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돌 하나로 초월급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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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끼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8.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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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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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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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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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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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4)

DUMMY

옷을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던전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사이


“그러고 보니 못 들었습니다만.”


팔짱을 낀 채 현관에 기대어 있던 최기태가 슬며시 운을 뗐다.


“클래스가 어떻게 되십니까?”


내 이름 석 자만으로 임시 각성자인 건 알아냈는데, 각성 클래스는 모른다고?


잠시 생각하다, 별거 아니란 듯이 말했다.


“돌 소환사요.”


답은 내가 준비를 마칠 무렵에야 돌아왔다. 되묻는 음성엔 불신이 고스란히 내비쳤다.


“···무슨 소환사요?”

“돌 소환사.”

“···그러십니까.”


떨떠름한 게 아무래도 안 믿는 눈치다. 적당히 둘러댄다고 생각하는 듯.


둘러대는 거 맞지만.


“돌슨 이리 와.”


데구르르···.


(^0^)


“이 녀석에 제 소환수에요.”


어때, 이래도 안 믿고 배겨?


돌슨은 관심이 자신에게로 쏠리자, 신이 났는지 방방 뛰었다.


“그렇군요.”

“초월급 돌멩이에요.”

“그러십니까.”

“변신도 하는데.”

“대단하네요.”


이 이상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듯한 얼굴이다.


본인이 먼저 물어봐 놓고 리액션이 아주 형편없다. 내가 진짜 돌 소환사였으면 상처받았을 거다.


표정 변화는 거의 없는데. 그, 왜 분위기라는 게 있지 않은가.


“준비는 이제 끝나셨습니까?”


바쁘다던 게 빈말은 아닌지 연신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눈치를 주더니 물어온다. 누가 같이 가달라고 붙잡았나. 본인이 하자고 해놓고 하여튼 태도 마음에 안 들어.


“바쁘시면 그냥 가셔도 되는데.”

“그럴 수는 없죠.”


그럼 기다리던가. 나는 어깨를 으쓱이곤 돌슨을 챙겨 들고 가방을 뒤에 맸다. 혹시 모를 함정을 대비한 나이프도 챙겼고, 헌팅 부츠도 장착 완료.


마지막 점검까지 확실하게 한 뒤 말했다.


“예예. 그럼 가봅시다.”


드디어 주둥이를 벌린 던전의 입구 앞에 섰다.


‘색이 이래서 그런가.’


생각보다 덤덤한 기분이었다.


아니지, 정신차려. 방심하는 놈이 제일 먼저 죽는 건 클리셰다.


마음을 다잡은 내가 비장하게 발을 떼기 직전이었다.


“잠시만요.”


···초 치는데 뭐 있네, 이 사람.


“받으시죠.”


그가 내민 것은 나침반을 닮은 주먹만 한 장치였다.


희미하게 마나가 느껴지는 걸 보면 보통 물건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이게 뭐냐는 의문을 담아 바라보자, 최기태가 부연했다.


“만일 위험하다 판단 되면 상단의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그래서 뭔데요 이게, 최기태 호출기?


“같이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요.”

“말씀드렸잖습니까, 보상은 전부 기훈 씨 몫이라고요, 혹시 저에게 경험치를 나눠주고 싶으시다면 함께 들어가는 것도 좋겠죠. 그 편이 시간도 절약될거고.”


던전에 같이 입장하는 것만으로 그런 판정이 되는 건가.


그런데.


“던전 안에서는 밖으로 호출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던전 안팎으로의 통신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아이템인가? 그런 거라면 보통 비싼 물건이 아닐 텐데.


내가 나침반을 잘 품에 갈무리하자 최기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 기훈씨가 입장하고 한 시간 쯤 뒤에 들어갈 겁니다. 좌표계를 지니고 계시면 제가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니, 혹시 늦을까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만에 하나 10초 이상이 흘렀는데도 제가 나타나지 않으면 즉시 귀환 스크롤을 찢으셔야 합니다.”

“딱히 누를 일이 있을까 싶긴 한데. 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들어갑니다, 말한 뒤 성큼 걸어 포탈 안으로 진입했다.


밀도가 아주 높은 액체 속을 지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일순 시야가 뒤바뀌었다.


어지러워 잠시 서 있으니, 시스템이 공략 목표를 알려왔다.


[수문장을 처치하고 길의 끝에 도달하세요.]


길의 끝인가.


정말로 던전에 입장했다는 사실이 체감 된다.


첫 던전을 혼자 공략하러 들어온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반적으로 처음 던전을 접하는 건 교육 연수 때니까.’


아무나 걷지 않는 길을 걷는다는 사실이 기이한 고양감을 불러 일으켰다.


나는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주변을 살폈다.


던전은 중세 영화에서 으레 보이는 고성의 복도 같은 느낌이었다. 카펫이나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같은 것 없지만, 일정 거리마다 등 같은 게 켜져 있어서 시야는 충분히 확보되었다.


투박하지만 잘 쌓인 석벽과 정돈된 바닥에선 인공적인 향취가 물씬 풍겼다.


나는 한 손엔 단검을, 한 손엔 돌슨을 쥔 채 천천히 통로를 걸어 나갔다.


지난 며칠 동안 공략을 준비하며 돌슨의 능력을 확인했다. 예상 대로만 먹혀든다면 이론상 돌슨은 무적이다.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돌슨.”


(?-?)


“너만 믿는다.”


게이트 형 던전이 가장 난이도가 낮다고 평가되는 이유는 수문장을 만나기 전까지 다른 몬스터에게 습격당할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틈틈이 휴식을 취하고, 볼일을 보는 시간 외에는 부지런히 걷기만 했다.


터벅터벅-


고요를 깨뜨리는 건 내 발소리뿐인 적막이 긴 시간 이어졌다.


적막하고 끈적한 공간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긴장도 겹겹이 누적되었다. 그저 걷기만 했을 뿐인데도 목과 어깨가 뻐근하게 저려 왔다.


적당한 정도의 긴장감은 유지하되 과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되새겼다.


‘괜히 힘만 빠지니까.’


다행히 내겐 긴장을 풀어줄 아주 적절한 친구가 있었다.


“그나저나 돌슨. 아까 그 아저씨 태도는 너무 신경 쓰지 마. 네 진가를 몰라서 그래. 알면 그 아저씨도 다른 사람들처럼 너 칭찬 엄청나게 할 거야.”


(ㅇㅁㅇ)


“신경 안 썼구나.”


나만 썼구나.


일방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돌슨은 때때로 표정을 바꿔 지으며 나의 장단에 어울려 주었다.


그렇게 나아간 지 얼마나 되었을까.


돌슨의 표정이 뒤바뀌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매서운 표정에, 이변을 직감한 나는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섰다.


공교롭게도 이 앞은 급격한 커브 길이었다.


순간, 돌슨이 내 손에서 튀어 나갔다.


그러고는 자신만 믿으라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앞장서 구른다.


돌 굴러가는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넓은 통로를 울렸다.


─그으으윽···.


생물의 울음소리라기보다는 무언가 딱딱한 물체가 바닥을 긁는 듯한 소리가 뒤를 이었다.


[침입자 감지, 침입자 감지. 요격을 준비합니다.]


생명력이라고는 씨알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음성이 통로 가득 채웠다. 이어 지이잉, 하는 기계음과 함께 땅이 두웅두웅 울어대기 시작했다.


각성 센터에서 마나 측정기가 작동될 때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기계인가? 함정?’


나는 자세를 낮추고 조심스럽게 코너를 돌았다.


가로막은 모퉁이를 돌아선 직후, 가장 먼저 보인 것은 3미터 가량 되는 육중한 거체의 그림자였다.


그 거체의 머리 위에는 익숙한 시스템 메시지 창이 친절히 반짝이고 있었다.


[수문장: 흑요석 골렘 Lv.5]


‘레벨 5라고?’


통상 던전의 등급이 한 단계 오를 때마다 출현 몬스터의 최대 레벨이 5씩 늘어난다.


그리고 내가 입장한 F급의 경우 최소 1에서 최대 5레벨 사이의 몬스터가 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니까 곧바로 최고 레벨의 몬스터가 나와 버렸다는 말이다.


‘운도 지지리 없네.’


···아니지, 바꿔서 생각하면 처음부터 끝판왕이 나왔으니, 이 전투만 무사히 치른다면 이보다 더 강한 놈이 나올 일은 없다는 말도 되지 않나?


‘좋은 건가?’


게이트 형 던전의 수문장들은 나아가면 갈수록 상위 등급의 몬스터가 출현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이놈만 쓰러뜨리면 공략 완료라는 뜻.


그런데 돌슨이 할 수 있을까?


길게 드리운 그림자의 머리 부근에 골렘과 눈싸움 중인 돌슨이 있었다.


크기만으로는 다윗과 골리앗의 비유도 과했다.


계란과 바위 쪽이 조금 더 적절하겠지.


그만큼 크기 차이가 압도적이었다.


─쿠궁!


공간 전체를 울리는 진동과 함께 골렘이 움직였다.


‘통로 무너지는 거 아냐?’


그런 걱정이 들 정도로 거센 진동이었다. 저 거대한 발에 밟히기라도 하면 돌슨이 가루가 될 것 같았다.


불쑥 엄습하는 불안감에 소리쳤다.


“돌슨, 이리 와!”


내 부름에도 돌슨은 요지부동이었다.


‘어쩌지 그냥 내가 가서 데려올까?’


[대상 확인, 요격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새까만 골렘이 팔을 휘둘렀다.


─부우웅! 콰앙!


공기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조금 전 발을 내디딜 때와는 차원이 다른 진동에 통로 전체가 흔들렸다.


‘이런 미친···! 이게 레벨 5라고!’


오작동인지 아니면 위협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의미 없는 주먹질 한 번에 통로 벽이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움푹 패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골렘과 나 사이엔 꽤나 큰 간극이 존재했다는 것이었다.


못 잡아도 10미터는 훨씬 넘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으니까, 잘만 보고 피하면 된다.


스스스···.


벽에 처박혔던 골렘의 팔이 거두어지자, 돌 부스러기가 먼지처럼 땅에 내려앉았다.


토옹, 토옹!


돌슨이 화가 난 듯 통통 뛰었다.


그 모습을 보자 희한하게도 조금 전 머릿속을 가득히 채웠던 조바심이 눈 녹듯 사라졌다.


더욱더 신기했던 것은 언제 골렘이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촉즉발의 상황임에도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내가 미친 건가.


아니면 내 무의식이 돌슨을 그만큼 믿고 있다는 뜻일까.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제자리를 뛰던 돌슨이 움직인 것은 그때였다.


─도르르르르륵!


눈으로 좇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재빠른 속도로 바닥을 굴렀다.


눈 깜짝할 새에 그림자를 타 오르듯 바닥을 굴러 거체의 발치까지 도달한 돌슨의 입이 쩌억- 하고 벌어졌다.


[개체 스킬 <포식>이 발동되었습니다.]


“어?”


순간 눈이 멀어버릴 듯한 빛이 터졌다.


[포식 대상: 흑요석 골렘 (Lv.5)]

[<돌슨> 소화 중······.]


윽, 황급히 시력 보호에 나서는 와중에도 심장이 기분 좋게 두근거렸다.


“······.”


정적이 흘렀다. 조금 전까지 골렘이 뿜어대던 압도적인 존재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슬며시 눈을 뜨자,


(´ ▽ ` )/


굉장히 만족스러워 보이는 표정의 돌슨이 보였다.


단번에 긴장이 탁 풀렸다. 이어 맥없는 웃음이 입가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하···하하···.”


[<형태-소형 골렘>과 <특성-예리함>을 습득합니다.]


"하하하···."


[수문장 - 흑요석 골렘 Lv. 5을 처치하셨습니다.]

[기여도: 100%]

[+3 레벨업!]

[보유 스킬 포인트: 3sp]

.

.

.


···이거 아이템을 살 필요도 없었던 거 아닐까.


내가 기뻐하자, 돌슨도 신이 나는지 방방 뛰어댔다.


“어이구 잘했다! 어이고!”


싸늘한 기분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뭔가, 이상한데.’


불현듯 느껴지는 위화감. 주위를 돌아봤다.


골렘은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돌슨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한쪽 벽 귀퉁이는 반파되다시피 했지만, 그뿐이었다. 별다른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 외의 풍경은 모두 처음 던전에 발을 들였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드문드문 걸린 등과 앞뒤로는 끝도 없이 긴긴 통로가 이어진 모습.


···잠깐, 통로라고?


‘왜 막다른 길이 아니지?’


끝판왕을 처치했으니 막다른 길에 귀환 포탈이 생성되어 있어야 정상이다.


게다가 이제 깨달았는데-


“공략 완료 메시지가 안 떴잖아.”


아무래도 뭔가 잘못 됐다.


─토옹. 토옹!


〵(´▽ ` )〳


···잘못됐는데,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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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2) 24.09.11 297 11 12쪽
12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1) 24.09.10 323 11 13쪽
11 유니크 24.09.09 334 10 13쪽
10 무한의 돌멩이 24.09.08 351 11 13쪽
9 해방 24.09.07 365 12 12쪽
8 꿈과 악몽 (2) 24.09.06 356 8 12쪽
7 꿈과 악몽 (1) 24.09.05 359 9 14쪽
6 S+ +1 24.09.04 380 8 12쪽
5 외출 +1 24.09.03 395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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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려돌 키우기 24.08.30 574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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