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물이 아니에요 꼬마가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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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성
작품등록일 :
2024.08.27 16:46
최근연재일 :
2024.09.0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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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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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 에델 (3)

DUMMY

어두운 밤.


에델은 하늘을 바라본다.


다른 별들보다 유달리 작은 별 하나.

하지만 그 어떤 별들보다 밝게 빛난다.


마치 그 별 하나가 있음으로써 주위의 다른 별들의 빛이 보이지 않는 것 처럼

작은 별 하나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어떻게할까···.’


차가운 밤바람은 유령소리를 낸다.

이따금 곤충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에델의 평소보다 빨라진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고 안정되어갔다.


“하아···.”


에델은 마법장벽과 호신용 마법, 살상용 마법을 포함해 여러 마법을 점검했다.

3년만의 실전이였다.


***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제 판단하에 물러날겁니다.”


에델은 평소엔 입고다니지 않던 마탑의 백색 망토를 걸쳤다.


허리띠엔 전이와 왜곡 스크롤 두장,

유사시를 대비한 성수 세병, 50프로 순도의 푸른물약 두병.


마력의 응집을 돕는 미스릴제 스태프와 유사시를 대비해 등뒤에 꽃은 완드 두개.


“전쟁 나가요?”


카인은 중무장한 에델을 바라보며 팔짱을 꼈다.


그렇게까지 치안이 나쁜곳은 아닐텐데도 유난 떠는 에델의 모습을 보니 신경이 쓰인다.


“빈민가는 그런곳입니다 소가주님.”

“사람 사는곳들은 다 비슷비슷 하지 않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곳만이 수도임에도 치안이 관리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카인은 그런 에델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뭐, 한국인이 소말리아 여행가는 격인가?’


“거기 대가리가 머리가 좀 돌아가거든요.”

“그게 무슨소리인가요?”

“음··· 설명하기 어렵네요. 거기 대가리가 부끄럼쟁이라 빈민가는 위험하다고 프레임 씌우는거죠. 뒷돈주면서.”

“그걸 소가주님이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근거가 있으세요?”

“거기서 시체도 안나오고 곡소리도 안나오고 잘먹고 잘살잖아요? 그럼 말 끝났죠 뭐. 가요.”


카인은 두루뭉실하게 퉁쳐버리기로 했다.

아는것과 아는걸 풀어서 설명하는건 참 힘든일이였고 귀찮은 일이다.


“안가요?”


에델은 마지못해 카인의 뒤를 따랐다.


아무리 무법지대여도 백색의 마법사에게 칼을 겨누는 간 큰 인간은 없겠지만

소가주님은 도대체 무얼 생각하시는걸까?


카인과 에델은 저택 정문을 나섰다.


앙증맞게 걸어다니는 작은 뽀시래기와 위엄있는 하얀마법사.


“선생님, 근데 왜 빈민가라고 불리는지 아세요?”

“말 그대로 아닌가요?”

“빈민가면 가난한 사람들만 살고 있는 것 같죠?”


카인은 빈민가에 대해 잘 알았다.


「아카데미 검술천재」에 등장한 빈민가는 카인의 홈그라운드 였으며 지금 카인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카인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얘넨 밀수로 먹고살거든요. 나라에서 상업 허가를 안내준다고 하네요.”

“그런걸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아시는겁니까?”

“책에서 봤어요.”

“요즘 책들은 참 유용하네요.”

“그렇죠? 아무튼 책에 의하면 나라의 중대사가 있을때 밀수는 더 활발해진다고 해요. 황제의 사냥이라던가.”


소설속 카인은 유스타스가 황제의 호위를 위해 떠나자 좋아하는 검술연습 시간이 사라져 몰래 저택을 빠져나온다.


길을 잃고 빈민가에 흘러들어간 카인은 대성통곡을 하며 뛰어다니는것으로 빈민가 내에 광역도발을 걸게된다.


결과적으로 카인을 지켜보던 첩보기관 매가 관여해 길버트는 빈민가와 연줄을 놓게 되지만···.


‘이것들은 무능하니까, 내가 직접 먹어야지.’


“우선 도착하면 사람좀 만나러 다녀봅시다. 내 영역이니까.”

“...내 영역?”


에델의 하얀색 망토는 순식간에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시의 외곽으로 나아갈수록 점점 시선은 줄어들었다.


개중 어떠한 목적성이 옅보이는 시선도 섞여있었으나 비장한 표정의 하얀마법사는 주변을 겸손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덕분에 카인은 누가봐도 부잣집 호구 도련님처럼 보였지만 그 어떠한 호객이나 위협조차 받지 않고 빈민가를 향해 갈 수 있었다.


나름 비밀리에 가는것이라 마차도 대동하지 않고 걸어서 이동했다.

메리의 신신당부와 샬렛의 걱정어린 표정을 뒤로한 채 저택에서 나왔던것이다.


‘예상과 다르더라도 에델이 있으니까 괜찮아.’


한껏 진지한 에델을 바라보는 카인.


어깨를 툭툭 쳐주고 싶었지만 손이 닿지 않아서 허벅지를 툭툭 건드렸다.


“긴장 풀어요 선생님.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라니까요?”

“그럴 순 없습니다. 지금 소가주님의 안전을 제가 담당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카인과 에델은 빈민가에 들어섰다.


이곳은 풍기는 냄새부터 달랐다.


누더기를 걸친 여윈 사람들은 찌를듯한 식초냄새가 났고

무분별하게 세워진 건축물들 사이로 난 좁은틈은 바람한점 불지 않았다.


입구부터 누구라도 선입견을 가질만한 처참한 환경.


하지만 카인은 알았다.

이런식으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것이다.


“선생님? 사람 사는곳은 다 규칙이 있어요.”

“···.”


에델은 한껏 긴장해서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인은 멋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빈민가 사람들은 외지인을 환영하지 않습니다. 입구만 봐도 알겠죠?”

“···.”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라 그나마 다들 사람답게 살고 있습니다.”

“···.”

“선생님 대화하는거 좋아하시는데 왜 한마디도 안해요?”


에델은 전투모드에 들어가 있었다.


실전을 겪고 마법사의 길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깨달은 에델은 은퇴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에델의 재능을 눈여겨 본 마탑주의 반대에 아카데미로 향해 마법이론을 정립했다.


그런 에델이 카인의 도움 요청으로 3년만에 지팡이를 잡은 것이였다.


“선생님? 선생님!”

“네, 소가주님. 중요한 일인가요?”

“지팡이에 마력이 담겨있잖아요! 지금 빛나고 있다구요.”

“좁은 지형은 마법사에게 불리합니다. 이 과정으로 영창 속도를 줄일 수 있어요.”


이 선입견 가득한 마법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가 제국의 지혜래.’


카인은 의도적으로 에델의 발을 밟았다.


“으앗!”

“선생님 정신 좀 차려요. 지팡이 두 손으로 잡고요. 옳지. 세우지말고 그렇게 가로로 들고있어요.”


카인은 손을 번쩍 들어 에델의 팔목을 잡았다.

혹시라도 사고 치면 큰일날 것 같다.


노가리나 좀 깔 생각으로 왔건만 에델은 사람을 죽일 생각을 잔뜩 하고있나보다.


“일단 따라와요. 대충 보니까 알 것 같아요.”

“소가주님. 아무리 그래도 제가 앞장 서겠습니다.”

“뭘 앞장서요. 길 알아요?”


당당히 빈민가를 향해 나아가는 카인.


에델의 옷깃을 잡고 질질 끌고간다.

물론 끌려오진 않았지만.


이리저리 나있는 미로같은 좁은 골목길.


방치된 폐건물과 잡동사니들은 이동동선을 더욱 더 비효율적으로 만들었고

어째선지 카인과 에델은 같은 자리를 빙빙 돌고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가주님! 이 나무더미 아까 본 것 아닌가요?”

“어··· 그러네요? 선생님 눈썰미가 예리하신데요? 다른길로 가볼까요?”


카인의 당당했던 모습은 점점 사라져간다.

역시 머리로 아는것과 직접 겪는건 다르다는걸 몸소 깨닫는 카인.


카인은 돌연 멈춰섰다.


뒤돌아 서서는 경직된 미소로 에델을 빤히 쳐다본다.


에델을 잡고있던 소매도 슬그머니 놓았다.


“소가주님? 괜찮으세요?”

“저 선생님? 제가 몹시 실례되는 말을 한마디 해도 될까요?”

“왠지 말씀 안하셔도 예상이 가는데요?”

“네. 그 예상이 맞는 것 같아요. 저희 길 잃은 것 같아요.”


어째선지 카인은 소설속 상황과 마찬가지로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저··· 선생님?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정중히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카인의 말에 에델은 쿨한 표정으로 살짝 웃어보인다.


“괜찮아요 소가주님! 정말 열심히 길을 찾으신거잖아요?”


과도한 제스처와 강한 긍정.


당당함을 잃고 초조해진 카인의 표정에서 불안을 엿본 에델은 어째선지 평소의 안정감을 되찾았다.


소가주님은 뛰어나신 분. 하지만 아직 열살밖에 되지 않으셨다.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길을 찾아볼께요. 처음 가보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될거에요!”

“저, 선생님? 그게 아니라요···.”


우물쭈물하는 카인.

쪼그려 앉아버렸다.


“혹시 수납마법이나 이동마법같은것도 쓰실 수 있으세요?”

“제 전문분야는 아니네요. 원소계열은 잘 다루지만 마력장벽과 함께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

“제 생각엔 아마 선생님은 이 두가지를 혼합한 마법도 쓰실 수 있을거에요.”


아리송한 표정의 에델을 애써 무시하며 카인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도를 전한다.


“제가··· 다리에 쥐가 났는데요? 혹시나 해서 그런데요? 저를 들어서 좀 운반해주시겠어요?”


작은 뽀시래기의 몸에 과부하가 일어나고 있었다.

다리에 젖산이 가득 쌓여서 쿡쿡 쑤시는 카인.


알이 잔뜩 배겨서 울고싶을정도로 아팠다!


“저희 친구 하기로 했잖아요? 업히세요!”

“실례 좀 하겠습니다.”


그렇게 카인은 에델의 등에 탑승한 채 길찾기를 명령했다.

몰락한 가문출신 악당들의 흑막답게 또 남을 부려먹고 있는 카인이였다.


도심의 미로는 에델에게 문제되지 않는다.

빈민가의 구조를 게임속 맵을 밝히듯 기억해나가는 에델.


그와 동시에 카인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은은한 마법장벽을 가동시켜 빈민가의 악취가 나지 않게 했고

장벽은 온도조절 효과도 있어서 에델의 등에 탑승한 카인은 참으로 편안했다.


“소가주님? 주무시나요?”

“아, 아니에요. 안잤거든요?”


코골다 들킨 카인.

체감상 몇시간은 업혀 있던 것 같다.


에델은 오히려 이러고 있는 편이 카인을 보호하는데에도 훨씬 용이하고 안전했기에 마음이 놓였다.


선천적인 마력의 내재량이 압도적인 에델의 신체는 스스로 의도하지 않아도 오러를 불여넣은 듯 항상 강인했다.


덕분에 세명분의 카인이 포개어 업혀져 있었더라도 에델은 끄떡하나 안할 정도다.


“소가주님? 길에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보세요 나무토막에 칼집이 난 흔적이 있죠?”

“아! 맞다. 선생님 역시 대단하십니다. 제가 미처 그걸 못봤습니다.”

“그렇죠? 이게 경험의 차이랍니다.”


카인은 에델을 데려와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에델은 흔들림 없이 아주 편안했다.

가끔 에델의 금발이 흔들려서 코가 간지러웠던 걸 빼면 10점만점에 10점이었다.


물론 이럴 생각으로 데려온것은 아니였지만 정말 훌륭한 마법사다.


“소가주님, 어떻게 빈민가까지 생각하신건가요?”

“뭐가요.”

“그저께 절 설득하셨을때요. 뭐라고하셨죠? 진영논리?”


에델의 물음에 카인은 고심했다.

그리고 에델을 믿어보기로 정했다.


에델이 먼저 제안에 대한 성의를 보였다.

향후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라면 정보의 공유는 필수다.


“미리 눈도장 찍어놓자는거죠. 편가르기나 하잔겁니다. 열살처럼.”

“왜 그걸 빈민가에서 하시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카인은 땀을 뻘뻘 흘렸다.

에델의 마력에 힘이 들어가 마력장벽내의 온도가 뜨거워지고 있다.


“선생님. 이 문제는 에센이 엮여있습니다. 여기 대가리가 에센의 꼭두각시가 되기 전에 저희가 접수할겁니다.”

“소가주님. 이걸 말해선 안된다는걸 알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것입니까?”

“일단 그런걸로 쳐요.”


카를라인가의 핏줄.

선대의 기억을 엿볼 수 있는 초자연적인 힘.


카를라인을 카를라인으로써 있을 수 있게 만드는 마력.


‘소가주께선 마력이 개화하신거다.’


에델은 그렇게 믿었다.

그것밖에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설명할 방도가 없다.


“그럼 소가주님. 당연히 이 일이 들킬때의 파장을 알고 계시는겁니까?”

“시작은 에센이 했죠. 그런데 선생님? 전 가진건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가주님. 지금 그 말씀은?”

“힘의 균형을 맞춰나가야죠. 아직 한참 모자라지만.”


카인은 눈을 감았다.

천천히, 그리고 확신있게, 계획의 일부를 실토한다.


“열살짜리 코흘리개가 정치질 하고있다곤 아무도 생각 못할 것 아닙니까? 설령 들킨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잡아떼면 그만이니까. 약자의 입장은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빈민가를 오신겁니까?”

“네. 가문의 몰락을 막기 위해 에센부터. 그리고···.”


‘그리고 라파엘까지.’


에델은 카인의 생각을 알게되자 걱정보단 마음이 놓였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내보여 준 속마음이였고 그 스케일의 크기만큼이나 카인의 마음고생 또한 상당했음을 알았다.


에델은 고개를 카인쪽으로 돌리곤 환하게 웃는다.


“이제 비밀친구네요?”

“뭐, 그렇게 됐네요.”


에델은 업혀있는 작은 카를라인의 존재가 커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른의 세계에 너무나도 일찍 들어온 조그마한 아이에 대한 연민감도 함께.


한편 빈민가 옥상의 두 검은 그림자는 에델과 카인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

에델의 마력장벽이 소리가 새어나가는 것 조차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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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스 에델 (3) 24.09.03 9 1 13쪽
8 바이스 에델 (2) 24.09.02 9 1 12쪽
7 바이스 에델 (1) 24.09.01 12 1 14쪽
6 그런 세계 24.08.31 19 1 14쪽
5 열살의 처세술 24.08.30 19 1 13쪽
4 천리길도 황궁에서부터 24.08.29 23 1 13쪽
3 글자만으론 판단할 수 없어 24.08.28 26 1 13쪽
2 아. 깨달아버렸다. 24.08.27 30 1 14쪽
1 카를라인가 24.08.27 4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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