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물이 아니에요 꼬마가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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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성
작품등록일 :
2024.08.27 16:46
최근연재일 :
2024.09.0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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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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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깨달아버렸다.

DUMMY

당돌하게 제안한 아들을 보며 길버트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 애비에 그 아들이군.’


자신의 어릴적 모습을 카인을 통해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나의 아들이니 분명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있을터.


지금은 혼을 낼 것이다.


그러나 내 아들이라면 반드시 분함에 못이겨 정진하려 할 것이고 그땐 잔뜩 칭찬해주면 될 일이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일주일간 외출금지. 또한 두달간 용돈 또한 주지 않을것이다.”

“상관없습니다.”


길버트는 아들의 당당한 모습에 웃음이 새어나올뻔 하여 눈에 잔뜩 힘을 주었다.


한스 또한 가주께서 모처럼 살짝 내비친 감정에 작은 미소를 띄었다.


“한스.”

“준비하겠습니다.”


가주께서 말하지 않아도 한스는 그 의도를 알았다.

같이 지낸 세월이 30년이 넘었다.


한스가 나가자 길버트는 조용히 카인에게 손짓했다.


“이리오거라.”

“알겠습니···. 앗!”


길버트는 카인을 안아올려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아들이 반항적으로 변한 뒤로 얼마만에 안아보는건지 모르겠다.


정작 카인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스킨십에 당혹감이 몰려왔다.

카인은 길버트의 세세한 면을 잘 알고 있었다.


‘제국의 단검. 피도 눈물도 없는 길버트.’


벌벌 떠는 아들의 모습을 단번에 파악한 길버트는 공교롭게도 마지막 남은 의심의 한가닥을 완전히 접었다.


아들은 자신이 뱉은 말을 후회하고 있는것이다.

자신 또한 한번 내뱉은 말에 후회한 적이 몇번이고 있었으니까.


“그리 걱정하지 말거라. 한스가 있어서 그리 말한것이니.”

“어떤걸 말입니까?”

“혼은 날것이다. 하지만 이후 잘 하면 되지 않겠느냐?”

“아··· 네.”


똑똑똑


한스는 카인의 가정교사를 데려왔다.


카인이 보기에 이미 이야기가 끝나있는 것 같았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작은 가주님의 교육을 담당중인 바이스 에델 입니다.”

“면접 이후 오랜만이군. 바로 시작할 수 있겠나?”


카인은 가정교사를 유심히 바라봤다.


바이스 에델?

수석으로 마탑을 졸업하고 제국의 지식이라 평가받는 마법사 아닌가.


「아카데미 검술천재」의 600화가 지나서야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카인과 바이스 에델은 케롤라인 가문이 멸족후에도 긴히 연락했던 사이였고

불타는 카를라인 저택에서 카인을 빼돌려 달아난 인물또한 바이스 에델 이였다.


“도련님? 앗, 정정해서 소가주님 이라고 불러드려야 할까요? 뛰어난 소가주님을 위해 엄선한 시험이랍니다.”


서재의 창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금색 긴머리를 휘날리며 카인에게 웃어보이는 에델.


아직 배우지도 않은 문제들이라며 나중에 자신에게 잔뜩 투정부리겠지만

한스님께서 언질을 주셨으니 괜찮을것이다.


‘일곱문제 정돈 맞으실테니 나중에 칭찬해드리자.’


에델은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있는 카인에게 문제지를 건냈다.


말썽부릴땐 참 곤란하신분이지만 이렇게 얌전할때는 토끼같으시다.


“소가주님 열심히 하셔야한답니다? 아버지가 보고 계시니까요!”


카인은 에델이 엄선했다던 문제를 바라봤다.


실소를 참을 수 없었다. 그래도 참았다.


‘너무 쉽다.’


현대인 천재론을 극혐하던 카인이였지만 이번 만큼은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난이도별로 친절히 나열된 숫자들을 바라보며 카인은 펜을 잡았다.


빠르게 종이를 채워나가는 카인.

에델의 표정은 작은 웃음에서 당혹감으로 바뀐다.


“도련님. 실례합니다만 이 x표시는 왜 쓰신겁니까?”

“아직 모르는 수니까요. 일단 표시만 해두고 생각하려는거죠.”


만 10세.

우리 세계의 기준이라면 8살의 나이인 카인이다.


「아카데미 검술천재」의 작가는 연재 초반에 작은 실수가 있었다.

만으로 표기된 나이는 우리세계보다 2살 많은 나이가 되었다.


카인은 현대인 천재론이라고 생각하며 기분이 나빴지만 문제를 푸는 카인을 바라보는 세 어른들의 생각은 달랐다.


아직 가르치지도 않은 지식들을 스스로 학습했다는 점에서 카인은 놀라웠다.


그렇지 않은가?

피타고라스의 공식을 배워서 이해하는것과 직접 스스로 깨친다는것의 차이는 마치··· 피타고라스 본인 그 자체가 아닌가.


카인은 문제지를 빼곡히 채웠다.

에델 바이스는 자신과 비등할수도 있겠다는 이 천재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처음엔 돈이 필요해 공작가의 가정교사직을 맡으려했다.


대개 아이들의 부모들은 자신의 어린 아이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공작가 또한 그런류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가르치나 다른자가 가르치나 크게 달라질것이 없었다.

어린 아이들의 의무적인 교육은 대개 그런것이였으니까.


하지만 이 아이는 진짜가 아닌가?


“모두 정답입니다. 한스님 저희가 졌네요.”

“이거 참··· 출제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에델님. 도련님께서 따로 몰래 공부라도 하셨던건지.”


서재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제 나가도 돼요?”

“잠깐. 카인! 내 얼굴을 바라보거라.”


길버트는 아들이 몰래 공부라도 한 것이 아닌지 의심부터 들었다.


아이의 거짓말은 길버트에게 너무나도 간파하기 쉬웠다.

한번 떠보면 될 일이었다.


“언제 따로 공부라도 한 것이냐?”

“저 공부 싫어하는데요.”

“그게 아니다. 네 아니오로 답하거라. 공부시간 외에 따로 공부한적이 있느냐?”

“아뇨.”


길버트는 진실을 말하는 카인을 바라보며 눈만 깜빡일뿐이였다.


“나가보거라.”

“이제 아침에 공부 안해도 돼요?”

“그래.”

“감사합니다!”


길버트의 무릎에서 내려온 카인은 뽀짝뽀짝 서재에서 나갔다.

중간에 배꼽인사 한번 조져주고 문 닫는것도 잊지 않았다.


“이거참. 어떻게 생각합니까 바이스경?”

“경이라니. 갑작스럽습니다 가주님.”

“곧 경이 되실분이지요.”

“너무 격식을 차리십니다 가주님. 편히 대해주셔도 된답니다.”

“이렇게 훌륭하게 아들놈을 교육하신 경에게 어찌 쉽게 말을 놓겠소. 내 안목은 틀림 없으니.”


에델의 표정이 흔들린다.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한게 없기 때문이다.


그저 책상에 앉아있는 습관만 들이게 할 뿐이였다.

하지만 왜 그토록 작은가주께서 공부하길 싫어하는지 에델은 드디어 이해가 되었다.


‘천재니까.’


흔들리는 에델의 표정을 길버트가 눈치채지 못할리도 없었다.


“차라도 한잔 내오겠습니다.”


한스가 나가자 무거운 침묵만 계속되었다.

길게 느껴지는 정적을 먼저 깬 건 에델이였다.


“가주님. 혹시 저 이제 해고되는건가요?”

“그럴수도 있겠구만. 아침공부를 시킬 건덕지가 없으니.”

“가주님! 재능을 썩히는겁니다. 카인님께선 엄청난 소질이 있습니다!”

“봉급은 계속 주지. 일단은··· 가문의 상담역이라도 하고 있으면 되겠지.”

“받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저 재능이 올바르게 사용됐으면 할 뿐입니다.”


길버트의 마음에 다시한번 의심의 싹이 자라났지만 의구심은 잠시 구석에 쳐박아두었다.

아들이 똑똑하다는데 싫어할 부모가 어디있겠는가.


***


서재에서 나온 카인은 머리가 아파왔다.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꿈이 아닌것이다.


일단 깨질 않는다.

볼을 꼬집어 봤는데 아프다.


소설에 묘사된대로 어린 카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몰래 지켜주는 호위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


‘큰일났네.’


카인은 소설의 내용을 떠올렸다.

하지만 웹소설이란 대개 읽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짧은 이야기들.


인상깊은 몇몇 장면을 제외한 1천화가 넘는 긴 이야기들의 스토리라인을 세세히 파악하는건 힘든 일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카인은 서재처럼 사용된 빈 방 하나를 찾아냈다.

방에서 종이나 펜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왠지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지만 알게뭐람.


“아! 오빠다!”


자기 몸만한 토끼인형을 끌고다니는 세실리아.

카를라인 가문의 막내딸이 불쌍한 토끼를 땅에 질질 끌며 다가왔다.


“세실리아. 여기서 뭐하는거야.”

“놀러왔어.”


세실리아는 카인과 자꾸 부딪히며 유년시절부터 사이가 나빠질 운명이다.


본디 소설이란게 그런 어쩔 수 없는 인과관계가 필요한 이야기들의 모음이니

이상할것도 없다고 카인은 생각했다.


카인은 그러한 작위적인 부분을 잘 알았다.

나중에 자신에게 칼을 겨누고 소설 주인공인 라파엘의 최측근이 될 이 아이에 대해서도 말이다.


“넌 공부 안해?”

“안해.”

“나도 오늘부터 안해.”

“그럼 놀자.”


아마··· 카인보다 세살 어렸던가?


“그럼 잘 봐.”


카인은 그림을 그렸다.

소설속 이야기를 보다 더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마인드맵을 그렸다.


“와! 그림 잘그린다.”

“그치? 이게 나무야.”


카를라인 가문에서 시작된 작은 원 하나.


시간대별로 사건별로.

카인은 하나 하나 소설속의 이야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동그란거 안에 있는건 뭐야?”

“이거? 이걸 뭐라고 해야하지. 이건 나무들 씨앗이야.”

“씨앗?”

“씨앗에서 어떤게 나올지 생각하는거야.”

“여기선? 여기선 뭐가 나오는거야?”


세실리아의 손이 가리키는 부분은 악당이였던 카인이 슬슬 세탁기를 돌리려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하는 소설의 후반부. 카인의 과거시점 이야기.


카인의 10살 생일잔치에서 벌어지는 희망찬 이야기다.


“여기선 칼이 나와.”

“어떻게 씨앗에서 칼이 나와!”


카를라인 가문이 변곡점을 그리며 기울어져가는 스타트 지점이라고 해야할까.

준비는 해둬서 나쁠것이 없다.

어쨌든 내 생일잔치가 아닌가.


“짜잔! 이렇게 마법을 부리면? 칼이 밥으로 변해!”

“밥? 무슨밥인데?”

“딸기밥.”

“우웩. 맛업어보여. 난 딸기로 만든 밥 안먹을래.”


애꿋은 토끼인형에 화풀이 하지 말아주렴 세실리아.

토끼의 귀여운 얼굴이 붕붕펀치를 맞고 쭈그러들었잖니.


카를라인 가문의 피를 이어받아선지 이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도 속은 시꺼멓단건가?


속이 새까만 딸기.

이놈이 문제란말이지.


“이 딸기는 속에 칼이 들어있어서 먹으면 안돼.”

“와! 그럼 안먹을래.”


세실리아를 바라본 채 다리를 꼬는 카인.


카를라인 가문은 제국의 수도에 거주하는 집안이다.


따로 담당하는 영토가 있긴 하지만 아버지인 길버트가 하는 일을 생각하면 그럴만 하다고 생각한다.


수도. 그것도 황궁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공작가 저택에서 일어난 카인을 노린 독살시도.

독에 중독당해 괴로워하는 아들을 본 길버트가 분노하여 제국에 피바람이 몰아치게 된다.


카인의 마인드맵은 점점 넓어져간다.


‘여기선 연기 한번 조지고.’

‘여기선 이새끼 한번 조지고.’

‘이건··· 모르겠네.’


세세한 스토리가 기억이 안난다.

자기 탓보단 작가 탓을 하는게 낫다.


‘작가야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냐?’

‘이러면 말이 되나? 라파엘 정신머리 하고는. 여자 후리고 다니는 미친놈.’


상상의 나래는 커져갔다.

가문에서 꿀빠는 생활을 하기 위해선 가문을 지켜야 한다.


열심히 짱구를 굴리는 카인을 세실리아는 유심히 바라본다.


오늘은 상냥한 오빠가 좋았다.

틈만나면 볼따구를 잡아당기고 머리채 잡아당겨서 화가 났지만 저택에선 큰오빠와 작은오빠 밖엔 이야기 할 또래가 없었다.


“오늘은 안싸울거야 오빠?”

“왜 싸워. 그럴 시간이 어딨어.”


탁자에 팔을 괴고 생각에 잠기는 카인.

잠시 그러고 있으니 조급한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세실리아님! 걱정했잖아요!”

“엠마다! 안녕 엠마.”

“또 소가주님에게 혼나셨나요 세실리아님?”


유모··· 였나?


“엠마님 안녕하세요.”


엠마의 표정이 굳는다.


“카인님.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편하게 말한건데요.”

“그게··· 아닙니다. 세실리아님은 데리고 갈까요? 방해가 되셨다면 바로···.”

“아뇨. 씩씩하고 좋네요. 토끼는 좀 불쌍하긴 한데.”

“...토끼요?”


편하게 대해달라는 엠마의 얼굴을 봐서 손짓한번 휙휙 하자 엠마는 세실리아를 안고 방에서 나갔다.


“아! 놔줘! 같이 놀꺼야!”

“세실리아님. 소가주님을 방해하시면 안됩니다! 또 혼나실거잖아요!”

“그럼 엠마랑 놀아야지! 오빠 나중에 봐!”


카인은 엠마에게 안겨 끌려가는 세실리아를 바라본 채 작게 중얼거렸다.


“이 저택엔 정상이 없어. 정상이.”


저 인자한 아주머니를 어느 누가 암살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아무튼 배신하려면 한참 남긴 했는데.


시간별로 사건을 정리했지만 정말 이게 맞는걸까?

카인은 의미심장 하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카인식 타임라인에 따르면 가장 가까운 시일에 일어나게 될 일.


'황궁에서 아이를 울린다라...'


항상 이런 작은 스노우볼은 나중에 큰 사건을 불러 일으키게 되지만···


‘안하면 그만 아닌가?’


대부분의 사건들이 이런식이니 말이다.


카인은 생각을 마쳤다.


서재로 썼던 것 같은 방에서 나와 저택 정원으로 향했다.

어쨌든 하루 루틴중에 검술 훈련이라는 것도 있었다.


「아카데미 검술천재」 니까 말이다.


‘진짜 하기 싫어.’


문을 닫고 뽀짝뽀짝하게 걸어나가는 카인.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시선들 중 하나는 카인이 기록했던 종이뭉치를 수거했다.


‘이게 대체 뭐야?’


모를만했다.

한글로 적혀져 있었다.


“이건 직접 보고하지. 소가주님께 붙어있게.”

“···.”


카인을 지켜보던 시선중 하나는 순식간에 기척을 숨기며 사라졌다.

황궁의 첩보기관 매의 구성원들이였다.


카인은 그 시선들을 알면서도 신경 안썼다.


‘지들이 첩보기관이래. 가문이 멸족당한게 니들 때문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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