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돌 하나로 초월급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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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이끼
그림/삽화
D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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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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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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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귀환 (1)

DUMMY

최기태의 안색은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창백했다.


못마땅하게 그 모습을 보던 기훈이 한숨을 내쉬곤 그에게 다가갔다.


“괜찮습니까? 낯빛이 왜 그래요?”


누가 봐도 아니꼬워 보이는 표정으로 잘도 걱정을 늘어놓는다.


그 불균형에 실소가 터졌다.


“허.”


···지금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리를.


최기태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투성이였다.


“한기훈 씨.”

“네, 말씀하세요.”

“묻고 싶은 게 참 많습니다.”


최기태의 뇌리에 수없이 많은 질문이 스쳤다.


정말 던전 공략이 처음인지, 수문장을 어떻게 해치웠는지, 진짜 클래스가 뭔지, 저 거대한 검은 뭔지, 어떻게 혼자 움직이고 있는 건지, 사체는 별안간 왜 녹고 있는지, 어떻게 그렇게 침착한지, 당신이 지금 무슨 일을 했는지 자각은 하고 있는지.


정말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


망설임이 길어졌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올 말은 정해져 있었다.


“···혹시 소속되거나 소속 예정인 길드가 있습니까?”

“뜬금없으시네요.”


정말로 뜬금없었다.


호출기도 누르지 않았는데 뜬금없이 나타나서는 희멀건 얼굴을 하고 묻는다는 게 길드 가입 여부라니.


‘내 기여도 0.01퍼센트를 먹어놓고!’


처음 봤을 때만 해도 표정 변화가 너무 없어서 어려웠는데, 지금은 또 그렇지 않은 것도 그렇고.


종잡기 힘든 사람이다.


한기훈은 뚱한 표정으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습니다.”


대번에 최기태의 낯에 절망감이 떠오른다.


“기, 길드 가입을 하신 겁니까?”

“아뇨, 아직 가입은 안 했는데, 들어가기로 한 길드가 있어요.”


사탕을 빼앗긴 아이처럼 시무룩한 최기태를 가리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공략 기여도 집계가 완료되었습니다.]

[1위 한기훈 Lv.11]

[2위 최기태 Lv.31]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메시지가 단번에 두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략됐네.’


아무래도 조금 전 오크 대전사가 마지막 수문장이었던 모양이다.


던전을 공략하면 이런 식으로 알림이 뜨는 건가.


최기태를 보니 그에게도 창이 뜬 듯 입을 살짝 벌린 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끝이라고 생각하니 안도감이 드는 한편으로 못내 아쉬웠다.


‘경험치 쏠쏠했는데.’


이제 언제 다시 던전에 들어오게 될지도 모르지 않나.


‘아니지?’


초월급 돌슨의 유능함을 확인했으니, 이제 딱히 들어가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


‘음, 아니야.’


돌슨의 능력은 일대일 전투에 특화되어 있다. 생성 던전의 80퍼센트가량을 차지하는 필드형 던전에선 또 다를지도 모른다.


‘거긴 몬스터가 떼거리로 몰려 있는 게 일반적이니까.’


기훈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기여도 1위 보상으로 <붉은 오크 수호석> 아이템이 지급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허공에 깨알 같은 점으로 이루어진 빛이 모여드는가 싶더니, 곧 정팔면체의 형태를 갖춘다.


‘보석?’


얼결에 받아 들고 살피니,


【오크 수호석】



등급: 유니크

설명: 대수림의 지배자, 붉은 오크 부족의 신앙이 담긴 돌. 보유 시 <오크> 종족의 전투력이 대폭 감소 됩니다.

효과: 위압 Lv. Max (오크 한정), 사기 저하 Lv. Max (오크 한정)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인 데다 맥스 레벨의 스킬이 무려 두 개였다.


잘은 모르지만, 전투력 감소에 사기 저하면 엄청나게 유용할 거 같은데.


되게 비싼 거 아냐?


보상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처치 보상을 불러옵니다.]


의미불명의 메시지가 떠오르더니 화정석 한 무더기가 후두둑,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


비처럼 쏟아졌다는 건 사실 좀 과장이고, 아무튼 못해도 스무 개 가까이 되어 보였다.


‘처치 보상? 수문장을 처치한 공로가 따로 인정되는 건가.’


내심 돌슨의 속성인 ‘독’ 때문에 사체가 사라져 부산물을 루팅 하지 못한 게 씁쓸했는데, 이런 식으로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는 몰랐다.


평범한 F급 던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일생일대의 행운이 아니었을까.


‘연진 씨한테 가방 안 빌렸으면 큰일 날 뻔했네.’


기훈이 최기태의 존재도 잊고 돌을 주워 담는 사이.


최기태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한기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1위. 한기훈 Lv.11]


‘진짜 혼자 모조리 해치웠다고.’


내심 요행을 부린 것이거나, 자신이 초보자라고 지레 착각한 게 아닐까 했던, 의심이 쏙 들어갔다.

시스템의 보증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11레벨은 1, 2년 차 헌터들의 평균 레벨이다. 하지만 F, E, D, C, 거기에 더해 B등급의 수문장을 홀로 독식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레벨이다.


‘계산도 얼추 맞아떨어지고.’


최기태는 결연한 표정으로 돌을 줍는 한기훈을 바라봤다.


‘아직 가입을 한 건 아니까, 어디 길드인지는 몰라도 조건만 잘 맞추면···.’


이쪽에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 이 정도의 전력을 놓칠 수는 없었다.


최기태가 기훈에게 슬그머니 다가가서 옆에 쪼그려 앉았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어허, 손대지 마세요! 이건 안 돼!”

“···?”


제 밥그릇에 손대는 사람을 마주한 개처럼 눈을 치뜬다.


“···죄송합니다.”

“제가 담을 테니, 그쪽은 뒤로 물러나 계세요.”

“···예.”

이유는 모르겠지만, 싫어하는 짓은 하지 말자.

절대로 눈 밖에 나선 안 되었다. 어디까지나 아쉬운 것은 자신, 아니 관리국이다.


“그나저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기훈씨가 아니셨다면 큰일 났을 겁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최기태를 보는 한기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아, 이 사람 각성한 지 얼마 안 됐지.


‘본인이 무슨 일을 했는지 자각 못 하는 건가.’


생각해 보니 성장형 던전의 존재도 알지 못하고 있을 터.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나, 최기태가 고민하던 때였다.


[보상 지급이 완료되었습니다. 귀환 포탈이 생성됩니다.]


쿠궁···.


진동이 일더니 천장에서 흙먼지가 떨어졌다. 잠시 후 천장과 바닥에서 벽이 솟아오르며 한쪽 통로를 막아선다.


“묻고 싶은 것만큼이나 설명해 드릴 게 많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나가서 해도 되겠습니까?”


포탈을 손짓하며 양해를 구하는 최기태에 한기훈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묘하게 태도가 좋아진 거 같은데. 착각인가?’


곧 새로 생긴 벽에 포탈이 나타났다. 기훈이 긍정했다.


“그럽시다.”

“노파심에 말씀드리지만,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


***


중무장한 사냥꾼 수십 명이 자그마한 건물 옥상에 모였다.


개중에는 일반인도 한 번쯤 이름 들어보았을 유명한 헌터도 여럿이었다.


“괜찮으시면 사진 한 장 부탁드려도 될까요? 조카 녀석이 팬이라서···.”

“어이구, 부끄럽네요, 물론입니다.”

“그나저나 평범한 D등급 게이트 던전으로 보이는데, 이 많은 헌터들은 왜 부른 걸까요? 유헌터님께선 혹시 뭐 들으신 거 없습니까?”

“저도 자세한 건 듣지 못했습니다.”

“아니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우리 유헌터님껜 설명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바쁜 분을 모셔놓고 참.”

“뭐 보나 마나 관리국의 예측이 또 틀린 거 아니겠습니까? 아, 이거 인사도 안 드리고. 저는 화수분 길드의···.”


그들을 한곳에 모은 이는 재해관리국의 부국장, 곽철휘였다.


‘형편없군.’


진지한 이들은 관리국 소속의 국가 헌터뿐이고, 과반수의 길드 헌터들의 낯짝은 소풍 나온 사람들처럼 가볍기 짝이 없었다.


성장형 던전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이 부지기수라고는 하나.


명색이 국가의 긴급 소집 명령을 받고 왔다면 사안이 어느 정도로 중대한지 모르지 않을 텐데도 그랬다.


‘쯧. 우리가 얼마나 얕보였으면.’


중년인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늘어선 헌터들을 쓸어보았다.


“주목.”


장난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곽철휘에게선 범접하기 힘든 분위기가 풍겼다.


소소한 잡담으로 긴장을 풀던 헌터들은 못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먼저 무리한 소집에 응해주신 각 길드 관계자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준 재해 상황을 앞둔 만큼 이후 브리핑부턴 공대를 생략하도록 할 테니, 너른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의 말에 토를 달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관리국 미친 오리의 명성엔 그런 힘이 있었다.


곽철휘는 뒤편의 포탈을 손짓했다.


“거두절미하고 말할 테니. 귀 똑바로 열고 잘 들어라. 해당 던전은 성장형 던전이다. 일본과 인도의 재앙을 초래한 놈이지.”


저건 공대를 생략하는 정도가 아니잖아.


누군가의 중얼거림은 묵살되었다.


“성장형 던전이 뭡니까?”

“한 번만 더 내 말을 끊으면 너부터 저 안에 처넣어 주지.”

“······.”


호기심 가득한 헌터의 기를 죽인 곽철휘는 브리핑을 마저 이어갔다.


“저 던전이 S급 던전이 될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거다.”


그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모인 헌터들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맙소사, 던전 백 개가 한 번에 터졌다고?”

“관리국에서 예측을 잘못한 건 아닙니까? 그런, 던전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만.”


누군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고, 누군가는 반문했다.


“대외비라고 분명 말한 것 같은데.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그저 예측만으로 자신의 목숨을 걸지? 당신이라면 그럴 수 있나?”


최기태를 말함이었다.


그러나 질문한 헌터는 눈치가 없는 것인지, 겁이 없는 것인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저건···.”


누가 봐도 그냥 평범한 D급···.


그 순간 포탈이 일렁이더니 색이 한층 진하게 물들었다. 그 극명한 변화을 목도한 헌터의 입이 다물렸다.


“보다시피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공략 방식은 기존 게이트와 다름없고, 물자는 우리 측에서 준비했으니 각 길드 헌터들은─”


최기태가 분투하고 있는 것이라 지레짐작한 곽철휘의 마음에 조급함이 차올랐다.


그는 분명 유능한 헌터지만, 단신의 힘으로는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부국장의 지시에 따라 관리국 헌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챙겨온 물자를 나눠주고, 마지막 점검하던 때였다.


“···B급이다.”


누군가의 망연한 중얼거림에 모두의 이목이 포탈에 집중되었다.


주황색으로 변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포탈의 색이 또다시 뒤바뀌었다. 피처럼 붉은 포탈이 넘실거렸다.


“······.”


적막이 흘렀다.


고등급 헌터 몇몇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순간이기도 했다.


멋모르는 혹자는 그래봤자 한 단계 차이 아냐? 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겪어본 이들은 알고 있었다.


등급이 한 단계씩 오른다고 난이도 역시 단계적으로 상승한다는 뜻이 아니다.


B급 던전의 위험도는 C급과 비교해 수 배는 더 높았고, A급은 또 다른 차원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수철아, 길드장님한테 연락해라.”


심각성을 인지한 이들이 심기일전하던 때. 포탈이 또다시 불안정하게 일렁였다.


B급으로 등급으로 변한 지 이제 고작 5분여가 흘렀을 뿐이었다.


설마···.


곽철휘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당혹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변화 속도가 상식을 넘어섰다.


‘저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그가 아는 최기태의 실력으론 절대 B급 수문장을 처치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분명 ‘S+ 마나 보유자’ 가 어쩌고···.


그때였다. 일렁이는 포탈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한 명은 단정한 정장 차림의 최기태였고,


다른 한 명은···.


“······.”


어리둥절한 표정의 한기훈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이게 무슨 일이야. 비싸 보이는 장비들로 무장한 헌터들이 대충 봐도 서른 명은 되어 보인다.


‘놀라지 말라는 게 이 뜻이었나. 관리국 사람들인가.’


분위기가 어째 엄청 심각하다.


‘좀 주눅 드는데.’


“기훈씨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네? 아 네.”


양해를 구한 최기태가 입술이 유난히 두껍고 눈이 부리부리한 중년인에게 향했다.


두 사람이 심각한 표정으로 무어라 대화를 나누는 사이, 떠름하게 모인 이들을 살폈다.


낯선 얼굴들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한 기훈의 눈이 반짝였다.


‘저 사람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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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환 (1) 24.09.15 344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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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4) 24.09.13 327 12 12쪽
14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3) +1 24.09.12 353 13 13쪽
13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2) 24.09.11 364 14 12쪽
12 저 위에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구경 갔어요 (1) 24.09.10 396 15 13쪽
11 유니크 24.09.09 403 14 13쪽
10 무한의 돌멩이 24.09.08 428 15 13쪽
9 해방 24.09.07 436 15 12쪽
8 꿈과 악몽 (2) 24.09.06 427 13 12쪽
7 꿈과 악몽 (1) 24.09.05 431 14 14쪽
6 S+ +1 24.09.04 456 12 12쪽
5 외출 +2 24.09.03 471 11 11쪽
4 갑작스러운 +2 24.09.02 496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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