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넘은 마법사의 좌우 충돌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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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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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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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황도 축제 -5

DUMMY

아니... 아직 아니야


나는 아직 그 때가 다가오지 않았다고 장담했다.


베르무트는 지금 비정상과 악마 그 사이를 거닐고 있을 뿐이었다.


정신적으로 보면 말이다.


나는 웃어 넘겼다.


베르무트가 이상한 놈이긴 해도 나름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아는 녀석이긴 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그가 몇 번이고 겪은 정신적인 저주


그래서 선을 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이브의 밤>을 넘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 지금 안내서를 보니 유명인 몇 몇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레인 레오폴드, 체란 제미네스, 제이든 멕머스



이 중 레인 레오폴드는 세계를 여행하는 검사로써 도달한 경지만 거의 4급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다.


그가 쓰는 검술은 오러 폭발의 흔적 남긴다고 하여 과거의 영웅 데니온의 영향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데니온이라...'



왠지 모르게 금발을 짧게 자른 남성 기사가 떠오른다.




(엘다인, 너는 이 전쟁이 끝나면 뭘 할 거냐?)


기억 속의 금발의 남성이 뚱한 표정으로 내게 질문한다.



"그래? 그러면 나도 거기에서 일하게 자리 좀"


. . .


"닥치라고? 싫은데? 내가 왜?"


. . .



기억은 거슬러 올라가 어둠이 잠식한 하늘 아래의 오두막 내부에 머무른다.



"....아... 뒤질 것 같네"


금발의 남성은 옆구리에 구멍을 뚤린 채 자신의 손으로 병에 든 성수를 뿌리고 있었다.


"X발 이거 개 비싼건데..."



. . .



"잔말 말고 쳐 먹으라니.. 환자한테 말이 심하구만"



. . .



오두막 주변에서 악마들이 서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금발 남성은 마지막 남은 성수로 치유된 구멍을 조심스레 손으로 이루만지며 씨익 웃었다.


"자 이제 괜찮아 졌으니 다시 소탕 좀 하러 가볼까!"


활기찬 그의 모습에 웃음을 지었던 것 같다.


조금 양아치 같은 면이 있는 녀석이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정의로운 기사들의 우상에 걸맞았다.


힘들어도 욕을 할 지 언정 해야만 하는 일은 반드시 해 나아간다.


죽을 것 같은 심작 박동 소리를 듣고 홍수처럼 흘러내리는 땀을 흘려가며 죽음과 맞서 싸운다.


그가 오두막의 문을 박차고 나에게 결계를 해지 하라고 지시한다.


"다 덤벼 이놈들아!!!!"



금발의 남성이 검을 들어 올리며 오러를 방출시킨다.


그 오러는 하늘 끝까지 닿는 태산과도 같은 붉은 색으로 어두운 하늘을 환히 밝히는 태양이 되었다.




그리고 기억의 마지막



나는..



산처럼 쌓여있는 기사들의 시체 속에서 하반신이 날라간 금발의 남성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 * *



지금 내가 땅을 바라보는 자리에는 그저 평평한 흙 바닥 뿐


아무런 시체도 생명체들이 죽어 나감으로써 흘린 피도 섞여있지 않다.


그러나 발걸음을 옮기면 마치 그때의 기억들이 살아나는 것만 같다.


왜 그때 나를 구해주지 않았냐고


왜 나를 죽였냐고


과거에 내가 죽이거나 구해내지 못했던 영혼들이 발목을 잡아온다.


"왜... 그때 나를 죽였어...."


기억 속 금발의 남성 또한 내게 얼굴을 들이밀고 피눈물을 흘리며 오열 한다.


'X랄....'


나는 그 형상들을 손으로 휘져어 없애버렸다.


형상들을 없애고 눈앞의 상대를 보았다.


과거의 기억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마법을 쓰다니..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엄청난 환호성이 들리는 검술 대회장 한복판


나의 상대는 육중한 체구의 대머리 검사 청년이 되시겠다.


"헉..헉...넌 뭐냐"


저 대머리는 보기와는 다르게 환각 마법과 검을 둘 다 쓸 수 있는 것 같다.


오러를 씀과 동시에 내가 있는 지점에 환각 마법을 쓴 것이다.


물론 나에게 통하지는 않았다.


이미 너무나도 어설픈 그런 류의 환각이었다.


환각 마법이 시전 되는 와중 틈틈이 보이는 노이즈


분명 현실인데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 이질감


"넌 마검사 실격이다"


마검사의 단점으로는 마법 실력과 검 실력이 매우 따로 논다는 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마검사란 존재는 이도 저도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의 몸을 보아하니 꽤나 오랫동안 검을 잡아온 듯 하다.


그리고 방금 환각 마법 또한 오랫동안 연습해온 결과물이란 것은 보자마자 알았다.


그러니 문제였다.


"마법 보다 검에 더 소질 있어 보이네"


'뭐 마검사는 아무나 하는 줄 아나..'


나는 대머리는 눈치채지 못하는 속도로 이동했다.


"...!!!!"


이미 힘이 다한 그는 나의 손에 들린 나무 막대기를 피할 수 없었다.


퍽!


막대기가 딱딱한 머리와 충돌하며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심판도 알아차린 것 같다. 이미 승부는 났다는 것을


털썩


대머리의 신형이 쓰러진다.


"스....승자는 막대기 마법사 바울!"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와아아아!!!"


"막대기로 제이든을 이겼어???"


"저 사람 뭐야?!"



경기장은 제이든이 졌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사방이 벽으로 가로 막힌 이곳에서 관중들의 목소리가 귀에 쏙 쏙 박혔다.


이럴 때는 귀가 좋은 것도 탈이다.


마력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들리는 소리도 평범한 이와는 다르다.


아는 만큼 보이듯 보이는 만큼 들리기 마련


허공의 마력에 의해 멀리서 말하는 소리들이 나에게는 자세히 전달된다.


물론 마력 감응을 차단하면 될 일이긴 하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관중을 통해 여러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기에 그러지 않았다.


나는 목적이 아다만티움만이 아니다.


이곳 레이턴트 제국에 베르무트가 평소보다 정신을 못 차리게 된 원인이 존재한다.


과거 나와 같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악마들과 싸웠던 동료 중 하나



베르무트는 다른 악마들과는 달리 그들을 배신하고 이곳 세계의 존재들에게 붙은 유일한 악마였다.


그에게 빚을 진 것도 있으니 성격이 어떠하든 우선 그가 잘못되기 전에 원인을 없애버리는 것이 우선이다.


"후우...."


오랜만에 검을 잡아서 그런지 내려치는 맛이 잘 안 난다.


평범한 막대기라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그런 이유라면 이런 생각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경험으로 쌓아올린 검술이 아닌 그저 나의 신체가 가진 능력으로 싸운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문득 든 생각이었다.


나는 적당히 막대기를 허공에 휘져으며 경기장을 벗어나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로 들어가니 몇 몇이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들은 자신의 검을 갖고 휘두르거나 운동을 하는 등 여러 행위를 했으나 그 가운데에서도 유일하게 검도 없이 존재감을 뿜어 내는 존재가 있었다.


"네가 바울이란 녀석인가?"


대기실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명상을 하고 있던 왠 붉은 머리 청년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말이 들려오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야 얘 아까 대기실에는 없었는데 그새 싸움이 난 건가?'


대기실을 배정 받는 인원은 정해져 있다.


대부분은 당장의 대련 상대와 묶지는 않게 끔 조율 되기 마련


그러나 그 대기실에서 불화가 크게 일어난다면 대기실의 관리자에 의해 인원 배치가 달라진다.




지금 이 자리에 새로 온 녀석은 그 불화의 주인공 쯤 된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닮았네..'


내가 아는 그 녀석이랑 좀 닮았다고 느꼈다.


미 공자 같은 면상 뒤에 사나운 범을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딱 그 녀석이었다.


간달프 녀석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도 오러가 붉군'


지금 그를 보자마자 느꼈다.


눈앞의 청년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오러의 잔 기를..


지금 그의 실력의 일편으로도 이 대기실에 퍼져있는 다른 검사들 따위는 전혀 상대가 안될 것이다.


"맞다, 그러는 넌?"


"레인"


'레인? 아, 이 녀석이 그 명단에 있던..'



명단이 없었어도 이곳에 올 것을 알고 있을 존재인 만큼 유명인


그렇다면 저 한 손 검은 그의 검인 것 같다.


문옆의 벽면에 놓여있는 양팔 길이의 장검


누가 저것을 한 손 검이라고 생각할까..


그리고 보기에는 저 검을 과연 들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인 레인의 신체


그러나 나는 안다.


저 검의 무게는 그에게 솜털 수준 밖에 안된다는 것을


그를 무시하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너도 내가 저 검을 들 수 있는지 의심되나 보지?"


'뭐라는 거야 얘, 의심 안했다 임마'


"의심 안 했어"


내 말에 레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커졌다.


어지간히도 검 때문에 시비를 털려왔나 보다.


안 그러면 대회 직전에 저리 힘 없는 말투로 내게 저 말을 걸 리가 없으니..


"내가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는 건가?"


"....?"


"말을 안 하는 군..."


아니 뭘 멋대로 혼자 말하고 혼자 근엄하게 표정을 짓는 거지?


이 녀석도 약간 제정신은 아닌 놈이 확실하다.


이런 놈들은 그가 묻는 말에 답을 안 하면 반드시 검을 들고 설친다.


검사들은 이런 게 문제다.


적어도 답을 안 한다면 대화할 의지가 없으니 그냥 넘어가면 될 것을 굳이 일을 크게 벌린다.


'저봐, 저봐'


지 검을 들러 일어서는 것 봐라


하는 행태가 그 녀석을 쏙 빼닮은 것 같다.


혹여나 그 녀석의 제자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 제자 녀석은 나이가 얘 보다 훨씬 많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가 검 쪽으로 다가가기 전에 말을 내뱉었다.


"팬이라서"


"뭐?"


저런 놈들에게는 팬이란 그만큼 상큼한 말도 없다.


"네가...나의 팬 이라고?"


나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이군"


"진짜인데?"


"전혀 팬처럼 행동하질 않는데 어떻게 믿지?"


"팬처럼 행동하는 게 뭔데"


나의 말에 갑자기 입을 다무는 레인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왜 팬이라면 문을 열자마자 날 몰랐지?"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아"


"그것도 그렇군.."


'뭐가 이렇게 두루뭉실하냐..'


뭐 사실 팬이 아니란 것을 들켜도 상관 없었다.


그래서 대충 말을 내뱉은 것 뿐


그러나 그 대충 내뱉은 말이 레인에게는 큰 기쁨이 되었을 것이다.


레인이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순진하기는'


피할 수 있는 충돌은 최대한 피한다.


괜히 귀찮아질 뿐인 상황은 되도록 만들지 않는 것이 나의 원칙


"내가 나중에 한번 술 쏘지"


'어..?'


그런데 이건 예상 못했다.


"아, 내가 일이 있어서 시간이 거의 없다"


"그러면 연락 수단이라도 취해라"


"그런 거 모른다"


나는 필사적으로 시치미 땠다.


'내가 이런 실수를...'


검사는 외로운 직종이다.


검을 잡으면 매일매일 하루를 자신의 내면과 싸워야 한다.


검이란 그런 것이다.


자신의 신체와 일부가 될 만큼 기본기를 쌓아야 하고 그렇다고 해서 마법처럼 신기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어서 재미가 없다.


투기를 익히는 것 마저 매우 어려워서 대부분 검을 버리거나 마법 쪽으로 트는 일들이 빈번하다.


그중에서도 검에 미련이 남아 검술을 계속 연마하면서 마법도 같이 배우는 이들이 있다.


아까 내가 마주친 상대, 제이든 멕머스


그가 그런 부류였다.


물론 그는 피 나게 노력한 흔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노력을 한 곳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면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갔을 것이다.


'검사는 외롭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말하다니...'


레인 그는 심지어 주변에 사람이 없다.


그는 홀로 세계를 누비는 검사


그런 그의 이야기를 알고 다가와 준 이를 만났으니 어찌 행복하지 않겠으랴


'근데 나 이 녀석과 싸워야 하지 않나?'


그의 행복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를 하게 되면 그의 사정은 봐주지 않을 생각이다.


'겸사겸사 확인도 해야겠고..'


만약 레인이 간달프에게서 파생된 또 다른 제자라면..



'술 먹는 자리도 나쁘지 않겠군'


나는 레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 약속은 검끼리 맞 부딪히고 나서 하길"


난 나무 막대기이니 나중에 피해갈 길을 구상한 것이다.


애초에 막대기도 어떻게 보면 무기이다.


검술 대회의 규정에 검에 관한 어떤 정의도 나와 있지 않아서 적당히 막대기를 들고 나왔다.


물론


평범한 나무 막대기는 아니다.




































































작가의말

으어어... 두 편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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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제이라드 텔레스 드 레이턴트 -1 24.09.09 16 0 12쪽
8 8화 제이라드 텔레스 드 레이턴트 24.09.08 22 0 12쪽
7 7화 황제의 전임 기사 -1 24.09.07 22 0 12쪽
6 6화 황제의 전임 기사 24.09.06 29 0 13쪽
5 5화 검사가 되어.. 24.09.05 29 0 11쪽
4 4화 어느 제국의 대장장이 -3 24.09.04 36 0 12쪽
3 3화 어느 제국의 대장장이 -2 24.09.03 48 0 11쪽
2 2화 어느 제국의 대장장이 -1 24.09.03 52 0 12쪽
1 1화 어느 제국의 대장장이 24.09.02 7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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