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넘은 마법사의 좌우 충돌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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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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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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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어느 제국의 대장장이 -3

DUMMY

레티시아의 붉은 눈동자가 나의 두 눈을 직시한다.


세상의 어떤 여자라도 그녀의 외모와 매력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가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진다면 아마 그 남자는 평생의 운을 다 쓰고도 남을 행복한 인생을 누리겠지


레티시아와 나의 관계는 매우 오래되었다.


그녀와 알고 지낸 지 벌써 80년이 다 되어간다.


그런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이런 짓을 할 때가 종종 있어왔다.


그리고 나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가족"


그녀의 표정이 밝아졌다.


목을 감싸던 팔도 풀고 뒤돌아서며 내가 먹은 음식들을 하나 둘 씩 치워나간다.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아무렴 어떤가


전쟁의 순간을 같이하고 수 많은 고비를 언제나 함께했던 누구보다 소중한 인연


'첫 만남 때는 어땠더라...'


레티시아의 첫 인상이란 그야말로 세상 다 잃은 평범한 귀족 여성이었다.


눈에는 생기가 없었고 걸음걸이는 비틀거리며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존재


어두컴컴한 텔레마 왕국의 사람들의 비난과 온 갓 수모를 당하고 있던 그녀였기에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와의 첫 만남에서의 대화를 떠올렸다.


"많이 힘들어 보이네"


".......동정하지 마"


"동정하는 게 아냐, 그저 뭐 때문에 네가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서 말 걸어봤어"


그녀가 풀린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쫄았었다.


붉은 눈동자


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미인


검은 로브를 쓰고 있는 여성의 정체가 여기저기 널려있는 수배 범이란 것을 알았을 때 신경이 곤두 섰던 것이다.


그때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을 비교하자면 정말 그녀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안 변하는 게 이상하지..'


그녀에게도 소중한 인연들이 있었고 곁을 떠나간 이들도 적지 않았다.


당시에는 어리숙한 면이 있었으나 지금은 고고한 여왕 님이 다 되었다.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만 말이다.


"오늘도 다인의 침대에서 자야겠다"


레티시아가 빈 접시를 나르는 와중에 아무렇지 않게 동 침을 예고한다.


"이상한 짓 하면 쫓아낸다?"


"언제 내가 이상한 짓 한 적 있어?"


"잠자는 중에 마력으로 분수 쇼를 날린 사람이 누구였더라?"


레티시아는 뜨끔한 표정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그녀는 나와의 동 침을 와중에 행복 수치가 올라가면 마력을 발산하는 기질이 있다.


과도한 행복이 불러온 참사


그녀가 마력을 다루는 기술이 부족해서? 천만에, 그녀는 자신의 행복하단 사실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행위를 벌이는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레티시아에게 한마디 한 적이 있었다.


"벌써 하루가 지나갔네"


"시간 참 빨라"


나는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보며 눈을 감았다.


레티시아도 옆으로 다가와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댔다.


포근함이 어깨를 타고 전해진다.


'지구는 지금 쯤 어떤 모습일까..'


이곳에서의 시간대가 지구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 지를 모르는 이상 내가 원래 살던 곳의 상태를 알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


어차피 나의 세계는 지금 이곳이고 소중한 인연들도 이곳에 있으니 나로써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곳에 돌아가 봤자 죽도 밥도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뭐...그곳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그립긴 하다만..'


최근에는 레티시아가 내 기억을 토대로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 주고는 있으나 원본의 맛이란 주위의 환경과 미묘한 차이가 만들어내는 법


그녀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3일이 지났다.


한 여성이 내 옆에서 마법으로 용광로의 열을 조절하는 중이다.


그녀의 정체는 레티시아


지금 그녀는 식당을 잠시 쉬고 내 일을 돕는 중이다.


손님들에게 그녀의 외모는 너무 튀고 그녀도 그것을 알기에 본인이 적당히 평범한 외모로 모습을 바꾼 것이다.


"항상 좋은 무기를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정도는 기본 소양입니다, 조심히 들어가시길"


쾅!


"악!"


"이봐!"


여느 때와 다름없는 공방의 일상을 보내고 있던 와중 갑자기 들이닥친 남성


문을 열고 나가려던 손님은 그 남성이 열어재낀 문 벽에 머리를 박고 뒤로 넘어졌다.


넘어진 손님을 무시한 채 성을 내며 나에게 다가오는 남성


그의 손에는 두 동강 난 검이 쥐어져 있었다.


"주인장! 지금 이딴 걸 검이라고 내놓은 건가!!"


남성은 본인이 쥐고 있는 검을 내 작업장 바닥에 내팽개치며 소리친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냐면 밖에 손님들이 지나가다 몰릴 정도의 음이었다.


나는 내팽개쳐진 부러진 검을 잠시 보고선 천천히 다가가 그것을 주우려 했다.


챙!


남성이 내가 주우려고 한 검을 발로 찬다.


"내가 말하고 있는데 지금 뭔 짓을 하는 거야!"


'아...야단났네'


지금 이 자리에 나만 있었다면 어떻게든 잘 수습했을 거다.


그러나 이곳에는 레티시아가 있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조용히 남성을 노려보는 중이었다.


마력을 뿜어 대지는 않았으나 이미 그녀의 눈빛은 남성의 사지를 찢어발기고도 남을 그런 종류였다.


그러나 나서지는 않는다.


공방의 일이란 무기를 다루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릇 사람을 대하는 직종이기도 하다.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대장장이에게 신뢰는 자신이 만들어낸 무기로 통용된다.


그리고 지금 그 신뢰가 깨졌다.


손님에게 건넨 나의 작품이 무참히 내팽개쳐지는 광경은 솔직히 지금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런 일을 한 두 번 겪은 하수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을 여러 번 무마한 베테랑 장인이다.


<기억을 보여라>


무영창으로 마법을 시전한다.


기억을 살피는 마법으로 남성이 유난히 화가 난 원인을 그의 기억으로부터 끄집어낸다.


남성의 기억 속에서 나의 무기가 남성의 손에 의해 휘둘러진다.


검의 궤적이 일관되지도 그렇다고 검 선이 올 곧지도 않은 그야말로 난장판


마치 어린아이가 휘두르는 것처럼 그는 힘겨워하며 공용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는 그였다.


'초보 검술자였군'


일주일 전 그가 이곳에 찾아왔을 당시 나름 마른 체형에 손에 굳은살이란 찾아볼 수도 없었기에 검사일 확률은 적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뉴비였던 모양이다.


남성은 매일 매일 연무장에 가서 검을 휘둘렀다.


혼자서 연습하다가 주변에 같이 연습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 친해지기도 하면서 차근차근 실력을 늘려 나아갔다.


그리고 일주일 후


그가 쓰던 검이 갑자기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다른 이들과 대련을 펼치는 도중에 검이 부러진 것이다.


나는 이를 통해 깨달았다.


'마법에 걸렸군'


누군가가 남성의 검에 수작을 부리고 검술 대련 도중에 검을 깨지게 만든 것이다.


심지어 그 마법 또한 4서클


이 세계의 마법사 등급은 흔히 알고 있는 서클의 숫자가 높아짐에 따라 올라간다.


지금 세간에 알려져 있는 최고의 마법사의 등급은 9서클


8서클은 보통 대 마법사라 불리고 9서클은 현자라고 칭한다.


서클이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마력 저장 장치인 손가락 만한 크기의 무색 원을 말하는데 이 원의 크기가 커질 수록 마력의 저장량도 많아진다.


서클의 단계 별로 크기를 측정하는 기준은 손가락 마디이다.


크기 차이가 마디라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1서클이 주먹 만한 마력을 저장할 수 있다면 2서클은 복부 크기의 마력량을 저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단계를 올릴 수록 저장 범위도 급속도로 늘어난다.


9서클에 도달해서는 제국 전체를 집어 삼키고도 남을 마력이 흐르게 된다.


그런데 마법사 등급과는 별개로 진을 이용한 마법의 경우 그 위험도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지금 남성의 검에 걸린 것은 진 마법


그것도 밑에서 네 번째로 높은 위험도를 자랑하는 4서클 진이었다.


언제부터 인지 그의 단편적인 기억 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다.


한 가지 만은 확실하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


애초에 이 남성은 적은 돈을 내고 제일 낮은 등급의 검을 가져갔다.


그런 검이 4서클의 마법을 견뎌낼 정도의 검이라면 애초에 금액이 싸지도 않았을 거다.


나는 남성에게 진실을 말했다.


"이 검은 4서클 마법에 의해 파괴된 것입니다"


"뭐? 마법사도 아닌 대장장이가 그걸 지금 말이라고!"


"저도 인첸트는 합니다, 그래서 마법에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으니 믿어 주십시오"


"하, 결국 책임을 회피하려고 둘러대는 말 같은데, 이봐 청년 너 그렇게 장사하면 사기꾼 소리 들어 알아?!!"


'역시 믿지 않는군'


사실 그의 말도 맞다.


나는 대장장이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내가 마법사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너무 이목이 쏠려서 안된다.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검에 마법이 부여 되었다는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뮤트 공방의 자리가 가진 이점 중 하나


바로 모험가 길드


모험가 길드에는 물건에 마법 어떤 마법이 부여 되었는 지 판단할 수 있는 여직원이 있다.


그 여직원에게 말함으로써 이 상황을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남성에게 그리 말한 후 근처의 모험가 길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남성의 이름은 가뮬란


레이턴트 제국의 평범한 농작민이었던 39세인 그는 그의 친구가 기사로써 출세했다는 소식을 듣고 황도로 왔다.


아직 가정도 꾸리지 못하고 그저 농작일 만을 반복하는 자신과 기사의 길을 꾸준히 절었던 끝에 성공한 친구


밭에서 사는 삶은 이제 지겨웠던 찰나 지인이 성공했다는 소식은 그에게는 횡재였다.


자신도 기사의 길을 걸으면 인맥으로 먹고 살 수도 있을지 모른다!


보아하니 황실 기사단의 일원으로 들어갔다는 것 같다.


'잘만 하면 인맥으로 승진해서 부와 명예를 누릴 수도 있겠어'


자신의 나이 대에 검을 시작해서 성공한 케이스도 많다고 들었다.


그러니 검술이야 적당히 연습하면 실력이 오를 것이다.


그 외의 요소는 다 그에게 맡긴다.


그 녀석이라면 도와주고도 남을 테니까


문제는 그와 연락할 수단이 없다는 것


'이곳이 황도...'


생각했던 것 보다도 아름다웠던 황도의 모습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귀족이나 출세한 평민들 뿐이다.


집값이 1평 당 은화 100장이라니..


평범한 농작민은 꿈도 못 꿀 금액이었다.


'우선 검부터 사야겠네'


기사가 되려면 검은 필수


가뮬란은 옛날에 그 친구가 검을 쓰는 장면을 많이 목격해와서 전반적인 검에 대한 지식은 알고 있었다.


"....저기가 검을 파는 곳인가?"


가뮬란은 여러 가게들 사이에 지어진 작은 건물을 바라보았다.


<뮤트 공방>


'뮤트? 사람 이름인가?'


가뮬란은 즉시 발걸음을 옮겼다.


딸랑 딸랑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갔더니 웬 청년이 용광로에 담가졌다가 나온 쇠를 망치로 힘차게 두드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청년이 황도에서 대장장이 일을 하고 있다니..'


주위를 둘러보니 여러 무기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무기들의 등급과 금액을 보고 가진 돈을 센다.


은화 1장과 동화 20장


황도에 오면서 자신이 챙겼던 돈의 절반이 사라졌다.


황도의 통행료가 비싼 탓이었다.



제일 싼 검이 은화 2장..



그가 가진 금액으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고작 쇳쪼가리 하나 가지고 뭔 금액이 이렇게 비싸?!'


가뮬란은 친구에게서 옛날 검의 시세 만을 들었기에 현재 검의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몰랐다.


심지어 이곳은 황도


자연스럽게 검의 금액도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있음에도 그저 그는 불평만 했다.


"어서 오십쇼"


"주인장, 여기서 제일 싼 검 하나만 주십시오"


그르르.. 툭


청년이 망치를 모루에 두고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눈 앞에서 싼 검을 요구하는 가뮬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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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황도 축제 -3 24.09.12 13 0 11쪽
12 12화 황도 축제 -2 24.09.11 15 0 11쪽
11 11화 황도 축제 -1 24.09.10 15 0 11쪽
10 10화 황도 축제 24.09.09 16 0 12쪽
9 9화 제이라드 텔레스 드 레이턴트 -1 24.09.09 15 0 12쪽
8 8화 제이라드 텔레스 드 레이턴트 24.09.08 21 0 12쪽
7 7화 황제의 전임 기사 -1 24.09.07 21 0 12쪽
6 6화 황제의 전임 기사 24.09.06 29 0 13쪽
5 5화 검사가 되어.. 24.09.05 28 0 11쪽
» 4화 어느 제국의 대장장이 -3 24.09.04 36 0 12쪽
3 3화 어느 제국의 대장장이 -2 24.09.03 47 0 11쪽
2 2화 어느 제국의 대장장이 -1 24.09.03 51 0 12쪽
1 1화 어느 제국의 대장장이 24.09.02 6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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