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돌 하나로 초월급 연금술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붓이끼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8.30 15:38
최근연재일 :
2024.09.18 10:1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6,868
추천수 :
189
글자수 :
110,063

작성
24.09.07 14:20
조회
365
추천
12
글자
12쪽

해방

DUMMY

“이게, 뭐야?”


뭐냐니,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이게 뭐지.


우리 돌슨은, 저런···.


┐( ´ д ` )┌


···저런 망측한 표정 지을 줄 모르는데.


저 작대기는 뭐야? 팔인가?


“저거 방금 네 재킷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거야? 네, 네 거야?”


나는 허전한 품을 감각하고, 에메랄드빛 돌슨을 한 번 더 보고 긍정했다.


“···어.”


방금 이진희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감정이 안쓰러움은 아니겠지.


일단, 수습부터.


얼른 허리를 굽혀 돌슨을 챙겨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내가 하는 양을 지켜보던 이진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물었다.


“그런 걸 왜 가지고 다녀? 돌에 얼굴도 네가 그린 거니?”

“남 이사.”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폭발하듯 치솟던 감정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돌슨 효과인가.


“하, 그럼 그렇지. 그 성격이 어디 가겠니. 지금까지 용케 착한 척했네.”


이진희는 계속해서 2차전을 이어가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그래서 할 말은 그게 다야?”


속죄는 이미 할 만큼 했다.


나는 앞으로도 꿈결 같았던 오늘 같은 하루가 계속해서 이어졌으면 좋겠고, 더 이상 과거의 악몽에게 시달리고 싶지 않았다.


“아니? 아직 안 끝났어.”

“끝내 그럼. 너, 그래서 네가 원하는 게 도대체 뭐야? 내가 뭘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


내가 묻자, 금방이라도 쏘아붙일 듯 독기 어린 눈을 빛내던 이진희가 입을 다물었다.


이거 봐, 그냥 분풀이하고 있었을 뿐이잖아.


원망할 대상이 필요해서.


침묵 끝에 나온 말은 내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네가 불행했으면 좋겠어. 우리 오빠, 풍비박산 난 우리 집, 내가 받은 고통만큼 네가 불행했으면 좋겠어.”


이쯤 되니 외려 궁금해졌다.


진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본인들을 두고, 왜 나에게만 이렇게 집착하는 건지.


어릴 때야 사리 분별할 줄 몰라서 그럴 수 있다고 쳐도.


4년이나 더 지난 일로 이렇게 몰아붙이는 것도 정상적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왜 하필이면 나야? 내가 힘들어할 때 옆에 있어 주지 못한 것 맞지, 맞아. 그날 전화만 제때 받았어도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르지. 근데 그 사실 하나 때문에 내가 너한테 이런 욕을 먹고, 평생 방구석에 처박혀서 사람 구실도 못 하고 살아야 해? 너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넌, 너는 하나밖에 없는 오빠 친구였잖아, 그냥 친구도 아니고, 까마득히 어릴 때부터─”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끝까지 들어. 이왕 말 나온 김에 나도 하나 묻자, 너 정말 몰랐어?”

“···뭐?”

“진호, 그 자식들한테 괴롭힘당하는 거 너 정말 몰랐냐고. 같이 살았잖아.”


말문이 막힌 듯 우두망찰 서 있던 이진희가 이내 기가 찬다는 듯 숨을 토해냈다.


“하! 그때 나, 난 중학생이었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어?”

“그럼 나는? 내가 진호랑 같은 학교에 다녔던 것도 아닌데, 나는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


고장 난 듯 굳어버린 이진희를 보자, 서서히 오르던 열이 식는 기분이었다.


나는 몰아붙이던 어조를 누그러뜨렸다.


“벌써 4년이나 지난 일이야. 우린 이제 성인이고, 그만 놓아주자.”


입술을 짓씹으며 서 있던 이진희는 끝내 매달고 있던 눈물을 떨어뜨렸다.


“꺼져, 이 개새끼야.”


이렇게까지 말해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나로서도 별다를 수가 없었다.


‘아니 못 알아들은 게 아니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뿐이겠지.’


나는 앞치마를 꾹, 붙잡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이진희에게 담담히 통보했다.


“그래, 다신 보지 말자.”


그리고 부탁이니, 더 이상 네 피해망상에 나를 제물로 삼지 말아 주라.


등을 돌리는데 발작 같은 외침이 날아왔다.


“내가,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

“신성 길드장한테도 다 말할 거야, 네가 어떤 놈인지. 네가 유명해지면 언론에 뿌릴 거고! 어떻게든 구렁텅이로 다시 밀어 넣을 거야!”


···후.


나는 하늘을 한 번 보고 주머니 속 돌슨을 한 번 떠올리고, 다시 뒤를 돌았다.


조금 전의 그 한마디로 티끌만큼 남아있던 내 안의 부채감이 자취를 감추었다.


성큼성큼 걸어가 물기 어린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일렀다.


“네 마음대로 한 번 해봐.”


내 목소리는 내가 듣기에도 낯설 만큼 무미건조했다.


“진짜 이기적인 게 뭔지 제대로 보여줄 테니까.”


이제 더 이상 등신같이 죄책감에 절어 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려 식당 안으로 향했다.


“개새끼! 나쁜 새끼!”


***


‘기훈 씨는 어디 가신 거람. 담배 태우시나?’


화장실을 빠져나오던 연진이 발길을 돌려 바깥으로 향했다.


“···하, 하! 맞나 보네. 와, 세상 진짜 좆같다. 너 때문에 우리 오빠는 제대로 눈도 못 감고 죽었는데.”


코너를 돌기 직전 분기 어린 음성이 그녀를 멈춰 세웠다.


‘맹랑한 꼬맹이?’


직장에서 하는 말치고는 단어 선택이 자극적이기 그지없다.


‘싸우나?’


당연하지만 궁금증이 일었다.


호기심은 연구원의 기본 소양이었다.


그리고 향한 골목 어귀에서 전혀 예상 밖의 상대를 볼 수 있었다.


‘어? 기훈 씨잖아?’


“내가 씨발, 뭘 그렇게 잘못했냐?”


그가 쥐어짜듯 내뱉은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울분이 적지 않았다.


처음 봤을 때부터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인상이라고 생각은 했는데. 꽤 얽히고설킨 사연이 있는 모양.


‘엿듣는 거 같아서 좀 그렇긴 한데.’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눈에 밟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그리고 이내 그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얻은 파편을 짜 맞추자, 어렴풋이 그 사연의 얼개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녀가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저거 완전 쌍년이네? 그게 왜 기훈 씨 탓이야?’


뇌 내 회로가 어떻게 돌아가면 저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건지.


연진으로서는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몰입하여 속으로나마 열불을 토해내던 때였다.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끝까지 들어. 이왕 말 나온 김에 나도 하나 묻자, 너 정말 몰랐어?”


고분고분 그 욕을 듣고 있던 기훈이 반격에 나섰다.


‘옳지, 그렇지, 잘한다!’


언제부터인가 자신도 모르게 기훈을 응원하고 있는 연진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 아닌 대화는 점점 끝을 향하고 있었다.


“신성 길드장한테 다 말할 거야, 네가 어떤 놈인지. 네가 유명해지면 언론에 뿌릴 거고! 어떻게든 구렁텅이로 다시 밀어 넣을 거야!”


이진희가 악에 받쳐 그런 말을 한 순간이었다.


“······.”


걸음을 멈춰 세운 기훈이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뭐···.’


가로등 주황빛 조명에 비친 얼굴이 묘하게 우울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퇴폐적인 매력을 자아냈다.


‘···뭐, 모델이야?’


등 뒤의 이진희는 보지 못했겠지만, 연진이 숨은 코너에선 기훈의 얼굴이 또렷이 보였다.


“후.”


우울했던 인상이 한숨과 함께 돌변한다.


터벅터벅, 잡아먹을 듯이 다가가 읊조리는 음성은 소름 끼치도록 낮고, 단단했다.


“네 마음대로 한 번 해봐. 진짜 이기적인 게 뭔지 보여줄 테니까.”


연진은 기훈이 식당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연구실에 틀어박혀 살아온 지 어언 4년.


그녀의 마음에 새로운 탐구욕이 차올랐다.


훌쩍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연진이 이진희에게 다가갔다.


“진희씨?”


여우처럼 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영락없이 남자친구에게 차인 스무 살 여자애 같은 모습이었다.


“···!”


연진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맞네. 무슨 일이에요? 괜찮아요?”


화들짝 놀라던 이진희는 금세 표정을 추슬렀다.


“당신은···.”

“아 저는, 그전에 일단 이걸로 좀 닦을래요?”

“아···. 감사합니다.”

“아까 우리 봤죠? 박연진이에요, KDERI 연구실장으로 있고, 진희 씨가 사인받아 간 신사분이 저희 아버지. 그보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예쁜 얼굴이 이게 뭐야.”


연진의 연기는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다.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던 이진희는 이를 기회라 여겼는지, 철저하게 본인 입장에서 재해석된 자초지종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저런···.”


모르는 사람이 보면 꼼짝없이 믿을 만큼 가련해 보이는 표정 연기가 일품이었다.


“저런, 그런 일이···. 기훈 씨가 그런···.”


한껏 안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연진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는지, 살을 붙인다.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어서, 놀랐나 봐요. 창피한 모습을 보였네요.”


연진은 그런 이진희를 물끄러미 보다 말했다.


“진희 씨가 마음고생이 많으셨겠어요.”

“그냥, 그냥···. 오빠가 떠올라서···.”

“힘들었을 텐데 말해줘서 고마워요. 길드 영입 건은 아버지께 제가 잘 말씀드려 볼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 때문에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물론, 기훈 오빠가 유명해지거나 해서 매체에 비치게 되면 무척 힘들 것 같긴 하지만···.”


얼씨구.


“혹시 모를 불상사는 미연에 방지하는 게 좋죠.”

“정말 감사합니다. 흑···.”


연신 허리를 굽히는 이진희를 보던 연진이 돌연 진지하게 표정을 바꾸며 입을 열었다.


“천만에요, 서로 도와야죠. 그런데···.”

“네, 말씀하세요···!”

“저희 연구소는 정부 산하 기관이라 이목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지만, 단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길드의 입장은 다를지도 몰라요. 말씀드렸다시피 기훈 씨가 각성한 클래스가 무척 진귀하거든요. 웬만한 흠은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연진의 말에 이진희의 얼굴이 일순 딱딱히 굳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기훈 씨가 오빠분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증거라던가, 아니면 언론의 시선을 끌 수 있을 만한 뭔가가 있을까요?”


일찍부터 모략과 음해엔 일가견이 있던 연진이었다.


골똘히 고민하던 이진희가 무언가 떠올린 듯 퍼뜩, 고개를 끄덕였다.


“···! 네, 있어요! 있는 것 같아요”


그에 연진의 웃음이 진해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제 고작 스무 살밖에 안 된 어린애를 다루는 것은 물들 대로 물든 그녀에겐 손쉬운 일이었다.


“잘됐네요! 제가 언론 쪽에 줄이 좀 있으니까, 도와 드릴 수 있을 거예요.”


기훈 씨를.


“신성을 아버지가 어떻게 키우셨는데, 먹칠하는 꼴은 절대 못 보죠.”


그러니 너는 발 들일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렴.


“참, 제 연락처는···.”

“이거 정말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감사, 감사합니다···!”


능숙하게 속내를 감춘 연진이 생긋 웃었다.


“별말씀을요.”


화근은 미리미리 밟아둬야 탈이 없다.


***


식사는 별일 없이 마무리되었다.


화장실에서 좋은 일이 있었는지, 얼굴색이 눈에 띄게 밝아진 연진이 돌아오고 후일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나는 옥탑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곧장 이부자리에 드러누웠다.


‘왠지 엄청, 지치네.’


이제 막 방구석에서 탈출한 은둔형 외톨이에게는 너무 고된 하루였다.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지난 사 년 동안 안고 있던 무거운 돌덩이가 사라진 듯한 기분.


오늘 있었던 일들로 트라우마가 완전히 극복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한발 나아간 것만은 분명했다.


‘···다신 볼 일 없었으면 좋겠네, 정말로.'


술기운 때문인지 긴장이 풀렸는지 수마가 덮쳐들었다.


그러고 보니 돌슨 변태가 끝났다는 창이 떴었는데.


···모르겠다. 내일 확인하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짱돌 하나로 초월급 연금술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예정입니다 24.09.01 257 0 -
20 이진희 NEW 10시간 전 128 7 14쪽
19 약속 24.09.17 236 9 12쪽
18 귀환 (2) 24.09.16 276 10 13쪽
17 귀환 (1) 24.09.15 281 9 12쪽
16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5) 24.09.14 262 8 13쪽
15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4) 24.09.13 264 8 12쪽
14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3) +1 24.09.12 286 10 13쪽
13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2) 24.09.11 298 11 12쪽
12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1) 24.09.10 324 11 13쪽
11 유니크 24.09.09 336 10 13쪽
10 무한의 돌멩이 24.09.08 352 11 13쪽
» 해방 24.09.07 365 12 12쪽
8 꿈과 악몽 (2) 24.09.06 356 8 12쪽
7 꿈과 악몽 (1) 24.09.05 360 9 14쪽
6 S+ +1 24.09.04 380 8 12쪽
5 외출 +1 24.09.03 396 7 11쪽
4 갑작스러운 +2 24.09.02 421 8 12쪽
3 엘라늄 +1 24.09.01 460 8 12쪽
2 어쩔 수 없는 24.08.31 505 11 12쪽
1 반려돌 키우기 24.08.30 578 1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