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돌 하나로 초월급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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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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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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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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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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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2)

DUMMY

옥상으로 올라오자, 관리국 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철수 준비에 한창이었다.


게이트형 던전 출현 징조가 관측된 곳은 옥상 한구석 상단의 허공이었다.


재혁과 일렁거리는 ‘징조’를 망연히 바라봤다.


허공이 불안정하게 일렁이는 모습. 영상으로 숱하게 보아온 징조가 확실했다.

그 너머의 건물들은 수면 위에 비친 달 같았다.


“진짜네.”


직접 보니 현실감이 느껴지는 듯 재혁이 비교적 또렷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러게, 아지랑이 같다.”

“지금 감상평이 나오냐? 아닌 밤중에 날벼락도 아니고 이게 무슨.”

“회오리가 아닌 걸 다행이라고 희망적 사고 중이니까, 좀 도와줘.”

“그래. 계속 평가해.”


그래도 너머의 형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 왜곡 현상이 심하지 않다는 건, 뭐시기 과 사내의 말처럼 던전의 등급이 높지 않다는 방증이다.


듣기로는 등급이 높아질수록 왜곡이 심해져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다는 듯.


‘크기도 이 정도면 그리 크지 않고.’


그러나 아무리 위험도가 낮다고 한들 던전은, 던전이었다.


‘하필이면 왜 우리 건물에.’


이걸 정말 예전처럼 최악은 아닐 때를 맞추어 나타나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보수 공사 들어가기 전에 나타난 것도 어떻게 보면.’


내가 일렁이는 허공을 보며 마인드 컨트롤을 하던 때였다.


“잠시 대화 괜찮으십니까.”


관리청 직원들과 대화를 마친 최기태가 다가왔다.


일단 밖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구경을 끝내고 옥탑방으로 안내했다.


“마땅히 드릴 만한 게 없네요.”

“고맙습니다.”


그러한 말과는 달리 그는 냉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요점만 말씀드리자면 선생님 댁 앞에 출현 예정인 SKB-011 던전은 브레이크 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적은 게이트 형 던전으로 공략 선순위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아저씨가 뭐라는 거지.


“···그래서요?”


최기태는 묘하게 고압적인 태도로 통보를 이어갔다.


“던전이 나타나도 따로 공략이 진행되지 않을 거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같은 이유로 피해민 구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요. 안전을 위해 거주민의 대피를 권고하고는 있습니다.”


···어이없네.


그러니까 공략도, 피해민 구제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알아서 각자도생하라, 이 말 아니야?


“이봐요,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닙니까?”


내 생각을 그대로 읽은 듯 재혁이 울컥하며 반발했으나, 최기태는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산만 한 덩치의 재혁이 저렇게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면 보통 사람은 으레 겁을 집어먹기 마련인데.


‘담이 큰 건가. 보통 사람이 아닌 건가.’


최기태는 그저 익숙한 상황이라는 듯 별 감흥 없이 같은 이야기에 변주를 주어 통보할 뿐이었다.


“전국적으로 던전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위험도가 높은 던전부터 공략하라는 게 상부의 지침입니다. 유감스럽지만 저로서도 방법이 없군요.”

“던전 브레이크 발생 가능성이 낮은 거지, 아예 없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땐 국가에서 책임지는 겁니까?”


내 말에 최기태가 품을 뒤적여 명함 한 장을 내밀었다.


“뭔가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쪽으로 연락해 주시면 됩니다. 물론 저희 쪽에서도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을 거고요···음?”


담담히 말하던 그가 무언가를 발견하곤 의아한 소리를 냈다.


꼭 말린 명태처럼 맥없던 눈동자에 일순 빛이 감돌았다.


“KDERI···?”


창가에 전시해 둔 계약서의 마크를 본 듯했다.


내가 그게 뭐요. 라는 의미를 담아 그를 보자 그가 묻는다.


심란함에 불편한 기분을 굳이 감출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혹시 각성자십니까?”

“그런데요?”

“호오, 실례가 안 된다면 어떤 등급을 받으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관심을 보이는 그의 얼굴엔 미약한 흥미가 느껴졌다.


남은 지금 집에 던전이 생기게 생겼는데 이 작자가···.


“실롑니다.”


딱 잘라 말하자, 물끄러미 나를 응시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어쩌면 선생님께서 직접 해결하시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군요. 아니면 소속 길드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겠고요. F급 게이트 형 던전에 나올 녀석들이야 거기서 거기니, 염두에 두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기태의 제안에 반응한 것은 재혁이었다.


“이봐요,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을 누구한테 떠넘깁니까?”

“그냥 그런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드린 것뿐입니다. 그리고 굳이 첨언하자면 모든 각성자에겐 유사시 던전을 공략할 의무가 있다는 것 또한 알려드리고 싶군요.”


원칙적으로 보면 죄다 맞는 말이라 딱히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재수 없군.


“알아서 할 테니 그만 가주시죠.”

“그럼 실례했습니다.”


정장을 툭툭 털어 매무새를 정리하며 현관으로 향하는데, 그 모습까지 아니꼬웠다.


그가 떠난 뒤에야 나는 모아두었던 원기옥을 터트리듯 씩씩거렸다.


“옷은 왜 털어? 우리 집이 더러워?”


내 말에 재혁이 생각 없이 덧붙였다.


“솔직히 깨끗하진 않지.”

“시끄러워.”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려간다고 했더니 이런 변수가 생길 줄은 몰랐다.


내가 전투 능력만 있었어도, 한 번 시도해 보긴 했을 텐데.


아니지.


‘···생각해 보면, 이거 기횐가?’


내가 순간적으로 번뜩인 생각에 눈을 빛낼 때였다.


“너, 뭔 생각해. 하지 마.”


부지불식간에 내 뒷덜미를 움켜쥔 채 들어 올린 재혁이 경고했다,


“······.”


나는 빨래처럼 허공에 떠서 발끝을 간신히 바닥에 붙인 채 말했다.


“생각은 뭔 놈의 생각, 청소하고 잘 거니까 형도 그만 가지? 도와줄 거 아니면.”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재혁이 손을 털곤 미련 없이 등 돌렸다.


“흠, 그래, 수고.”


쿵쿵 거침없이 발망치를 찍어대며 집을 나선다.


나는 줄곧 품었던 의구심을 구체화했다.


“···아무리 봐도 저거 마법사 아닌데.”


다음 날.


“너 허튼 생각하지 마라, 진짜. 경고했다.”


새벽부터 캐리어를 끌고 쳐들어온 재혁이 아직 눈도 다 뜨지 못한 내게 을렀다.


아침부터 뭔 귀신 싯나락 까먹는 소리야.


내가 짜증스레 눈가를 누르자, 덧붙인다.


“혹시라도 던전 들어갈 생각하지 말라고, 정 불안하면 차라리 박 길드장님한테 부탁을 해. 아니면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던가.”


어이없네.


“그 말 하려고 새벽 다섯 시에 쳐들어온 거야?”

“너는 약간 좀, 그래.”


물가에 내놓은 애 같아.


소름과 동시에 짜증이 치솟았다.


“질척대지 말고 강원도로 꺼져.”

“···근데 이 새끼가, 기껏 걱정해서 말 해줬더니.”

“아 가라고!”

“알았어 간다 가, 새끼야.”


진심 성질에 미간을 구기더니, 마지못한 표정으로 돌아선다.


불만이 그득그득 느껴지는 뒷모습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다녀와.”

“···오냐.”


─쾅


“쓸데없이 촉은 좋아가지고.”


늘어지게 하품을 한 뒤 다시 이부자리 속으로 파고들었다.


***


현재까지 밝혀진 던전의 크게 종류는 세 가지다.


게이트 형 던전, 필드형 던전, 미궁형 던전.


가장 흔한 종류가 미궁형이고, 가장 브레이크 위험도가 높고 까다로운 것은 필드형이다.


우리 집 앞에 출현 예정인 게이트 형 던전은 그 세 종류의 던전 중에서도 가장 출현율이 낮고, 위험도도 낮은 던전이었다.


공략법도 비교적 단순했다.


쭉 뻗은 외길을 따라가며 구획마다 있는 몬스터 수문장을 격파하고 길의 끝까지 도달하면 된다.


각 구획을 지키는 수문장의 수가 많을수록 등급이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고, F급 던전의 경우엔 통상 한 두 마리 내외의 몬스터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에서 브레이크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이유의 근거였다.


하지만 이전부터 나는 종종 생각했다.


‘정말 그게 전부일까.’


현재까지도 실시간으로 새로운 아이템이 발견되고, 처음 보는 몬스터들이 목격되는 일 또한 비일비재하다.


아직 이름조차 밝혀지지 않은 자원도 부지기수다.


한데 던전이라고 다를까.


4년의 시간으로 인류가 밝히고, 판단한 세 종류의 던전이 정말 전부일까.


이 의문은 지난 저녁 최기태가 내 물음에 확답하지 않고, 말길을 돌린 이유와도 상통할 것이다.


F급의 게이트형 던전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전문가인 그들도 그 판단을 확신하지 못하는 거다.


국가의 권위와 책임을 동시에 등에 진 사람이니까, 이해는 한다.


위에서는 까라면 까라고 들들 볶을 테고, 피해민들은 책임지라고 성화일 거고,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윗사람들의 책임 돌리기에 피해받는 것은 그 당사자가 될 테니까.


아침이 되고 어수선했던 속이 어느 정도 진정되니, 그의 입장도 이해는 갔다.


“직접 해결하라고 그랬겠다.”


마음먹으면 못 해 보일 것 없지.


내겐 초월급 돌슨과,


1,500,000,000원의


잔고가 있으니.


***


던전이 생성되기까지는 아직 시간 있으니까, 일단 청소나 좀 하자.



─쾅쾅쾅


샷시문이 요란스럽게 진동했다.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 문을 두드리면 숨죽이고 없는 척하는 게 기본값이었는데.


새삼스러운 변화에 스스로 감탄하며 현관으로 향했다.


“누구세요?”

“한군, 집에 있어?”


왕씨 아저씨?


1층 대왕 치킨집의 왕씨 아저씨가 찾아왔다.


“어쩐 일이세요? 아니 일단 들어오실래요?”


나는 왕씨 아저씨를 방으로 안내하고 녹차 티백을 찾아 찬장을 뒤적였다.


‘요즘 본의 아니게 손님 방문이 잦네.’


건물 안으로 들어갈까.


어제 최기태를 집에 들였을 때도 느꼈지만 사실 조금 창피했다.


이 옥탑방은 살아계실 적 아버지께서 당신의 비밀 아지트처럼 사용하던 공간을 급하게 개조한 장소다. 오래된 조립식 판넬집엔 청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곤궁함이 배 있었다.


이전에야 사람이 싫고, 사람이 불편해서 일부러 개조까지 해서 이곳에 머물렀지만···.


‘그래, 상황 좀 정리되면 인테리어도 싹 새로 해서 들어가자. 아 찾았다.’


적당히 물을 끓여 티백을 우려 왕씨 아저씨께 건넸다.


“몇 년을 봤는데, 한군 사는 곳은 처음 와보네.”


하며 허허롭게 웃는다.


“요즘 보기 좋아. 부쩍 얼굴도 자주 보여주고.”

“하하, 그런가요? 자주 찾아뵀어야 했는데, 저도 여러모로 일이 있어서.”

“알지, 알지. 한군 고생 많았던 거.”


왕씨 아저씨는 부모님이 살아계실 적부터 우리 건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셨다. 지금에야 단골 장사로 근근이 풀칠하시는 것 같지만, 대격변 이전까지만 해도 장사도 곧잘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 오전부터 그가 찾아온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갔다.


동네 분위기가 뒤숭숭해 가뜩이나 단골들의 발길이 서서히 끊기는 마당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물에 던전까지 생겨 버렸다.


언제 몬스터가 터져 나올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머리에 이고 치킨을 뜯고 싶어 하는 간 큰 사람은 없을 터였다.


“가게, 빼시고 싶으신 거죠?”


나를 비롯한 다른 세입자들에겐 주거의 문제지만, 아저씨에겐 정말 먹고사는 문제가 달린 사안이니 십분 이해하는 바였다.


왕씨 아저씨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셨다.


내가 그의 사정을 짐작하고 있는 듯이 아저씨 역시 내 사정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미안하게 됐어. 한군. 급한 건 아니니까, 급전 마련 되는대로 부탁 좀 해도 될까?”


이 문제는 내가 정말로 던전 공략을 해볼까, 마음먹은 계기 중 하나이기도 했다.


나는 굳이 애써서 설득하진 않을 생각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안전한 장소에서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세입자들 임시 거주지까지 구해주려면 좀 빠듯하긴 해도 보수 공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이니, 보증금 정도는 어떻게든···.


“알겠습니다. 아저씨 보증금이 얼마였죠?”

“일억 오천.”


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 품에서 지갑을 꺼냈다.


“이게 뭔가, 한군?”

“임시 각성자 등록증입니다. 아저씨, 걱정하실 것 없어요. 저까짓 던전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반드시, 공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생긴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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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2) 24.09.11 29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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