버트였지만

뒤에선 황궁 정보기관 매의 총책임자이자 제국의 정보망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길버트는 수많은 사람을 봐왔고 그렇기에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한스. 다시 물어보지. 카인과 똑 닮은 자가 카인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은 타당하십니다. 허나 제 소관으론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가주께선 아이 시절의 기억이 있으십니까?”

“아이시절? 한스. 무슨말을 하고싶은겐가?”

“제 눈으로 본 가주께서도 사람이 달라졌다고 느껴졌던 시기가 있으셨습니다. 그러니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한스의 말에 길버트는 일단 의심을 거뒀다.

자신이 어릴적부터 가문을 보좌해온 한스의 말이니 말이다.


똑똑똑


“한스. 오늘 방문객이 있나?”

“가주께서 반드시 작은 가주님과 아침식사를 하신다는말에 아침 일정은 모두 비웠습니다.”


길버트는 탁자에 흩어진 서류뭉치를 정리했다.


이 시간에 서재를 찾아올 사람은 우리 가문에는 없다.

황실에 급한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


“들어오시오.”


끼이익-


서재의 문이 열렸다.

작은 뽀시래기 하나가 뽀작뽀작 걸어온다.


“카인. 아침공부할 시간이 아니더냐?”

“아버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한스와 길버트는 작은 방문객을 내려봤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는 정말로 중요한 말이 있어보인다.


“아버님. 아침공부 안하면 안됩니까?”

“이놈! 겨우 그 말을 하려고 공무중인 아비를 방해하러 온것이냐?”

“가주님 참으시지요. 도련님? 제게 이야기를 해보시겠습니까?”


한스는 적당히 구색을 찾아 카인을 데리고 서재를 빠져나올 생각이였지만

카인은 한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길버트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너무 쉬워요.”

“뭐가 말이냐?”

“아침공부. 너무 쉽다구요.”


카인은 과거 대한민국에서 훌륭히 고등과정 의무교육을 마쳤다.

그런 고등학생의 기억이 남아있는 카인은 사칙연산이나 가르치려드는 가정교사에게 진절머리가 나고 말았다.


물론 책상 앞에 놓여져 있는 책을 펴보진 않았지만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죽재질의 양장본에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으니

내용은 안 펴봐도 알만 할 것이다.


햇님이 웃고있고 이족보행하는 동물들이 사이좋게 어깨동무 하고 있는 그런 그림 말이다.


“솔직히 애들 장난도 아니고 시간낭비 아닙니까.”


책상에 10분간 앉아있는게 그렇게 칭찬받을 일이란 말인가?

카인은 바보가 된 기분에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이다.


“···.”


길버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 작은 방문객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평소라면 들을 가치도 없는 이야기다.


‘어쩐지 좀 어른스러워 졌나 싶더라니···’


카인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아침공부를 빼먹을 수단을 만들기 위함이였음이라 어림 짐작한 길버트는 크게 꾸짖고 엄히 혼내리라 다짐했다.


호통을 치기 위해 카인을 바라본 길버트.


‘눈빛이 살아있군.’


눈을 마주봐도 피하지 않고 겁을 먹은 것 같지도 않다.

어딘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걸까?


길버트가 쉽사리 판단을 내리지 못할 때 카인의 입이 더 빨리 열렸다.


“그냥 테스트 한번 시원하게 하고 통과하면 자유시간 좀 주시죠?”


카인의 한마디에 서재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길버트는 서재에서 나는 가죽냄새를 환기시키기 위해 창문을 살짝 열어놓고는 카인을 내려보며 담담히 말했다.


“후회 안할 자신 있느냐?”

“후회를 왜 합니까? 어차피 테스트 내용도 거기서 거기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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