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돌 하나로 초월급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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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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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D
작품등록일 :
2024.08.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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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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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갑작스러운

DUMMY

연진이 그 게시글을 발견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녀는 모처럼의 휴일을 맞아 함께 식사하고자 아버지의 서재를 찾았다.


“아빠 식사하세요.”

“응? 아아 알았다. 잠깐만.”


그녀가 들어왔는데도 그녀의 아버지인 박운호의 시선은 모니터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커뮤니티 둘러보고 계세요?”


연진은 열중하는 중년인의 등 뒤로 다가가 물었다.


“어, 어. 요 며칠 바빠서 신경을 못 썼더니 분위기가 말이 아니구나. 관리를 못 하면 늘 이런다니까.”


귀찮다는 듯 말씀하시지만,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관리를 도맡아 하실 만큼 커뮤니티를 아끼고 계신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고 보니 벌써 2년이나 됐구나.’


어느 날엔가 요즘 돌을 가까이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며 소통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시기에 개설해 드렸는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다.


연진은 흐뭇하게 웃으며 화면을 보다 이내 화들짝 놀랐다.


“와! 회원 수가 500명이나 돼요? 아빠 운영 진짜 열심히 하셨구나!”


개설 2년 만에 다시 본 커뮤니티는 그녀의 상상 이상으로 활동적이었다. 


박운호는 흡족한 웃음으로 답했다.


[오늘의 돌슨]


“척 돌랜드?”

“아주 유머 감각 있는 친구지?”


연진이 피식 웃으며 맞장구쳤다.


“그러게요, 어디 무인도에라도 갇혀 계시나?”

“아무리 봐도 나랑 동년배 같단 말이지.”

“그래요? 채팅이라도 한 번 해봐요, 근처 사람이면 가끔 만나셔서 술도 한잔씩 잡수시고 그러면 좋잖아.”


말마따나 그가 쓴 글에서 아버지와 같은 중년 남성의 분위기가 한껏 느껴졌다.


“아니면 아예 정모 같은 거 한 번 개최해 보시는 거 어때? 꾸준히 활동하는 회원들 많지 않아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모처럼의 휴일에도 골방에서 돌만 닦고 계시는 게 안쓰러워 말을 건네던 찰나였다.


화면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연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아빠! 잠깐만!”


다급하게 스크롤을 내리는 손가락을 멈춰 세웠다.


“어이쿠 놀라라···. 왜, 왜?”

“위로! 위로 올려 봐요!”


맙소사, 틀림없다.


며칠 전 일본 연구소에서 나온 그 얄미운 놈이 적선하듯 던져준 연구 자료에서 본─


‘에, 엘라늄이잖아?’


신성 계열 각성자이자, 연구원이 그녀의 눈에는 보였다.


손톱만 한 돌에서 일렁이는 신성력이.


이, 이게 왜 여기 있어? 


“아빠, 이거, 이 글 쓴 사람 한국 사람이에요? 한국에 사는 사람 맞지?”


제발 맞다고 해주세요!


그녀의 바람에 화답하듯 박운호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화곡동 어디 산다고 본 거 같긴 한데.”

“채팅! 채팅해 봐요! 아빠! 연락처! 내 연락처 남겨줘요!”

“그, 그래 알았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그에게서 답은 없었다.


마치 신기루처럼 채팅을 하자마자 모습을 감추었다.


연진은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아예 아버지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러다 눈에 띄는 댓글 하나를 발견했다.


‘연금, 연금술사라고?’


누가 봐도 광물의 원료를 분리할 수 있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것 같은 클래스가 아닌가.


연진은 허겁지겁 그의 이전 자취를 쫓기 시작했다. 그가 남긴 글과 댓글을 모두 찾아 읽었다.


“······.”


그는 대략 이주 전부터 ‘오늘의 돌슨’이라는 제목으로 업로드를 하기 시작했다.


그가 올린 게시글에는 평범한 돌멩이가 실시간으로 가치 있는 광물로 거듭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모든 것을 꼼꼼히 살펴 보고 그녀가 내린 결론은─


‘진짜야, 각성자야. 그것도 2주 전에 각성한 따끈따끈한 신입.’


하지만 그녀는 관리국에서 따로 받은 기별이 없었다.


‘그렇다는 건 아직 등록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거고.’


거기까지 파악한 그녀는 마음이 급해졌다.


왜 각성자 등록을 하지 않았을까?


연금술 계열의 각성자라면 등급의 고저와 상관없이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을 텐데.


‘모르는 건가?’


아니면 그런 게 필요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부자라서?


···음 사진의 배경을 보면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설마···!’


귀화라도 준비하나···?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더욱더 마음이 조급해진다. 연진이 초조한 얼굴로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이거라면 등록하지 않은 이유도 설명이 된다.


그런 연진을 안쓰럽게 지켜보던 박운호가 입을 열었다.


“딸, 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니?”

“아빠 이건 제 자존심이 걸린, 아니 국가적 중대사예요.”


잠시 갈등하던 그가 마지못한 얼굴로 제안한다.


“음 그럼 그, 회원 정보 한 번 들어가 보려무나. 회원 가입할 때 분명 전화번호 기입을─”

“꺄아악! 그걸 왜 이제 말씀하세요!”


그야 네가 이렇게 나올 거 같았으니까···.


박운호는 언뜻 광기가 내비치는 딸을 보며 서글프게 웃었다.


‘키데리가 우리 딸내미를 배렸구나, 배렸어.’


***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젖히며 물었다.


“오늘 햇빛 장난 아니다. 그렇지, 돌슨?”


(^-^)


더우려나?


수납함을 뒤져 돌슨 전용 선그라스를 꺼내 씌어준 뒤 컴퓨터 앞에 앉았다.


(●_●)


습관처럼 커뮤니티를 클릭하려다 허겁지겁 커서 방향을 틀었다.


‘어떤 지옥도가 펼쳐져 있을지 몰라.’


내 멘탈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애초에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고민하다 Q&A 사이트를 클릭했다.


애써 외면하고 있던 또 다른 현실을 마주 볼 생각이었다.


지옥보다는 조금 더 강도가 낮은.


Q. [척 돌랜드 님의 질문]


1. 각성했는데 등록을 안 하면 어떻게 되나요?

2. 한국에 엘라늄이 없다는 게 사실인가요?


질문 글을 등록한 뒤 적당히 집안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답글이 달려있다.


‘빠르네.’


A. [한국 각성 관리국 (서울)님의 답변]


1. 20XX년 제정된 각성자 특별법에 의거, 범법 행위가 발각될 경우 가중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2.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범법 행위만 하지 않으면 등록을 하지 않아도 무관하다는 말이구나.’


짤막한 답변 밑으로는 기나긴 홍보가 이어졌다.


─작성자님께서 만일 등록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주저하지 말고 가까운 관리 센터를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당국은 각성자의 복지 및 혜택에 어느 국가보다 힘을 쏟고 있으며······.


각성자로 등록하게 되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혜택에 관한 내용이었다.


‘다른 나라로 귀화하는 각성자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라던가. 딱히 끌리진 않네.’


단순 등록만으로 누릴 수 있는 주요 혜택은 전액 무료 교육 연수, 길드 연계, 각성자 전용 쇼핑센터 및 커뮤니티 이용, 각성자 전용 대출, 전용 보험 할인 혜택 정도였고.


생활 지원금이나 주택 및 아이템 무상 지원같이 좀 쓸만한 혜택이다 싶은 경우는 국가에 꼭 필요한 능력을 각성한 인재거나 고등급 각성자들만의 특권이었다.


나는 관리국에 내공 5점을 부여한 뒤 턱을 괸 채 생각에 빠졌다.


‘그나저나 엘라늄이 정말로 없단 말이지.’


뉴스에서 하도 호들갑을 떨어대기에 금방 상용화될 줄 알았는데.


‘흐음.’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는 대충 두 가지 정도다.


먼저 엘라늄의 원재료가 되는 자원의 미확보.


‘···는 가능성이 거의 없지.’


엘라늄을 품고 있던 게 다름 아닌 돌슨이기 때문이다.


던전에서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누군가 주워서 단돈 2만 9,900원에 팔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굉장히 희귀한 자원이었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보다는─


“추출 방법을 모르거나, 하지 못하고 있거나.”


로 보는 게 맞다.


그리고 이 예상이 맞는다면 내가 추출한 엘라늄의 가치와 나의 가치가 동시에 격상한다.


“······는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겠지 돌슨? 하하”


나는 멋쩍게 코밑을 훑었다.


‘영혼이 깃들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신경 쓰인단 말이지.’


나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각성자와 던전, 그리고 길드 등에 관해 알아보기로 했다.


─신성의 팔라딘, 양호명! 제주도 B급 광신의 신전 던전 브레이크에 제동을 걸다!


‘딱히 달라진 건 없네.’


3년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한국 부동의 1위 길드는 신성이고, 랭킹 1위 각성자는 양호명이었다.


최근까지야 각성은 나와는 평생 연이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관심을 끊고 살았다지만, 은둔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나도 각성해서 이 좆같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새 인생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기대감에 부풀었던 때가 있다.


열여덟.


당시의 나는 내가 정말 서브컬쳐 속 비운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곧 각성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래서 예습이라는 명목으로 종종 그들의 세계를 염탐하곤 했다.


사회로부터 고립되니 그런 실체 없는 희망에 사로잡히게 되더라.


이후로는 뭐, 부질없다는 걸 깨닫고 완전히 그쪽과는 연을 끊었다.


혹시라도 미련이 남을까 싶어 일부러 던전 긴급 경보까지 꺼두고 말이다.


‘그런데 인제 와서 각성이라니.’


새삼, 현실이 우스워졌다.


나는 이후로도 얼마간 새롭게 생겨난 던전과 몬스터에 대해 알아보며 시간을 죽였다.


여전히 집 밖으로 나갈 의지는 없었지만. 뭐,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거니까.


어린 시절의 나도 내가 커서 방구석 히키코모리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얼마쯤 컴퓨터 앞에 죽치고 있었을까.


침대 가에 대충 던져둔 휴대폰이 요란스럽게 몸을 떨었다.


─지이이잉


나는 수신인을 확인하지도 않고, 전화기를 귀에 가져갔다.


어차피 나한테 연락할 사람이야 뻔했다.


202호 세입자의 보일러 수리 일정이 이번 주로 잡혔으니, 아마 재혁이겠지.


“응 형─”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꺅 받았다···! 여, 여보세요! 척 돌랜드님 맞으신가요?! 여보세요?


호들갑스러운 음성이 쑤셔 박힌다.


잠시 사고가 정지했다.


‘···여자?’


아니 그전에 방금 척, 뭐라고.


순간적으로 스치는 생각. 아직 켜져 있는 모니터를 확인했다.


Q. [척 돌랜드 님의 질문]

‘척 돌랜드?’


설마 등록 안 했다고 아이피 추적 뭐 그런 걸 한 거야? 나 좆된 거야? 방구석에 있는 내가 딱히 범법 행위를 저지르진···.


지난 수년간 인터넷의 망령으로 떠돌며 저질렀던 크고 작은 분탕질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상황에 생각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흘러가는 사이, 누군가 전화를 바꿔 받았다.


─이 녀석아!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초면에 이게 무슨 실례야!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딸아이가 급한 마음에 실례를 끼쳤습니다. 척 돌랜드님 맞으십니까?


조금 전의 여자와는 전혀 다른, 정중함이 깃든 중년 남성의 목소리.


조심스럽게 사과를 건네는 음성에서는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안정적인 음성에 거칠게 뛰어대는 심장이 다소 안정을 되찾는다.


“······맞습니다만, 어디십니까?”


인터넷에서 그런 닉네임을 쓰는 사람이 어디 나뿐일까 싶긴 하지만.


─음? 아, 이런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돌사모] 커뮤니티 운영자 박운호라고 합니다. 마수석이라는 별명을 사용하고 있지요, 조금 전 그 아이는 제 딸아이입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잠시 대화할 수 있으실는지요?


마수석? 그 마수석?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우리 돌사모,


“부회장님?”

─아! 알고 계시는군요, 이거 다행입니다. 다른 게 아니라 선생님께서 올리신 글에서 엘라늄에 관한 이야기를 봤습니다. 관련해서 긴히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아니, 이거 전화로 이럴 게 아니라, 만나 뵙고 식사라도 하시는 게 어떠신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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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4) 24.09.13 264 8 12쪽
14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3) +1 24.09.12 286 10 13쪽
13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2) 24.09.11 297 11 12쪽
12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1) 24.09.10 323 11 13쪽
11 유니크 24.09.09 334 10 13쪽
10 무한의 돌멩이 24.09.08 351 11 13쪽
9 해방 24.09.07 365 12 12쪽
8 꿈과 악몽 (2) 24.09.06 356 8 12쪽
7 꿈과 악몽 (1) 24.09.05 359 9 14쪽
6 S+ +1 24.09.04 380 8 12쪽
5 외출 +1 24.09.03 395 7 11쪽
» 갑작스러운 +2 24.09.02 421 8 12쪽
3 엘라늄 +1 24.09.01 460 8 12쪽
2 어쩔 수 없는 24.08.31 502 11 12쪽
1 반려돌 키우기 24.08.30 574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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