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돌 하나로 초월급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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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끼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8.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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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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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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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꿈과 악몽 (2)

DUMMY

8. 꿈과 악몽 (2)



사전에 상의 된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일까.


항의의 눈길을 보내던 재혁이 박운호에게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너. 잠깐 바람 좀 쐬고 오자. 실례 좀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편히 다녀오십시오.”


좋은 말할 때 일어서라고 눈으로 말하는 데 따라 안 일어나면 이 자리에서 한대 쥐어팰 기세였다.


나도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말마따나 취기가 거하게 오른 것이 사실이기도 했고.


재혁은 음식점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성난 개처럼 으르렁거렸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 이 화상아.”


어차피 계약 당사자는 난데.


뭐 저렇게 성질을 내는 건가, 싶은 마음이 드는 한편으로 자기 일처럼 봐준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해지기도 한다.


“내가 그냥 가만히만 있으라고 했지.”


길어지는 잔소리를 뒤로 하고 한편에 쪼그려 앉았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기분이 멍했다.


‘이게 평범한 삶이구나.’


저마다의 꿈을 갖고 대학 혹은 취업 전선에 뛰어든 또래들은 한참 전에 겪었을.


무언가 구름 위를 걷는 것 같기도 하고, 꿈결 같기도 하다.


내가 대꾸 없이 하늘만 보고 있자, 담배를 빼 문 재혁이 말했다.


“들은 척도 안 하네 이 새끼, 이거. 후우···. 아무튼 취해서 헛소리 한 걸로 할 테니까, 들어가면 입 다물고 있어. 상급이면 몰라도 하급 엘릭서는 그래도 종종 아이템 매물 나오는 편이니까, 필요하면 그때 구매하면 돼. 당장은 현금이 나아.”


그제야 나는 눈을 떼고 재혁을 바라봤다.


“당장 필요해.”


말을 마치기 무섭게 재혁이 왈칵 미간을 좁혔다.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한결 기가 죽은 목소리로 묻는다.


“너, 뭐 어디 아프냐···?”

“이모한테 쓰려고.”


한 병은 병원에 누워계신 이모께 사용하고, 나머지 한 병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상비하고 있을 생각이었다.


내 말이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는지 재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 못한 걸 수도 있고.


대격변 때 던전 브레이크에 휘말린 이모는 벌써 3년째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고 계셨다.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말했지만.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덧붙였다.


“가족이라며.”

“너···!”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이었다.


오늘은 내가 4년 만에 모르는 사람들이랑 식사를 함께 한 날이고, 처음으로 밖에서 술을 마신 날이기도 하고, 또 평소 존경하던 부회장님을 뵌 날이고, 분위기도 좋았고, 적당히 술이 올라 기분도 좋고.


이제 슬슬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 참이고.


한참이 지나도 말이 이어지지 않아 옆을 보자,


재혁이 산만 한 덩치가 무색하게도 닭똥 같은 눈물을 매달고 나를 보고 있었다.


“아이씨, 깜짝이야.”


발작하듯 뒤로 물러서자 그제야 머쓱한 표정으로 얼굴을 가다듬는다.


우물쭈물 답지 않게 한참 동안 말을 고르더니,


“···고맙다.”

“알면 잘해.”


퉁명스레 대꾸했지만, 외려 그 말을 해야 할 건 나다.


지난 4년간 이모의 간병과 건물 관리, 사지 멀쩡한 사촌 동생의 수발까지 들어온 재혁이 아니던가.


앞으로 몇 번은 더 저 험악한 인간에게 저 말을 들어야 직성이 풀릴 테니까.


오늘은 그냥 이 정도로 넘어가자.


잠시 후 재혁이 몇 번의 헛기침과 함께 분위기를 전환하며 나섰다.


“···아무튼 그럼 매각건은 네가 알아서 하는 걸로 하고, 길드 영입 계약서 봤지?”

“어, 조건 좋더라.”

“좋을 뿐이냐? 내가 장담하는데 정부도 그렇게 파격적인 조건은 못 걸어. 이건 고민할 것도 없어. 일단, 당장은 말고 며칠만 고민하는 척하다가 받아들이자. 무엇보다 네 스킬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어. 오직 클래스만 보고 내건 조건이야.”


재혁도 나도 인지하고 있었다.


내 클래스는 현실적으로 크게 메리트가 없다. 내가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원소 추출도, 형질 변형도 오직 핵을 부여한 개체, 즉 돌슨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그들은 그 사실을 알고도 준 S급 헌터에 준하는 대우를 약속하고 있다.


나는 재킷 안쪽에 있는 돌슨을 떠올렸다.


‘분명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핵을 부여할 수 있는 개체가 늘어난다고 했지.’


하지만 던전에 들어가지 않는 서포터 직군이 레벨을 올리기는 까다로운 일이었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쉽지도 않다.


레벨업 방법은 통상 두 가지다.

던전 공략과 몬스터 사냥.


던전 브레이크가 터져 밖으로 나온 몬스터를 잡는 방법과 레벨업 아이템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애초에 브레이크가 터질 때까지 던전을 방치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레벨업 아이템 매물도 시장에 풀리는 경우가 드물다.


때문에 서포터는 길드 혹은 정부 산하 기관에 가입해서 헌터들 사이에 끼어 소위 말하는 버스를 타는 방법으로 레벨을 올리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등급이 낮은 하위 던전까지만 가능한 일, 한계가 명확했다.


처음 각성한 날 생각한 것처럼 돌슨이 만약 골렘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던전에 들어가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지만···.


‘글쎄.’


※현재 부여받은 핵의 격에 맞추어 변태가 진행 중입니다. (진행도 97.5%)


신성 길드라는 탄탄대로가 보장된 데다가 돌슨도 잘 있는 마당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던전에 들어갈 필요까지 있을까.


‘뭐, 당장 고민할 필요는 없는 일이지.’


돌슨의 상태 정보를 끄고 고개를 돌리자 때마침 꽁초를 비벼 끄는 재혁.


“다 폈어?”

“응, 들어가자.”


짧은 상의를 마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살다보니 내가 그 신성의 길드장이랑 식사도 같이 하고, 덕분에 포식했다. 역시 비싼 곳이라 그런지, 참치 때깔이 다르더라.”

“그래?”


나는 느끼하고 좀 별로던데.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참치는 보기에만 좋을 뿐 썩 맛있진 않았다.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 그런 놈이 술은 혼자 찔끔찔끔 잘도 마시더라. 이런 자리에서는 적당히 조절하고 그러는 거야 인마.”

“내가 알아서 적당히 조절하고 있었는데.”

“웃기고 있네.”


맥없이 웃던 순간이었다.


─멈칫


‘방금.’


복도 옆 코너를 돌아간 종업원의 이목구비가 낯설지 않았다.


─쿵쿵쿵!


그를 기점으로 심장이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


직전의 꿈 같던 현실이 나락으로 처박히는 듯한 기분.


‘아니, 아니겠지.’


그래, 말도 안 된다. 그럴 리 없다.


하필이면 오늘, 이 시간, 이 장소에, 걔가 있을 리가.


······그래 술 때문이겠지. 환청에 이어 환각이라니 우습지도 않다. 오랜만에 과하게 마신 술 탓인 듯했다.


“갑자기 멈춰서 뭐 해? 표정 왜 그래? 괜찮냐?”

“아무것도 아냐, 진짜 취했나 봐. 들어가자.”


방으로 들어서자, 박운호가 불콰하게 달아오른 얼굴로 우릴 맞이했다.


박연진은 여전히 내가 두고 간 엘라늄을 매만지며 감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럼 엘라늄 매각 건은 기훈이가 말한 대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자리에 앉기 무섭게 재혁이 본론을 꺼내 들었다.


“물론이죠. 그럼, 내일 중으로 새 계약서를 작성해서 제가 댁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박연진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으면 제가 연구소로 찾아가도 될까요?”


변형과 추출 스킬은 돌슨에게만 사용할 수 있지만 정보를 확인하는 건 다른 광물에도 가능하니까, 그걸 시험해 보고 싶었다.


“아!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내일 편하신 시간에 연락주세요!”


그렇게 술자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 되어갔다.


두 부녀에게도 나와 재혁에게도 아주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잔하고 일어날까요?”


박운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노크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나갔다 온 사이에 뭔가 주문했나?


부녀를 돌아봤지만, 그들도 영문을 모르는 얼굴이다.


“네.”


재혁이 답하자 스르륵 문이 열리고.


앳된 얼굴의 종업원이 방으로 들어왔다.


나는 종업원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뻣뻣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진희씨?”

“안녕하세요, 길드장님 별 건 아니고 이거···.”


배시시 웃으며 내민 것은 과일이 옹기종기 담긴 접시였다.


“괜찮으시면, 드세요. 서비스에요! 헤헤···.”

“아니, 뭐 이런 걸 다.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


내 머릿속에서 악의로 점철되어 있던 얼굴엔 순진무구한 미소가 걸려 있었고, 예의 바른 어투에서 악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환각이, 아니었다.


그 순간 그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적으로 말을 멈추며 멈칫하는 모습이 녀석도 나를 알아본 눈치였다.


찰나의 순간 오만가지 상념이 스쳐 지나갔다.


저 녀석이 이 자리에서 입을 열면 어떻게 되는 걸까.


─살인자 새끼, 이기적인 새끼.


내 귀에 메다꽂던 환청을 현실로 전하면 내게 호감을 품고 있는 부녀는 어떤 눈으로 나를 볼까.


하지만 이진희의 눈길은 그저 한 번, 내게 머물렀을 뿐이었다.


“그럼 즐거운 식사 시간 되시길.”


이진희는 생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


“나, 잠깐 화장실 좀.”


내가 홀린 듯이 식당을 빠져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낯짝 두껍네.”


한껏 낮아진 음성은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환각은 아니다.


고개를 돌리자, 팔짱을 낀 채로 도끼눈을 뜨고 서 있는 녀석이 보였다.


“···진희야.”


적잖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눈에 깃든 감정은 바래지 않았다. 기억과 한치도 다름없는 혐오를 담고 나를 본다.


“내가 말했지, 눈에 띄면 죽여버린다고.”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어.


복도를 지나올 때 떠오른 인사는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입안을 멤돌 뿐.


“잘 먹고 잘살았나 보다? 그 신성 길드장이랑 밥도 먹고, 너 각성자야?”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데. 너는 잘 모르잖아.


“···하, 하! 맞나 보네. 와, 세상 진짜 좆같다. 너 때문에 우리 오빠는 제대로 눈도 못 감고 죽었는데.”


나 때문? 나 때문이라고?


그 순간 내 속에서 무언가 툭, 끊어졌다.


“입이 있으면 뭐라고 말 좀 해 보지?”


내가 지난 4년간 두문불출하며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 것은 내 나름의 애도였다.


가장 힘든 순간에 곁에 있어 주지 못한 친우에 대한 반성이자 참회였다.


“야, 한기훈.”


이제는 알 것 같다. 이 녀석은 나랑 닮았다.


이기적인 년이라는 거다.


사고의 책임을 내게 돌리며, 자신의 죄책감을 지우려는 발버둥이다.


흔한 이야기다.


괴롭힘당하는 학생이 있었고, 그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는 그 흔한 이야기의 조연이었고.


눈앞의 이진희는 그 친구의 여동생이자, 내 연인이었다.


“내가 씨발, 뭘 그렇게 잘못했냐?”


그동안 억누르고 억눌러왔던 한마디를 뱉은 순간이었다.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변태가 완료되었습니다. 개체명 <돌슨>에게 초월 등급의 영혼 핵 전이가 완료되었습니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메시지를 치워내고 억눌러왔던 감정을 계속해서 토해냈다.


“그래 내 잘못 있지, 분명 있어, 있는데, 씨발!”


말문이 막힌 듯 우두망찰 서 있는 이진희에게 말했다.


“내가 그것 때문에 지난 4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너 알아? 모르잖아? 근데 말을 그따위로밖에 못 해?”


그때였다.


─쿵!


일순 가슴팍이 가벼워지는 느낌과 함께 무언가 바닥에 떨어졌다.


아스팔트 위에 처박힌 익숙한 빛깔의 돌멩이가 들썩거리더니.


┐( ´ д ` )┌


언짢다는 듯 나와 이진희를 올려다 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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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4) 24.09.13 263 8 12쪽
14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3) +1 24.09.12 285 10 13쪽
13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2) 24.09.11 297 11 12쪽
12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1) 24.09.10 323 11 13쪽
11 유니크 24.09.09 334 10 13쪽
10 무한의 돌멩이 24.09.08 350 11 13쪽
9 해방 24.09.07 365 12 12쪽
» 꿈과 악몽 (2) 24.09.06 355 8 12쪽
7 꿈과 악몽 (1) 24.09.05 359 9 14쪽
6 S+ +1 24.09.04 379 8 12쪽
5 외출 +1 24.09.03 395 7 11쪽
4 갑작스러운 +2 24.09.02 420 8 12쪽
3 엘라늄 +1 24.09.01 459 8 12쪽
2 어쩔 수 없는 24.08.31 501 11 12쪽
1 반려돌 키우기 24.08.30 574 1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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