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 먹는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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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30 17:17
최근연재일 :
2024.09.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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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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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221

작성
24.08.3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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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 이름은 존못남

DUMMY

“야, 찐따. 가서 빵 좀 사와라.”


쨍그렁, 소리를 내며 오백원짜리 동전이 책상 위로 떨어졌다. 은색의 동전이 여름 햇빛을 받아 반짝 빛났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슬쩍 책상 위를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콜라도 한잔 사오고 거스름돈 꼭 챙겨오고.’ 하는 말이 덧붙여진다. 킥킥대며 조롱하는 웃음소리는 덤이다.


“빨리 안 텨가? X발.”


남중, 남고. 수컷들 사이에서 서열을 정하기 시작하며 벌써 몇 년째 익숙하게 겪고 있는 일이다.


“역겨우니까 면상은 꼭 가리고 가라.”


귀를 더럽히는 언어폭력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자를 밀고 일어서자 다시 조롱 섞인 말이다. 나는 애써 그 목소리들을 무시하며 매점으로 향했다.


교실을 나서기 전 뒷문 옆에 붙어있는 거울 속 내가 보였다. 머리카락으로 겨우 가린 얼굴. 그럼에도 내 외모는 못생김 그 자체였다.


내가 남보다 못났다고 생각해본 적 없이 살았는데. 사춘기를 겪기 시작하며 또래들은 서열을 나누는 기준으로 외모를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얼마나 착하고 성실하고 좋은 애든 상관없이, 못 생기면 그대로 나락행. 그것이 10대의 현실이었다.


초등학생 때는 그럭저럭 잘 지내던 애들도 중학교에 입학하며 슬슬 나를 피하기 시작하더니 언젠가부턴 대놓고 왕따를 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꿈과 희망으로 가득찰 것이라 기대했던 내 10대 시절이 망조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내 인생 진짜 어쩌다 이렇게 꼬인거냐.’


매점에서 사온 빵을 들고 교실 대신 옥상을 찾았다. 이따 일진 무리한테 쥐어터질 게 뻔했지만 그래도 잠깐 동안은 마음이 편해졌다. 파란 하늘을 바라본 채 귀에 이어폰을 꼈다.


우중충했던 기분과 달리 희망차고 즐거운 멜로디의 노래가 울려퍼진다. 아이돌 ‘비타민’의 노래였다. 금세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난 어릴 때부터 아이돌이란 존재가 좋았다. 눈부신 조명 아래에서 환하게 웃으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그들이 보여주는 찬란한 세상을 보면 눈앞이 아름답게 변하는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였다. 좋아하기만 하던 아이돌의 세계가 궁금해진 것은. 사람들에게 저렇게 행복을 주는 존재는 어떤 기분일까? 분명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겠지? 부럽다. 나도 되고 싶다. 나도 할 수 있을까?


더 어릴 때는 꿈을 위해 제법 노력했던 기억도 있다. 다행이 노래도, 춤도 타고난 실력이 나쁘지 않았고 성실한 성격 역시 타고난 탓에 노력도 꾸준히 했었다.


덕분에 나는 장기자랑에도 몇 번 참여했었고, 그때마다 반 친구들로부터 반전남이라는 소리도 들었었다. 그런 시기를 거치며 어쩌면 진짜 내가 아이돌이란 꿈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부풀었었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진.


초등학교 6학년 때, 학예회를 위해 반에서 몇 명을 뽑아 방송댄스를 준비하기로 했다. 평소에 내가 무척이나 동경하던 보이그룹의 노래로 무대를 하기로 한터라 기대가 많이 됐다.


센터는 어떻게 뽑지? TV에서 보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처럼 당연히 실력으로 뽑겠지? 그렇다면 자신 있었다. 함께 무대를 꾸미기로 한 남자애들 중에 나만큼 실력이 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꿈은 산산조각났다. 누가 봐도 나보다 실력이 모자란 아이들이 내 앞에 섰고, 나는 걔들의 뒤에 묻힌 채 수납된 듯 춤을 춰야했다.


선생님께 항의해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결국 나는 얼굴도 제대로 비춰지지 않는 구석에서 춤을 춰야했다.


아들이 처음으로 큰 무대에 선다고 캠코더까지 들고 달려온 부모님께서 얼마나 상심하셨을까. 아닌 척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셨지만 뒤돌아서 눈물을 훔치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때 이후론 비슷한 일들이 계속 반복됐다. 못생겼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은근히 무시 당하고, 밀려나는 일들. 그렇게 자연스레 아이돌에 대한 꿈이 내게서 멀어져갔다. 마음 속에 담고 있는 열망과는 달리 현실이 그랬다.


이어폰 속에서 ‘비타민’의 다음곡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밝고 희망차고 눈부신 미래를 노래하는 가사들.


나도 이런 노래를 하고 싶다. 가슴이 터지도록 진심을 담아서 노래하고 싶다. 하지만 이 얼굴론 어렵겠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여드름까지 심해지며 더욱 보기 싫어진 얼굴. 게다가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살까지 찌면서 외모가 최악으로 변하고 있었다.


못생긴 사람은 정말 아이돌이 될 수 없는걸까? 나 같은 사람은 다시 태어나야 아이돌이 될 수 있는거야?


서글픈 마음에 매점에서 사온 빵을 뜯어 입에 우겨넣었다. 눈물 젖은 빵이다. 그리고 그때, 철문이 찌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옥상에 등장했다. 헉. 일진 무리 놈들이다.


재빨리 숨어보려 했지만 묵직한 몸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야, 찐따 새끼. 니 찾아 다니느라 수업 빠진 거 책임져라?”

“이 새끼 지금 우리 빵 몰래 훔쳐먹은 거 아니냐?”

“헐. 맞는 듯?”

“아, 삔또 상하네. 야. 밟아.”


퍽! 소리와 함께 눈앞이 새하얘졌다. 하늘이 핑글핑글 돌기 시작한다. 설마 지금 나, 쟤들한테 쳐맞고 있는건가?


상황을 자각하기 무섭게 내 몸 위에 한놈이 올라타 주먹으로 사정없이 나를 구타한다. 하나 둘, 눈앞에 별이 셀 수도 없이 늘어갔다. 쿨럭이며 목구멍으로 핏덩이가 넘어가고 있었다.


나 이러다 죽는 거 아냐? 생각이 들 무렵 까무룩 눈이 감겼다. 나는 그대로 기절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어야 했다.


나에게는 후유증이 남았다. 몸의 부상보다도 더 무섭다는 학교폭력 PTSD. 개새끼들. 빵 좀 먹었다고 사람을 이렇게 때려?


아무렇지 않게 회복해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밤마다 악몽을 꾸며 비명을 지르는 나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던 부모님은 내게 휴학을 권했다. 나는 순순히 그러마 했다. 어쩌면 나도 이제 지친걸까?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집에 돌아와 나는 방에 틀어박혔다. 그땐 몰랐다.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방문을 닫고 그 안에서 어둠 속에 파묻히게 될 줄은.


TV에서만 보던 히키코모리가 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모든 일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게 됐다.


전부 다 내가 못생겼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내가 조금만 멀쩡하게 생겼더라도 애들이 날 무시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그렇게 나는 부모님마저 외면한 채 점점 혼자만의 어두운 세계에 빠져갔다. 내 나이 어느덧 열아홉. 1년이란 시간은 빠르게도 흘러갔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오랜만에 형 부부가 집을 찾은 것이다. 내가 중1 때 결혼을 한 형에게는 어느덧 세 살 배기가 된 딸이 있었다.


나도 조카가 갓난아기일 때는 본 적이 있었다. 너무 조그맣고 보드라워 보여서 아주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만져본 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제법 말문까지 트였다는 조카가 집에 왔다는 소식이 방문 너머 부모님으로부터 들려왔다. 나 역시 형과 형수님, 그리고 어느덧 많이 컸을 조카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히키코모리의 삶에 너무 찌들어있었던 탓일까. 쉽사리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결국 또다시 이불 속으로 숨어들었다.


삐걱,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 것은 그때였다.


‘?’


부모님은 먼저 내 방문을 여는 법이 없었다. 그러자고 약속한 적은 없었지만 우리 가족 내에서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그럼 혹시 오랜만에 집을 찾은 형이 실수라도 한건가?


평소처럼 문을 잠궈놓을 걸, 잠깐 후회가 스쳤다. 그럴수록 나는 덮어쓴 이불을 더 깊게 머리 위로 올렸다.


“빠...빠빠... 땀똔...”


순간 이질적인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 칙칙한 내 방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순수하고 귀여운 목소리였다. 하마터면 덮고 있던 이불을 벗어던지고 싶을 정도로.


“땀촌.... 주아 공쥬 와떠요.”


충격적 귀여움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이불 위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살짝 열린 방문 사이로 거실의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눈이 부시다. 이런 밝은 빛은 익숙하지 않은데.


“어? 쌈촌이다!”


빛에 적응하기 위해 눈을 가느다랗게 떴을 때, 나를 가리키는 짧고 통통한 손가락이 내 코앞에 있는 것이 보였다. 헉,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기다. 통통한 손과 통통한 팔다리, 그리고 통통한 볼따구를 가진 삼등신의 아주 귀여운 아기!


나를 발견한 게 즐거웠던 듯 헤헤 웃으며 주아가 짧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웃었다. 네가 주아구나. 내 하나뿐인 조카. 어느덧 세 살이나 됐다는 기특한 내 조카 주아.


묘한 감정이 가슴 안에서 치밀어 올랐다. 작고 작은 생명체가 주는 감정이 파동이 이렇게 클 줄이야. 나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도 잊은 채 나를 향해 방싯대는 조그맣고 말랑한 얼굴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주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보더니 한걸음 내게 더 다가왔다. 그리고 그 조그맣고 부드러운 손으로 여드름투성이인 내 뺨을 어루만졌다.


안돼 주아야. 나도 모르게 속으로 외쳤다. 그 순간 내 얼굴을 보고 기름투성이 여드름 괴물이라고 손가락질하던 일진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마치 전염병이라도 되는 듯 나와 접촉하는 것조차 극혐하던 인간들.


“쌈촌 얼굴!”


하지만 주아는 순수한 얼굴을 한 채 그런 편견 따위는 모른다는 듯 보드라운 손바닥으로 내 얼굴과 턱을 쓰다듬었다. 세상 어느 것에도 찌들지 않은 무해한 부드러움이었다.


그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같은 인간에게 이런 다정한 손길을 받아본 게 얼마만이었던가. 가슴 안에 꾹꾹 눌러놓기만 했던 설움이 주아의 손길 한번에 사무치며 쏟아져내렸다.


“쌈촌 이뻐. 이뻐요. 헤헤.”


이번엔 덥썩 양손으로 내 얼굴을 쥔 채 해맑게 웃기까지 하는 주아. 어둠으로만 가득했던 가슴 한켠이 순식간에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왜 우러요 이뿌니 쌈촌. 우찌마... 주아가 마니마니 싸랑해여.”


단풍잎 같은 작은 손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는 주아. 울지말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눈에서는 계속 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젠장, 삼촌 체면 다 구겼네. 멋쟁이 삼촌으로 기억되고 싶었는데.


주아에게 뭐라도 얘기해주고 싶어 용기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데, 그 순간 눈이 멀만큼 새하얀 빛이 나를 덮쳤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주변이 그 새하얀 빛에 잠식됐다.


뭐지?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0.1초도 안되는 짧은 찰나에 나를 관통하고 지나간 환한 빛. 다시 눈을 떴을 때 내 눈앞에는 말도 안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애정도 1을 획득하셨습니다. 외모 점수로 교환하시겠습니까?]


코앞에 둥둥 떠있는 것은 상점창이었다. 외모 점수? 외모란 단어를 보자마자 이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져볼 겨를도 없이 나는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YES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환한 빛과 함께 내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가 쓰여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신작으로 인사 드리게 된 정산. 입니다.

왕따인생 임환호가 천재 아이돌로 거듭나는 모습을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매일 오후 12시 40분 연재하며, 오늘은 저녁 8시 40분 연참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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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2) 24.09.13 20 2 13쪽
14 역대급 연습생의 탄생 (1) 24.09.12 27 3 14쪽
13 캐스팅 제의 24.09.11 32 3 13쪽
12 황금 마이크 결승 D-DAY (2) 24.09.11 32 3 15쪽
11 황금마이크 결승 D-DAY (1) 24.09.09 38 3 12쪽
10 나만의 필승 전략 24.09.08 38 3 12쪽
9 외모 상점창 업데이트 24.09.07 38 3 11쪽
8 이거 설마 프리 데뷔? 24.09.06 38 3 13쪽
7 남자 주인공? 내가? 24.09.05 42 3 13쪽
6 썬 보이즈 형님들 땡큐! 24.09.04 42 3 13쪽
5 피부 미남으로 거듭나다?! 24.09.03 46 3 14쪽
4 인생 첫 생방송 24.09.02 50 3 15쪽
3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2) 24.09.01 57 3 12쪽
2 왕따 소년 데뷔합니다 (1) 24.08.31 66 3 17쪽
» 내 이름은 존못남 +1 24.08.31 8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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