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돌 하나로 초월급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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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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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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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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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늄

DUMMY

4년 전 발생한 대격변은 2차 산업혁명 이후 다소 침체되어 있던 과학계에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상식 바깥의 생물군과 식생이 펼쳐진 아공간 던전도,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갖게 된 각성자도,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시스템도. 


그 모두가 인류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지만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바로 던전 내부에서 발견된 미지의 자원들이었다. 


마정석을 비롯한 광물과 천연자원, 몬스터에게서 추출할 수 있는 마석과 그 부산물.


그리고 그 자원들을 이용하여 인간만큼,


어쩌면 인간보다도 더 월등한 기술로 빚어낸 아이템과 그 제작법들 말이다.


고갈이라는 미래만 남은 인간들에게 급작스럽게 닥쳐온 위기는 그보다 더 큰 기회였다. 


놓쳐서는 안 될.


한정된 인원으로만 조달할 수 있기에, 던전산 자원은 귀했다. 하지만 그 자원으로 만들어진 완성품, 즉 아이템은 그보다 훨씬 구하기가 힘들었다. 


모든 국가가 아이템 발굴이 아니라 던전 자원을 활용하는 연구에 매달리는 것은 이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거점으로 하는 던전 에너지 자원 연구소(Dungeon Energy Resources Institute) 약칭 KDERI 는 그 기회를 거머쥐기 위하여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관이었다.


비록 최근 3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추락했을까?”


자부심 넘치는 KDERI 서울지부 개발 실장 박연진은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한국이 타국과 비교해 뒤떨어지는 건 거의 없다. 


연구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력?


인력은 차고 넘친다. 대한민국의 각성자 대비 고등급 각성자 보유율은 최고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자원? 


이 역시 아니다. 한국의 던전 공략 성공률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단 하나,


연구에 있어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자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정확히는 확보한 자원을 감별할 능력을 갖춘 인재가 부족했다.


친절하게 시스템 설명이 덧붙는 완전품 아이템과 다르게 자원에는 자그마한 정보도 주어지지 않는다. 


3년 전 한국 유일 감별 스킬의 보유자가 행방불명되었기 때문이다.


연구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갖가지 자원들. 


저 중 제대로 된 쓰임새를 찾은 것은 고작 10퍼센트에 불과했다.


‘왜, 왜 밥이 있는데 먹질 못하니?’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놓은 밥상이 있는데 왜 먹질 못하냐고. 


박연진은 배가 너무나도 아팠다.


아파서 곧 죽을 것만 같았다.


며칠 전 KDERI는 <엘라늄>을 추출할 수 있는 광물에 관한 정보를 일본에서 공유받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국민들은 ‘세금이나 축내던 키데리가 드디어 밥벌이하는구나!’ 하며 좋아했지만, 현실은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서글펐다.


추출 방법도 아니고 그저 추출할 수 있는 자원을 알아내고자 대가로 내놓은 것이 너무 뼈 아팠기 때문이다.


고작 그 정보 하나를 얻기 위해 한국은 하급 엘릭서의 배합법을 일본과 공유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대한민국만 보유 중이었던 그 배합법을!


모든 걸 가지고도 정작 가장 중요한 원료인 <엘라늄>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박연진은 그것이 못 견디도록 분했다.


그냥 분한 것도 아니고 미치고 팔짝 뛸 듯 분했다.


온 세상이 한국을 억까한다.


─···추출법이요? 글쎄요, 거기까지 바라시는 건 너무 도둑놈 심보가 아니신지···.


박연진은 일본 사절의 업신여기던 눈빛이 떠올라 재차 이를 갈았다.


어디서 각성자를 납치해 오는 일이 있더라도 이 이상 일본 연구소에 아쉬운 소릴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두고 보라고.”


***


─다음 소식입니다. 오늘 오후 7시경 서울특별시 강서구 봉제산 근린공원 일대에 판별 불능 던전의 출현 징조가 관찰되었습니다. 이에 각성 당국은 상위 길드에 업무 협조를 요청한 상태로···.


“······.”


다음 보도를 시작한 아나운서의 입 모양을 멍하니 보다가 인터넷 창을 켰다. 


엘라늄 검색.


[KDERI, 엘릭서의 실마리를 드디어···!]


가장 먼저 눈에 띈 포스트를 찾아 클릭. 


─존재하는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진 완전품 엘릭서. 한 병당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아이템으로, 지난 4년간 전 세계적으로 단 다섯 병만이···.


늘어지는 서론에 빠르게 스크롤을 넘겼다.


─한국은 전 세계국 중 유일하게 ‘하급 엘릭서 배합법’을 보유한 국가였다. 그러나 마지막 배합 재료인 <엘라늄>을 찾지 못해 최근까지도 완성품을 내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KDERI는 최근 일본의 긴밀한 협조를 받아 그 원천이 되는 재료를 알아냈으며 ‘하급 엘릭서’ 제작 및 민간 상용화에 크게···.


└ 그래 봤자, 하급인데 작성자 너무 설레발치는 거 아님?

└ 님 비각성자죠? 모르면 그냥 가만히 계세요.

└ 저희 길드 간판이 하급 엘릭서 완제 아이템 복용하는 거 본 적 있는데, 몸에 한두 개 구멍 난 건 별 무리 없이 메꾸던데요.

└미X···. 그런 걸 민간에 푼다고요?

└억 소리 나게 비싸겠죠.


억이라고?


엘라늄이 주요 구성 성분이랬으니 완전품을 일억으로만 잡아도 최소 천만 원은 하는 거 아닌가?


잠시 계산기를 두드려 보았으나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고등학교 중퇴 이후 4년, 경제관념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사회생활 경험조차 전혀 없는 게 실책이었다.


‘재혁이 형한테 물어보···.’


···긴 아직 힘들려나?


일단 추출이 가능한지부터 살펴보자. 


‘변태 중이긴 하지만 혹시 모르잖아?’


그 전에 먼저.


‘돌슨 주요 구성 성분 상세.’


이렇게 하면 뜨려나?



광물 정보 일람


<돌슨> 517g 성분 상세: 에테르 47.8% 엘라늄 6%, 프라셀 0.6, 토트라늄 0.05%, 네크로닉스 27.5%···.



확실히 ‘엘라늄’ 이 맞다.


6퍼센트면 대충 30그램 정도인가?


하급 엘릭서를 제작하는데, 얼마만큼의 양이 필요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시도나 해보자, 말로 하면 되나?


“원소 추출 엘라늄.”


[<돌슨>에서 엘라늄을 추출합니다.]


몸에서 뭔가 쑤욱,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돌슨에게서 보랏빛 실안개가 피어올랐다. 


‘오, 되는구나···!’


[스킬 <원소 추출>의 레벨이 낮습니다 . 10g의 엘라늄이 추출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둥지에 놓인 돌슨의 몸에서 손톱만 한 알갱이가 떨어져 나왔다. 


아주 연한 보랏빛의 돌 알갱이였다.


“색깔 되게 예쁘네. 돌슨 이거 봐, 우리 이제 부자 될 수도 있어!”


격양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외치다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이거.’


알게 모르게 작아진 듯한 돌슨을 보고서야 내 실수를 깨닫는다.


장기 떼어놓고 보란 듯이, 네 장기 되게 예쁘지? 이거 팔아서 우리 부자 되는 거야.


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아닌가?


“······.”


아무리 돌슨이 무생물이라지만.


{^-^}


···다시 보니 좀 핼쑥해진 것도 같다. 


“그, 미안. 다시 합치는 건 안 되겠지?”


***


각성한 날로부터 일주일.


내 일상은 언제나처럼 변함없이 흘러갔다.


눈이 떠지면 일어나고, 졸리면 잠에 들고, 배가 고프면 먹고, 돌슨과 대화를 나누거나 콘솔 게임을 하거나 커뮤니티를 눈팅하며 시간을 죽였다.


복권 3등에 당첨된 정도로 바뀌기에 아무래도 은둔 생활은 내 삶에 너무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 


그렇다고 각성 이전과 완전히 같냐 하면 그건 또 아니고.


일과에 작은 루틴 하나는 추가되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볕이 내리쬐는 창가로 향했다. 



광물 정보 일람 


개체명: 돌슨 (Lv.1)


루페온 대륙 어느 곳에서나 흔히 관찰되는 종류의 암석입니다. 오랜 시간 망령들이 가득한 무덤에 방치되어 언데드 독을 품고 있습니다.


※현재 부여받은 핵의 격에 맞추어 변태가 진행 중입니다. (진행도 59.5%)



“날이 갈수록 영롱해지네.”


아닌 게 아니라 옥처럼 불투명한 청록빛을 띠던 돌슨은 변태가 진행될수록 에메랄드처럼 투명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이제는 돌이 아니라 보석이라고 불러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 


돌슨의 옆에 놓인 보랏빛 돌 알갱이를 보자 입안이 꺼끌꺼끌해졌다.


‘성급했지.’


각성자 등록을 하러 가지도 못하는데, 엘라늄을 팔러 갈 수 있을 리가 없는 것을.


아무튼 이런 돌슨의 모습을 사진 찍어 커뮤니티에 올려 기록하는 것이 새로이 추가된 루틴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나만 보기 아깝다는 생각으로 올렸는데, 댓글도 곧잘 달리는 게 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오늘도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돌슨의 사진과 일광욕 중인 모습을 찍은 영상을 첨부해 게시글을 작성해 나갔다.


[오늘의 돌슨]



날이 갈수록 변화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습니까? 한낱 돌멩이에 불과하지만, 시간과 정성을 쏟으면 쏟을수록 이렇게 아름다워집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소 거친 바람과 돌풍에 꺾일 수도 있지만 굳건히 버티다 보면 분명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보람차고 힘찬 하루 되시기를 기원하며, 말 줄입니다···^^




게시글을 올린 뒤 식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새 알림 +12


└이 아조씨 또 오셨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 돌 연마 장비 공유 좀.

└불투명하던 게 거의 완전히 투명해졌는데 저게 광택 작업으로 가능한 결과인가요? 초록빛도 많이 진해졌네요.

└ㄴㄴ 불가능함, 비슷한 돌 여러 개 가지고 구라치는 거, 이 아재 처음 올린 사진 보면 완전히 다른 돌임, 크기도 다름

└ 돌 돌려막기?

└뒤쪽에 연보라색 돌은 뭔가요? 발색이 너무 예쁘네요.


근데 이 사람들이 자꾸 사람을 모함하네.


처음엔 분명 따뜻한 격려의 말도 나누고, 서로의 반려 돌을 칭찬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주를 이뤘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분탕을 치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는가 싶더니 기어코 댓글 창을 점령한 듯했다. 


└[척 돌랜드] 거짓말 안 했습니다. 제가 키우는 반려 돌은 돌슨 하나뿐입니다^^


└아니, 아재요 구라 칠거면 뒤에 보라색 돌 지우는 성의라도 보이세요ㅋㅋ 

└ 답변 부탁드립니다. 뒤쪽 연보라색 돌 광물 종류가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연마 장비 뭐 쓰시냐니까요?


여론이 쏠린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답 댓글을 남겼다.


└[척 돌랜드] 연마는 따로 하지 않았고, 스킬을 사용했읍니다^^ 사실 제가 연금술사 클래스 각성자라서요. 연보라색 돌은 돌슨에게서 추출한 엘라늄이라는 광물입니다^^


└엘라늄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각성자라고요? 등록증 인증 가능합니까?


예상치 못한 반격이었다. 그것도 가불기.


└제 지인이 키데리 연구원인데 엘라늄 구경도 못해봤답니다. 한국에 없어요 그거ㅋㅋ

└나는 이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그 뒤로도 조롱 섞인 댓글이 한참 동안 이어졌다.


“······.”


여전히 나는, 다수의 매도에 대항하는 능력이 없었다.


···당분간 커뮤니티는 자제하도록 하자.


모니터를 끄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

.

.


새 채팅 +1


[마수석: 안녕하십니까, 척 돌랜드님. 부회장 마수석입니다. 긴밀히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잠시 대화 가능하실는지요?]

[마수석: 마음이 급해 연락처 남깁니다. 하기 연락처로 연락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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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3) +1 24.09.12 285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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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유니크 24.09.09 334 10 13쪽
10 무한의 돌멩이 24.09.08 350 11 13쪽
9 해방 24.09.07 365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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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S+ +1 24.09.04 379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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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라늄 +1 24.09.01 46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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