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돌 하나로 초월급 연금술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붓이끼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8.30 15:38
최근연재일 :
2024.09.18 10:1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6,858
추천수 :
189
글자수 :
110,063

작성
24.09.08 14:20
조회
351
추천
11
글자
13쪽

무한의 돌멩이

DUMMY

다음 날.


내가 동이 트기도 전에 눈을 떠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연히도, 돌슨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었다.



광물 정보 일람 


개체명: 돌슨 《Lv.1》


루페온 대륙 어느 곳에서나 흔히 관찰되는 종류의 암석이었습니다. 오랜 시간 무수한 망령들이 가득한 무덤에 방치되어 언데드 독을 품고 있습니다.


초월급 영혼의 핵 <현자 파울로의 심장>이 부여된 상태입니다.


광물 특성: 무량(無量)

개체 무게: 507g

속성: 독

구성 원소: 에테르, 엘라늄, 프라셀, 토트라늄, 네크로닉스···.

고유 스킬: 포식



정보 설명이 약간 수정되었고, 미발현 상태이던 광물 특징이 드러났다.


그리고


“스킬도 생겼네.”


뭔가 있어 보이는 네이밍이다.


─ <돌슨>의 고유 스킬: 포식


*초월급 영혼의 핵이 부여 된 개체 <돌슨>의 고유 스킬입니다.

*다른 광물을 섭취하여 해당 광물의 특성 및 형질을 습득합니다.

*개체 레벨에 따라 습득할 수 있는 특성 개수가 증가합니다.


말 그대로 포식인가.


이건 기회 되면 시험해 보는 걸로 하고.


‘무량은 뭐지. 이건 또 왜 이렇게 현학적이야.’


─무량(無量): 태초 구성 원소 7종은 질량의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잠깐 생각해 보자.


태초 구성 원소라는 건,

─구성 원소: 에테르, 엘라늄, 프라셀, 토트라늄, 네크로닉스, 크로니움, 솔라리움.


이것들을 말하는 거겠지.


태초라는 건 포식으로 흡수한 다른 원소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말이고. 질량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건 말 그대로의 뜻일 거고.


한 마디로─


“엘라늄을 제한 없이 추출할 수 있다는 말 아냐?”


돌슨의 표면에서 빛이 나는 듯해 보이는 건 착각이 아니겠지.


그리고 이걸로 지난번 관리 센터에서의 해프닝의 원인도 확실해졌다.


돌슨을 구성하는 ‘에테르’는 다른 말로 마나다.


즉,


‘마나가 무한.’


기계 고장의 원인이 정말 나, 아니 돌슨이었다는 말이다.


난처하지만 내게도 변명의 여지는 있었다.


마정석을 가지고 마나 검사를 받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 같은 건 들어본 적 없었다고.


‘검사원도 주의 사항을 이야기할 때 그런 말은 하지 않았고. 이미 끝난 일이고···.’


창백하게 질린 표정의 사회 초년생이 떠오른다.


아무리 그래도 책임을 느끼기에 47억은 너무 큰 액수였다.


고갯짓과 함께 상념을 지워내고 눈앞의 돌슨에 집중했다.


“돌덩이가 아니라 복덩이였구나.”


내심 기대했던 대화는 아무래도 할 수 없는 모양이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돌슨.”


말한 순간 돌슨의 표면이 일렁이더니 표정이 뒤바뀌었다.


ᕦ(ò_óˇ)ᕤ


비죽 입술 새를 비집고 웃음보가 터졌다.


“푸하하, 뭐야 이건, 너만 믿으라는 거야?”


(^-^ )


상관없다. 굳이 대화가 아니라도 소통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


오후엔 약속대로 KDERI 서울 지부를 찾았다.


전에 들렸던 각성 센터도 한국 내에선 꽤 규모가 큰 편이라고 들었는데.


“여긴 뭔가 압도되네.”


연구소가 이렇게까지 클 필요가 있는 걸까 생각하며, 본관으로 향했다.


일반인에게 개방된 본관과는 달리 연진이 있는 별관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출입증을 미리 발급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진 씨는 그냥 도착하면 전화 달라고 했지만.’


수화기 너머로도 정신 산만한 분위기가 한껏 느껴져서 왠지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접수대로 향했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묻는 음성은 친절했고, 또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는데 어딘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진다.


‘아니 거리감 보단···.’


···성가심?


“다른 게 아니라 제2별관의 출입증을 발급받으려고 하는데요.”

“제2별관은 관계자 외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데, 사전 허가는 받으셨을까요?”


사전 허가? 그런 얘긴 못 들었는데.


역시 그냥 전화할 걸 그랬나.


내가 생각하는 사이 다른 접수원이 나와 대화 중이던 접수원의 어깨를 툭툭 쳤다.


“제2별관이면 그분 아니야? 왜 그 미친, 아니 박 실장님이 말한···.”

“어? 아, 아아···!”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나와 대화 중이던 접수원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 성함이···?”

“한기훈이라고 합니다.”

“기훈 씨군요!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목소리 톤 변화가 급격하다.


“뭐야? 저 사람 누군데?”

“누구? 오······.”

“유명한 각성자인가?”


목청이 그리 크진 않았는데 주목이 끌렸다.


웅성거리는 관람객들에, 얼굴 쪽으로 급격하게 피가 쏠렸다.


‘···그냥 전화할걸.’


성대한 환영에 내가 몸 둘 바를 모르는 사이, 누군가와 통화를 나눈 접수원이 안내를 자처하고 나섰다.


“박 실장님께 전달받았는데, 제가 깜빡하고 있었네요. 죄송합니다. 별관 연구실까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건네받은 출입증을 목에 걸고 서둘러 본관을 빠져나왔다.


“확인되셨습니다. 입장하셔도 됩니다.”


금속 탐지기를 닮은 기기 사이를 통과하고, 출입증과 신분증에 몸수색까지 마친 뒤에야 별관에 들어설 수 있었다.


확실히 입장 절차부터 개방적인 본관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정부 비밀 연구실 같은 느낌이네.’


곳곳에 배치된 경비 인력들의 눈초리도 심상치 않았다. 절제된 동작에선 군인을 연상케 하는 삼엄함이 느껴졌다.


자세히 보니 마나도 느껴지는 듯했다.


“다 각성자인가?”


혼잣말에 접수원이 손뼉을 마주치며 감탄한다.


“바로 알아보시는군요! 역시 고등급 각성자셔서 그런지 마나 탐지력이 뛰어나시네요!”


···마나 탐지력, 그거. 그냥 각성하면 대부분 느낄 수 있는 거잖아.


이름을 말한 뒤부터 입에 발린 소리를 늘어놓는 걸 보니 아무래도.


‘연진 씨 입김이 이 정도인가?’


하기야 신성 길드장의 딸인 데다가 어린 나이에 실장이라는 직함까지 달고 있는 걸 생각하면 납득이 가지 않는 일도 아니었다.


‘친하게 지내야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식사 자리에서는 너무 딱딱하게 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까요. 국가 간에 자원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보니. 보안에 무엇보다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답니다.”

“그렇습니까?”


생각해 보면, 그랬다.


KDERI는 국가를 대표하는 연구기관이고, 그중에서도 이곳 서울 지부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아무래도 연구자료라든가, 아이템이라던가 값을 매길 수 없는 온갖 것들이 이곳에 다 모일 테니 보안에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을 것.


“물론 기훈 씨는 언제든지 원하시는 날에 방문해 주셔도 괜찮습니다.”


···왜? 보안 안 괜찮은 거 아니야?


“층별로 부서가 나뉘어져 있는데, 박 실장님이 계시는 곳은 3층이에요.”


접수원의 이런저런 안내를 받으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엘리베이터의 도착 알림음이 울리기 무섭게 접수원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바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환영합니다, 기훈님!”

“아 네, 안내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행동이 다급해진 접수원은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무섭게 열정적으로 닫힘 버튼을 눌렀다.


갑자기 급한 일이 떠올랐나.


생각하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기훈 씨!”


멀리서 연진이 하얀 가운을 펄럭이며 달려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나저나 안색이···.


초췌해 보이는 낯빛과는 대조적으로 눈빛만큼은 엘라늄을 처음 봤을 때처럼 맑다.


‘숙취가 심한 편인가.’


가운 아래로는 간편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전형적인 전문직 여성 같던 어제와는 딴판인 모습.


‘이쪽이 조금 더 편한 느낌이네.’


잠시 숨을 고른 연진이 눈썹을 팔자로 늘어뜨리며 말했다.


“도착하시면 연락 달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마중 나갔을 텐데.”


직접 보니 확실히 연락을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산발한 머리하며, 어스름하게 걸친 가운이 누가 봐도 급히 나온 사람처럼 보였던 탓이다.


나는 내 나름의 배려가 전해지길 바라며, 웃었다.


“바빠 보이셔서요, 접수원분이 여기까지 안내해 주셔서 크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에이 바쁘긴요, 바쁘긴 하지만···. 아,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제 방으로 가실까요, 식사는 하셨어요?”

“네 먹고 왔습니다. 연진 씨는···.”


서두를 떼자, 어색한 미소를 짓는 연진을 보고 말을 흐렸다. 확실히 제때 끼니를 챙기는 사람의 행색이 아니었다.


“바쁘신데, 괜히 찾아온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신경 쓰지 마세요, 연구도 계약도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한테 시켜도 되는데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연구실장인 그녀가 직접 계약까지 진행하는 게 의아하긴 했는데.


그런 거였군.


연구실에 도착하자 초췌한 낯의 연구원 너덧 명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온통 새하얀 공간엔 보아도 딱히 뭐에 쓰는 물건인지 유추할 수 없는 것들이 지천으로 어질러져 있었다.


“호석아.”


연진이 한구석에서 무언가 몰두 중인 연구원을 불렀다.


“애들 데리고 가서 점심 먹고 와.”


상냥한 말에 눈을 끔뻑이며 서 있던 연구원이 문득 고개를 꺾었다. 그러고는 귀에 들어간 물을 빼는 것처럼 손바닥으로 탁탁 친다.


“뭐 하니?”

“예? 아, 귀가 좀 이상해서.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저런 많이 피곤한가 보네. 가서 식사하고 좀 쉬다 세 시쯤 올라와.”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는 호석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경악과 불신이었다.


“무섭게 왜 그러시는데요. 잠은 죽어서 자고 밥은 몰아서 먹으라고─”


무어라 말하던 그가 연진의 뒤 편에 선 나를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뭔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흐흐’하고 웃으며 다른 연구원들을 불러 모았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누구신지는 몰라도 덕분에 살았어요···!”

“모쪼록 자주 들러 주세요!”


우르르 몰려든 연구원들이 어째서인지 내게 한마디씩 덕담 비스무리한 걸 건네고 사라졌다.


···이제와서 계약을 무를까봐 저러나?


연진이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내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 하···. 좀 어수선하죠? 연구원들이 이래요, 밤낮없이 몰두하느라 정리 정돈을 모른다니까요, 이쪽으로 앉으시겠어요?”


연진이 테이블 위 잡동사니를 우르르 한편으로 밀어 치우곤 자리를 권했다.


저렇게 막 다뤄도 되는 건가, 싶었으나 일단 앉았다.


“계약서는 기훈 씨가 말씀해 주신 대로 보완했습니다. 당연히 가져가셔서 자문받으시고 다시 진행하셔도 돼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아무렴 국가 기관인데.


나는 엘라늄을 기증 형식으로 연구소에 넘기고, 정부는 내게 ‘개발지원비’라는 명목으로 2억 5,000만 원을 지급한다. 원하면 하급 엘릭서의 연구 성과를 보고 받을 수 있으며, 시제품 2병을 우선 지원한다. 참고로 세금은 면제다.


간결한 내용에 장난칠 거리는 없었다.


“······.”


음, 그나저나 조금 전부터 신경 쓰이는 게 있는데.


연구실 한쪽 벽면을 차지한 거대한 크기의 유리장이 자꾸 신경을 자극했다.


정확히는 오른쪽 유리장 오른편에 전시된 눈알 지팡이가.


착각인지 모르겠으나 지팡이 끝 쪽에 달린 눈알이 계속 나를 쫓는 것 같은 기분이다.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연진이 넌지시 권했다.


“천천히 구경하셔도 돼요, 오른쪽 장에 있는 건 연구 마친 것들이니까 꺼내 보셔도 되고요. 저는 차 좀 내려올게요. 정신이 없어서 손님을 앞에 두고 차도 안 내왔네.”


흥미가 있었던 터라 나는 짧게 감사를 전하고 유리장으로 향했다.


여기 있는 것들이 죄다 아이템이구나.


진열된 아이템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돌슨의 상태 정보를 확인할 때처럼 자그마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고블린 주술사의 토템】

【오크 루옥의 금간 검】

【화룡 이그니스의 담석】


당최 어디에 사용하는 건지 모르겠는 것들부터 생김새만으로 쓰임을 유추할 수 있는 것들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그리고 신경 쓰이던 팔뚝만 한 길이의 지팡이를 살펴봤다.


【메두사의 눈】


흐음, 아이템명 한번 직관적이네.



등급: 유니크

설명: 메두사 퀸, 메데이아의 눈입니다.

효과: 석화 Lv. Max (사물 한정)

재사용 대기 시간: 7일



“···!”


무심코 설명을 읽어내린 순간 벼락처럼 뭔가 뇌리를 스쳤다.


“징그럽죠?”


어느새 다가온 연진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잔을 건네며 말했다.


얼결에 받아 들고 생각을 마저 이어가려는데, 연진이 덧붙였다.


“등급은 유니크인데, 딱히 쓸모는 없어요. 말 그대로 사물에만, 그러니까 생명체에게 사용할 수가 없거든요. 대기 시간도 너무 길어서 아마 폐기되거나 던전 박물관에 기증될 예정이에요.”


···폐기한다고? 이걸?


고민은 찰나였다.


“저한테 버려주실래요?”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과 추천,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짱돌 하나로 초월급 연금술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예정입니다 24.09.01 257 0 -
20 이진희 NEW 10시간 전 128 7 14쪽
19 약속 24.09.17 236 9 12쪽
18 귀환 (2) 24.09.16 276 10 13쪽
17 귀환 (1) 24.09.15 281 9 12쪽
16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5) 24.09.14 261 8 13쪽
15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4) 24.09.13 264 8 12쪽
14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3) +1 24.09.12 286 10 13쪽
13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2) 24.09.11 298 11 12쪽
12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1) 24.09.10 324 11 13쪽
11 유니크 24.09.09 334 10 13쪽
» 무한의 돌멩이 24.09.08 352 11 13쪽
9 해방 24.09.07 365 12 12쪽
8 꿈과 악몽 (2) 24.09.06 356 8 12쪽
7 꿈과 악몽 (1) 24.09.05 360 9 14쪽
6 S+ +1 24.09.04 380 8 12쪽
5 외출 +1 24.09.03 396 7 11쪽
4 갑작스러운 +2 24.09.02 421 8 12쪽
3 엘라늄 +1 24.09.01 460 8 12쪽
2 어쩔 수 없는 24.08.31 502 11 12쪽
1 반려돌 키우기 24.08.30 575 1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