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돌 하나로 초월급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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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끼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8.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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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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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DUMMY

일반적으로 각성은 복권처럼 인생 역전의 기회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존재하는 법. 당첨이 다 같은 당첨이 아니듯 각성자라고 다 같은 각성자가 아니었다.


각성 능력은 기본적으로 무작위. 


던전 공략과 장비 제작, 혹은 서포트 등 어디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각성한 사람이 있다면 하등 쓸모없는 능력을 각성한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연금술사’는 그런 면에서 최소 2, 3등은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각성했다고 트라우마가 극복되는 게 아니잖아.’


당장 밖으로 나가질 못하면 무슨 쓸모일까.


[핵 부여(고유)가 가능한 광물입니다.  발동하시겠습니까?]​


떠오른 메시지를 당장 수긍하지 않은 건 그런 이유였다. 


나는 상충하는 두 충동 사이에서 갈등해야만 했다. 


당장이라도 돌슨과 대화하고 싶다는 욕망과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서 마정석, 아니 하다못해 금이라도 사야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적 욕망의 사이에서 말이다. 


돌슨은 물론 둘도 없이 소중한 내 정신적 지주다. 


···하지만 조금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 


현재 내가 먹고 살 수 있는 이유는 전적으로 부모님의 유산 덕분이다.


오래된 구축이지만, 그럭저럭 입지 좋은 곳에 있는 2층짜리 상가건물이 내 밥줄 ‘이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최근 2년 사이 일대에 던전 출현이 잦아지는 바람에 집값이 폭락할 대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마음 편히 내놓고 어디 시골 작은 방이라도 얻어서 내려가고 싶지만, 팔리지도 않는다.


아무튼 그래서 관리비 포함 20만 원이라는 저렴한 월세에도 불구하고 세입자는 단 넷 뿐.


‘그마저도 한 명은 무상 거주 중이고, 나머진 언제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


내 은둔 생활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계륵 같은 건물은 하루가 멀다고 수리를 부르짖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돌슨은···.’


돌슨은 돌멩이로 충분하잖아.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처럼 그저 햇살이 내리쬐는 창가에서 그렇게 웃어만 주면 되는 게 아닐까?


(^-^)


나는 돌슨의 해맑은 미소를 외면하며 시스템 창을 불러냈다.



광물 분석 Lv1, 형질 변형 Lv.1, 원소 추출 Lv.1



셋 중 내가 눈여겨본 것은 두 번째 스킬이었다.



‘형질 변형.’


─형질 변형Lv.1 (Active): 핵을 부여한 광물의 형태와 성질을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역시!’


18K를 24K로 바꾸는 힘이 틀림없었다.


‘확실한 건 써 봐야 아는 거지만.’


만일 예상대로 들어맞는다면 돌슨을 마정석으로 바꾸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어찌 됐든 녀석에게도 마정석의 주요 구성 성분인 토트라늄이 함유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는 돌슨을 팔아야만 한다.


‘그럴 수는 없지.’


빼도 박도 못하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


공교롭게도 그 순간 수평으로 놓인 저울을 기울게 할 한 통의 메시지가 수신되었다.


‘202호 세입자.’


[안녕하세요, 202호 세입자입니다. 재혁 씨가 연락되지 않아 부득이하게 직접 연락드리게 되었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보일러 수리 문제 말인데 제가 다다음주 월요일부터 장기 출장이 잡혀 있어서 그때쯤 수리 진행하면 될 듯합니다.]


‘···역시 일단은 현실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맞겠지.’


이 이상 미루다간 정말로 한 줌 남은 세입자까지 놓칠 수도 있다.


반쯤 마음이 기울었을 때.


─끝까지 넌 너밖에 모르는구나.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던 그 시절의 환청이 어른거렸다.


─착한 척 하지마, 이 이기적인 새끼야. 


······새삼스럽긴.


***


─끼이익, 탕!


인기척 없는 옥탑방에 자그러운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아 시발! 깜짝아!”


사촌 형인 재혁이었다.


그는 은둔 생활을 하는 나를 대신해 쓰레기 배출이며, 임차인의 관리 등을 대신 해주는 대신 무상으로 건물에 거주 중이었다.


“불도 안 켜고 뭐 하냐? 어둠의 자식이냐?”


불퉁거리며 방으로 들어선 재혁이 신경질적으로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또 정신병 도졌어? 왜 궁상이야?”


내가 별 반응 없이 TV 화면만 바라보고 있자, 나직이 혀를 차곤 부엌으로 향한다. 


식재료를 정리하는 듯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입을 뗐다.


“형, 나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낮술 했냐?”

“아까 202호 세입자한테 연락 왔었어, 보일러 수리.”

“아, 그래? 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게.”


난 또 뭐라고, 고작 그것 때문에 이 궁상떨고 있었냐?


비식 웃으며 말하는데 순간 속에서 무언가 울컥했다. 


“···고작?”


내가 학교를 중퇴했을 때도 고작 그런 일 때문에 미래를 포기하냐고 그랬던가.


“그래, 그렇겠지. 어차피 형 돈 나가는 일 아니니까.”

“얀마, 뭘 또 그렇게 심각해져. 보일러 수리하는데 뭐 몇 푼이나 든다고.”


···됐다. 이 형 금전 감각 없는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걱정하지 마, 새끼야. 이제 형이 다 해결할 수 있어. 그러니까 궁상 그만 떨고 고기나 처먹어.”


형이 무슨 수로?


나는 그제야 굽기 좋게 손질한 고기와 함께 버너를 꺼내는 재혁의 표정이 여느 날보다 밝다는 걸 알아챘다.


그러고 보니 오늘 웬일로 밥을 같이 먹자고 했지. 인제 보니 사 온 것도 소고기였다.


─치이익···.


게다가 익어가는 빛깔을 보니 한우다.


“뭐야? 복권이라도 당첨됐어?”

“복권보다 더 좋은 거.”


설마 전 재산 꼬라박았다는 코인이 떡상했나?


그러더니 씨익, 웃으며 자그마한 카드를 꺼내 건넨다. 


“형 각성했다. 센터 다녀오는 길이야.”



각성자 등록증 (임시)

성명: 이재혁

클래스: 증력의 마법사 (B)



···진짜 당첨됐구나, 그것도 1등.


“나는 이제 너만 사람 구실 하게 되면 여한이 없다.”


축하해 마땅한 일이다.


이모의 병원비 문제로 얼마나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누구 말마따나 내가 존나게 이기적인 놈이기 때문이겠지.


“다행이다, 형. 이모 병원비 문제도 한시름 덜 수 있겠네. 진짜 잘됐다, 축하해.”


말하자 씁쓸한 웃음을 머금는다.


“그래, 정말 다행이지. 이제 고생 끝이니까, 조금만 기다려, 당장 급한 일부터 해결하고 형이 이 건물도 싹 다 리모델링─”

“그래서, 언제 나가려고?”


형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건 내게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였다. 당장 형이 나가게 되면 건물은 누가 대신 관리해 준단 말인가.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든 어쩌든 대책을 미리 강구해둬야 했다.


‘그래, 차라리 잘 된 거지. 언제든지 닥쳐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고.’


이것으로 차곡차곡 쌓아오던 부채감은 조금 덜 수 있게 되지 않았던가.


아쉬운 한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했다.


“그게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그때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재혁이 말했다.


“형이야말로 무슨─”


나는 서서히 굳어가는 재혁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내가 나가긴 어딜 나가?”

“아니 이제 형이 굳이 여기 있을 이유가 없잖아.”

“그게, 무슨-”


멈칫하던 재혁이 뭔가를 깨달은 듯 ‘하-’ 탄식하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너 설마 지금까지, 내가 고작 집세 좀 아끼겠다고 여기 있는 거라고 생각했냐?”


그제야 무언가 어긋나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게 아니면 왜 형이 날 도와?”


자칫 잘못했다간 저 솥뚜껑 같은 주먹이 내 얼굴에 틀어박힐 듯했지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기에.


“이런 씨발···.”


재혁이 캔 찌그러뜨리듯 험한 얼굴을 한껏 구겼다.


“사회성이 없어도 정도가 있지. 야 이 새끼야, 우리가 남이냐? 어?”


그야 엄연히 따지면 4촌은···.


무심코 답하려다 정말 금방이라도 주먹을 휘두를 듯 씩씩거리는 재혁을 보고 도로 삼켰다.


“하 이 정신빠진 새끼 이거 진짜 존나 패버릴까.”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 얼른 만류했다. 


“각성자가 사람 패면 큰일 나는 거 알지.”

“이 새끼가 그런데 입은 살아서. 하, 됐다. 니 새끼 사회성 좆 박은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화를 삭이듯 몇 번인가 심호흡하더니 외투를 챙겨 든다. 


“밥 안 먹어?”

“내가 지금 네 면상 보면서 밥이 넘어가게 생겼냐? 혼자 쳐먹어 새끼야.”


─끼이익, 쾅!


“······.”


재혁이 나간 현관문을 잠시 바라보다 집게를 들었다. 


“······.”


재혁이 오직 선의로서 내 편의를 봐주었다는 것이 약간 충격이기는 했다.


그와 난 그리 우애가 좋은 사촌지간이 아니었으니. 


내 나이 열넷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는 어머니의 여동생인 이모네 집에 몸을 의탁했다. 


재혁을 처음 만난 것은 그때였다. 


타고난 덩치와 욱하는 성질머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다를 게 없어서 인근 학교에서 꽤나 유명했더랬다.


나와는 상성이 맞지 않는 인간이라는 것을 일찍이 깨닫고 알게 모르게 거리를 두던 어느 날이었다. 


─너 한 번만 더 밖에서 나 쌩까면 진짜 뒤진다.


그 뒤로도 몇 번인가 모른 척했다가 몇 번이고 처맞았었지.


그가 나를 도와주는 것은 약간의 금전적 이득과 병원에 계신 이모의 당부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고작 20만 원 때문에 귀찮은 일을 떠맡을 사람이 아니었는데. 


─치이익···.


“아무튼 잘됐다, 돌슨.”


현실 걱정은 일단 내려놓아도 될 듯하니.


‘재혁이 형은 뭐···.’


단순한 양반이니, 며칠 있으면 알아서 풀리겠지.


***


양껏 식사를 마치고 벌모세수로 몸을 단정히 한 뒤 돌슨을 마주 보고 앉았다. 


아무래도 첫인상이 중요하니까.


‘생각해 보니 공교롭네.’


정말로 오늘이 돌슨의 생일이 되는 것이 아닌가.


자, 그럼.


[개체명 <돌슨> 에게 핵 부여(고유)를 발동하시겠습니까?]​


긍정하자 하얀 빛무리가 돌슨을 감쌌다.  


─화아앗!


[개체명 <돌슨> 에게 무작위 등급의 영혼의 핵을 부여합니다.]


TV에서 하릴없이 흘러나오는 아나운서의 음성을 배경음악 삼으며 작업이 완료되길 기다렸다. 


[핵 부여를 마쳤습니다.]


그러한 메시지와 함께, 빛무리가 가라앉았다.


이윽고 여느 날과 다름없는 모습의 돌슨이 모습을 드러냈다.


(^-^)


이렇다 할 외형적인 변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돌슨은 처음 만난 그날의 모습 그대로 청록빛 몸체를 뽐내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기대감을 담아 그 이름을 불렀다.


“돌슨?”


그러나 직후 내 부름에 답한 것은 돌슨이 아니라 상태창이었다.



광물 정보 일람 


개체명: 돌슨 《Lv.1》


루페온 대륙 어느 곳에서나 흔히 관찰되는 종류의 암석입니다. 오랜 시간 무수한 망령들이 가득한 무덤에 방치되어 언데드 독을 품고 있습니다.


※현재 부여받은 핵의 등급에 맞추어 변태가 진행 중입니다. (진행도 0.3%)


광물 특징: 미발현

개체 무게: 517g

속성: 독

구성 원소: 에테르, 엘라늄, 프라셀, 토트라늄, 네크로닉스···.



기대감은 고스란히 허탈함으로 뒤바뀐다. 


‘아니, 그래서 뭐 어쩌라고.’


에테르고 엘라늄이고 토트라늄을 제외하곤 죄다 듣도보도 못한 것들이다. 


뭉근하게 피어오른 기대감이 실망으로 뒤바뀌려는 찰나,


─ 다음 소식입니다.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아이템 <엘릭서> 주 배합 원료인 <엘라늄> 에 대한 원재료가 발견되어 엘릭서 개발 연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의학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딕션 좋은 아나운서의 음성이 날아와 꽂혔다.


···무슨 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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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3) +1 24.09.12 285 10 13쪽
13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2) 24.09.11 297 11 12쪽
12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1) 24.09.10 323 11 13쪽
11 유니크 24.09.09 334 10 13쪽
10 무한의 돌멩이 24.09.08 350 11 13쪽
9 해방 24.09.07 364 12 12쪽
8 꿈과 악몽 (2) 24.09.06 355 8 12쪽
7 꿈과 악몽 (1) 24.09.05 359 9 14쪽
6 S+ +1 24.09.04 379 8 12쪽
5 외출 +1 24.09.03 395 7 11쪽
4 갑작스러운 +2 24.09.02 420 8 12쪽
3 엘라늄 +1 24.09.01 459 8 12쪽
» 어쩔 수 없는 24.08.31 501 11 12쪽
1 반려돌 키우기 24.08.30 574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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