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물이 아니에요 꼬마가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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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성
작품등록일 :
2024.08.27 16:46
최근연재일 :
2024.09.0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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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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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스 에델 (2)

DUMMY

자정이 막 넘어가는 시각 카를라인가 서재.


길버트와 에델은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바이스경, 그대가 살펴본 카인은 어떠한가?”

“카를라인가의 축복입니다. 허나···.”

“허나?”


에델은 침을 삼켰다.


작은 등불만 하나 켜져있다.


보이지 않는 암막들은 이 공간을 더욱 좁게 느껴지게 만들었고

두 사람의 목소리만 잔잔히 울려퍼지는 정적인 공간은 서로간의 경직된 무드를 만들어낸다.


에델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


길버트 또한 그답지 않게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도련님은 항상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십니다. 획기적이고··· 또 대담한 발상들이죠.”

“경. 본론을 이야기하게.”


에델은 다소곳이 손을 모아 두손으로 책상을 집는다.

길버트를 응시한 두 눈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소가주님은 위험합니다. 수많은 정적을 만들어 내실거에요.”


사건의 발단은 일주일 전.

에델의 친구선언 이후의 이야기다.


***


카인에게 새로운 일과가 생겼다.

에델의 말동무를 해주는것이다.


검술 스승 유스타스는 황제의 명을 받아 황족들의 사냥 호위를 위해 일주일간 가문을 비웠고

카인은 나름 고귀한 신분인지라 자유시간이 생겨도 자유롭지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자기딴에선 고귀한 신분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냥 과보호 였다.


언제 어디로 통통 튀어나갈지 모르는 호기심덩어리를 길바닥에 내놓을 순 없는 일이였음을 가문의 구성원들은 모두 암묵적으로 알고있었다.


아무리 보이지 않는 시선이 24시간 카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다고 해도 말이다.


“도련님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시나요?”


그래서 더더욱 에델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냥 뭐, 세상 돌아가는 그런 생각이죠.”

“꽤 흥미진진한데요? 소가주님의 눈엔 세상이 어떤식으로 보일지 궁금하네요!”


카인은 에델을 대하기 힘들었다.

눈을 내리깔고 건성으로 대답해도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에델은 대화를 나눌줄 알았다.

아니 그냥 이 사람은···.


카인은 머릿속에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아무말이나 뱉어보자고 생각했다.

스타트를 끊은건 카인이였다.


“저 나무 멋있네요.”

“곧 여름이니까요, 소가주님은 꽃이나 과일중엔 어떤게 더 취향이신가요?”

“마지막 잎새. 아낌없이 주는 나무.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꽤나 시적인걸요? 그런 생각을 갖고 계셨군요?”

“새우볶음밥은 강불에서 강하게 볶아야 그 풍미가 잘 살아나며 요 근래 내가 가장 먹고싶은 음식 1순위에 있는 쌀을 사용한 천상의 음식이에요.”

“와, 소가주님 정말 말을 빠르게 잘 하시네요! 나무와 새우볶음밥이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제 사견을 말해보자면 무언가에 빗대어 표현하신거죠?”


책상에 손을 짚으며 벌떡 일어나는 에델.


카인은 흐리멍텅한 눈으로 에델의 시선을 피했다.


시선이 너무 부담스럽고 왜인지 항상 열정에 가득 차있다.


물론 에델과 이야기 하는게 흥미롭긴 하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에델이 생성한 고유공간. 토크지옥의 늪에서 허우적 거리는 카인이였다.


‘이러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겠네.’


카인은 확신했다.

에델은 토크력의 정점을 찍은 여자다.


그 아무리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주제를 말한다 한들 에델은 그 주제를 가지고 2시간은 즐겁게 떠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을것이다.


에델이 괜히 대화를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였다.


“근데 선생님은 이렇게 말 많이하면 안피곤해요?”

“지식과 지식의 만남에서 새로운 지식이 생겨나는걸요. 서로의 부딪힘이 격렬할수록 더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지는거죠!”


의기양양하게 외치는 에델.


카인이 보기엔 그냥 애같다.

어쩌면 그 찐빵들의 어른버전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에델은 어른이였다.


하지만 에델은 똑똑한 어른.

미성숙한 아동과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에델이 가진 지식중 하나였다.


에델은 카인과 절친한 사이가 되고 싶어서 동심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현재 에델은 정신연령 레벨에 보정을 걸었다.

응애를 응애에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어른스러운 튜닝도 곁들인 상태로.


“카를라인가의 항구도시에 가신다면 맛있는 해산물을 드실 수 있을거에요! 그땐 꼭 새우볶음밥을 먹어요! 또 어떤게 드시고 싶나요?”


손짓 발짓 과장해가며 목소리톤을 높이는 에델.


미성숙한 아동과의 커뮤니케이션.

과장된 제스처, 강한 긍정, 대화를 이끌어 나가되 주도권은 아이에게.


카인은 삼신기로 무장한 에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하아, 그냥 선생님 이야기나 들려주세요.”


전투력의 차이를 실감한 카인은 결국 타협했다.

결국 항상 하던대로 실없는 이야기나 하고 있으면 될 것이다.


“주제가 너무 넓은데요?”

“아카데미에선 어땠어요?”

“저야 항상 공부만 했죠. 아닌 것 같으세요?”

“선생님은 꽤 인기 많았을 것 같은데요.”

“어렸을땐 인기가 없었고 아카데미에선 시간이 없었네요. 도련님은요?”

“···.”


에델이 카인과 이야기하며 한가지 깨달은 부분이 있었으니 절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


남아있는 방어기재. 이 조그마한 가슴이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지 에델은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마법사죠?”

“관심있으신가요?”


-퐁


앙증맞은 폭발소리와 함께 에델의 손에 생겨난 불꽃.

열을 압축한 동그란 구는 아주 작은 크기지만 카인은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제가 한 마법 하거든요! 소가주님이 관심 있으시다면 잘 알려드릴께요! 어쩌면 대마법사가 되실수도 있다구요?”


다시 손짓 발짓 과장된 제스처를 행하는 에델을 다소곳이 만들만 한 카인의 대답.


“그걸로 사람도 죽일 수 있어요?”


그 한마디에 에델은 자신의 접근법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열살 아이의 입에서 왜 이런말이 나온단말인가.


“소가주님? 그런말씀은 하시면 안돼요. 너무 슬픈 말이라구요?”

“괜찮아요. 그럴 일 없게 할테니까. 손에 든 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아서요. 아, 그니까 아는게 많으면 좋잖아요? 선생님에 대해서라도.”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게 아니였는데···.”

“선생님은 믿을만하신 분 같아요. 친구하자는게 마냥 실없는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마법사.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살아있는 인간병기.


모든 인간이 몸속에 마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계에서 마법사는 그 마력을 오로지 순수한 파괴만을 위해 단련한 자들이였고 경외받고 두려운 존재였다.


카인은 그렇기에 에델을 떠봐야만 했다.


에델이 손가락을 한번만 튕긴다면 순식간에 통구이가 되버릴지도 모를 일이였고


앞으로 해결해나갈 수많은 일들에 내놓을 손패로써 사용할 수 있는지 확실히 알아봐야만 했다.


그동안 이야기를 나눠본 바 에델은 인간적이고 공감능력이 강하다.


‘소설과는 다르다.’


카를라인 가문 멸족 후 효율성과 실리를 중시하며 사람의 죽음을 인력의 소모쯤으로 여기는 바이스 에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카인은 빙그레 웃었다.


“선생님은 마법으로 사람을 살리시는 것 같아요. 지금은요.”


에델은 카인의 의미심장한 대답에 은은한 미소로 답할 뿐이였지만 경직된 미소는 파르르 떨린다.


지긋히 미소짓는 카인을 바라보자 큰 가주의 모습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아버지 길버트처럼 카인또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재주가 있는 듯

작다고 해서 카인이 카를라인이 아닌 것은 아니다.


똑똑똑-


서재에 울리는 둔탁한 목조음.


“실례합니다. 스튜어트씨가 과자를 구워주셔서 좀 드시며 대화 하시는게···.”


과자를 리필하러 온 샬렛.

경직된 미소를 띄우며 두 사람 사이로 살며시 걸어온다.


조금 놀란 얼굴의 에델님과 뚱한 표정의 도련님.


이 얼어붙은 분위기는 무엇이란 말인가!


“오늘 정말 날씨가 좋네요! 그렇지 않나요?”

“···.”

“···.”


샬렛이 어렵게 꺼낸 한마디에 두사람 모두 반응하지 않는다...


그야 에델은 카인을 재평가하느라 골똘히 생각중이였고

카인은 자신의 패를 드러냈다고 생각하여 경각심이 곤두서있는 상황이였으니까.


그래서 샬렛은 조금 울고싶은 기분이 들었다.

도련님이 혼나신건가 싶어서 말이다.


“도련니임! 곤란한 상황이 생기면 꼭 도와주세요! 하고 크게 소리치셔야 해요?”


카인에게 엉겨붙는 샬렛.

토라진 카인을 위해 열심히 쓰담쓰담 하고있다.


“도와준다라?”

“아 도련님! 에델 선생님도 도련님을 생각해서 하신 말씀이셨을거에요! 그렇게 토라지지 않으셔도 될거에요! 아마도요!”


자신의 볼을 두들기는 에델.


“아니에요 샬렛씨. 오히려 제가 소가주님을 너무 얕잡아 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샬렛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세개정도 떠다녔지만 물음표는 점점 길어지더니 느낌표로 변해갔다.


“저, 도련님이 꾸중들은건 아닌거죠? 우리 도련님이 얼마나 섬세하신분 이신데요!”


그런 와중에도 카인은 대화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골똘히 생각했다.

샬렛이 엉겨붙어서 머리를 쓰담쓰담 하는것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도와달라라...’

‘카인의 10살 생일 전 황제가 사냥을 갔을 때 무슨일이 일어났었지?’


“아앗!!!”


눈을 부릅뜬 채 뜬금없이 악을 지른 카인.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에델 선생님. 도와주실일이 좀 생겼습니다.”

“물론 도와드리겠습니다만, 어려운 부탁인가요?”

“아뇨. 정말 간단한 부탁이에요.”


카인은 에델을 향해 빙그레 미소지었다.


엉겨붙은 샬렛의 옆구리를 툭툭 건드려 떨어지게 만든 후 어깨를 풀었다.


“같이 놀자고 하셨죠? 저희 역할극 한번 할까요?”

“꽤 관심가는걸요? 주제는 어떤건가요?”

“저는 빠질게요 도련님. 또 드래곤 같은 이상한 건 창피하단 말이에요.”


샬렛은 스리슬쩍 자리를 빠져나왔다.


에델 선생님의 고생하실 모습이 벌써 눈에 선했지만 기회가 되면 훔쳐보고 싶었다.


‘크아앙 크아앙 외치면서 뛰어다니는 에델 선생님이라.’


끼이이익-


작은 서재의 문이 닫혔다.


샬렛이 나가자 카인은 방금 번뜩이듯 생각난 작전을 실행에 옮기기로 계획했다.


“주제는 태풍을 일으키는 나비를 곤충채집망에 넣는다. 에요.”

“도련님의 비유는 참 시적이여서 알기 어렵네요. 부끄럽지만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밖에 나가서 놀자구요.”


카인 혼자선 카를라인가 저택 밖으로 외출하는건 불가능하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저택의 구성원들은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가능해.’


에델은 마법사다.

혼자서 백명분의 정규군을 상대할수도 있는 걸어다니는 인간병기.


그러한 인간병기들 중에서도 에델은 마탑의 인정을 받은 고급 브랜드 인간병기.


“샬렛씨 말처럼 날씨도 좋으니 정원으로 나가볼까요?”

“그것보다 더 밖이요.”


에델은 카인이 무슨말을 하는지 깨달았다.

저택가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시는 것이다.


당연히 거절해야한다.


거절해야만 하지만...


아까의 미심쩍었던 대화.

왜 이렇게 머릿속에서 맴도는걸까?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이유라... 노는데도 이유가 필요하긴 하죠. 들어보세요?”


카인의 작은 역할극이 시작되었다.


카인의 설득은 오랜시간을 걸쳐 이루어졌다.


중간에 메리가 들어와 카인의 볼따구를 쿡쿡 찌르고 가기도 하고

세인이 들어와 인사 한번 쎄게 박고가고

세실리아가 들어와 오늘은 비번인 토끼인형 대신 곰인형을 질질 끌고오기도 하고.


정말로 꽤 오랜시간에 걸친 이야기였다.


“그래서 빈민가. 가실꺼에요 말꺼에요? 가셔야해요. 그러라고 말씀 드린거니까.”

“소가주님. 무슨일이 생길지 짐작도 안됩니다. 치안이 정말 좋지 않은곳이에요.”

“그래서 선생님한테 말씀드린겁니다. 제가 하는말은 이해 하신거 맞아요?”

“솔직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하나도 이해 못했습니다. 하지만 확신하고 계신다는건 알겠습니다.”


날이 저물고 있었다.

서서히 그림자가 지고 있다.


“그럼 소가주로써 명령하겠습니다. 제가 빈민가에 가는걸 호위해주세요 바이스 에델.”


유사시에 쓸 패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카인은 악당을 포섭하기로 정했다.


'마침 마법사도 옆에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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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바이스 에델 (1) 24.09.01 12 1 14쪽
6 그런 세계 24.08.31 18 1 14쪽
5 열살의 처세술 24.08.30 19 1 13쪽
4 천리길도 황궁에서부터 24.08.29 22 1 13쪽
3 글자만으론 판단할 수 없어 24.08.28 26 1 13쪽
2 아. 깨달아버렸다. 24.08.27 30 1 14쪽
1 카를라인가 24.08.27 4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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