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돌 하나로 초월급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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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끼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8.30 15:38
최근연재일 :
2024.09.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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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0,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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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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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외출

DUMMY

마수석 부회장님의 본업은 각성자다.


─안녕하십니까, 신성 길드의 길드장, 박운호입니다.


그것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1위 길드의 장이다.


나는 반려돌의 존재를 알기 이전부터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 사실 돌사모의 존재도 그의 자취를 쫓던 중 우연히 알게 된 것이었다.


그는 대한민국 최초의 헌터였다.


갑작스러운 던전 사태로 세상이 혼란에 빠졌을 때.


상식을 벗어난 이능력을 각성하고도 미지에 대한 두려움에 누구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을 때, 그가 나섰다.


어떤 지옥이 펼쳐져 있을지 모르는 그곳으로 그는 망설임 없이 나아갔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일상을 지켜냈다.


나는 그처럼 되고 싶었다.


사람들의 선망을 한몸에 받는 어른다운 어른이.


─어떠십니까?


요컨대 방구석 히키코모리에게도 낭만은 있다는 거다.


그런 내가 그의 제안을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식사, 말입니까.”


되묻자 달갑지 않아한다고 생각했는지 부회장님이 부연했다.


─아실는지 모르지만, 현재 한국에는 <엘라늄>을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각성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실 저희 딸, 연진이가 KDERI 연구 실장으로···


라는 내용을 시작으로 장황한 설명이 따라붙었다.

대충 요약하면 내가 가진 능력이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과 그게 힘들다면 내가 추출한 엘라늄을 매입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거였구나.’


내가 내심 안도하는 사이에도 부회장님의 말씀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나는 회장님이 점점 위축되어 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확실한 대가를 약속드릴 겁니다. 정당한 대우라고 생각되지 않으시면 언제든 그만두셔도 되고, 만일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제가 책임지고···.


심지어 횡설수설하기까지 한다.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던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던 부회장님인데.


아무래도 딸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능력자를 빼돌리는 것 같은 모양새가 겸연쩍은 듯했다.


“음.”


내가 고민하듯 침음을 삼키자,


─너무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키지 않으시면 거절하셔도 괜찮고요.


말 중간에 ‘아니 안 돼요!’ 하는 비명이 들린 거 같은데.


─그래도 부디 얼굴 한 번 뵙고 대화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부회장님 입장도 꽤 난처하신 모양이고.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쯤이야 그리 어려울 게 없는 일이었다.


···물론 내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말이지.


나는 그에게 되물었다.


“제가 일정을 확인하고 다시 연락드려도 되겠습니까?”


일정은 무슨.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크나큰 마음의 준비 시간이 필요해서요, 잠시 제게 시간을 주실 수 있겠습니까?


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는 내 마음속 멘토이자, 존경해 마지않는 영웅이다.


내가 봐도 짜치는 내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


절대로.


─물론입니다. 언제든 편하실 때 연락해 주십시오.


부회장님께서 통화를 마무리하려는 듯 말하자 옆에서 ‘안 돼요, 아빠! 최대한 빨리! 가능한 한 빨리!’라고 연진이 외쳤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들렸다.


─하하, 딸아이가 좀 극성맞죠? 여러모로 입장이 난처한 모양이라···.

“아닙니다, 그럼 추후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끝마치고 크게 숨을 들이켰다.


벅차오르는 동시에 숨이 막히도록 두려웠다.


나는 그와의 통화를 곱씹다 다시 휴대전화를 들었다.


두어 번의 신호음 끝에 퉁명스러운 음성이 전해진다.


─왜 아침부터 전화질이야?


···해가 중천인데.


“형, 아직도 삐졌어?”


***


─끼이익! 쾅!


“너 그게 무슨 소리야! 각성이라니!”


통화를 마치기 무섭게 쳐들어온 재혁이 멱살을 잡아채며 다그쳤다.


억척스러운 손길에 이끌려 부평초처럼 흔들리다 겨우 말했다.


“이것 좀 놓고 얘기해 형···.”


마법사로 각성했다면서 힘은 또 왜 이렇게 센 거야. 뭐 잘못된 거 아니야 이거.


겨우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이런저런 자초지종을 이야기 해주자,


“너 이 새끼 그걸 왜 이제 말해!”

“밥 먹으면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형이 삐져서 갔잖아.”

“이 빌어먹을 새끼!”


목청껏 욕을 남발한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듯 얼마쯤 그 상태를 유지하던 재혁이 이내 솥뚜껑 같은 손을 들어 올렸다.


반사적으로 움찔하는데 우악스러운 손길로 내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이건 또 무슨 취급이지.


“뭐가 다행인데?”

“혹시나 나 잘못되면 너 어쩌나 했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후일 던전에 들어가서 자신이 잘못되기라도 했을 때의 내 인생이 걱정됐다고.


걱정도 팔자다, 생각하는 한편으로 그의 입장도 이해는 갔다.


‘마법사니까.’


각성자는 크게 세 종류로 분류되곤 한다.


던전에 들어가 브레이크를 막고, 공략을 진행하는 전투계, 헌터.


그리고 나와 같이 제작 및 지원에 특화된 서포터.


마지막으로 분류하기 애매하거나, 쓸모없는 능력을 각성한 이들을 모아놓은 기타(ETC) 직군, 이라는 정식 명칭 대신 짐꾼(Porter)이라는 멸칭으로 더 잘 알려진 포터까지.


특성이나 스킬에 따라 갈리기는 하지만, 재혁이 각성한 마법사의 경우 대부분 전투에 직접 나서는 헌터로 분류되곤 한다.


서포터에 비해 위험부담이 큰 건 사실.


그래도 요즘은 교육 체계가 잘 잡혀서 사망률 낮다던데.


‘본인이 원하면 낮은 등급의 던전만 공략해도 무방하고.’


물론 리스크에 따르는 리턴은 포기해야겠지만 말이다.


잠시 생각하고 있으니, 재혁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배곯다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죽을 테니 반드시 살아나와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냥 늘 하는 흰소리쯤으로 취급하고 넘겼을 텐데.


며칠 전 일 때문인지 저 장난스러운 말에 반쯤 담긴 진심이 느껴졌다.


그는 내게 일종의 부채감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혼수상태에 빠져 계신 이모가 그랬던 것처럼.


“요즘 배달 서비스 잘 되어 있어. 애 취급하지 마. 나이 차이가 나면 뭐, 얼마나 난다고.”


아무렴 내가 아무리 방구석에 박혀 있다지만 그 정도 일도 못 해서 굶어 죽을까.


“너 이차방정식 배울 때 난 수능 쳤어, 이 새끼야.”

“형 학교 꿇었잖아.”

“······.”


뭐 잡담은 이쯤하고.


“그래서 밖에 나가려고 하는데.”


내가 슬그머니 서두를 떼자, 재혁이 팔짱을 끼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음음, 각성자 등록도 해야 하니까 말이지.”

“···그렇지. 그러니까 형이 좀.”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말하자 빙글빙글 웃는다. 아니꼬웠지만, 딱히 말을 보태진 않았다.


혼자 나갔다가 그 빌어먹을 환청에 공황발작이 오면 어떻게 하냐고.


“······.”


저런 형이지만 의지할 사람이 마땅치 않은 나로서는 정신을 분산시킬 대상이 절실한 것이다.


무엇보다 부회장님과의 만남에서 정상인 코스프레를 도와줄 사람 역시 필요했다.


부회장님은 물론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분이지만.


어디까지나 이 약속은 공적인 용무를 위해서니까.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아무리 경험 없는 나라도 그 정도 상식은 있다.


“음음,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지,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는데 말이지.”


···근데 이 인간이.


“언제까지 놀려먹을래?”

“네가 가족의 소중함을 인정할 때까지?”


그래 시발, 혼자 나가는 거 쫄린다.


스물한 살이나 처먹고 쫄린다! 어쩔래!


내가 인정하자 그제야 ‘으하하하-’ 하고 경박스럽게 웃으며 내 어깨를 퍽퍽 친다.


“자식이 진작 그럴 것이지. 얼른 씻고 나와라. 나간 김에 옷도 좀 사고, 병원도 들리자.”

“······어.”

“야 근데 그 사람 진짜 신성 길드, 길드장이냐? 네 빽 쓰면 나도 거기 들어갈 수 있나?”


호의적이었고, 급해 보였고.


“뭐, 어떻게 말만 잘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기며 답했다.


게다가 능력 달리는 사람을 억지로 꽂아달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직 임시이긴 하지만 B급 귀한 마법사인데.


“참 마수석인지 차석인지 하는 그 사람 딸도 나온 대냐? 몇 살이래?”

“나오겠지. 당사자인데. 어떻게 해 볼 생각이면 꿈 깨. 그 사람 KDERI연구원이래.”

“뭐 물어보지도 못하냐?”


***


서울 각성자 관리 센터.


“다 썼어?”

“응.”


펜을 쥔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 사소한 문제가 있긴 했지만, 검사 신청서 작성은 무사히 완료했다.


센터 직원에게 서류를 넘기고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병원부터 들렀다가 오길 천만다행이지.’


수년 만에 북적이는 인간들의 행렬을 마주했는데도 손 떨림과 두근거림 외에 다른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저런 사정을 설명하고 곧장 처방받아 먹은 약이 효과가 있었나 보다.


이런 곳에서 갑자기 과호흡이 온다거나 패닉 상태에 빠진다거나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짝!


느닷없이 귀를 강타한 손뼉 소리에,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고개를 돌리자 두터운 손바닥을 맞부딪힌 재혁이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을렀다.


“정신 차려. 인마, 생각하지 마.”


눈치가 귀신 같네.


“검사실 들어가면 딱 봐도 겁나 비싸게 생긴 기계 하나 있어. 그 위에 잠깐 누워있다가 나오면 끝이야.”

“마나 측정 장치인가 하는 그거 맞지?”


익히 알고 있다.


임시 등급은 몸에 깃든 마나량을 토대로 부여되고, 최종 등급은 입문자 교육 수료 과정을 거쳐서 부여 된다.


“어 맞아 그거, 내가 듣기로 여기 서울 센터 검사기가 최신형이라더라. 자그마치 47억짜리란다, 47억.”


어떻게 되먹은 놈의 세상이 마나, 각성자 전용, 던전산 이라는 글자만 붙으면 죄다 프리미엄이 되냐며 투덜거린다.


돌슨도 프리미엄이긴 해.


“최신형이면 정확도 많이 올랐겠네.”

“뭐 98.9 퍼센트 정도 된다던가?”


의문형인 거치고는 꽤 상세한 수치였다.


“예외적으로 너무 적거나, 너무 많거나 하지 않는 이상 오류 나는 일 거의 없으니까, 너무 염려는 하지 말고.”

“그럼, 형도 1.1 퍼센트의 확률로 낙첨일 수─”

“맞을래?”


하릴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딱딱히 경직되어 있던 근육에서 힘이 빠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하고 있었나.


“119번 한기훈 님, 제2 검사실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센터 직원이 내 이름을 불렀다. 재혁이 장난스럽게 어깨를 쳤다.


“어떻게 저기도 같이 들어가 주랴?”

“시끄러워 좀.”


낄낄 웃는 재혁을 뒤로하고 검사실로 향했다.


그리고 정확히 10분 뒤.


─피슈우웅! 퓨슈으우···.


···나는 47억짜리 검사기를 망가뜨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0 n3******..
    작성일
    24.09.17 08:52
    No. 1

    원래 찌질한 주인공 극혐하는데, 이렇게 입체적인 케릭터는 좋네요. 앞으로 트라우마 극복해서 변할거 같고, 응원합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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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꿈과 악몽 (1) 24.09.05 359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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