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돌 하나로 초월급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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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끼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8.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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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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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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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DUMMY

대격변 이후 급부상한 각종 던전산 자원 중에서도 가장 쓰임새가 높은 것이라고 한다면 역시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광물 종류다.


내가 이번 공략을 통해 얻은 화정석 역시 공방제 장비의 제작부터 각종 산업 현장까지, 다양한 곳에서 고루 쓰이는 광물이었다.

단가 자체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지만 항상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마정석과 뇌정석 다음으로 쓰임새가 높다던가.


나는 각기 다른 크기의 화정석을 바닥에 쫙 펼치고 그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광물 정보 일람


<화정석> 117g 성분 상세: 플레늄 61%, 에테르 38%, 아연 1%···.



‘오 중상급이다.’


광물 분석 스킬로 플레늄 비율을 확인한 뒤 견출지에 적어 붙였다. 지난번에 연구소를 찾았을 때 시험해 보려고 했던 건데 메두사의 눈에 정신이 팔리는 바람에 못 했지.


연진이 우리 나라에 감별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했던 것이 생각나서 테스트를 겸해서 미리 해보는 중이었다.

상시 발동 스킬이라 걱정했는데, 따로 마나가 빠져나가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중상급에다 100그램이면 한 100만 원 정도 하나. 생각보다 쏠쏠하구만.


나는 남은 18개의 화정석 감별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리고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오는 것이라는 걸 증명하듯 대박은 마지막에 터졌다.


‘플레늄 99퍼센트! 최상급!’


다른 화정석과 비교해서 유독 투명하면서도 선명한 핏빛 색을 띠어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정말로 대박이었다.


“크으···.”


최상급부턴 거의 부르는 게 값이라던데.


통상 플레늄 비율이 95퍼센트를 넘어가면 최상급으로 분류되는데 이건 기준보다 4퍼센트나 더 높다.


이 정도면 최상급 중에서도 최상급이라고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흠.’


근데 마켓 매입자가 과연 이 미묘한 차이를 알아볼 수 있을까.


각종 광물 자원은 헌터와 길드들의 주 수입원이나 다름없다. 그럼 분명 감별사가 없더라도 분류할 방법이 있기는 하다는 소린데.


‘설마 눈대중으로 하는 건 아니겠지?’


당장 나만 해도 부회장님이 커뮤니티에 올린 화정석 사진을 보고 등급을 때려 맞췄다가, 각성하지 않았던가.


···에이 아무리 그래도 설마, 전문가들이 그렇게 허술하게 일 처리를 할까. 뭔가 이런 종류만 판별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던가 기계 장치라던가 내가 모르는 전문적인 방법이 있겠지.


‘여차하면 그냥 돌슨한테 먹이지 뭐.’


돈이 아쉬운 것도 아니니.


당장 고민할 필요는 없는 문제였다. 어차피 화정석의 판매는 나중을 기약하기로 내심 마음먹고 있던 참이니.


화정석을 팔기 위해서는 마켓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난 아직 마켓 이용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연진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너무 도움을 많이 받아서.’


민망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렇지 않아도 밤낮없이 바쁜 사람이 아니던가.


게다가 금방 답변 주겠다고 했던 길드 가입에 관한 건도 던전 공략이다, 재측정 고민이다 해서 얼렁뚱땅 미루고 있는 상태고.


문득 며칠전 곤란한 일이 생기면 최기태에게 말하라고 당부하던 곽철휘가 떠올랐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누구 말마따나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사소한 거라도 그들에겐 빚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은 꿍꿍이가 있는 게 너무 보여서.’


아무래도 나를 국가직 헌터로 끌어들이고 싶어 하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들에겐 박봉인 것을 들먹였지만 사실 수입적인 부분은 그렇게 이유가 아니었다. 국가직 헌터라는 직업 자체에 큰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소위 명예에 죽고 사는 낭만 있는 이들이나 찾는 직업이었다.

던전 관련 재해가 터지면 가장 먼저 현장에 출동하고, 가장 늦게 현장을 벗어나는 게 그들이다. 그러나 예부터 으레 그래왔듯이 일은 일대로 열심히 하면서도 사소한 실수 하나로 욕은 욕대로 먹었다.


안타깝지만, 인식이 그랬고 현실이 그랬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기태를 생각하면 된다. 돌아가는 사정을 내심 아는 나조차도 던전이 생긴다는 말에 그의 언행 하나를 두고 못마땅하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어떤 길드에서도 B급 헌터가 그런 대우를 받지는 않았다.


그들을 존중하지만, 딱히 내가 그들이 되고 싶지는 않은 거다.


내가 되고 싶은 것은 박운호 부회장님처럼 사람들이 우러러보며 박수를 치는 각성자지, 동네북처럼 치는 각성자가 아니니까.


‘무엇보다 신성에서 나를 원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지.


생각하며 일을 마무리했다. 주섬주섬 견출지를 부착한 화정석을 아공간 가방에 주워 담았다. 최상급 화정석은 따로 빼서 액자와 돌슨의 둥지 사이에 두었다.


보기 좋군, 팔기 전까지는 이렇게 둬야겠다.


“이웃 생겼네 돌슨.”


***


─지이이잉


얼마 후 정오쯤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연진이었다.


계약서 작성 이후 연구 성과 공유를 명목으로 거의 하루걸러 한 번씩 통화를 하고 있었기에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긴장이 되거나 하진 않았다.


아니면, 그만큼 그녀가 편해진 것인지도 모르고.


“네, 연진씨.”


어깨 사이에 전화를 끼우고 받았다. 듣기 좋은 미성이 안부를 물어왔다.


“네 덕분에 무사히 공략 마쳤습니다. 시간이요? 한두 시간? 쯤 걸렸던 거 같은데, 네 간단했어요. 다친 곳도 없고요.”


내가 허세를 부린다고 생각했는지, 연진이 깔깔 웃었다. 아무튼 무사히 다녀오셔서 다행이라며 웃는 그녀에게 내가 말했다.


“정말이에요, 마침 수문장이 골렘이었거든요.”


그렇게 말하자 목소리 톤이 조금 올라간다.


─네? 골렘이요?

“네, 돌슨이 야무지게 먹어 치웠죠.”

─헉! 맞다, 그렇네요! 돌슨 광물 먹을 수 있다고 했으니까,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럼 나중에 가고일도···!

“오 저도 그건 생각 못 했는데, 가고일도 있군요. 시간 나면 비슷한 종류 몬스터가 뭐가 있는지 한번 찾아봐야겠다.”


곽철휘와 최기태로부터 성장형 던전에 관한 것은 대외비이니, 비밀로 해줄 것을 당부받았기 때문에 말을 더하진 않았다.


잠깐의 스몰 토크 뒤에 연진이 뿌듯한 음성으로 용건을 꺼냈다.


내가 기다려 마지않던 소식이기도 했다.


“검증이 끝났다고요?”

─네. 결과 문제없었으니, 이모님께 바로 사용하셔도 돼요! 아직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시제품 자체는 내가 엘라늄을 그들에게 넘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완성되었다.


애초에 제작법과 재료는 거진 다 갖춰진 상황에서 엘라늄이 없어서 만들지를 못하고 있었던 거였으니.


다만 내가 엘릭서 중 한 병을 병상에 계신 이모께 사용할 예정이라는 말을 전해 들은 그녀가 그렇다면 검증 실험을 조금 더 깐깐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서 시기가 좀 늦어졌을 뿐이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재혁이 며칠 전 임시 각성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연수를 받으러 떠난 참이라 당장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차도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 줄곧 품어온 부채감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에이, 고생은요. 그래서 엘릭서도 전해드릴 겸 조만간에 시간 괜찮으시면 한 번 만나 뵙는 거 어떨까, 해서요!


잘 됐다.


그렇지 않아도 빌린 아공간 가방을 돌려주고, 식사라도 사드리고 싶었는데.


“물론이죠. 음, 혹시 괜찮으시면 식사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진이 들뜬 음성으로 답했다.


─엇, 앗! 좋아요! 너무 좋죠! 이번 주말 시간 괜찮으세요?


이번 주말이면 글피인가?


어차피 나야 남아도는 게 시간이다.


돌슨 산책을 겸해서 아침저녁으로 조깅을 하거나 엘라늄을 추출을 하거나 하는 것 외에 딱히 하는 것도 없었다.


‘마나는 어차피 시간 지나면 차는데 안 쓰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이란 말이지.’


추출은 이것저것 미리 해두고 있었다. 던전에서 레벨업을 한 덕분인지 마나량도 좀 늘어서 이젠 하루에 네 번까지 추출 스킬을 사용해도 크게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


아무튼,


“네, 그럼, 그날 뵙겠습니다.”


연진과는 그렇게 약속을 잡고 통화를 끝냈다.


‘이 참에 길드 가입에 대한 것도 확실히 말해둬야겠다.’


연구소에 들른 날 내 마나가 형편없다는 것을 알아챘을 텐데도 연진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눈치를 못 챈 건지, 아니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지는 몰라도.’


확실하게 말하고 재측정 받고, 연수도 받고, 가입하는 걸로 말해둬야지.


“그나저나 왠지 데이트하는 것 같네, 크흠.”


옷 몇 벌 사두길 잘했다.


***


이진희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휴대전화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수도 없이 화면을 껐다 켜기를 반복하며 새로운 알림이 없는지 확인했다.


‘이 여자는 녹음본 보낸 지가 언젠데 도대체.’


용서를 구하는 한기훈의 음성이 담긴 녹음본을 박연진에게 보낸 지가 언젠데도 그녀는 다시 연락 주겠다는 답변을 끝으로 감감무소식이었다.


그걸 찾는답시고 다시는 발도 들이고 싶지 않았던 본가까지 찾아가는 수고를 들였는데, 정작 제일 중요한 인물에게서 연락이 없자 초조해졌다.


카페 의자에 앉은 그녀의 다리가 쉬지 않고 까딱거렸다. 옆에 있던 손님이 불편한 듯 눈을 흘기며 자리를 피했다.


─파일 확인했습니다. 추후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진희씨.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짜증스레 커피를 한 모금 머금은 이진희가 왈칵 소리 질렀다.


“아 뜨거워!”


진짜 짜증 나!


사납게 표정을 구긴 그녀가 알바생을 불러냈다.


“이렇게 뜨거운 걸 먹으라고 준 거예요?”

“죄송합니다, 다치진 않으셨어요?”

“눈은 장식이에요? 혀 다 데었잖아! 됐으니까, 아이스로 바꿔줘요!”


냅다 소리부터 질러대는 이진희에, 진상을 직감한 아르바이트생은 군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금방 새로 내려드리겠습니다.”


박연진도 박연진이지만, 이진희를 초조하게 만드는 건 하나 더 있었다.


면접 일정을 잡아 연락 주겠다고 했던 신성 길드에서도 별다른 연락이 오지 않고 있던 것이다.


작년 겨울의 마지막 날, B급 화염 술사로 각성한 이진희는 드디어 자신의 삶에 볕이 드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재수 없게 한기훈을 만난 이후로 뭔가 꼬였다. 찝찝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진희가 불쾌한 듯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중얼거렸다.


“계속 집구석이나 박혀 있을 것이지, 왜 기어 나와서는···.”


쯧, 불만스레 혀를 차던 때였다.


[신성 길드 인재개발부입니다. 이진희님의 면접 일정이 계획되어 안내드립니다.]


벌떡!


“됐다!”


노심초사하던 마음이 단번에 사르르, 풀렸다.


‘···흥, 진짜 바빴나 보지.’


B급 화염 술사는 웬만한 길드에서도 인정받는 전력이다. 박연진도 잘 말해두겠다고 했으니, 면접이 잡힌 이상 가입은 따놓은 거나 다름 없었다.


‘신성은 기본 연봉이 최소 1억부터 시작한다던데.’


거기에 던전을 공략하면 나오는 부차적인 소득과 위험수당까지 하면···! 꿈에 그리던 인생의 시작이었다.


그녀의 눈앞에 앞으로 펼쳐질 휘황찬란한 삶이 어른거렸다.


‘내 인생, 이제 시작이라고.’


또각또각-


진하게 미소 지은 그녀가 아이스 커피를 들고 허둥지둥 다가오는 아르바이트생을 지나쳐 문으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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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귀환 (1) 24.09.15 343 13 12쪽
16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5) 24.09.14 324 11 13쪽
15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4) 24.09.13 326 12 12쪽
14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3) +1 24.09.12 352 13 13쪽
13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2) 24.09.11 363 14 12쪽
12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1) 24.09.10 396 15 13쪽
11 유니크 24.09.09 403 14 13쪽
10 무한의 돌멩이 24.09.08 428 15 13쪽
9 해방 24.09.07 436 15 12쪽
8 꿈과 악몽 (2) 24.09.06 427 13 12쪽
7 꿈과 악몽 (1) 24.09.05 431 14 14쪽
6 S+ +1 24.09.04 456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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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엘라늄 +2 24.09.01 544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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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려돌 키우기 24.08.30 674 2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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