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물이 아니에요 꼬마가주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어둠속성
작품등록일 :
2024.08.27 16:46
최근연재일 :
2024.09.04 23:1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91
추천수 :
9
글자수 :
58,661

작성
24.08.30 23:10
조회
18
추천
1
글자
13쪽

열살의 처세술

DUMMY

카인이 작은 머리로 열심히 짱구를 굴려가며 생각해 낸 답.

귀찮은 일이 될 건덕지조차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정해진 인과인지 카인의 눈앞에선 소설에서 보았던 상황이 생생히 재현되고 있었다!


박살난 에아 조각상 품평회.


이것을 시작으로 아주 귀찮은 사건이 될 것을 직감한 카인.


얼굴이 잔뜩 구겨진 카인에게 젖살도 안빠진 두개의 호빵들이 가소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넌 누구야!”

“아니 너 뭐하냐고?”


카인은 카를라인가를 덮을 수 있는 기분나쁜 큰 도화지중 하나를 찢어버리기 위해 두명의 성스러운 호빵들 앞에 당당히 섰다!


카인의 머릿속엔 한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쟤네가 일름보 못하게 막아야돼.’


“와, 이거 니들이 깨먹은거야? 너네 이제 큰일났다.”

“아니야! 방금 왔는데 이게 이렇게 돼 있었단 말이야!”


슬그머니 머리카락 잡은 손을 놓는 세인트 2세.


손아귀에서 탈출한 성녀 크림은 머리카락을 매만진 채 지긋이 카인을 바라본다.


하지만 이내 부셔진 조각상쪽으로 시선을 휙 돌린다.


“에아께서 경고하시는거야. 우리는 벌을 받고 말꺼라고!”

“크림! 불경한 소리좀 그만하라고!”


하찮은 손짓 발짓으로 투닥거리는 새하얀 호빵들을 보고있자니 카인의 골머리가 아파왔다.


‘지들이 예비교황이고 성스러운 성녀래.’


카인은 우선 흥분한 두 아이들을 진정시키기로 생각했다.


지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조각상 부서진 게 뭐 어때서? 니들이 깨먹은 것도 아니잖아.”

“넌 누군데 아까부터 참견이야! 크림! 말하는도중이였다고!”


크림의 붕붕펀치가 훌륭하게 세인트2세의 어깨를 타격했다.


“이야야야! 정화! 정화!!!”

“아 씨, 너때문에 맞았잖아!”


세인트 2세는 한마리의 뮤탈리스크마냥 크림의 가슴팍에 냥냥펀치를 날린 뒤 순식간에 거리를 벌려 태세를 정비한다.


카인은 이 웅장한 싸움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에아님이 니들같이 쪼잔하시겠냐? 조각상 부셔진걸로 에아님이 왜 벌을 내리는데?”


두 아이의 시선이 순간 카인에게 향했지만 이내 껌딱지처럼 엉겨붙어 피말리는 2라운드를 시작한다.


시종장 세바스찬은 볼때마다 투닥거리시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뒷짐 진 채 방관할뿐이였다.


카인은 뒤에 서있는 세바스찬이 슬슬 말려줄것이라 생각했지만 세바스찬은 훌륭한 어른이였고 아이들의 사사로운 감정싸움에 자신의 감정을 허비하지 않는 효율적인 인물이라고 그를 평했다.


“너네 계속 싸울거야? 그럼 내가 심판 봐줄게.”


카인은 한발 물러서 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아이들간의 명예를 건 결투의 보증인을 자처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너 아까부터 무슨 참견이야! 난 예비교황이고 얜 성녀라고! 우리한테 말걸면 너 큰일날껄?”

“오케이. 세인트2세 너가 졌어. 크림이 이겼다.”

“와! 내가 이겼다!”


이겨서 신난 크림은 방방 뛴다. 전형적인 승리자세다.

게임에서 나오는 제스쳐같다.


세인트 2세의 심술주머니가 커진다.

나를 향해 통통거리며 뛰어온다.


“너가 뭔데! 누군지도 모르는게 왜 자꾸 참견이냐고!”

“나? 지금 심판보잖아. 심판한테 대들면 지는거 몰라?”

“그런게 어딨어! 심판 볼꺼면 제대로 다시 보던가!”


세인트 2세는 분한 듯 씩씩거린다.


카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팔짱을 끼곤 세인트 2세를 노려본다.


“그럼 나 심판이지? 말 잘들으면 이판은 무효로 해줄께.”

“에이! 그런게 어딨어! 내가 이긴거잖아!”

“크림 심판한테 대들면 진다고 했지?”

“···네.”


세인트 2세는 곰곰히 생각한다.

자신이 패배한 라운드를 되돌릴 수 있게 해주는 회귀능력이나 다름없는 힘 앞에서 그 달콤한 제안을 승낙할 수 밖에 없었다.


“좋아. 심판 제대로 해줘야 돼?”

“나 이런거 잘해.”


카인은 이 작은 경기장 안에서 잠시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얻을 수 있었다.


권력을 얻었다면? 권력을 휘두른다!


“자, 2라운드는 가위바위보야.”


원작의 카인은 압도적인 무력으로 이 두 아이들을 무참하게 박살낸다.


세바스찬이 관여할 수 밖에 없을정도로 발라버린다.


허나 카인은 그럴수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 말로 해도 잘 알아먹지 않는가!


'불쌍하잖아.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인데.'


작중 카인의 심정을 조금 알 것 같다.


오냐오냐하게 큰 귀족 양반인데 눈길도 안주고 개무시 해버리니까 급발진 한거였구나.


“크림 너 늦게냈어. 세인트2세가 이겼어.”

“아니야! 늦게 안냈어!”

“심판한테 대드는거야 지금? 그럼 세인트2세한테 2점 준다?”

“늦게 안냈는데...”


고개를 떨군 크림.

자기딴에서 억울할 길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눈가에 물방울을 생성하는 정신계열 마법을 캐스팅 중이다.


“너 졌잖아! 심판한테 대들었으니까 내가 두번 이긴거야!”

“으···.”


하지만 마법의 캐스팅이 완료되는걸 두고볼수만은 없다.


“세인트2세 너 감점이야. 대결 상대를 존중해야지.”

“뭐야! 그런게 어딨어!”

“너 심판한테 대드는거야?”


다시한번 팔짱을 끼는 카인.


어째선지 이 공간안에서 카인의 말을 거역할 수 없게 된다.


승리포인트 1점의 가치는 성스러운 두명의 아이들에게 중요했다.

자기들 딴에선 명예를 건 결투니 말이다.


“이번판은 무효. 다음판 준비해.”


경기는 계속되었다.


닭싸움이나 묵찌빠 끝말잇기와 같이 문무를 모두 겸비한 자 만이 승리할 수 있는 수준높은 경기다.


관객은 조용히 지켜만 보고있는 세바스찬밖에 없었지만 카인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꽤나 쫄깃한 승부의 양상을 만들어 나갔다.


“쟤 넘어졌어 내가 이긴거 맞지?”

“너, 밀치면서 다리 땅에 닿았잖아. 세인트 2세가 이겼어.”

“그럼 또 동점이네?”


편파 판정을 통해 아주 지칠때까지 싸움을 붙였다.

두 호빵들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몰아넣는 카인.


“좋아. 이번엔 크림이 이겼어.”

“허억··· 응.”

“네에··· 하아···.”


카인은 다음 종목을 생각하지만 마땅히 다음 종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손 오래 들고있기 했으니까 다음엔 스쿼트나 시킬까.’


“좋아. 다음번에 할껀...”

“이제 그만하면 안돼? 크림이 이긴걸로 해.”

“그냥 세인트가 이긴걸로 해도 돼. 아! 이거 대드는거 아니야!”


세바스찬은 순식간에 두 아이를 휘어잡은 카인을 바라보며 역시 카를라인가의 핏줄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요새 아이들의 소꿉장난은 꽤 세련됐구나. 하면서.


“그럼 둘이 비긴걸로해. 서로 악수하고.”


크림과 세인트는 손을 맞잡았다.

드디어 이 지옥같은 결투가 끝이 난 것이다.


“둘 다 진정됐어?”

“응.”

“네.”


카인의 시선이 조각상으로 향했다.


팔짱을 낀 채 지쳐 쓰러진 아이들을 내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크림. 잘 들어. 조각상이 부셔진건 에아님이 행하는 징벌의 징조가 아니야. 알았어?”

“네 알았어요···.”


말을 마친 카인의 시선이 곧바로 세인트2세로 향한다.


“세인트. 넌 내가 재앙을 몰고온 것 같아?”

“갑자기 무슨소리야? 나 또 대든거야?”


말을 마친 세인트2세는 자신이 한 말을 곱씹어보더니 널부러진 크림을 바라본다.

경기는 끝났다. 더 이상 이녀석은 심판이 아니다!


“너, 누구야?”

“나? 카인.”

“우리한테 함부로 말걸면 벌 받는거 몰라?”

“뭔 상관이야. 에아님이 번개라도 쏜다는 소리야?”


세인트 2세가 일어난다.

카인을 향해 불같은 시선을 보낸다.


“그런 불경스러운 말! 하면 안돼!”

“왜?”

“그야··· 신은 유일하고 함부로 신의 이름을 말해선 안 되니까···.”


카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선지 이 광신도와 대립하게 될 자신의 미래가 그려지는 기분이 든다.


조금이라도 그 기세를 꺾어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이 아이들은 세상과 유리되어 황궁과 대성당 안에서만 살아왔을거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또 다양한 종교가 있다는 걸 모를것이다.


카인은 악역답게 세인트2세의 콧등을 꺾어주고 싶었다.


“나는 에아님 안믿으니까 말해도 돼 그럼?”

“너! 그런 말하면 큰일나! 아버지가 알면... 비밀로 해줄테니까 절대 그런말 해선 안돼!”

“나도 비밀로 해줄께. 착하게 기도하면 에아님도 징벌을 내리지 않으실꺼야.”


카인은 사려깊은 두 아이의 배려에 순간 “그래 알았어.” 라고 말할뻔 했지만

온실속의 꽃처럼 자랐던 두 아이들에겐 충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광신도처럼 자라났다간 내가 피곤해져.’


위풍당당 두 아이를 향해 걸어가는 카인.

힘들어서 널부러져 있는 크림을 일으켜 세우고 세인트 2세의 곁에 서게한다.


“내가 에아를 믿던 오늘 아침에 먹은 소금 닭구이를 믿던 너네가 무슨 상관인데?”


순식간에 험악해진 분위기.


방관하던 세바스찬도 이변을 눈치챘다.


허투로 흘려들을 수 없는 말.


잘못 이용된다면 카를라인가의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한 발언.


세바스찬의 개입보다 두 아이들의 반응이 빨랐다.


“이··· 이교도오오오!!!”

“으아앙! 악마! 악마야!”


펑펑 울어재끼는 가엾은 호빵들.


살아생전 처음 들어본 불경스러운 발언에 뒷목이 오싹해질 정도로 카인이 무섭게만 보인다.


황궁의 정원이 떠나갈 듯 소리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컸고

곧 부리나케 달려오는 어른들의 소리가 들렸다.


교황 성 세인트와 메리 카를라인은 울고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사태를 짐작할 뿐 이였다.


하지만 그런 사단을 벌였음에도 카인의 날카로운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목이 떠나갈 듯 울음을 멈추지 않는 두 아이들을 찬찬히 훑어볼 뿐 이였다.


“카인. 이게 무슨일이니?”


메리는 카인의 곁에 무릎꿇어 앉아 카인을 바라보았다.


성 세인트는 앉아서 울고있는 두 아이들을 안아주며 속닥거린다.


먼저 말문을 연 쪽은 크림이였다.


“악마! 쟤는 악마에요! 으아아앙··· 무서워요···.”


교황 세인트는 크림을 다독거리며 메리를 향해 웃음지어보인다.


메리는 그 뜻을 알았는지 카인을 다그친다.


“카인. 어떻게 된 일인지 잘 설명해야할꺼에요.”


카인은 처음엔 그저 두 아이들이 부서진 조각상을 통해 느낀 부정적인 감정을 교황에게 전달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 조그마한 일 하나가 시발점이 되어 카인은 악마의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된다.


하지만 두 아이들을 접해보니 너무나도 순수하고 순진무구했다.


그도 그럴게 은근슬쩍 말을 나눠보니 자연스럽게 심판을 시켜줄 정도로 멍청하고 귀엽지 않은가.


“저 두 아이들이 에아님을 모욕했습니다 어머님.”

“그게 무슨소리니? 카인? 거짓말하면 큰 벌을 받을꺼야.”


정원의 모든 시선이 카인에게 쏠리고 세인트2세는 뭐라 말하려 했지만 교황에게 저지당한다.


교황이 카인에게 다가왔다.


“그렇구나. 어떤점이 모욕으로 느껴졌느냐?”


성 세인트의 무표정이고 차가운 시선은 순식간에 카인을 옭아맨다.

평범한 아이였다면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렸겠지만···.


“에아님은 자애의 여신이십니다. 부셔진 조각상을 본 것만으로 벌을 내리시는 분이 아닙니다. 또한 에아님의 자애는 신앙하지 않는 모든 자들도 누릴 수 있습니다. 쟤들은 그걸 몰라요.”


두 어른들의 시선이 조각상으로 향한다.


교황은 조각상을 한번 흘겨보더니 다시 카인에게 강렬한 눈빛을 쏘아보낸다.


“신의 의중을 어찌 알 수 있느냐?”


교황 성 세인트의 물음.


그가 사람됨됨이를 평가할 때 항상 사용하는 대화의 버릇이자 굳어진 루틴.


그에 대한 카인의 답.


소설 에피소드의 소제목으로 사용된 교황의 가치관을 대변하는 문장.


“닮고자 하면 닮을 수 있습니다.”

“아···.”


언뜻 듣기엔 동문서답 같은 이 말은 교황의 심금을 크게 울렸다.


미래의 예비교황과 성녀라는것들은 이교도를 탄압한답시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행을 벌이게 된다.


성 세인트는 그런 두 아이들을 바라보며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아버지, 신의 의중을 거역하는 무리들입니다.]

[그들도 닮고자 하면 닮을 수 있다. 우리도 본질적으론 그들과 같지 않느냐?]


카인은 소설의 한장면을 떠올리며 만화명대사를 당당하게 뱉은 것 같은 기분에 어쩐지 마음속 깊이 부끄러워졌지만 후회는 없었다.


교황님의 교육방침에 자그마한 변화가 있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였다.


“되었다. 훌륭한 아들을 두었소 카를라인.”

“성하, 아들이 결례를 무릅쓴점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따로 자리를 마련할까 합니다.”

“카를라인 가주와 이야기 하겠소. 카인이라고 했나? 칭찬해주시오.”


두 찐빵을 양손에 든 교황.

순백의 하얀 옷 소매가 찐빵들의 콧물 범벅이 되었다.


“성하, 긴히 할 이야기가 있사옵니다.”


세바스찬은 교황에게 다가가 고개를 조아린다.


“안주인, 시간이 많이 늦었소. 아이들이 싸울수도 있는 것 아니겠소? 너무 괘념치 마시게.”

“자비로운 말씀 감사드립니다 성하.”


메리는 가볍게 목례를 하곤 카인의 손을 잡는다.


“돌아가겠습니다. 따라오세요 카인.”


카인은 메리의 발걸음이 유독 빠르게 느껴졌다.

손을 잡혀서 그런가 뽈뽈뽈 쫒아가기도 바빴다.


카인은 혹 하나를 떼려고 한 행동이였지만 수시로 카를라인가에 두 찐빵들이 찾아오는 새로운 이벤트가 생겨났다는 사실을 아직까진 알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힐링물이 아니에요 꼬마가주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쓰면서 재밌었습니다! 24.09.05 3 0 -
공지 연재시간은 오후 11시 10분입니다. 24.08.28 4 0 -
10 수갑으로 맺어진 인연 24.09.04 4 0 13쪽
9 바이스 에델 (3) 24.09.03 8 1 13쪽
8 바이스 에델 (2) 24.09.02 8 1 12쪽
7 바이스 에델 (1) 24.09.01 12 1 14쪽
6 그런 세계 24.08.31 18 1 14쪽
» 열살의 처세술 24.08.30 19 1 13쪽
4 천리길도 황궁에서부터 24.08.29 22 1 13쪽
3 글자만으론 판단할 수 없어 24.08.28 26 1 13쪽
2 아. 깨달아버렸다. 24.08.27 30 1 14쪽
1 카를라인가 24.08.27 44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