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물이 아니에요 꼬마가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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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성
작품등록일 :
2024.08.27 16:46
최근연재일 :
2024.09.0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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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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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으로 맺어진 인연

DUMMY

-파밧


빈민가 중앙의 넓은 공터에 들어오자 화살이 에델의 발치에 꽃혔다.


“꺼져.”


피우던 담배를 털어버리고 에델을 향해 다가오는 남자.


한쪽눈에 검은색 안대를 착용한 애꾸눈의 사내는 창을 세워 마력을 불여넣는다.


“활시위부터 내리세요. 마장벽에 흠집이라도 갈 것 같으세요?”

“꺼지라고. 말 못알아쳐먹냐?”


에델은 마력장벽의 출력을 상승시킨다.


폐건물 안쪽 창가에 빛나는 인영.


몇발 더 날아오던 화살은 맥아리없게 힘을 잃고 시간이 멈춘 듯 느려지더니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카인은 에델의 어깨를 잡고 빼꼼 고개를 들어 상황을 확인했다.


‘지가 어둠의 독사래. 로켓단같은게.’


빈민가의 험악하고 음산한 분위기는 대화를 한껏 과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에델은 사람을 죽일 수 있을만큼 중무장 한 상태였고 빈민가의 악당들은 눈앞에 보이는 건물안에서 활시위를 당긴다.


화살이 오고가고 장벽에 막히는것이 반복된다.


애꾸눈의 창이 빛난다. 에델쪽으로 세워진 창끝은 언제라도 내재된 마력을 발산할 수 있다는 듯 위협적으로 힘을 뿜어내고 있다.


“셋 셀때까지 꺼져.”

“싸우러 온게 아닙니다.”

“둘.”


애꾸눈 하레이돈.

빈민가의 규칙을 만들고 가족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끔 움직이는 인물.

그 한가지 목적을 위해선 도덕심 따윈 전혀 개의치 않는다.


하레이돈은 이미 문지기를 통해 백색 마법사가 출입했다는 보고를 들었다.


뒷거래의 정보가 새었다고 판단됐기에 거처를 옮기고 잠복할까 싶었지만

백색의 망토를 하사받은 금발의 마법사는 이 세상에 단 한명밖에 없다.


바이스 에델은 절대로 여기서 마법을 쓰지 못할것이다.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반푼이 마법사는 올 장소를 잘못 고른거다.


“이야기를 나눕시다.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요.”

“하나.”


에델은 천천히 뒷걸음질 친다.


빈민가의 지붕 위 두명의 검은 그림자 또한 일촉즉발의 사태를 대비해 행동에 옮길 준비를 한다.


카인은 에델 등에 업혀 열심히 발버둥쳤었지만 에델의 힘이 워낙 강해 꿈쩍도 못했다.

할 수 없이 카인은 실례되는 행동을 하기로 했다.


“앗! 소가주님! 머리 잡아당기지 마세요!”


에델의 머리카락을 쭉쭉 잡아당기는 카인.


뽀시래기의 존재감이 나타나는 순간 분위기가 급변한다.


백색의 마법사를 순식간에 제압하는 꼬마의 등장에 얼척이 없었기에 하레이돈 패거리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하고 있었기 떄문이다.


에델의 등에서 내려온 카인은 에델 앞으로 당당히 걸어갔다.


이 악당의 약점을 이용할 생각에 부끄러워진 카인.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만해! 선생님을 괴롭히지 마!”


카인은 양팔을 쭉 벌리고 당당히 하레이돈을 마주봤다!


자기가 말 하고도 부끄러워서 몸이 벌벌 떨렸지만 그 떨림은 에델을 포함한 이 빈민가의 모두에게 엄청난 동정심을 유발했다.


무해하고 조그마한 생명체의 등장에 하레이돈은 엄청난 당혹감을 드러낸다.


‘재수도 없게 찍힌건가?’


카인이 입고있는 검은색 옷에 그려진 작은 늑대의 형상은 은은한 금빛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요정의 실로 수놓은 늑대의 형상은 이 아이가 카를라인의 작은 늑대라는것을 증명하고 있었고 이 아이에게 손을 댄 순간 길버트의 어금니가 빈민가를 향하게 될 것이다.


하레이돈의 생각은 곧 행동으로 나타났다.


슬그머니 등 뒤로 창을 숨긴 채 창에 깃든 마력을 대기중으로 흩뿌린다.


"활 내려!"


소리친 하레이돈은 위협적인 기세로 카인에게 다가온다.


창에 사용할 마력을 거두어 목소리에 담았다.

위압감을 담은 채 힘조절하며 뱉은 협박의 언령.


“셋 셀때까지 꺼져. 여기서 나가라고 했지?”

“왜요?”


천진난만하게 애꾸눈을 올려보는 카인.


“왜요는 반말이고.”


마력장벽의 영향인지 위협의 언령은 먹히지 않는다.


안대를 낀 눈 부분이 쿡쿡 쑤시는 것을 느낀 하레이돈.

머리에 피가 쏠린 후 흥분감이 줄어들때마다 느껴지는 안압.


‘어쩔 수 없구만.’


하레이돈은 한수 접어주기로 했다.

카인의 꼬락서니를 보아 하니 열수정도 접어줘야 할 것 같지만···.


“다행이네요. 대화가 통해서.”

“지랄하지마. 말 안해도 알만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 꺼져.”

“정말요? 제 이야기를 안들어주면 아버지가 이곳을 불바다로 만들거라구요.”

“하아··· 다들 일 봐. 용건이나 말해.”

“저희를 죽이지 않으실 건가요?”


하레이돈은 대답대신 조용히 창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인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중앙대산림 중앙방면 루트. 아센이랑 거래를 텄죠?”

“다 알아보고 왔으면 쓸데없이 재지 말고.”

“그래요? 들을 생각도 안하는 것 같은데.”


하레이돈은 대놓고 면박을 주듯 귀를 후벼파고 시선도 주지 않는다.


“활시위 내려! 나가는 길이나 안내해드려라!”

“두목, 정말 그냥 보내도 괜찮은겁니까?”

“그럼 그냥 보내지 뭘 어떻게 해? 건드릴 사람은 구분해. 빨리 안내 안해드리냐?”


그리고선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저희가 갑작스럽게 찾아온 건 맞아요. 하지만 이야기라도···.”

“선생님 됐어요.”


카인은 달려가서 흑염검으로 이 애꾸눈을 뿅뿅 때려주고 싶었다.


‘아오, 이 삼류 빡대가리 악당.’


“지 하고싶은 말만 하고 지금 상황 이해를 못하시나본데, 마탑의 대마법사가 온거라구요?”

“반푼쟁이 마법사가 니 몸 하난 간수할 수 있게 해주겠지.”


장벽이 뜨거워지는게 피부로 느껴지지만 에델은 내색하지 않는다.


카인은 채찍을 들기로 정했다.


“그럼 저도 셋 셀께요.”

“뭐?”

“사피로 도적단 5계위 간부 하레이돈. 셋.”

“잠깐. 너 무슨소리를 하는거냐?”

“니 윗대가리. 6계위 간부 기사단장 베네딕트. 둘.”


하레이돈의 표정에 동요가 어린다.


‘알고 있으면 죽여야 하잖아.’


하레이돈이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카인은 마지막 카운트를 센다.


“우리 수갑으로 맺어졌잖아? 닥치고 대가리 박아. 하나.”


순간 가라앉은 마력과 함께 몇초간의 정적이 흐른다.


“잠깐! 잠깐만! 증표. 증표를 보여라!”


사피로 도적단.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제국을 좀먹는 암세포.


철저한 비밀주의로 각 계위의 위 아래만이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는 집단이자

제국의 정규군과 싸우더라도 충분히 훌륭한 싸움을 할 수 있는 실력자 집단.


카인에겐 낼 수 있는 패가 많았다.

삼류악당이 알아서 설설 기게 하는 것 쯤은 일도 아니였다.


“블러디 허브 좋아하지? 니가 나한테 지금 요구 할 입장이야?”


하레이돈은 행동으로 보였다.

대가리를 박고선 말을 이어간다.


“그건 안돼··· 부탁이다. 이 거점을 버리지 말··· 아주십쇼.”


하레이돈은 도적단의 명을 거절할 수 없다.


마력중독을 유발하는 저주가 담긴 블러디 허브는 사피로가 즐겨 사용하는 ‘인력 관리’ 였고

한번 이 허브를 접하는 순간 의존성이 강해지고 오랜기간 사용하지 않는다면 목숨을 잃는다.


그 허브에 의존된 몇몇 빈민가의 사람들 중 자신의 여동생도 있었으니 하레이돈은 필사적이였고 깊게 판단하지 못했다.


“이제 이야기가 좀 되네. 일어나요. 내가 뭐 잡아먹으려고 왔나? 태도가 안좋잖아 태도가.”


말을 마친 카인은 멍 하니 쳐다만 보고있던 에델을 향해 다가갔다.


“선생님? 건물 안에 마력순환이 막힌 사람들이 있을거에요. 선생님은 할 수 있을거에요. 다녀와주시겠어요?”


에델은 꿇어 앉은 하레이돈을 바라봤다.

하레이돈이 고개를 끄덕하자 카인을 향해 보호마법을 중첩시키곤 말 없이 중앙의 큰 건물로 향한다.


에델이 건물안으로 들어가자 하레이돈을 향해 외친 카인의 갈!


“야! 너 진짜 생각 똑바로 잘 하라고!”

“죄송합니다! 혹시 수갑의 재질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또 그런다? 처신 잘해.”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병아리가 삐약거리듯 소리친 카인의 갈은 이제서야 효과가 있었다.


하레이돈은 카인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최소 이 병아리의 수갑 재질은 다이아몬드 이상이다.

기사단장의 존재까지 알고 있다는건 적어도 7계위 이상이라는 뜻.


병아리가 아니라 거대한 코카트리스였던 것이다.


“좋아요 좋아. 이제 좀 이야기가 되네. 뒤에 친구들이 좀 거슬리네요?”

“아직 상황파악이 안되나봅니다! 제가 책임을 질테니 저 자식들만은··· 머리가 나쁜 놈들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살려두신다면···.”

“왜 나쁜사람 만들어요? 내가 뭘 어쩌겠어요? 나 흑염검밖에 쓸 줄 모르는데.”


하레이돈은 머리를 굴렸다.


흑염검이라는걸 보아 검사다.

나이조차 속이고 있을 수 있다. 보이는게 다가 아닐 수 있다.


누가봐도 카를라인가의 코흘리개.

하지만? 카를라인이다. 그 길버트 카를라인이라고.


알고 있는 정보가 거짓일수도 있는것이다.

어쩌면 예상치 못한 엄청난 마력을 내재했을 수 있다.


애초에 칼을 차고 있지도 않다.

이건 칼 없이도 5계위의 거점따윈 날려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아무리 생각이 없다 한들 무장조차 하지 않고 사지로 걸어들어올 순 없다.


그리고 다시 카를라인.

설마··· 카를라인가가 사피로의 수갑들 중 하나였을줄은!


“뭘 그렇게 쳐다봐요. 불만 있으면 말로 하던가.”

“아닙니다! 그나저나 어쩐일로 모습을 드러내시면서까지 이런곳에 오신겁니까?”

“일단 확실하게 말하는데 나 허브주려고 온건 아니거든요?”


암흑가의 흑막 카인.

쿨하고 비정한 표정으로 무릎꿇은 하레이돈을 빤히 내려본다.


하레이돈은 사색이 된 채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이야기가 다르잖습니까! 아니, 아닙니다. 윗선에서도 생각이 있겠죠. 뭘 해야 받을 수 있습니까? 뭐든지 하겠습니다.”


카인은 팔짱을 꼈다.


“일단 그러고 있으면 힘드시잖아요? 좀 일어나고. 내가 참 그러고 있는거 보면 마음이 아파요 마음이.”

“그,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비극적인 그런건 참 싫어해요. 귀찮은 것도 싫어하고. 그래서 이렇게 밖엔 못해주겠네요.”

“그게 무슨소리십니까? 잘못이 있다면 바로 시정하겠습니다! 기회를 주십쇼!”

“그래서 이렇게 하려구요.”


귀여운 늑대가 그려진 파란색 지갑을 꺼내는 카인.

그 당당한 모습에 하레이돈은 머리가 멍해져 순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얼마면 돼요? 허브값.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요. 나도 알아요.”

“그런게 아니잖습니까? 돈으로도 살 수 없는걸.”

“이제부턴 허브가 필요 없을꺼라서요. 아무튼 내 밑에서 일하는게 훨씬 나을거에요.”


건물 안에서 에델이 걸어나온다.


무릎 꿇은 하레이돈 앞에 서있는 카인을 바라보며 한껏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에델이였지만

건물 안의 상황을 전하는것이 먼저였다.


“소가주님? 마력 의존증이였군요. 이걸 보세요.”


에델은 빨간 잎의 허브를 눈 앞에서 흔들더니.


“퓨리.”


영창을 마친 에델의 손에서 새빨간 허브가 불태워진다.

검은색 연기를 잔뜩 흩뿌린 채 악취를 풍기며 허브는 대기중으로 사라졌다.


“잠··· 잠깐!”


안색이 변한 하레이돈.


“들어가보세요.”


카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레이돈은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피같은 허브를 태워 버린것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하레이돈은 정신을 잃은 가족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운 기색 없이 평온히 누워있는 모습을 보았다.


“무슨일이 일어난거냐!”

“그게··· 하얀마법사가 영창하더니, 전부 이렇게...”

“다들··· 죽··· 죽었다고?”


내용물이 비어있는 밀봉된 파란 뚜껑의 약병.

고순도 마나 엘릭서라 쓰여진 병 하나가 땅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하얀 마법사가 무슨짓을 했는진 간단명료했다.


그렇게 하레이돈은 계산기 두드리기를 완전히 끝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것들은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할 것이다.


“야! 확인 했으면 안내려오냐?”


건물 밖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


하레이돈은 죽음을 각오하고 여분의 창을 집는다.


“내가... 내가 복수를...! 실패하더라도 다들 도망쳐.”


그때였다.

가장 큰 침대에 누운 소녀 하나가 눈을 뜬 것은.


“...오빠?”

“...미라벨?”


-텅그렁


하레이돈은 힘이 풀려 창과 함께 주저앉아버렸다.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없어진 한쪽눈에서조차 안대가 촉촉해질정도로.


대마법사 에델.


복잡한 인간의 마력회로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마법이론을 정립한 그밖에 할 수 없었던 해주술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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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바이스 에델 (3) 24.09.03 9 1 13쪽
8 바이스 에델 (2) 24.09.02 9 1 12쪽
7 바이스 에델 (1) 24.09.01 12 1 14쪽
6 그런 세계 24.08.31 19 1 14쪽
5 열살의 처세술 24.08.30 19 1 13쪽
4 천리길도 황궁에서부터 24.08.29 23 1 13쪽
3 글자만으론 판단할 수 없어 24.08.28 26 1 13쪽
2 아. 깨달아버렸다. 24.08.27 30 1 14쪽
1 카를라인가 24.08.27 4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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